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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extra_vars1 갖가지 선택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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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운명의 전사들> 4화 갖가지 선택속에서...




다시금 장검을 한손으로 빼어들고 눈 앞의 거대한 퓨전형 로봇을 향해 겨누는 여성의 기체, 손가락을 쫙편 왼손을 여성의 기체를 향해 들며 초진동나이프를 쥔 오른손을 치켜드는 남중의 블랙남생이.

'한손이라지만, 너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꺼다. 어디 한번 지켜볼까?'

'제길...생각보다 힘들잖아. 구멍이 작아...역시 초진동나이프만으로는 이정도 밖에 뚫지못한건가...거기다 시야위치도 달라...빌어먹을...우웃!'

목구멍까지 올라온 비명소리를 내기도 전에, 어느샌가 여성의 기체는 블랙남생이 앞에 다가와선 장검을 치켜들고 뛰어올랐다. 급히 해치의 뚫린부분을 왼손으로 가로막는다.

챠캉!

귀를 찌르는 금속음. 한순간의 동작이라도 늦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가로막은 왼손은 그대로 잘라져버렸다.

"크윽!"

기체를 급속도로 후진시킨후, 다시 돌진. 그리곤, 빠른속도로 초진동나이프를 이리저리 휘두른다.
적응되지 않은 시야. 그런 시야로 맞출 수 있을리가 없다. 당연히 부스터에 불을 내뿜으며 크게 한바퀴 뒤로돌아 멀리 회피한다.

'제길. 쥐새끼같이 재빠르군. 헤드만...헤드만 파괴되지 않았다면...'

"후후. 놀랍군 애송이."

"뭐?"

갑자기 여성의 기체쪽에서 말을 걸어왔다. 남중도 외부음성(그냥 지었음. 말을 하면 밖까지 들리게 하는거에요. 누구 용어 가리켜주세요.ㅠ_ㅠ)버튼을 누르며 그에 응한다.

"무슨 소리냐."

"말 그대로다, 애송이 소년."

"뭐?"

"그정도 나이에 기체조종을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니. 칭찬해주지, 소년."

"흥. 그러는 그쪽도 칭찬해주지. 여자인데도 그정도로, 그것도 신체결합형로봇을 조종하는 걸말이야."

"후후 . 감사히 받아들이지. 하지만, 소년. 이제 그런 너의 헛소리도 끝일지도 모르겠군."

"뭐?"

피슈우우우웅 쾅 콰쾅 쾅

어느샌가 날아온 그레네레이드 런쳐 몇발이 기체의 우측에 모두 명중한다. 심한 충격이 온몸에 전해지며 블랙남생이는 쓰러진다.

"우아아아아아아악!!!! 윽...제...제길...방심했어..."

기체를 일으켜 세우며 주위를 둘러본다. 분명 멀리 있기는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포위당했다!

분명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채 기체들이...서서히(맞나?), 서서히, 서서히, 그들이 다가오고 있다. 총구를 블랙남생이를 향해 겨누며 다가오고 있다.

'바...바보같으니! 전쟁이였다는 것을 잊고 있었어...바보같이...젠장! 도저히 빠져나갈 방법이 없잖아. 그래. 공명! 원군을 보내준다고 말하지 않았나!'

급히 몸을 본진쪽으로 돌린다. 그러나...역시나, 올낌새는 커녕 아직 싸움도 끝나지 않은듯하다. 가끔씩 폭발같은 빛이 보일뿐이다.

'서...설마! 아직도 쿠르트 마이어와 싸우는 중이란건가...저...전투기로...아직도 싸우고 있단말인가...'

"후후후. 어떻게 하겠나, 소년."

"뭐?"

"이 상태로는 넌 죽는다. 반드시 죽어. 죽을 뿐이라고. 그런 젊은 나이에 죽기는 아깝지 않는가?"

"... 항복하라는건가?"

