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단편] 양철인간은 왜 마음을 가지고 싶어했을까
2006.11.07 04:52
extra_vars1 | - |
---|---|
extra_vars2 | 2 |
extra_vars3 | 1 |
extra_vars4 | |
extra_vars5 | |
extra_vars6 | |
extra_vars7 | |
extra_vars8 |
“양철인간은 왜 마음을 가지고 싶어했을까?”
햇빛아래에서 새하얗게 비추는 금발을 가진 작은 물체가 바닥에 쭈그려 앉은 채 말했다. 그것이 가진 새파랗고 유리알처럼 청명한 두 눈동자는 그것이 펼쳐 들고 있는 책 한 권에 고정되어 있었다. 약 13세 소년 같은 얼굴을 가진 그것은 그가 들고 있던 ‘오즈의 마법사’라는 책을 덮고, 옆에 내려놓았다.
“라일라.”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말했다. 라일라는 소년의 앞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오늘따라 더 샛노랗게 빛나는 그녀의 아름다운 드레스를 한껏 뽐내고 있는 듯 했다.
“양철인간은 여행이 끝나고 마음을 상으로 받은 거잖아, 그렇지?”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물었지만 라일라는 대답이 없었다.
“라일라, 궁금하지 않니?”
소년이 다시 물었지만 라일라는 부서진 건물의 천장 사이로 스며들어 그녀의 얼굴위로 환하게 쏟아지는 빛 줄기에 얼굴을 고정시킨 채 말이 없었다.
“라일라, 양철인간에게 마음이 생겼다면 그건 어떤 모양이었을까? 마음도 몸처럼 양철로 되어있었을까?”
라일라는 대답이 없었다.
“라일라, 양철인간에게 마음이 생겼다면 그건 무슨 색깔이었을까? 양철처럼 은색이었을까?”
라일라는 대답이 없었다.
“라일라, 양철인간에게 마음이 생겼다면 그건 어떤 느낌이었을까? 응? 라일라.”
라일라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잠시 그런 라일라를 바라보다가 이내 포기한 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것은 앉은 채 말없이 라일라를 쳐다보았다. 조용한 바람이 그녀의 샛노란 드레스 끝자락을 살랑거리게 하고 있었다. 그녀의 가녀린 몸은 바람이 조금만 더 세게 불어도 툭 하고 부러질 것만 같았다.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그렇게 라일라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잠시 후 입을 열고 조심스레 물었다.
“너에겐 마음이 있니?”
하지만 라일라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잠시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 했으나, 다시 마음을 접고 라일라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드러누웠다.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벌렁 드러눕는 바람에 바닥에 쌓여있던 흙먼지가 피어 올랐다.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대자로 누워 천장에 커다랗게 뚫린 구멍으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엄마, 아빠는 전부 잘 계실까?”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중얼거렸다. 그것은 잠시 눈을 감고, 그것의 부모와 헤어지게 되었던 날을 기억했다. 주말이면 언제나 쇼핑을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던 중앙 거리였지만 그날은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았다. 여느 주말 때보다도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표정과 분위기가 달랐다. 쇼핑을 나온 행복한 가족, 연인들은 언제나 즐거운 표정으로 거리의 이 방향 저 방향을 어지럽게 섞여 돌아다녔지만 그날은 달랐다. 모두들 우거지상을 한 채로 한 방향을 향해 경계 페로몬을 감지한 개미떼처럼 번잡하게 움직였다. 아이들은 울고 있었고, 어른들마저 울듯한 표정들이었다. 그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엄마의 손만을 꼭 잡은 채 거친 파도처럼 흐르는 인파에 이리저리 휩쓸리다가 바닥에 앉아 울고 있던 한 작은 아이를 보고는 그만 엄마의 손을 놓고 말았다. 엄마는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에게 애타게 소리쳤지만, 그것은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은 채 바닥에 앉아 울고 있던 아이를 달랬고, 그 동안 엄마는 거친 인파에 밀려 저 멀리 어디론가로 사라져 버렸다. 계속 울던 아이의 손을 꼭 잡은 채 있었지만 누군가가 그것에게서 아이를 데려갔고,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홀로 인파의 중심에 서 있었고, 이리저리 쏠리다가 정신을 잃었다.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기억하기를 그만두었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등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었다.
“라일라, 잠시 바깥 좀 보고 올게.”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말했다.
