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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Fate [Prologue]

2005.06.30 22:35

SoranoChki 조회 수:16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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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윽...
나는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손등으로 가볍게 훔쳐내면서, 조금은 원망스럽게
하늘을 바라보았다. 더워도 이렇게 더울수가... 비나 좀 쏟아졌으면 좋겠는데.

잠시 하늘을 그렇게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쓸데 없는 생각을 접어두고 아가씨를
위한 과일을 사기 위해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라이베리아에서 혼자서 외출하기는 이
번이 처음이지만 - 6개월을 넘게 이곳에 살았지만 - 별로 두근거림같은건 없었다.
이미 창문밖으로 내려보아 지겨울 정도로 보아서 익숙해질만큼 익숙해져 있으니까.

"아, 이것, 그리고 이것 부탁드려요."

나의 말에 인상좋아 보이는 과일점 아저씨는 사과 몇개와 포도, 그리고 시원스런 배
를 몇 개 집어 종이 봉투에 담고 건네주는 그것을 받아들었다. 잠시 주머니를 뒤적
거리다가, 어렵사리 제니를 찾아 그 아저씨에게 건네드렸다.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가볍게 한마디를 아저씨에게 말씀드리고, 몸을 돌려 저택으로 돌아가기 위해 조금
발걸음을 서둘렀다. 햇빛을 오래 받아버리면 과일도 뜨거워질것만 같았기에...

어느 정도를 걷고 - 혹은 뛰고 -  저택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멈
칫 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무엇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단지, 무언가 나를 붙잡
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물론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천천히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리고, 나의 시선은 한 곳에 고정되었다.

...누구지?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무언가 익숙한 느낌. 그저 평범한 모습처럼 보이
기에 더욱 그렇게 보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무언가 말로 표현 할 수 없는것이 나
를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었다.

씨익.
흠짓, 하고 놀라버렸다... 상대는, 나와 시선을 정확하게 맞춘채로, 입가를 일그러
뜨리며 웃음을 떠올리고 있는것이다. 그 웃음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기분 나쁜것이
기에 나는 서둘러 저택으로 들어가려 했다.

"저주 받은 존재..."

멈칫.
그의 칼칼한 목소리에 나는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 저주 받은 존재... 그것은, 그것
은 데스타인에서 다른 이들에게 불리었던 나의 또 다른 이름, 하지만, 어째서 저 사람
이 그것을...? 어느곳을 보아도 그가 데스타인 마을 사람이라고 믿을 수 없다. 무엇보
다도 새하얀 피부는... 데스타인 마을의 사막 기후에 어울리지 않았다.

"너의 운명은 저주 받아 있다... 너는 항상 다른 이에게 네가 받는 저주 만큼의 고
통을 줄 것이다... 고통의 몸부림으로 세월을 흘려보내도 너는 결코 그 족쇄에서 벗
어날 수 없을것이다. 영원히..."

씨익.
그는, 그 한마디와 미소를 마지막으로, 어디론가 휘적휘적 걷기 시작하더니 곧 인파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나는, 그 자리에 너무 놀라 굳어버린채로, 떨리는
손을 감추지 못하고 그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그는, 누구인가? 어째서... 나에
게 그런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