"그렇다. 새로운 세계를 위해서 힘을 모으지 않겠나?"

"후후. 그 새로운 세계를 위해서 만들어진것이 '녹스'다. 썩은 테라스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세계를 위해서 만들어진것이 녹스란말이다!!"

쿵 쿵 쿵 쿵

거대한 소리를 내며 다시 블랙남생이는 달려간다. 빠른 속도로,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그렇게 일직선으로 달려가 초진동나이프를 여성의 기체를 향해 박아버린다.
아니, 박아버릴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을뿐이다. 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땅을 향해 뻗은 자기 기체의 오른팔. 그리고 그렇게 잘려나가 떨어져버리는 오른팔뿐이었다.

처거덩

묵직한 소리를 내며 팔은 떨어져나갔다.

딱딱딱딱딱딱딱딱

이빨이 부닥치는 소리.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멋대로 부닥친다. 아니 요동을 친다. 꽤나 크게 들린다. 눈은 커다랗게, 매우 동그랗게 떠있다. 손이 다시 차가워진다. 히터는 최대로 틀어놓은 상태. 그런대도 너무 춥다. 그 상태로 손도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파워레버를 제대로 잡을수가 없다. 당연한것일까?
그의 눈앞에서 지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며 겨누어지고 있는 카타르를 본다면 누구나 말이다.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는 실력. 남중이 판단력을 순간적으로 잃고, 그냥 무작정 돌진할때 그녀는 결정적인 순간을 노렸다. 초진동나이프를 찌르기전에 오른팔을 뒤로 더 젖혀드는 순간을 말이다. 그 순간, 장검을 어깨쪽으로 던진뒤, 자신도 뛰어올라 카타르로 다시한번 어깨를 공격했다.
그리고 지금, 블랙남생이의 가슴쪽에, 정확히는 헤드가 있었던곳 주변에 착지한뒤, 남중 스스로 뚫어놓은 구멍속에다가 카타르를 집어넣어 정확히 남중의 눈앞에 갖다대었다.
그저, 그렇게 침묵만이 흐른다.

'이...이럴수가..고..고작 신체결합형따위에게...내가...이...내가... 처음부터 노린것인가..그 이야기를 꺼낼때부터...내가 이렇게 오길 기다린것인가. 판단력을 잃고 무모하게 돌진하기를...'

"자아, 졌지? 소년."

"그래..."

"그럼 아까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려주실까?"

"!! 아직도 듣길 원한단 말인가?!"

"뭐, 아직까진. 하지만 빨리 말해줬으면 하는데? 안 그랬다간 나도 네놈과 같이 총알 세례를 받을지도 모르거든. 얼른 대답을 들어야 되겠다. 늦으면 죽어도 원망하지 말길~. 자아, 마지막으로 묻는다. 항복하겠는가?"

카타르의 파장이 더욱 거칠어진다. 지금 대답을 들은뒤 바로 행동하겠다는 뜻이다. 항복? 아니면 죽음? 그에겐 지금 두가지 선택이 놓여져있다. 그것도, 시간이 절대로 충분치 않고, 정신적으로도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쩌면 좋지? 지금...그래. 내가 어린나이에 군에 들어간 이유. 새로운 세계를 위해서...내 손으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계를 위해서...하지만...적어도 테라스는 아니란 말이다. 부모님께도 그렇게 억지로 집을 나왔는데...테라스에 간다는 것은 말도 안된단말이다! 그렇다면...남은건...죽음인가...'

"하아? 시간이 없는데 어떡하지?"

"우욱!"

카타르가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비명을 지를새도 없이 그렇게 이젠 조금만 움직여도 그 파장에 먹혀버릴 거리에 와있다.

'어...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란말인가! 으으...나...나보고 뭘 어쩌란거야!!'

"혹시나, 테라스의 썩은 현실같은거에관해 고민하는 거라면 말이다."

"응?"

