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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Seven Stars

2010.09.05 07:11

乾天HaNeuL 조회 수:160 추천:2

extra_vars1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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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룡의 권능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문이 열렸다. 힘을 줘서 연 것도 아니었고, 그들이 그 앞에 서자마자 자동으로 열린 것뿐이었다. 그들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그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자마자 보통의 미노타우르스와는 확연히 다른 존재가 거대한 왕좌에 앉아 거드름을 피우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것이 몇 천 년 만에 보는 인간들의 모습이군. 호오, 다크 엘프에 드워프까지 보게 되다니 실로 감격의 눈물이 흘러나올 지경이군. 크하하하하!”
  왕좌에 앉아 있는 괴물들의 왕이 크게 웃기 시작하자, 지면이 마구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당신이 미노타우르스의 왕입니까?”
  “겁도 없는 애송이군. 예의를 갖추지도 않은 채 왕 앞에 서있는 네 놈은 뭐냐?”
  “…….”
  거만하기 짝이 없는 것이, 마치 제국의 황제를 보는 것 같았다.
  “흥, 신족이 거드름 피우는 것과 똑같이 행동하는구먼.”
  “쉿!”
  포티스가 나지막하게 불평을 털어놓자 아무르가 급히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며 주의를 주었다. 다행이 그 말을 왕이 듣지는 못한 듯 보였다.
  “나의 이름은 베리타스입니다. 사실 나의 왕도 아니며, 한 나라의 국왕도 아닌 존재에게 예의를 갖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 참 재미있는 녀석이군. 내 앞에서 당당하게 말을 하는 놈은 처음 본 것 같다.”
  빛나는 붉은 눈동자로, 역시 타오르는 붉은빛을 지닌 베리타스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그 왕은 또다시 폭소를 터뜨렸다. 오랜만에 찾아온 재미거리에 흥분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그래 네 놈은 여기에 무슨 일로 찾아왔나? 이 하찮은 지도를 찾으러 왔나?”
  미노타우르스의 거대한 몸에 비해 턱없이 작아 보이는 지도를, 그는 하찮은 휴지조각 취급하듯 집어다 던졌다. 베리타스는 천천히 떨어진 지도를 향해 다가가서 그것을 주어 들더니 환한 미소를 얼굴 가득 떠올렸다.
  “그것참 고맙군요. 이렇게 잃어버린 물건을 도로 돌려주시다니 말입니다.”
  “건방진 놈. 크하하하. 그러나 너는 재미있는 놈이다. 나중에 찢어 죽일만한 가치는 있다.”
  “…그것도 고맙게 생각해야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 녀석이 공격할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녀석만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떨어진 지도를 줍기 위해서 움직이던 와중에, 문득 좌우를 살펴보았는데, 어둠 속 저편에서 붉은 안광이 비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들의 주인은 그다지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고, 또한 수가 장난 아니게 많다는 것도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여기에 불필요한 존재들이 너무 많군요.”
  “그래, 저 놈들은 멍청하기 짝이 없어 불필요하지. 그러나 이 미궁을 탐사하기에는 저 놈들만큼 좋은 놈들도 없다. 웬만해서는 죽지도 않으니 말이야.”
  “…미궁을 탐사하게 했다는 겁니까?”
  베리가 그 왕에게 물었다. 그 왕은 하품을 길게 하더니 귀를 후비며 입을 열었다.
  “저 놈들의 정신을 조정하는 것은 나에게는 살아 있는 인간을 삼키는 것만큼 쉬운 일. 그 놈들을 움직여 미궁 모두를 탐사하는 것은 아주 간단했다. 그러나 봉인 장치를 찾아내지는 못했지.”
  “봉인 장치는 앞으로 더 찾으실 필요 없을 겁니다. 저희가 부셨으니까요.”
  “알고 있다. 아까 전에 어떤 놈이 와서 알려주더군. 기분 나쁜 놈이었지만, 뭐 좋은 소식을 전해주었으니 씹어 먹지는 않고 돌려보내 주었다.”
  “그러면 왜 아직 이곳에 있는 겁니까?”
  베리타스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얼굴에 다 알고 있다고 쓰여 있는데, 뭘 묻는 건가?”
  “…….”
  미궁의 왕이 서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녀석은 다른 미노타우르스들보다 성인 남자 키만큼 더 클 정도로 육중한 육체를 자랑하고 있었다. 주먹 하나가 인간보다 더 컸으며, 그것에 맞기만 해도 골로 갈 것으로 보였다.