“밖엔 별거 없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잠시 나가보고 싶어.”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중얼거리듯 말하곤 그와 라일라 그리고 먼지가 가득했던 방을 나와 복도에 나 있는 창문으로 다가갔다. 새파란 바닷물이 창가 바로 아래까지 차올라 있었다. 창문 밖엔 물에 잠긴 도시가 있었다.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이 외딴 건물에서 라일라와 만난 직후 커다란 소리와 함께 도시엔 물이 흘러 넘쳤고,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지금까지 ‘집’이라고 불렀던 것을 포함해 모든 것이 물에 잠겨버렸다.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그의 청명한 눈동자를 통해 잠시 물 밖으로 솟아나와 있는 고층건물들을 바라보다가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라일라는 여전히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라일라, 나 왔어.”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말하며 라일라의 앞에 앉으려는데, 순간 그것의 눈앞에 뿌옇게 되며 그것은 몸의 중심을 잃었다.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의 정신이 돌아왔을 때 그것은 바닥에 코를 박은 채 쓰러져있었다.
“아, 자꾸 왜 이러지?”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소년은 잠시 라일라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여 그의 배에 난 커다란 상처, 시커멓게 뚫린 구멍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선 옅은 갈색 액체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알아.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다쳐버렸잖아. 하지만 괜찮아, 난 아직 버틸 수 있어.”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말하며 라일라 앞에 앉았다.
“라일라, 우리 남은 시간 동안 뭐하고 놀까? 난 심심해.”
라일라는 말이 없었다.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양손으로 턱을 괸 채 라일라를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하는 듯 했다. 잠시 후 소년이 손바닥을 치며 말했다.
“우리 술래잡기 하자!”
소년이 자리를 박차며 벌떡 일어섰다.
“나, 술래잡기 안 한지 오래됐어. 라일라도 하고 싶지? 라일라가 먼저 술래 해!”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말하며 라일라의 주변을 껑충껑충 뛰어다녔다. 라일라는 술래잡기엔 관심 없는 듯 여전히 말없이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술래 역을 맡을 생각이 없는 라일라를 무시하고 혼자 신나게 뛰어 놀던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지친 것인지, 술래 없는 술래잡기에 싫증이 난 것인지 놀기를 멈추고 바닥에 몸을 뉘였다.
“힘들다, 그렇지? 라일라.”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말했다. 라일라는 말이 없었다. 그녀는 힘들지 않은 듯 했다. 왜냐면, 방정맞게 뛰어다녔던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과는 다르게 라일라는 줄곧 앉아서 해님만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라일라.”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슬슬 졸리다. 그렇지?”
라일라는 말이 없었다. 그녀는 졸리지 않은 듯 했다.
“……이젠 왠지 양철인간이 마음을 가지고 싶어했던 이유를 알 것만 같아.”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말했다.
“마음이 있었다면, 즐거운 일이 있을 땐 진짜로 소리 내어 웃을 수 있잖아?”
라일라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마음이 있었다면, 싸워서 삐쳤을 때 얼굴을 찡그리며 화낼 수도 있잖아?”
라일라는 듣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슬플 땐 눈물을 흘릴 수 있잖아?”
라일라는 말이 없었다.
“너에게도 마음이 있니 라일라? 너에게도 마음이 있다면…… 한번만, 딱 한번만 나를 위해 울어주련?”
라일라는 대답이 없었다.
“라일라, 나에게도 마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응? 라일라.”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라일라에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녀의 샛노란 꽃잎을 어루만졌다. 화분에 담긴 노란색 꽃 한 송이는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에게 대답하지 않고, 여전히 그녀의 노란 꽃잎들을 활짝 펼친 채 천장의 구멍으로 스며드는 햇빛만을 향해있었다.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무표정으로 라일라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이럴때 울곤 했지만 그것은 울 수 없었다. 그것은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무표정으로 샛노란 꽃 한송이를 바라보는 것이 소년의 얼굴을 한 것이 최대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나. 같은 양철인간. 에게도. 마음이 있었다면."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말을 잇기 힘겨운 듯 한마디 한마디 끊어가며 말했다. 그는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라일라를 바라보는 그의 파란색 눈동자는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나 같은. 양철인간. 에게도 마음이. 있었다면. 나는. 너를 위해. 울어주었을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
노란색 꽃잎을 어루만지던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의 손이 멈추었다. 그가 홀로 핀 노란 꽃에게 지어주었던 라일라라는 이름을 계속해 부르던 그의 입술이 멈추었다.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의 푸른색 눈동자에는 애처로움이 서려 있는 것만 같았다. 잠시 후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의 푸른 눈동자에 붉은 글씨가 떠올랐다.