갑자기 파장이 없어지더니, 카타를 그대로 뺀다. 이윽고 신체결합형 기체의 헤드가 모습을 보인다.

"뭐어...나나 너나 별 상관도 없겠지만...으음...아아 어쨋든간에 그런건 상관없을거다. 썩은 테라스. 그게 뭐 어때서? 썩은 테라스가 그렇게나 싫다면 바꾸면 되잖아. 네손으로 말이야. 그렇게, '쿠르트 마이어'처럼 말야."

'쿠...쿠르트 마이어!! 바꾼다...세상을 바꾼다...썩은 테라스...그렇다면 그것도 바꾼다...쿠..쿠르트 마이어!!'

-어이, 소년. 허어 대단한걸 이름이 뭐지?

'응? 뭐지?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이 기억은...으으...'

-호오, 그래? 김남중이라고? 그정도 꼬맹이에 비해선 대단한 수준인걸!

'제길...정신이 혼란스러워서 제대로 기억이 나질 않아..그래..분명 이것은...'

-뭐어, 난 그냥 '제갈공명'이라고 부르라구.

'그래! 제갈공명! 그리고...여기서...'

-지금부터 넌 우리 녹스의 소위다! 녹스에 한사람이 되는거라고! 어때? 우리쪽에 들어오지 않겠어?

'그래..여기서고 그랬던건가...그리고 지금도...그와 비슷한 상황이군. 또 똑같이 생각할 시간을 주지않는군. 그때고 심란스러웠지. 그렇게 심란스러웠어. 부모님때문에...그리고...'



-우리들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거다!



'도대체...도대체 난 어쩌면 좋지....'

그리고, 서서히 카타르는 다시 남중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쿠르트 마이어가 중상을 입었다는 것은 현재 모두가 아는 상황. 기죽지 않고 녹스군의 '페이즈'몇대가 돔에게 공격을 가하기 시작한다.

투다다다다다다당

"우...우악!!"

뒤에서 조종석을 붙잡고 있던 신일은 더욱 꽉 조종석을 붙잡는다. 그러나, 쿠르트 마이어는 가만히 숨을 헐떡이며 영양제를 마시고 있었다.
돔에게 날아온 총알들은 일부만 명중했을뿐이다. 그리고 그 일부도 다 튕겨나가져 버렸다. 의아해하며 신일은 고개를 다시 든다.

"에에?"

"기겁을 한 상태에선 그저 무모하게 앞뒤 안 가리며 쏠뿐이지."

슈아앙.

폐달을 밟자. 돔이 이윽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발칸포와 바주카포를 양손에 든채로 그들의 진형을 정면으로 가로질러 들어가 좌우로 발칸포와 바주카포를 번갈아가며 난사한다.
돔이 지나가는 속력은 일반기체보다 훨씬 더 빠르다. 그런걸 알지 못한채, 기겁을 한 상태에서 제대로 겨냥도 하지않고 쏘는 탄환은 아군에게 날아갈뿐이다.
그렇게 발칸포와 바주카포로 마구 난사하고난뒤, 나머지는 아군의 기체에 의해서 정확히 다시 데미지를 주는것이다.

슈우우우우웅

180도 회전을 하고 돔이 멈춘 자리에는, 그것의 지나간 자취를 쓰러진 기체들의 폭발로 인한 불길이 명백히 알려준다.
그런 불길을 만들고 그 끝에 서있는 돔의 위용은 감히 뭐라 말할 수가 없다.
어느새, 탄환이 다 떨어진 두개의 무기를 버리고, 돔은 뒤에 있는 히트샤벨을 꺼내든다.

쉬이이이잉

고열을 내뿜으며 어둠속에서 빛을 바래는 돔의 히트샤벨. 불타고 있는 전장을 배경으로하는 깊은 밤, 어둠속에서 그렇게 밝은 빛을내는 히트샤벨을 들고, 돔은 그 위용을 다시한번 드러낸다.
뭐라고 할까...마치...악마가 나타났다는 듯...전장의 피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악마가 나타났다는 느낌을 모두 받았을것이다.