  “오랜 만에 슬슬 시작해 보고 싶기도 하나, 네 놈들의 실력 테스트부터가 먼저이겠군. 내 불쌍한 부하들이 배가 고프다니 말이야! 흐하하하하!”
  그 거대한 공간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이 흔들리기 시작함과 동시에, 어둠 저편 속에서 붉은 안광으로 그들을 노려보던 미노타우르스들이 울부짖으며 뛰쳐나왔다.
  녀석들은 이제까지 만나왔던 다른 놈들과는 달리 조금 더 커 보였다. 무기도 훨씬 좋은 것을 사용하는 것 같았는데, 마치 왕의 친위 무사대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이렇게 될 것 같았죠. 하지만 이런 건 너무 시시합니다.”
  매우 긴박한 상황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지만, 여유로워 보이는 베리타스의 모습에, 그 왕이라는 존재는 살짝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그는 이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포티스가 자신이 들고 있던 검은 상자를 개봉하였다. 그 안에는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뚜레가 가득 들어 있었는데, 보통 소한테 사용하는 것보다는 크기가 좀 더 컸다. 그는 그것을 모두 땅에다 쏟아 부었다.
  스페란자가 아주 간단한 주문을 외우자, 그것들이 공중으로 붕 떠올라 사방팔방으로 날아갔다. 그리고는 정확하게 녀석들의 코를 꿰뚫었다.
  “…….”
  왕은 말없이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붉은 안광을 뿜어내며 미친 듯이 달려들던 자신의 부하들이 갑자기 멈추어 섰다. 녀석들의 눈동자가 서서히 맑아지더니, 소의 그것과 똑같이 되었고, 그 뒤에는 아주 온순해 졌다. 들고 있던 무기까지 땅에 내려놓은 채, 그것들은 단지 이리저리 방황하기만 하였다.
  “여길 만든 녀석에게 아주 고맙다고 해야겠군. 게다가 이런 좋은 무기도 얻고 말이야.”
  포티스가 녀석들이 떨어뜨린 무기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무기, 즉 대형 전투 도끼를 집어 들면서 말하였다. 아무르 역시 대형 검을 하나 챙겨 들고는 요리조리 휘둘러보고 있었다.
  “네 놈들이 어떻게 약점을 알고 있는 것이냐.”
  그 왕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상당히 낮은 음성이었지만, 벽을 미묘하게 진동시킬 정도로 강한 힘이 실려 있었다. 사람에게 엄청난 위압감을 가져다주는 위력이 담겨 있었다.
  “이 미궁인지 뭔지 하는 것을 만든 녀석이 그림을 그려서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주더군. 저놈들도 소라고, 코뚜레에 그냥 힘을 못 쓰니, 그것참 웃기다고 생각하지 않나? 큭큭큭.”
  “…오랜 세월 동안 숨겨 왔던 약점이 이제 밝혀졌으니, 사람들이 가진 녀석들에 대한 공포심이 많이 사라지겠군. 하지만……!”
  녀석이 서있는 곳에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졌다. 마법진은 똑바로 응시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들이 다시 눈을 떠 그곳을 바라봤을 때에는 왕의 손에 거대한 전투 도끼가 들려 있었다.
  “그렇게 내버려둘 수야 없지. 네놈들은 여기서 죽을 테니. 게다가 세상은 다시 한 번 나에 대한 공포로 나를 경배할 것이다! 크하하하하!”
  천장이 흔들리며 돌가루가 떨어졌다. 벽이 갈라지기 시작하며, 곧 이곳이 무너져 내릴 것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잠시라도 그곳에 남아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문밖으로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베리, 이제 어쩔 셈이야? 네 말대로 지도도 찾았고, 미노타우르스의 약점이 확실한지도 확인했어. 게다가 녀석을 도발시키기까지 했는데…….”
  “어쩔 셈이냐고? 누나,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야? 이미 말했듯이, 녀석을 이 미궁의 진정한 중심부로 유인한 다음에 거기서 그 장치를 부수면서 그 파동에 휘말리게 해야지. 다 설명했었잖아.”
  “하지만……!”
  “이것저것 신경 쓰지 말고 지금은 뛰어!”
  미노타우르스의 왕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지만, 녀석의 힘이 더욱 강대해지는 것을 피부로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온 지면과 벽과 천장에 금이 좍 가기 시작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고, 일부 지역은 실제로 붕괴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에게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었다.
  “더 빨리!”
