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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팬픽 또 다른 키라

2008.03.14 20:31

책벌레공상가 조회 수:914

extra_vars1 안드로메다에서 현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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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연기가 지욱한 어두컴컴한 좁은 공간.


 


소위 PC방이라고 불리는 좁은 공간의 한 구석. 컴퓨터 모니터 주변에는 컵라면 용기들이 쌓여서 산을 이루고, 나무 젓가락들도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다. 어둠이 짙게 내리깔린 곳에 오직 모니터의 밝은 전자파 만이 구석을 비추고 있고, K의 눈은 종일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며, 손가락은 쉴새없이 키보드 위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누가 봐도 PC방에서 죽치고 앉아서 시간만 낭비하는 폐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듯하다.


K는 책상 위의 컵라면 면발을 젓가락으로 집어 후루룩 입안으로 삼켜 먹은 다음, 계속해서 키보드를 두들겨 댔다. 그녀는 지금 까페에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시작되는 게시글을 올리고 있는 중이였다.


 


[여러분들은 비탈즈의 노래를 한번 들어 보셨습니까....?]


 


 


....


 



3일 전,


KKI(Korean Kira Investigation : 한국 키라 수사본부)는 물론이고 온 국민들을 경악으로 몰아넣은 사건이 터졌었다.


 


 


그날은 어느 평범한, 한동안 잠잠하고 아직까지 별 다른 키라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토요일 오후였다.



한정숙 조사원은 문득 자신의 손목에서 시계를 보았다. 그리고는 혼잣말을 했다.
"앗, 벌써 시간이 되었네."
그러더니 정숙이는 쪼르르 거실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소파에 몸을 던지고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리모콘을 집어 들어서 TV 전원을 켠 다음, 체널을 돌렸다.
"생방송! 쇼~! 뮤직 지존!"
MC의 활기찬 멘트와 함께 방송은 On Air. 정숙이는 이미 TV에 빠져 있었다. 다른 KKI 조사원들은 왠지 못마땅하다는 듯이 한숨을 찼다. K는 뮤직 지존 따위에는 별 흥미는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MC가 나와서 유창하게 사회를 맡는다. 뮤직 지존 방송도 어느 새 후반부에 이르렀다.
"네! 드디어 결전의 순간이 왔습니다! 오늘의 TOP 1위를 가리는 시간! 4주 연속 TOP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기 가수 그룹 난방신귀! 이에 맞서는 새로 데뷔한 떠오르는 스타! 꽃미남 3인방의 대 반란! 마켓시-니어! 과연 TOP 1위의 자리는 누가 차지할 것인가!"
스크린에 난방신귀의 모습이 나오자 마자 환호 소리와 비명 소리들이 스튜디오를 가득 매웠다. 정말 요란한 소리였다.
정숙이는 말할 것도 없었고, 마켓시-니어의 꽃미남 3인방이 등장하자 K도 약간은 흥미를 가졌다.


 


TV를 보던 정인석은 약간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하여간....요즘 가수들은 노래 보다도 얼굴로 먹고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야. 아, 가수면 노래를 잘 해야지. 얼굴 아무리 잘생겨 본들 노래를 못하면 도대체 무슨 소용이야?"
그러더니 뭔가를 회상하는 듯 하면서 말했다.
"정말이지...요즘 가수들은 가수라기 보단 연애인에 가깝다니깐. 아, 옛날 비탈즈 시절이 그립군."
"비탈즈...말입니까?"
K가 문득 물었다.
"그래. 비탈즈.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가수라고 할 수 있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아. 그 감미로운 목소리로 [Yes, the day-]라든지 [Ready Bee], [Yellow Rocket] 등등 불후의 명곡들을 부르곤 했지."
그리고는 TV는 관두고 잠시 옛 추억에 잠기더니 혼자서 [Yes, the day-]를 부르기 시작했다.
"Yes, the day- allnight troops seem so far far far away kingdom......"
"좀 조용히 해. 이제 곧 결과 발표야. 인석아."


 



"이번 주 TOP 1위의 자리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마켓시-니어가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곧 이어 무대 위에서 흩날리는 꽃바람과 일부의 환호 소리와 대다수의 야유 섞인 절규의 목소리들.
그러거나 말거나, 마켓시-니어 3인방은 화려하게 무대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꽃다발을 받으면서 환하게 웃어 보였다.
"오옷. 가까이서 보니까 마켓시-니어 옵빠들 정말 잘 생겼다."
정숙이는 왠지 마켓시-니어가 좋아진 모양이였다.


 


"자, 이번에 TOP 1위를 차지하신 소감을 말씀해 주시죠."
MC는 자연스럽게 마켓시-니어에게로 마이크를 넘겼다. 마이크를 받아 든 마켓시-니어의 리더인 테디가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다.
"네, 감사합니다. 저희 마켓시-니어를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저도 처음에는 TOP 1위의 자리를 차지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이렇게 TOP 1위 자리에 오르게 되니까 너무...긴장이 되고 떨려요. 전 지금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정말이지, 지금 죽어도 한이 없을 것 같아요. 우선 이 기쁨을 저희 부모님에게 바치고 싶고요, 그리고 이 자리에 서 있는 팬들에게도 바치고 싶어요. 여러분! 앞으로도 우리 마켓시-니어를 많이많이 사..."