슈웅~~~~~~~~

그렇게 그들이 놀라고 있을동안 돔은 먼저 달리기 시작한다.



"우아아아아아아악!!!! 오...오지마!!!"

아까도 쿠르트 마이어가 보여주었듯, 놀라서 아무렇게나 난사하는 기체에겐 죽음만이 있을뿐이다. 히트샤벨을 정확히 기체의 조종석을 향해 집어넣는다.

파슈우우우욱

장갑이 녹아내리면서 축 늘어진 모습을 하는 '페이즈'. 그대로 돔은 양손으로 잡은 히트샤벨을 들어, 꽃혀있던 '페이즈'를 다른 녹스군의 기체들에게 던져버린다.
돔을 향해 날아가는 탄환은 엉뚱한 목표를 가격할뿐이며, 그대로 동료기체에게 떨어진 '페이즈'는 폭발해버리고 만다.
폭발의 충격으로 인해 나가떨어진 몇몇 다른 기체들. 그들이 일어설쯔음, 이미 그들의 뒤에 와있는 쿠르트 마이어의 돔은 다시한번 히트샤벨을 치켜들어, 그들을 사이좋게 한번의 일격으로 상하반으로 갈라버린다.
다시한번 일어난 폭발.
그리고, 그 순간을 이용해 다시 돔은 빠른속도로 쉴새없이 다른 목표를 찾아 달려간다.

'그렇군...그래...이것이 '전장의 악마'. 처음부터 계산해둔거였어. 지금은 알 수 있다. 지금 지나간곳은 옆에 언덕이 있다. 대강 탄환을 발사한뒤, 속력을 점점더 올려 아군들끼리 공격하게한다. 그리고 자신이 지나간자리를 그런 각인을 주어서 녀석들이 잠시 놀라는틈, 어느 한 기체를 공격해 폭발시켜 일시적 혼란을 준다. 그 틈을 이용해 언덕을 돌아서 반대편에서 출현. 어리둥절하는 기체들을 일격에 정확히 해치를 격파. 다시금 폭발이 일어나면 뒤쪽으로 돌아간다. 계산된것이군...그렇게...'

고개를 돌려 쿠르트 마이어를 바라본다. 숨을 헐떡이며 한쪽 팔은 파워레버만을 잡고 있다. 지금의 상태로 보아 단 한번의 충격을 받아도 쿠르트 마이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할듯한 상황. 그런 상태에서 숨은 헐떡이고 있지만, 날카로운 눈매는 평정을 잃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런 셈이다.
단 한번도 맞지 않을 셈이다. 그렇게 복수할 셈이다. 그리고...그것을 확인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은 컴퓨터 계기판의 숫자...

융합률 187%

'정말 말도 안되는 수치군...일반 사람들의 융합률은 평균 23%정도. 40~50%정도만 되어도 엘리트가 되는 상황에. 187%라니...거기다 지금 상황으로 보아서 이건 이분의 최대능력이 아니다. 무엇보다...아까부터 계속 수치는 오르고 있어. 도대체...도대체 이 분의 힘은 어느정도 인거지. 이것이 쿠르트 마이어...테라스의 대장.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최고의 파일럿. '전장의 악마'...'