‘-Low Battery-’
라일라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 끝
-----------------------------------------------------------------------------------------------
*설정
#배경
때는 2086년, 한 무리의 과학자들이 우주를 떠돌던 거대 운석이 자신들의 나라 바로 옆 바다에 떨어질 것이란 사실을 발견한다. 거대 운석은 그 크기가 매우 거대해, 대기권을 통과하는 동안에도 그 크기가 별로 줄어들지 않고, 그들의 나라 바로 옆 바다에 떨어질 시 거대한 해일이 일어나게 될 것이었던것. 결국 정부는 해일의 여파가 미치는 지역의 주민들을 다른 구역으로 이동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얼마 후 과학자들이 예언했듯 거대 운석은 지구를 향해 떨어졌다. 사람들은 정신없이 피난을 갔고, 엄청난 교통난 등 많은 사고가 일어났다. 결국 운석은 나라의 바로 옆 바다에 떨어졌고, 거대한 해일이 일어나 주변 지역을 물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그 지역에서 살아남은 생존체는 꽃 한송이. 그리고 사이보그 하나.
#캐릭터
-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사이보그. 자식을 낳지 못하는 부부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아이 사이보그이다. 모델명 42d7은 새하얀 금발에 귀여운 외모와 맑고 푸른 눈을 가졌으며,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유모프로그램이 어느정도 탑재되어 자신에게 설정된 나이(약 13세)보다 어린 인간들에게 친절하며, 부모로 설정 된 인간들에게 프로그래밍 된 대로 그들의 자식처럼 행동한다. 제작사인 프로보그사는 구형의 단점이었던 지속적인 인포메이션 업데이트를 개선하여, 42d7에겐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였다. 이로인해 42d7은 보통 아이처럼 뭔가를 가르쳐 주면 어느정도 그것을 배우고 적용시킬 줄 알았다. 기술은 획기적이었으나 그 가격이 엄청나 매우 일부, 부유한 가정만이 사이보그 아이를 자녀로 두었다.
추가설정(다들 현실성에 의견이 많길래 추가합니다.)
제작사인 프로보그사는 42d7을 기본적인 테스트만 거친 후 그들의 VIP고객들에게 먼저 선보임으로서 일종의 시장테스트를 한다. 그러므로 혁신적인 기술인 학습능력에 의한 여러가지 outcome, 즉 학습능력에 의해 생길 수 있는 여러가지 결과에 대해 불확실한 것이다. 소년의 얼굴을 가진 그것이 부모들에게 입양된 때는 프로보그사가 42d7를 처음으로 도입한 때, 그러므로 프로보그사는 42d7이 학습능력을 통해 뭔가를 원하게 되거나 인간의 '감정'과 비슷한 것을 가지게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 결과 그 42d7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사이보그 회로의 '오류'라고 불릴만한 '감정'의 [일부]를 가지게 되었다.
- 라일라
화분에 심어진 노란색 꽃 한송이. 해일이 지역을 덮치기 전까진 한 사무실에서 주인을 즐겁게 해주는 아름다운 꽃 한송이였지만, 주인이 해일으로부터 피난간 후 홀로 건물안에 놓여져 있었다. 인파에 휩쓸려 양부모와 생이별하고 발에 밟혀 몸이 부서진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건물에서 깨어나 만나기 전까진. 소년이 제멋대로 꽃에게 라일라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
자, 이제 불타오르는 지옥의 도마 위로 가자꾸나.
햇빛아래에서 새하얗게 비추는 금발을 가진 작은 물체가 바닥에 쭈그려 앉은 채 말했다. 그것이 가진 새파랗고 유리알처럼 청명한 두 눈동자는 그것이 펼쳐 들고 있는 책 한 권에 고정되어 있었다. 약 13세 소년 같은 얼굴을 가진 그것은 그가 들고 있던 ‘오즈의 마법사’라는 책을 덮고, 옆에 내려놓았다.
“라일라.”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말했다. 라일라는 소년의 앞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오늘따라 더 샛노랗게 빛나는 그녀의 아름다운 드레스를 한껏 뽐내고 있는 듯 했다.
“양철인간은 여행이 끝나고 마음을 상으로 받은 거잖아, 그렇지?”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물었지만 라일라는 대답이 없었다.
“라일라, 궁금하지 않니?”
소년이 다시 물었지만 라일라는 부서진 건물의 천장 사이로 스며들어 그녀의 얼굴위로 환하게 쏟아지는 빛 줄기에 얼굴을 고정시킨 채 말이 없었다.
“라일라, 양철인간에게 마음이 생겼다면 그건 어떤 모양이었을까? 마음도 몸처럼 양철로 되어있었을까?”
라일라는 대답이 없었다.
“라일라, 양철인간에게 마음이 생겼다면 그건 무슨 색깔이었을까? 양철처럼 은색이었을까?”
라일라는 대답이 없었다.
“라일라, 양철인간에게 마음이 생겼다면 그건 어떤 느낌이었을까? 응? 라일라.”
라일라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잠시 그런 라일라를 바라보다가 이내 포기한 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것은 앉은 채 말없이 라일라를 쳐다보았다. 조용한 바람이 그녀의 샛노란 드레스 끝자락을 살랑거리게 하고 있었다. 그녀의 가녀린 몸은 바람이 조금만 더 세게 불어도 툭 하고 부러질 것만 같았다.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그렇게 라일라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잠시 후 입을 열고 조심스레 물었다.