 


다음 순간,




 


"...커억!"
소감을 말하던 테디가 갑자기 마이크를 떨어트리고 가슴을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괴로운 듯이 앞으로 그대로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테디 옆에 서 있던 다른 마켓시-니어의 두 맴버들도 가슴을 움켜잡으며 괴로워 하며 그 자리에 주저않았다.
"크으......억!"
그리고는 그들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서 일어나지 않았다.
곧 이어서 화면이 바뀌었다.
[방송사고-시청에 불편을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
TV를 보고 있던 KKI 조사원들은 경악을 했다.
"키라다! 키라 사건이 터졌어!"
KKI는 순식간에 비상 사태에 돌입하였다. 정숙이는 충격에 빠져 방금 전에 일어난 사건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대략 정신이 멍해졌다.
"어째서....마켓시 니어 옵빠들을......"


 


K는 동요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직감적으로, 뭔가 짐작이라도 가듯 천천히 컴퓨터를 두드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여러분, 일단은 진정하시고. 여기를 봐 주시겠습니까."
K는 컴퓨터 모니터를 보여 주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완전소중 난방신귀 팬클럽 까페 1호점♡♡♡]에 접속해 있었다.



"보다시피,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난방신귀 팬클럽 까페입니다. 회원수가 이미 10만명을 돌파했으며, 지금도 하루에도 수백명씩 새로 가입을 하고 있는 한창 뜨고 있는 까페이죠."
그리고 K는 마우스 클릭을 몇번 해서 [자유 게시판]으로 들어갔다.
"다음 게시글은 사건이 일어나기 불과 몇분전에 올라온 게시글 중 하나입니다."
필터링 시스템에 의해 일부 부적절한 욕설이 ○로 처리되긴 하였지만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 데 지장은 없었다.


 



[마켓시-니어 ○○가 ○치고 있네]


 


노래도 ○○○○○같은 ○○게 ○○네염
감히 우리 난방신귀 옵빠들하고 비교가 되나요?
지 주제를 알고 설치지 말고 ○○ 방구석에나 있을 것이지
마켓시-니어 분명히 망한다 그 ○○ 노래 들어줄 ○도 없어
- 용자재키 마누라 [08.03.07 17:32:28]


 


 


[덧글들]


 


요즘엔 ○○○○들이 설친다니깐염 정말 짱나염 - 냥냥줄리에 [08.03.07 17:32:48]
옆자리에 마켓시-니어 노래를 듣고 다니는 ○○가 있길래 패줬어요. 나 잘했죠? - 내꼬얌2382 [08.03.07 17:33:21]
마켓시-니어 너 설마 절대 그럴리는 없겠지만 TOP 1위 하기만 해봐라 쥑여버린다 - 민지1414124 [08.03.07 17:33:49]
○○ ○같은 ○○○가 ○○○○○하네 ○○○○○○ ○○○ ○○○○ - 딸기가좋아♡ [08.03.07 17:34:11]


 



"...짐작 가시겠습니까?"
K는 뒤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위 정황으로 미뤄 보았을 때, 키라는 분명히 난방신귀의 광신적 추종자 중의 하나로 봐도 좋겠습니다."
그리고는 이어서 말했다.
"키라는 마켓시-니어가 TOP 1위의 자리에 오르게 되자, 도저히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TOP 1위의 자리는 언제나 난방신귀가 차지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키라는 마켓시-니어 맴버들의 이름을 데스노트에 적어 죽인 것입니다."
조사원들은 왠지 일리있다는 듯 하면서도 주저했다.
"하지만....키라가 그들 중에 있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설혹 키라가 그들 중에 있다고 해도, 10만명이 넘는 회원들 중에 키라를 어떻게 찾아낼 셈이야?"


"알겠습니다."
K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말했다.
"시간을 좀 주십시오. 3일 이내에 반드시 키라를 잡아내도록 하죠."


 


 


...


 



그리하여 오늘이 3일째,



K는 PC방 구석에서 종일 틀혀박혀 있었다.
3일전 일을 회상하는 사이에 K는 게시글 작성을 마치고 게시판에 업로드를 하였다.
"꾹."


 



[여러분들은 비탈즈의 노래를 한번 들어 보셨습니까....?]


 


요즘 가수들은 진정한 노래실력 보다는 외모로 승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들 노래실력이나 가창력 보다는 자신의 외모를 가꾸기 위해 몇백억씩 하는 성형수술을 하고, 지방 흡입술을 하는 등 가수로써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웃기는 점은 외모가 뛰어날수록 사람들은 그 가수가 노래 실력이 훌륭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정말 바보같은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난방신귀를 사랑하시는 여러분,
가창력이나 노래 실력에 상관없이 그들의 외모를 사랑하시는 여러분,
여러분들은 비탈즈의 노래를 한번 들어 보셨습니까? 외모가 아닌, 노래실력으로 승부를 하는 가수들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들어 보셨습니까?
그들의 불후의 명곡 [Yes, the day-], [Ready Bee], [Yellow Rocket] 등을 한번 들어는 보셨습니까?