쉬이이이이이잉

이곳은 다행히도 돌산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그런 작은 언덕들이 많은편은 아니지만 곳곳에 존재한다. 몸을 숨길정도로 큰것이 많진 않지만, 칠흑같은 밤속에선 유용하게 사용된다. 그런 지형을 이용해서 쿠르트 마이어의 돔은 이리저리 날쎄게 달리고 있었다. 폭발된 곳을 향해 다가가는 녹스군.
그렇게 녹스군은 눈치채지 못했다. 이 모든것이 계산된 것이라는 것을. 처음에 쿠르트 마이어가 신일과 만난 지점. 이미 그때부터 톱니바퀴는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어두운 밤이지만, 현재는 약간의 불빛이나 열도 감지가 가능하고 수도 우세한 그들은 그저 멋모르고 달려든다. 그런 그들을 약간씩 좁은 지형으로 유인하여 최대한 일렬로 진군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돔의 속력을 이용해서 어느샌가 그들의 한 행렬의 뒤쪽에 등장. 그렇게 그들을 하나둘 처리하는것이다.

슈아아아아아아아아앙

속력을 더 올려 돔이 한 기체에게 달려든다. 이를 눈치챈 녹스군의 기체는 재빨리 몸을 돌려 돔을 향해 총구를 겨냥하려 하지만, 돔은 대각선으로 단번에 쫙 그 기체를 갈라버렸다.
그대로 계속 돌격.
곧이어 두대의 기체가 그의 인기척을 느끼고 몸을 돌려 그레네레이드 런쳐(철자가 맞나?)와 발칸포를 난사한다.
속도를 계속 높여 제자리를 한바퀴 빙돌아 회피. 그대로 언덕뒤로 후진한다.
녹스군의 총구는 그대로 불을 뿜으며 언덕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어둠속에서 밝게 빛을 바래는 히트샤벨이 언덕위로 반짝거리며 날아간다.
총구도 그대로 똑같이 어두운 밤하늘에 홀로 빛나고 있는 히트샤벨을 향한다. 허나 보이는 것은 히트샤벨일뿐, 돔은 보이지가 않는다. 급히 헤드를 다시 내리려했을때, 두 기체의 카메라에 보이는 것은 오직 커다란 강철손뿐이었다.

쾅! 콰왕!

두기체는 동시에 날아가 땅에 곤두박질해버린다. 그리고 떨어지는 히트샤벨을 잡은 그 두손은 있는 힘껏 두기체를 단칼에 두동강 내어버린다. 그리고 번쩍거리는 모노아이(맞겠죠?)를 들어내는 돔.
그 장엄한 모습을 보이며 후방에서 녹스군을 쓸어버린다. 1대 다수의 싸움. 전투기에서부터 이어진 이 말도 안되는 싸움은 그렇게 끝나지 않고 있었다.









머리를 쥐어감싼다. 눈물이 흐르고 있는 두 눈동자는 이미 초점을 잃은지 오래다. 신음소리를 내며, 남중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어찌할줄 모른다.

'도...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거야.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 거냐구. 나는....나는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하는 거냐구!!'

눈앞에 보이는 것은 언제 자신을 삼킬지 모르는 카타르. 그렇게 가까이 다가오는 카타르. 18살 소년에게 이 선택은 너무 벅찬것이었을까.
덜덜덜거리는 턱이 열리며 남중은 드디어 입을 벌리려 할때...

삐삐삐삐

계기판에서 경보음이 울린다. 여성의 기체도 그 소리를 듣고, 머리를 내밀며 블랙남생이의 계기판으로 고개를 돌린다.

'레이더에 잡힌 한 물체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 뭐지? 이건...빠...빨라! 너무도 빨라! 뭐지? 이건!! 뭐...뭐야...버....벌써!!!!'

급히 몸을 돌려 레이더에 있던 방향을 향한다. 저 멀리서 뿌연 먼지를 뒤로 뿜으며, 무엇인가가 다가오고있다. 확인하기 위해서 카메라를 확대해서 바라보지만...

'뭐...뭐야? 아...아무것도 없잖아. 도...도대체.... 아닛!!'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뿌연 먼지속에서 미니 머신건의 탄환이 남중과 여성을 둘러싼 테라스의 기체들에게 발포된다.
갑자기 후방에서 나타난 적에게 테라스군은 우왕좌왕 못하고, 손쉽게 길이 뚫려버린다.