“너에겐 마음이 있니?”
하지만 라일라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잠시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 했으나, 다시 마음을 접고 라일라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드러누웠다.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벌렁 드러눕는 바람에 바닥에 쌓여있던 흙먼지가 피어 올랐다.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대자로 누워 천장에 커다랗게 뚫린 구멍으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엄마, 아빠는 전부 잘 계실까?”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중얼거렸다. 그것은 잠시 눈을 감고, 그것의 부모와 헤어지게 되었던 날을 기억했다. 주말이면 언제나 쇼핑을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던 중앙 거리였지만 그날은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았다. 여느 주말 때보다도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표정과 분위기가 달랐다. 쇼핑을 나온 행복한 가족, 연인들은 언제나 즐거운 표정으로 거리의 이 방향 저 방향을 어지럽게 섞여 돌아다녔지만 그날은 달랐다. 모두들 우거지상을 한 채로 한 방향을 향해 경계 페로몬을 감지한 개미떼처럼 번잡하게 움직였다. 아이들은 울고 있었고, 어른들마저 울듯한 표정들이었다. 그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엄마의 손만을 꼭 잡은 채 거친 파도처럼 흐르는 인파에 이리저리 휩쓸리다가 바닥에 앉아 울고 있던 한 작은 아이를 보고는 그만 엄마의 손을 놓고 말았다. 엄마는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에게 애타게 소리쳤지만, 그것은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은 채 바닥에 앉아 울고 있던 아이를 달랬고, 그 동안 엄마는 거친 인파에 밀려 저 멀리 어디론가로 사라져 버렸다. 계속 울던 아이의 손을 꼭 잡은 채 있었지만 누군가가 그것에게서 아이를 데려갔고,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홀로 인파의 중심에 서 있었고, 이리저리 쏠리다가 정신을 잃었다.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기억하기를 그만두었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등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었다.
“라일라, 잠시 바깥 좀 보고 올게.”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말했다.
“밖엔 별거 없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잠시 나가보고 싶어.”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중얼거리듯 말하곤 그와 라일라 그리고 먼지가 가득했던 방을 나와 복도에 나 있는 창문으로 다가갔다. 새파란 바닷물이 창가 바로 아래까지 차올라 있었다. 창문 밖엔 물에 잠긴 도시가 있었다.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이 외딴 건물에서 라일라와 만난 직후 커다란 소리와 함께 도시엔 물이 흘러 넘쳤고,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지금까지 ‘집’이라고 불렀던 것을 포함해 모든 것이 물에 잠겨버렸다.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그의 청명한 눈동자를 통해 잠시 물 밖으로 솟아나와 있는 고층건물들을 바라보다가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라일라는 여전히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라일라, 나 왔어.”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말하며 라일라의 앞에 앉으려는데, 순간 그것의 눈앞에 뿌옇게 되며 그것은 몸의 중심을 잃었다.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의 정신이 돌아왔을 때 그것은 바닥에 코를 박은 채 쓰러져있었다.
“아, 자꾸 왜 이러지?”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소년은 잠시 라일라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여 그의 배에 난 커다란 상처, 시커멓게 뚫린 구멍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선 옅은 갈색 액체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알아.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다쳐버렸잖아. 하지만 괜찮아, 난 아직 버틸 수 있어.”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말하며 라일라 앞에 앉았다.
“라일라, 우리 남은 시간 동안 뭐하고 놀까? 난 심심해.”
라일라는 말이 없었다.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양손으로 턱을 괸 채 라일라를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하는 듯 했다. 잠시 후 소년이 손바닥을 치며 말했다.
“우리 술래잡기 하자!”
소년이 자리를 박차며 벌떡 일어섰다.
“나, 술래잡기 안 한지 오래됐어. 라일라도 하고 싶지? 라일라가 먼저 술래 해!”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말하며 라일라의 주변을 껑충껑충 뛰어다녔다. 라일라는 술래잡기엔 관심 없는 듯 여전히 말없이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술래 역을 맡을 생각이 없는 라일라를 무시하고 혼자 신나게 뛰어 놀던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지친 것인지, 술래 없는 술래잡기에 싫증이 난 것인지 놀기를 멈추고 바닥에 몸을 뉘였다.
“힘들다, 그렇지? 라일라.”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말했다. 라일라는 말이 없었다. 그녀는 힘들지 않은 듯 했다. 왜냐면, 방정맞게 뛰어다녔던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과는 다르게 라일라는 줄곧 앉아서 해님만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라일라.”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슬슬 졸리다. 그렇지?”