난방신귀가 아닌 다른 가수들의 노래는 형편없다고 말하고 그들을 싸잡아 욕하고 비난하기 전에, 먼저 그들의 노래를 한번 들어보고나서 그런 소리를 하십시오.
이 세상에는 훌륭한 노래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 점을 알아 두십시오.
- K코일K [08.03.10 14:11:09]


 



잠시 후,
K가 올린 게시글에 답글이 들렸다.


 



비탈즈 ○○○○가 뭔데? ○○ 그런 가수도 있나? 보나마나 대충 부르다 망한 ○○○○이겠지 ○○○○○야 - 민지1414124 [08.03.10 14:13:49]


 



K는 그 답글 밑에 답글을 달았다.


 



민지1414124//비탈즈는 1963년에 1집 앨범 [Press Press Me]로 데뷔한 이래로 [Yes, the day-], [Ready Bee] 등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주옥같은 노래들을 불러 1965년에는 그랜드 펜윅 공화국으로부터 명예 귀족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비록 1970년에 해체되긴 하였지만 그 이후에도 그들의 노래는 지속적으로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음악의 영원한 살아있는 전설입니다. 그리고 욕설은 좀 자제하세요. - K코일K [08.03.10 14:16:32]


 



이어서 답글이 달렸다.


 



○○ ○치지 마라 아무리 유명해도 난방신귀 옵빠만큼 하겠어? 음악의 전설이라면 ○○ 나도 알고 있어야 정상이자나 근데 난 그런 듣보잡 ○○○○는 모르거든? ○○○○○ ○○○○○○○나 먹고 ○○○○○해라 ○○○○○○○○ - 민지1414124 [08.03.10 14:17:57]


 


 


계속해서 답글에 답글이 달렸다.


 



 


 


 


잘 알지도 못하시면서 함부로 말씀하시지 마시죠. 전 세계적으로도 난방신귀 팬 보다도 비탈즈의 팬이 훨씬 더 많습니다. 거기다가 비탈즈는 40여년 동안이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당신의 난방신귀를 좋아하는 마음은 이해가지만, 좀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봐 주었으면 합니다.- K코일K [08.03.10 14:21:21]


 


 


○○○○○아 니가 그렇게 ○○ 잘났나 니가 뭔데 난방신귀 옵빠를 까는건데 ○○○○○○○ 죽어라 비탈즈 ○○○○○○○○○○ ○○○ ○○○○○ 너도 뒈져라 ○○○ ○○○○○ ○○○○ ○○○○○○○○○○○○○ ○○○○ - 민지1414124 [08.03.10 14:21:49]


 


 


비탈즈의 주요 맴버들은 대부분 이미 21세기 이전에 죽었습니다. 이미 늦었군요.


그럼 저라도 죽일 생각입니까? 마켓시-니어 멤버들을 심장마비로 죽게 한 그 방법으로? - K코일K [08.03.10 14:22:11]


 


 


"!!!"


순간 무언가 멈칫하는 듯 했다. 잠시 답글이 올라오지 않았다.


 


 


전 지금 당신의 바로 맞은편 컴퓨터에 있습니다. 고개를 한번 들어서 보시죠. 키라. - K코일K [08.03.10 14:25:03]


 


 


그 말에 K의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벌떡 일어섰다. K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마켓시-니어 사건 이외에도 이전에도 유사한 사건들이 있었죠. 저는 그 사건들에서 난방신귀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사이버 수사대의 협조를 얻어 이전 유사사건들과 관련되어 난방신귀 팬클럽 까페에 올라온 게시물과 덧글들의 IP 추적 조사를 한 결과, 공통적으로 당신이 이 PC방에서 까페에 덧글을 달았던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는 또 이어서,


"당신은, 난방신귀를 너무나도 좋아한 나머지, 난방신귀 이외의 다른 가수가 난방신귀를 앞서가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자들을 모조리 데스노트 조각에 이름을 적어서 심장마비로 죽게 만들었죠."


그리고는 외쳤다.


 


"키라는 바로 당신입니다!"


 


 



 


민지는 순간적으로 K를 밀쳐냈다. 그리고는 PC방 문 쪽으로 황급히 뛰어갔다.


순간적으로 바닥에 넘어진 K는 이내 다시 일어나서 민지의 뒤를 쫓아 달려갔다.


"도망가도 쇼용 없습니다! 거기 서십시오!"


"너 같으면 서겠냐?"


민지는 황급히 계단을 여러개나 단숨에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는 난간을 짚으며 코너를 돌았다.


그러나,


민지가 짚은 난간이 갑자기 허물어 지듯 맥없이 꺽어졌다. 그 바람에 난간이 부러져서 민지는 균형을 잃고 말았다.


 



 


민지는 그만 난간과 함께 아래로 추락하였다.


 


쾅!


 


 


뒤늦게 쫓아온 K가 부러진 난간 사이로 내려다 본 것은 5층 건물 아래로 추락하여 그 자리에서 숨진 민지의 싸늘한 시신이였다.


그 광경을 보면서 K는 낮은 목소리로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