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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MOON(門)

2006.08.18 15:41

단풍익 조회 수:20 추천:1

extra_vars1 잠자는 폐인 방의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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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얼마나 달렸을까?

“저, 저기... 잠깐만요. 너, 너무 힘들어요. 더 이상은 정말...”
“어, 얼마나 뛰었다고... 헥헥... 아이고 나 죽는다. 정말 나란 녀석 정말 약골이 되어버렸구나.. 헥...”

그다지 뛰지도 못하고 숨이 차서 다리를 멈춰 세운다.

“헉헉...”

한손으로 무릎을 잡고서 가쁜 숨을 몰아 쉰다.

“저, 저기.. 괜찮으세요?”
“아니. 하나도. 내가 죽어버리면 모두 아가씨 때문이야. 알았어?”
“죄, 죄송해요! 제발 죽지 말아주세요!”

꽤나 어리버리한 여자다.

정말...

“갑자기 소리 지르지 마. 귀 아프잖아.”
“네? 죄, 죄송... 합니다.”
“..... 그렇다고 너무 그렇게 풀 죽지 말라고 보아하니 우리 학교 학생 같은데 말이야. 이런 어두컴컴한 시간에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야?”
“그, 그게... 장 보는 것을 깜빡해서 급하게 근처 마켓으로 가고 있던 중이었는데...”
“저녁 준비라는 거야?”
“네. 그겁니다. 분명.”

“....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 어깨에 힘을 빼도록 해 아가씨. 이 정도 뛰어왔으니 여기는 안전하다고.”
“네!”

“.........”
“.........”

뭔가 굉장히 상대하기 힘든 여자다.

여러 가지 의미로 말이지....

그나저나... 저녁밥인가?

꼬르륵...

“..........”
“..........”

적절한 타이밍이로군.

으음... 디지털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정확도를 가진 내 배꼽시계가 울리는 것으로 보아서 대충... 11시 정도?

“... 저기 저녁... 아직 안 드셨나 봐요?”
“하하하. 뭐... 그렇지. 학교에 나와서 이런저런 일 때문에 집에 들어갈 수 없었거든.”
“저기.... 괜찮으시다면 저희 집에 가셔서 저녁밥이라도...”
“뭐?”

마, 말도 안돼.

정말 이런 전개가 현실에도 존재할 수 있었단 말인가?

“하.하.하... 농담이지?”
“에? 농담이라니요?”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

“오늘 처음 본 사람에게 저녁밥을 주겠다니... 조금 그렇지 않아?”

난처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물어봤지만...

이 어리벙벙한 여자는 약간 기분이 상했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서 뭔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오늘... 처음 본 사람인건가요?”
“뭐?”
“네? 아니. 아니요. 아닙니다. 아닙니다요. 절대. 정말. 하늘에 맹세코.”

........ 뭔가 어디선가 많이 봤던 패턴이다.

“.... 그, 그러니까! 선배님은 제 생명의 은인이시잖아요! 그러니 보답으로 저녁밥 정도는!”
“.... 새, 생명의 은인? 그렇게 위험한 상황이었던 거야?”

전혀 몰랐다.

뭐... 알았다면 날 보고 소리쳤어도 모른 척 전력 질주로 도망갔었겠지만...

“네! 생명의 은인이세요! 선배님은.”
“그런데... 선배라니?”
“네? 그야... 학교에서 선배님을 본 적이 있거든요.”
“아 그래? 난 전혀 몰랐네.”

정말 몰랐다.
백발의 여자아이가 우리 학교라니... 그것도 내 후배라니...

흐음... 후배?

“후배라... 으음... 왠지 모르게 후배라고 부르니까 뭔가 감동이 오는 걸?”

1학년과 2학년.

1학년들은 2학년들이 뭘 하든 관심이 없고

2학년들도 1학년들이 무슨 짓을 하든지 상관하지 않는다.

3학년들은 이미 수능이라는 이름의 악마에게 혼을 빼앗겨 있으니 말할 것도 없고...

아아... 정말 폐쇄적이구나. 우리 사회라는 거.

“저도 선배가 생겨서 기뻐요!”
“.... 아니... 생기고 어쩌고 할 게 아니라... 이미 우리 학교에 입학한 이상 2학년 녀석들은 모두 네 녀석 선배잖아...”
“.... 에... 그런가요?”
“응. 그런 거야. 그나저나... 이런 저녁에 아무리 생명의 은인이라지만 너희 부모님들이 허락해 줄 것 같아? 저녁식사.”
“네! 괜찮아요! 저 혼자 살거든요!”
“.......”

위험해... 정말 위험해 이 후배 녀석....

경계심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 볼 수 없어.

“후배여... 그대는 알고 있느냐? 남자는 늑대라는 사실을?”
“네?”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남자인 나조차 가끔씩 남자라는 생물을 혐오할 정도로 남자는 혐오 생물이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어?”
“에... 이해하려 노력해 보겠습니다!”
“............”

아아... 노력만으로는 이 험난한 세상 살아가지 못한다고~ 이 어리벙벙 여자야~

“.... 됐어. 안 되겠어. 넌 초등학교 때 미리 배워났어야 할 성교육이 필요해.”
“네? 무슨 말씀이신지?”
“.,.... 아니.. 성교육은 관계없나? 어찌되었든! 넌 남자라는 생물을 전혀 몰라!”

“아... 남자를 알면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가 아니라!!!! 방금 너 약간 위험한 말을 했어.”
“네? 위험한 말이라니요?”
“.... 아니야. 미안. 괜히 내가 신경이 예민해서... 신경 쓰지 마.”
“네... 그런데 선배님.”
“응?”
“서두르지 않으면 저희 집에서 주무시고 가셔야 할지도 모를 시간인데요?”
“........”

오늘 알게 된 여자 후배가 자신의 손목에 차여있는 손목시계를 나에게 보여주며 말하였다.

대충 시계 바늘은 12시에 가까워지려고 하고 있었다.

“,,,,, 아... 머리 아파. 그냥 될 대로 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