라일라는 말이 없었다. 그녀는 졸리지 않은 듯 했다.
“……이젠 왠지 양철인간이 마음을 가지고 싶어했던 이유를 알 것만 같아.”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말했다.
“마음이 있었다면, 즐거운 일이 있을 땐 진짜로 소리 내어 웃을 수 있잖아?”
라일라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마음이 있었다면, 싸워서 삐쳤을 때 얼굴을 찡그리며 화낼 수도 있잖아?”
라일라는 듣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슬플 땐 눈물을 흘릴 수 있잖아?”
라일라는 말이 없었다.
“너에게도 마음이 있니 라일라? 너에게도 마음이 있다면…… 한번만, 딱 한번만 나를 위해 울어주련?”
라일라는 대답이 없었다.
“라일라, 나에게도 마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응? 라일라.”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라일라에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녀의 샛노란 꽃잎을 어루만졌다. 화분에 담긴 노란색 꽃 한 송이는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에게 대답하지 않고, 여전히 그녀의 노란 꽃잎들을 활짝 펼친 채 천장의 구멍으로 스며드는 햇빛만을 향해있었다.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무표정으로 라일라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이럴때 울곤 했지만 그것은 울 수 없었다. 그것은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무표정으로 샛노란 꽃 한송이를 바라보는 것이 소년의 얼굴을 한 것이 최대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나. 같은 양철인간. 에게도. 마음이 있었다면."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말을 잇기 힘겨운 듯 한마디 한마디 끊어가며 말했다. 그는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라일라를 바라보는 그의 파란색 눈동자는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나 같은. 양철인간. 에게도 마음이. 있었다면. 나는. 너를 위해. 울어주었을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데. 텐……”
노란색 꽃잎을 어루만지던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의 손이 멈추었다. 그가 홀로 핀 노란 꽃에게 지어주었던 라일라라는 이름을 계속해 부르던 그의 입술이 멈추었다.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의 푸른색 눈동자에는 애처로움이 서려 있는 것만 같았다. 잠시 후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의 푸른 눈동자에 붉은 글씨가 떠올랐다.
‘-Low Battery-’
라일라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 끝
-----------------------------------------------------------------------------------------------
*설정
#배경
때는 2086년, 한 무리의 과학자들이 우주를 떠돌던 거대 운석이 자신들의 나라 바로 옆 바다에 떨어질 것이란 사실을 발견한다. 거대 운석은 그 크기가 매우 거대해, 대기권을 통과하는 동안에도 그 크기가 별로 줄어들지 않고, 그들의 나라 바로 옆 바다에 떨어질 시 거대한 해일이 일어나게 될 것이었던것. 결국 정부는 해일의 여파가 미치는 지역의 주민들을 다른 구역으로 이동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얼마 후 과학자들이 예언했듯 거대 운석은 지구를 향해 떨어졌다. 사람들은 정신없이 피난을 갔고, 엄청난 교통난 등 많은 사고가 일어났다. 결국 운석은 나라의 바로 옆 바다에 떨어졌고, 거대한 해일이 일어나 주변 지역을 물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그 지역에서 살아남은 생존체는 꽃 한송이. 그리고 사이보그 하나.
#캐릭터
-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은 사이보그. 자식을 낳지 못하는 부부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아이 사이보그이다. 모델명 42d7은 새하얀 금발에 귀여운 외모와 맑고 푸른 눈을 가졌으며,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유모프로그램이 어느정도 탑재되어 자신에게 설정된 나이(약 13세)보다 어린 인간들에게 친절하며, 부모로 설정 된 인간들에게 프로그래밍 된 대로 그들의 자식처럼 행동한다. 제작사인 프로보그사는 구형의 단점이었던 지속적인 인포메이션 업데이트를 개선하여, 42d7에겐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였다. 이로인해 42d7은 보통 아이처럼 뭔가를 가르쳐 주면 어느정도 그것을 배우고 적용시킬 줄 알았다. 기술은 획기적이었으나 그 가격이 엄청나 매우 일부, 부유한 가정만이 사이보그 아이를 자녀로 두었다.
추가설정(다들 현실성에 의견이 많길래 추가합니다.)
제작사인 프로보그사는 42d7을 기본적인 테스트만 거친 후 그들의 VIP고객들에게 먼저 선보임으로서 일종의 시장테스트를 한다. 그러므로 혁신적인 기술인 학습능력에 의한 여러가지 outcome, 즉 학습능력에 의해 생길 수 있는 여러가지 결과에 대해 불확실한 것이다. 소년의 얼굴을 가진 그것이 부모들에게 입양된 때는 프로보그사가 42d7를 처음으로 도입한 때, 그러므로 프로보그사는 42d7이 학습능력을 통해 뭔가를 원하게 되거나 인간의 '감정'과 비슷한 것을 가지게 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 결과 그 42d7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사이보그 회로의 '오류'라고 불릴만한 '감정'의 [일부]를 가지게 되었다.