'칫. 연기속에 숨어있는 건가?'

피융~

여성의 기체는 뛰어올라 곧장 그 물체를 향해 날아간다. 카타르를 앞으로 내밀고 정면으로 돌진!
허나, 갑자기 그 물체틑 더욱 속력을 내더니 그대로 여성의 기체를 그냥 튕겨버렸다.

쿠앙 쾅 쾅

장갑이 파손되며 여성의 기체는 힘없이 나가 떨어진다. 곧장 그 물체는 블랙남생이의 해치에서 멈췄다.

휘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거센 바람이 좀전의 스피드로 인해서 불어온다. 이빨이 부닥치는 턱을 아직도 멈추지 못한채, 눈물로 뻘개진 볼을 드러내며 남중은 고개를 들었다.
2m정도의 신체결합형 기체가 있다. 곧 기체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봐, 괜찮아?"

"..."

"실성했군...안되겠어."

곧바로 그 또다른 신체결합형 기체는 남중을 두손으로 잡아서 끌어내더니 뺨을 마구 때린다.

짝짝짝짝짝짝짝짝

어느정도 됐다싶자 곧 남중을 흔들고는 다시 묻는다.

"이봐, 조종할 수 있겠어?"

"으..으응."

"좋아. 곧장 너희 본진을 향해 달려! 알았지?"

"어?"

"곧장 너희 본진을 향해 가라구!! 알았어?"

"으응... 알았어."

어느정도 정신을 차렸지만 여전히 패닉상태를 벗어나지 못한채 남중은 멍하니 정신융합센서를 낀다.
그리곤 그 기체의 파일럿 말대로 곧장 자신의 본진을 향해 달린다.

'후훗. 그래도 바보는 아닌가 보네. 저런 상태로도 조종은 할 수 있잖아. 좋아. 그럼 나도.'

기이이이잉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다시 불을 내뿜는 부스터. 그 의문의 기체는 날아올라서 남중의 진로방향쪽에 있는 테라스군에게 인정사정 볼것없이 마구 탄환을 쏘아댄다.
이에, 반격을 하며 총구를 하늘에 있는 기체를 향해 돌려 발포한다.
왼쪽. 오른쪽. 이리저리 움직이며 테라스군의 공격을 회피하며 그 기체는 발포를 멈추지 않는다.
미니 머신건을 한바퀴 돌려 그들의 앞쪽을 향해 쏘아댄다. 뿌연 먼지가 일어나며 테라스군의 시야를 방해한다.
블랙남생이가 안전하게 공격범위내를 벗어난것을 확인한뒤, 그 기체 또한 가려하는 찰나..

챠캉!

몸을 돌려 쏘려했을때는 이미 이상한 무기에 의해서 미니머신건이 두동강난 후였다.
역분사부스터를 이용해서 회피에 성공하고나서 보자, 카타르를 치켜들며 날고있는 신체결합형의 기체가 보인다.
흐르고 있는 이상한 전기파장은 누가 보기에도 위험해 보인다.

"후우, 대단한걸? 날 단번에 날려버리다니. 굉장해."

"..."

"뭐야? 고독한 녀석이군."

"그 충격속에서 살아있는 걸 봐선 그쪽도 보통이 아닌걸?"

"응? 어라? 설마 그쪽은..."

"어디, 이쪽 실력을 보여줄까?"

등뒤에 있던 거대한 칼을 꺼낸다. 양손으로 치켜들어 전투태세를 취하는 또하나의 신체결합형기체.
이에 질세라 남중과 싸웠던 신체결합형의 기체도 남은 한쪽손의 카타르를 그 기체를 향해 겨눈다.
이윽고...두 기체는 동시에 달려들었다.






