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상자 속 그 고양이는 울고 있었을까

2010.09.07 16:42

윤주[尹主] 조회 수:111 추천:2

extra_vars1
extra_vars2 1491-1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수건을 한 장 먼저 주어 몸을 닦게 한 다음 아이의 신과 양말은 스텝 실에 들여놓았다. 다른 수건을 꺼내어 물기를 닦아주려 머리를 만지니, 아이는 움찔거리며 손길을 자꾸만 피했다. 사람 손길 한 번 타지 않고 자란 고양이 이미지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이는 그야말로 소녀처럼 수줍고, 연약하게만 보였다. 손길을 자꾸 피하는 등 귀염성 없는 건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뭐랄까, 톡 쏘는 맛이 그때까지는 없었다. 처음 초밥을 맛볼 때, 생선살에 덮인 연 겨자 맛을 모르고 입 안에 넣었던 것과 유사하달까.



 이 때 나무 의자 위에 앉아 있던 소녀는, 이런 비유가 용서된다면, 아직 품 안에 감춘 녹색 연 겨자 맛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이제 막 입에 넣은 초밥과 같았다.



 첫 변화를 느낀 건 소녀가 젖은 몸을 대충 닦은 직후, 핫쵸코 한 컵을 들려줬을 때였다. 하얀 머그컵을 받아들고 그 안에 든 내용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소녀는 조금씩 할짝대며 그 따뜻한 음료를 천천히 맛봤다. 그러고 보니 이것 역시 고양이랑 비슷하다.



 여전히 손님은 오지 않아 가게 안에는 나와 소녀 단 둘뿐이었다. 밖에는 비가 쏟아져 창문을 두드릴 뿐 지나치게 고요해서, 때때로 세상에서 이 가게만 따로 떨어져 나온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주방과 스텝 실을 포함한 가게 부지는 네모반듯해, 만일 그렇게 세상과 따로 떨어져 나온다면 밖에선 하나의 상자처럼 보일 터였다. 상자 속 고양이라……. 어째선지 이 상황은 무척이나 낯이 익었다. 어디선가 들은 듯, 혹은 읽은 듯.
 여하간 침묵이 지속되는 건 견딜 수 없이 지루하고 또 어색하기만 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소녀가 불안해할지 모르고, 또 나 역시 사람 목소리가 그리워 건전지도 없는 라디오를 켜려고 연신 전원 스위치를 눌러보지 않았던가. 그래서 물었다.



 "그러고 보니 집은 어디야? 어쩌다 혼자 돌아다니고 있었어?"



 마른 대걸레를 가져와 바닥에 떨어진 물기를 닦아내다 겨우 적절한 질문을 찾았다 싶었다. 적당히 평범하고, 쓸데없는 걸 묻는 것도 아닌데다 상대방을 돕고자 한다는 의사가 드러나 있다. 안타깝게도 그렇게 생각한건 그 자리에서 나뿐인 듯했다.



 소녀는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았다. 어째서 그런 걸 묻는지, 왜 그걸 묻는지 모르겠다는 양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틀림없이 질문에 이상했던 점은 없다고 여겼기에 나는 소녀가 그런 반응을 보이자 무척 당황했다.



 소녀는 차분하게 어른스런 어조로 말했다.



 "진짜 궁금한 건 그게 아니잖아요? 눈치 보지 말고 물어요."



 작지만 낭랑한 목소리는 퍼붓는 빗소리에도 묻히지 않고 똑똑히 들려왔다. 나는 두 번이나 놀라서 넋을 놓고 여자, 아니 소녀를 보았다. 그 목소리에 한 번, 그 말뜻에 또 한 번.



 내가 진짜 궁금해 하는 것이라니, 대체 뭘까?



 "알고 싶은 건, 제가 누구인가죠?"



 아, 그랬었지. 소녀가 준 답에, 나는 쉽사리 납득해버렸다. 사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내가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를, 자기 자신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있을 리 없으니까.



 그럼에도 소녀는 제멋대로 내 의도를 확정지은 후, 제 입맛에 맞도록 대화를 이끌며 요리해갔다. 처음부터 어리다고 얕본 게 잘못이었다.


 


=====================================================================================================================



 소녀의_역습.txt(두둥!)


 


 ...죄송합니다.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하도 많이들 이러고 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