- 라일라
화분에 심어진 노란색 꽃 한송이. 해일이 지역을 덮치기 전까진 한 사무실에서 주인을 즐겁게 해주는 아름다운 꽃 한송이였지만, 주인이 해일으로부터 피난간 후 홀로 건물안에 놓여져 있었다. 인파에 휩쓸려 양부모와 생이별하고 발에 밟혀 몸이 부서진 소년의 얼굴을 한 그것이 건물에서 깨어나 만나기 전까진. 소년이 제멋대로 꽃에게 라일라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
자, 이제 불타오르는 지옥의 도마 위로 가자꾸나.
댓글 26
-
에테넬
2006.11.07 05:01
...... 자폭 중???? -_-;|+rp2+|449|+rp3+|fiction_event -
Mr. J
2006.11.07 05:05
좀 더 보기좋게 수정해봤습니다. |+rp+|449|+rp2+|450|+rp3+|fiction_event -
아란
2006.11.07 05:59
자폭이군요.|+rp2+|452|+rp3+|fiction_event -
아란
2006.11.07 06:00
그나저나 저건 사이보그가 아니라, 안드로이드에 속한다고 생각해요.
사이보그는 인간의 두뇌를 제외한 교체가능한 모든 부위는 기계로 교체하는 개조 인간에 속한다고 알고 있어요.|+rp2+|453|+rp3+|fiction_event -
아란
2006.11.07 06:02
그나저나 작품 제출했으니까 자동적으로 칼 비평상 후보에서 탈락.|+rp2+|454|+rp3+|fiction_event -
에테넬
2006.11.07 06:06
.... 저는 에반 님을 추천~~~ -0-; |+rp+|454|+rp2+|455|+rp3+|fiction_event -
미라클짐
2006.11.07 06:21
웃고싶어하거나 울고싶어하거나 화내고 싶어한다는것 자체가 이미 마음이 있는게 아닐까요? 다만 몸의구조가 인간과는 달라서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거나 할수없는것일 뿐이지. 그리고 로봇의 죽음이 너무 갑작스러운것 같습니다.|+rp2+|456|+rp3+|fiction_event -
Mr. J
2006.11.07 16:54
ㅡㅡ; 묘사가 조금 부족했나요. 자폭이라니; 밧데리가 다 달은겁니다. |+rp+|452|+rp2+|473|+rp3+|fiction_event -
Mr. J
2006.11.07 16:55
그건 마음이 아니라 학습능력에 의해 자신이 사이보그라는 것과 자신은 지금까지 보아온 사람들처럼 감정표현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거지요. |+rp+|456|+rp2+|474|+rp3+|fiction_event -
미라클짐
2006.11.07 17:31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제가 사용하고 있는 노트북은 분명 제가 보고 즐기는 자료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게임할때는 관심없이 숫자 계산만 하고, 제가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릴때도 좌표검색만 하고, 하물며 제가 포르노를 볼때도 흥분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왜냐하면 제 노트북은 정보를 저장하고 불러올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소설상의 사이보그는 학습능력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분명 새로운 것을 배우면, 그것을 저장해두어서, 그정보를 새롭지 않게 만들고 기존의 정보와 응용을 할수 있다는 것일겁니다. 예를들면, 인간이 사람이 죽는 영화 "다이"를 보고 울었다라는 정보가 있다면, 사이보그는 사람이 죽는 영화 "데드"를 봤을때 울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사이보그는 더 나아가 인간이 울때의 정보들을 축적하여, 인간이 울때 거의 대부분 같이 울수 있게 될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울고 싶어서 우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언어의 의미는 두가지로 해석될수 있습니다. Extensional Meaning과 Intentional Meaning이 그것입니다. 설명을 해드리자면, 의자의 Intentional Meaning을 저는 사람들이 편히 앉아서 쉴때 사용하는 가구라고 풀이할 것입니다. 하지만, Extensional Meaning을 설명하기위해서는 저는 아무말 없이 옆에 있는 의자를 손가락으로 가르킬 것입니다. 왜냐하면 Extensional Meaning은 특정 단어의 의미 본질 자체를 요구하기 때문에, 개인이 이해하는 의미로는 설명할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면, 그 사이보그는 Intentional Meaning을 가진 정보만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사이보그는 저장된 정보들의 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약에 그 사이보그가 자기가 학습한 정보의 참의미를 이해할수 있게 된다면, 그래서 슬플때 울고싶어하고, 기쁠때 웃고 싶어하고, 화날때 찡그리고 싶어한다면, 그건 이미 보통 인간과 마찬가지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볼수 있겠습니다. "학습능력에 의해 감정표현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때문에..." 라고 하셨는데, 알기때문에 하고싶어한다 라는건, 보통 학습능력의 범위를 초과하는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약 제가 잘못 이해한 부분이있거나, 좀더 자세하게 설명을 하길 원하신다면, 추가설명 부탁드립니다. |+rp+|456|+rp2+|475|+rp3+|fiction_event -
Mr. J
2006.11.07 21:57
ㅡㅡ; 너무 길어서 패스!