푸슈우우우우우우우웅

이상한 금속이 녹아내리는 소리가 나며, 또다시 한대의 기체가 두동강이 나버린다. 장마비처럼 쏟아지는 탄환들은 언제나 돔의 앞에있는 아군을 맞춰버린다.
아니...맞추게 된다.
벌써 그렇게 10여대의 기체가 박살나버렸다. 일부러 동력로까지 파괴하지 않고는 녹스의 기체를 자신의 방패로 삼아서 싸우는 돔. 적들은 서서히 전의를 잃고 있었다.

"우...우아아아아아악! 괴...괴물이다!!"

"시...싫어. 저런 녀석과 싸우기는 싫다구!"

"이런 바보같은 놈들! 어서 쏴! 쏘란말이다! 적은 겨우 한대란 말이다!!"

"우...우아아악! 우린 죽을꺼야. 죽을꺼라고오!!"

확실히, 이리저래 어디에선가 뽑아온 민간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화. 녹스의 군이 어떤 상태인지를 잘 알려주는 대화이다. 하나 둘 두려움에 떨며 어기적거리다가 그렇게 돔의 먹이가 되어버린다.
이미 전쟁이라고 불릴 수 없는 이 싸움...엄연한 '사냥'이다.
수많은 겁모르는 토끼떼들이 벌인 호랑이와의 싸움. 아니...그의 칭호가 말해주듯, '악마'와의 싸움이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쿠르트 마이어는 그렇게 사냥을 하고 있었다.

"우하하하하하하하! 죽어라! 죽으라고! 모두들 죽어버려! 내 부하를 감히 몽땅 죽여버렸겠다!! 너희도 전부 한놈도 남김없이 죽어버리라고!!!"

"히이이이익! 사..살려줘어!!!!"

외부음성으로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도망가는 녹스의 한 기체. 그런것을 오히려 더 즐기듯 돔은 몸을 잠시 돌리더니 폭발음과 같은 소리와 함께 그 기체의 앞으로 나타난다.
갑자기 나타난 악마에게서 그저 입을 벌리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파일럿. 그렇게...또다시 히트샤벨이 먹이가 되려는 찰나...

투다다다다다다당

총소리가 울려퍼지며 돔을 향해 탄환이 또다시 날아간다. 슬그머니 뒤로 피한 돔이 히트샤벨을 치켜들며 발사된 방향으로 몸을 돌린다.

"아닛?"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는다. 자신의 귀와 눈을 의심하며 헤드를 이리저리 돌리는 순간...

까앙!

"우욱!!"

돔의 등뒤로 충격이 전해진다. 앞으로 주춤거리며 떨어지는 돔은 다시 중심을 잡고는 고개를 돌린다. 그러나 또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는다.

"이...이건 도대체....우욱!"

까앙 까앙 까앙 까앙

이리저리 맞부딫치는 금속음이 울린다. 돔의 이곳저곳이 무언가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다. 머리, 어깨, 무릎, 발등 이곳저곳 전신에 안당하는 곳이 없다.
주춤거리며 히트샤벨을 이리저리 휘두르지만 아무것도 닿지가 않는다. 그리고 다음 순간, 돔은 등뒤로 또다시 큰 타격을 받아 넘어지고 말았다.

"크아아아아아악!!!"

의자를 꽉잡고 있던 신일도 이리저리 부닥치고, 쿠루트 마이어도 안전벨트에 걸린채 앞뒤로 심하게 충격을 받는다. 허리쪽에서 피가 다시 터진다. 몸이 완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싸움은 이미 불가능한 싸움이었다. 싸우는 도중 죽어버린다 하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상처. 그 상처속에서 쿠르트 마이어는 무리하게 돔을 조종하고 있었다.
이마에 감았던 붕대에서도 다시 피가 흐른다. 눈밑이 검에지며, 쿠르트 마이어는 이를 악물고는 폐달을 밟는다.

"우으으으으으으윽!!!"

다시 일어서는 돔. 어디있는지 파악이 불가능한 적을 향해 히트샤벨을 치켜든다.