사이언스 픽션이라지만 엄연히 픽션입니다. 너무 소설이 아스트랄하게 가는 것도 옳지 않지만 또 너무 사실적이고 과학적이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결론은 결국 엿장수 맘이라는 거지요.) |+rp+|456|+rp2+|479|+rp3+|fiction_event -
Evangelista
2006.11.08 00:31
젠장 작품 내면 후보 탈락인가... 심사나 할까. |+rp+|454|+rp2+|482|+rp3+|fiction_event -
Evangelista
2006.11.08 00:32
전제 자체는 이 깡통로봇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으로 들어가고 있고 깡통로봇이 자신은 마음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별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rp+|456|+rp2+|483|+rp3+|fiction_event -
Mr. J
2006.11.08 00:53
에반님은 현재 가장 유력한 칼비평상 후보인듯 한데. |+rp+|454|+rp2+|484|+rp3+|fiction_event -
Mr. J
2006.11.08 01:16
조금 읽어보았는데, 대충 사이보그가 인간이 어느 때 운다는 것을 배운다면 그 상황에서 사이보그도 울줄 안다는 것인가요? 어떻게 보면 옳은 말씀이실 수 있으나 사이보그가 '눈물'을 흘릴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셔야 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아주 세밀하게 진짜 인간처럼 만들어진 사이보그가 아니라면 눈물을 흘리는 것은 물론 땀을 흘리는 것이나 밥을 먹는 등의 행위는 불가능 하지요. |+rp+|456|+rp2+|485|+rp3+|fiction_event -
Evangelista
2006.11.08 11:52
이것저것 보다 보니 좀 헷갈리긴 하는데...
뭐 어쨌든 결론적으로 제가 보기엔 깡통로봇이 마음이랄 만한 것을 가지고는 있다는 게 전제 조건이 맞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음을 갖고 싶다는 것이 이미 일종의 욕구이기 때문이죠. 지금은 제이님과 짐님이 깔고 계신 기본 전제가 뭔지 영 헷갈려서 뭐라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군요.
딴 소릴 하자면, 전 기본적으로 소설의 Fiction은 지어낸 이야기라는 뜻일 뿐, 특히 그게 사이언스 픽션이 된다면 과학적인 고찰에 근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이 Fiction이라고 해서 너무 사실적일 필요가 없다면 현대 문예 사조의 근간이 되는 리얼리즘이란 것이 있어야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rp+|456|+rp2+|488|+rp3+|fiction_event -
Evangelista
2006.11.08 11:59
예를 들어 간담 뭐시기만 해도 빔을 그대로 방출했을 때의 문제를 덮어두기 위해 미노프스키 입자라는 개뻥 입자를 만들어냈죠. 그게 있으면 빔이 대기중에서도 걍 나가버린다는 설정을 잡고.
사이언스 픽션이란 장르가 리얼리즘처럼 극사실을 표방할 필욘 없겠지만 너무 작가의 취향대로 느슨하게 나가서도 곤란할 거란 게 제 생각입니다. 사실 창작이란 건 일반독자들에게 개연성 상의 의문을 느끼게 할 때부터 이미 틀어지기 시작하는 겁니다. 너무 말도 안 되는 악플성 의문은 제외지만-_-; 거기서부턴 기교의 문제겠죠.
한 예로, 카프카의 '변신'을 보죠. 이 작품, 주인공이 어느 날 벌레로 변한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을 잡고 시작하는 작품입니다만 그런 웃기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이상한 소릴 하는 작품이라 말하는 독자는 없습니다. 실존주의로서 인간 본질의 문제를 짚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SF는 틀립니다. 그저 작가 마음 가는 대로 허용치를 재며 창작하게 되면 그건 빤타지일 뿐이지 사이언스 픽션이 될 수 없습니다... |+rp+|456|+rp2+|489|+rp3+|fiction_event -
미라클짐
2006.11.08 12:20
맞는말씀이십니다. 그리고, 그 사이보그가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모든것은 말이됩니다. 하지만, 제가 이해하기엔 Mr.J님은 그 사이보그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표현하신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른각도로 한번 살펴 보겠습니다. 그 사이보그와 인간은 비슷한 지능과 학습능력을 가지고 있는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또한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질문을 할줄 압니다. 그리고 그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자기가 할수없는일들을 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그들의 차이점이라고는, 사이보그는 느끼는 감정을 외부로 표출할수가 없고 육체가 기계로 되어있다는데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 차이점이란것은 사실상 마음의 존재 유무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들입니다. 즉 인간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그 사이보그도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위에 필요없다고 생각되는 댓글들은 지우겠습니다.)
에반// 제가 Mr.J님의 의견, SF소설의 비사실성, 에 동의했던것은, 그때 다시 생각해 보니, 창조도시의 SF단편제란 비전문가들의 축제에서, 무리하는것은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rp+|456|+rp2+|490|+rp3+|fiction_event -
미라클짐
2006.11.08 12:22
**안가지고 있다고 표현하신것 같습니다. |+rp+|456|+rp2+|491|+rp3+|fiction_event -
Mr. J
2006.11.08 12:32
ㅡㅡ; 이제와서 바꿔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설정에 추가하도록 하지요.|+rp2+|492|+rp3+|fiction_event -
미라클짐
2006.11.08 12:46
감정을 일부를 가지게 되었군요. "한사람의독백"에도 많은 비평글들이 있으면 좋겠어요. 할 애기는 많을것 같은데...|+rp2+|493|+rp3+|fiction_event -
Evangelista
2006.11.08 13:42
확실히 아마추어리즘 입장에서 보면 그럴 법도 한 이야기이지요... 사실 제가 말한 것처럼은 당사자인 저도 쓰기 힘든 일이고...|+rp2+|494|+rp3+|fiction_event -
Evangelista
2006.11.08 13:44
뭐 결론적으로 감정이란것도 전기반응일 뿐이에요~♡ 후훗|+rp2+|495|+rp3+|fiction_event -
미라클짐
2006.11.08 13:52
맞습니다. 사고할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간으로써, 우린 추상적인 것들 (영혼, 마음, 감정) 같은 것들을 만들어 내었으나, 어짜피 모든 생물은 여러 입자들의 복잡한 집합체일뿐이니까요. 그러기에 궁극적인 로봇은 인간과 똑같은 기능을 할수 있게 될겁니다. |+rp+|495|+rp2+|498|+rp3+|fiction_event -
Evangelista
2006.11.08 19:35
아니 뭐 그렇게 단정지으면 인간이 너무 불쌍해지잖아요;;;; |+rp+|495|+rp2+|500|+rp3+|fiction_event -
미라클짐
2006.11.08 21:55
감정이 전기반응이 된 순간부터 인간은 이미 불쌍해지기 시작하는겁니다, ㅋㅋ. |+rp+|495|+rp2+|501|+rp3+|fiction_even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7642 |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 LiTaNia | 2008.09.08 | 903 |
7641 | A Tale That Wasn't Right | LiTaNia | 2008.01.12 | 903 |
7640 | 또다시 엇나간 이야기 | LiTaNia | 2008.08.14 | 902 |
7639 | 용족전쟁 [2] | 비너스뽕브라 | 2009.07.27 | 900 |
7638 | 지구멸망 | 카르고의날개 | 2008.08.18 | 898 |
7637 | 릴레이 리플 소설 [5] | 크리켓≪GURY≫ | 2008.01.14 | 896 |
7636 | 바람개비 홀릭 [9] | 영웅왕-룬- | 2008.03.17 | 895 |
7635 | [대사] 균열 [15] | 베넘 | 2008.01.13 | 894 |
7634 | 페이트.1 | 창월 | 2008.05.22 | 893 |
7633 | R.U.N [4] | 책벌레공상가 | 2007.07.04 | 892 |
7632 | 2, 8 그리고 플러스 1의 청춘 prologue [1] | 소나무 | 2008.09.06 | 891 |
7631 | [겨울E] 토끼가 웃는다 [10] | 페이스리스 | 2007.01.31 | 888 |
7630 | 또 다른 키라 [3] | 책벌레공상가 | 2008.07.01 | 888 |
7629 | 또 다른 키라 [3] | 책벌레공상가 | 2007.12.04 | 887 |
7628 | A Tale That Wasn't Right | LiTaNia | 2007.12.15 | 886 |
7627 | 사랑이 두려워서 (짤막글) | 늘보군 | 2008.09.10 | 885 |
7626 | A Tale That Wasn't Right | LiTaNia | 2007.12.09 | 885 |
» | [SF단편] 양철인간은 왜 마음을 가지고 싶어했을까 [26] | Mr. J | 2006.11.07 | 884 |
7624 | 정의는 킬러가 지킨다 [4] | 우중낭인 | 2008.01.07 | 883 |
7623 | ▒메카닉 폴릭스▒ 제 1화 [돌아온 헬 스톤] [1] | †HERO† | 2008.03.10 | 8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