'허억. 허억. 허억. 허억. 도...도대체 어디있는거지..도..도대체...'

"우습구나. 꽤나 잘나가는 파일럿인듯 하더니 그 몇번의 공격으로 쓰러지는 거냐?"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소리. 여성의 목소리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귀울이며 돔은 이리저리 헤드를 돌린다.

"어디냐! 어디있는 거냐! 모습을 드러내라! 도대체 넌 누구냐!!"

"후훗. 어차피 죽을 놈이 그런 걸 알 필요는 없다. 간닷!"

그 소리가 끝나자마자 바로 엔진소리가 들려온다. 곧이어 부스터의 소리가 들려오더니 사방팔방에서 탄환이 날아든다.

"크윽!"

전속 후진. 그렇게 회피하며 히트샤벨을 탄환이 날아든 쪽으로 치켜든 찰나, 이번엔 하체쪽에 충격이 전해진다.

캉 쿵!

오른발이 무언가에 충격을 받으며 돔은 중심을 잃고 다시 넘어졌다. 손을 땅에 짚으며 일어서려는 순간, 이번엔 헤드쪽으로 충격이 전해진다.
다시금 쓰러지는 돔. 그리곤 조종석쪽으로 강한 충격이 연달아 이어진다.

깡깡깡깡

강한 충격에 의해서 돔은 제대로 일어서지를 못한다. 그 충격은 보통이 아니었다. 돔의 몸 전체가 진동하고 있었다.

"제길!"

기합을 내며 쿠르트 마이어는 파워레버를 밀며 폐달을 밟는다. 쓰러진 상태에서 부스터에 불을 내뿜어 빠져나오는 돔.
허리를 올리고, 불을 내뿜는 부스터를 이용해 금새 일어서며 히트샤벨을 치켜들지만 적은 또다시 보이지가 않는다.

'제길..도대체 어디있는거지..도대체...'

눈살을 찌푸리며 고뇌하는 쿠르트 마이어. 그 속에서도 여전히 손은 파워레버를 놓지않는다. 방금전의 상처로 융합률또한 크게 떨어졌다.
갑자기 일어난 이 상황에 녹스군또한 황당해하면서도 전황을 살핀다.
점점 흐릿해지며 힘없이 덮어지려하는 눈꺼풀. 조종석의 시트는 이미 피로 물들여져 색이 변해버렸다.
히트샤벨을 양손으로 꽉 움켜쥔채 돔은 알 수 없는 적과의 전투에 돌입했다.







"후우. 이건 꽤나 심한데."

심하게 파손당한 신체결합형 기체 옆에서 한 여성이 중얼거린다. 파란 단발머리. 밝게 반짝거리는 눈동자. 약간 작은키에 새하얀 피부.
입술을 삐죽내밀고는 한숨을 내쉰다.

"하아, 이거 정말...너무하는거 아닌가."

머리를 긁적이며 등을 돌린다. 그녀가 보고있던 쪽에는 수많은 테라스의 군의 로봇이 이리저리 쓰러져있다.
움직일 수 있는 기체들은 급히 녹스군쪽으로 달려갔지만, 쓰러져있는 고철덩어리들을 보아하니 아마도 반정도가 당한듯 한다.

"정말인지...대단하군. 정말 재밌는 하루야. 헤에...한방에 나가떨어지고, 그리곤 다시 한칼에 저많은 기체들을 저모양으로 만들었단 말이야. 정말 대단한 스피드군. 녹스군쪽으로 가던데 그 기체...이거원, 적이 또 늘은것인가."

피곤해보이는 반쯤감은 눈으로 하품을 하며 여성은 기지개를 켠다. 녹스군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다시한번 중얼거린다.

"후우, 보이지 않는 적이라. 이번엔 꽤나 강적을 만났는걸."

일어서며 돌아가는 여성. 한밤중의 전투중 하나의 전투가 끝이나고, 이제 또 하나의 전투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