  제일 앞에서 달리고 있는 사람은 안내역인 기수였다. 그는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최단 루트를 머릿속으로만 찾아내어 그곳으로 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여기서 왼쪽, 두 블록 더 간 다음에 오른쪽. 다시 왼쪽, 그리고 오른쪽.“
  길처럼 보이는 곳이 실제로는 길이 아니라 벽이거나 함정 지대였고, 벽처럼 보이는 곳이 실제로는 길인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그가 지나가는 길만큼은 절대적으로 안전했기 때문에, 뒤따르는 사람 모두 그만을 쫓아갈 따름이었다.
  “다 왔다!”
  마침내 그들은 미궁의 최종 중심 지역에 도착하였다. 기수가 바로 그 문 앞에 섰는데, 그것은 인간만을 허용하는 것처럼 크기가 사람 사는 집의 문과 비슷했다. 다만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손잡이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 문 어떻게 열어요?」
  기수가 고개를 돌려 루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루리는 문 앞에 바짝 다가가서 거기에 쓰여 있는 수많은 숫자들을 관찰하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너 정말 수학 약하구나. 이런 간단한 문제도 못 푸는 거야? 고3인데?」
  「난 초등학교 이후로 수학책은 펴보지도 않았다고 했잖아요! 수업시간에는 딴 짓만 했고요.」
  「자랑이다.」
  루리는 기수에게 면박을 준 다음, 다시 눈을 문에 쓰여 있는 숫자들에 고정시켰다. 그것은 상당히 복잡한 확률 계산 문제였는데, 도대체 누가 이런 문제를 만들었는지 심히 궁금해졌다.
  「이 문을 만든 사람과 미궁을 만든 사람은 같겠지?」
  「그럴 거에요.」
  「도대체 누구인지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네.」
  「아마 미궁 건설자는 다른 세계의 사람일 거예요.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복잡한 문제를 낼 수가 없겠죠. 이 세계에는 기초적 산술 계산만 있는 것 같던데.」
  대화를 나누던 와중에 루리가 그 문제를 풀어냈다. 이제 답을 알았으니 그 답을 가지고 문을 여는 일만 남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답은 영이야. 무슨 수를 사용해도 절대 이 확률은 발생할 수 없어. 그런데 도대체 무슨 확률 계산을 시킨 거지?」
  루리의 답을 듣고 난 뒤 기수가 시선을 돌려 문의 좌우와 상하를 살펴보았다. 특별한 것은 없었다. 문에도 문제만 적혀 있을 뿐 특별히 다른 점은 없었다. 그렇다면 문 근처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 특별한 장치가 있다는 것인데, 그곳이 어딘지는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왜 그래, 형?”
  “그렇게 뜸 들이지 말고 뭐라고 말 좀 해보게. 도대체 알아먹을 수 없는 말로 떠들어대니 영. 혹시 사랑 이야기라도 한 건가?”
  포티스가 짜증을 내며 물었다. 옆에 있던 아무르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하였지만, 그런 것은 그의 귀에 들리지도 않았다. 지금 그가 절실히 원하는 것은 문을 여는 방법뿐이었으니. 물론 그것은 다른 세 사람도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답을 알기는 했는데, 그걸 가지고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네요.”
  “답? 그게 뭔데 형?”
  “영이라는데.”
  “그게 저 이상한 숫자와 기호들을 가지고 알아낸 거야?”
  기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답하였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 거야?”
  “그걸 어딘가에 적든지 해야 문이 열리는 장치가 된 것 같은데, 그곳이 어디인지 모르겠어.”
  “그것 참 큰 문제군. 그러면 그냥 부시면 간단한 거 아니겠나!”
  새로운 무기도 생겼겠다, 이 참에 무기의 강도 시험이라도 해보겠다는 심산인 듯싶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채 말리기도 전에, 포티스는 양 손에 침을 뱉더니 도끼의 자루를 강하게 움켜쥐고는, 아주 강한 힘으로 휘둘렀다.
  “으아악!”
  도끼의 날이 문과 부딪히는 순간 포티스는 괴성을 지르며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무슨 조화로 튕겨간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문에서는 어떠한 이변도 벌어지지 않았었다.
  “괘, 괜찮으세요?”
  “크으…, 저거 뭐야? 도대체 난 왜 이곳까지 날아온 겐가?”
  베리타스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서는 포티스는 매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몸에 다친 상처라고는 전혀 없었고, 그저 엉덩방아만 찧었을 뿐이다. 그는 터벅터벅 문까지 걸어 간 다음에, 거기에 긁힌 상처도 전혀 없는 것을 보고는 더욱 놀라워했다.
  “도대체 이 문은 뭔 재질인가? 문에 날이 부딪힌 것까지는 느낌이 왔는데, 그 다음부터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네. 뭐라고 할까. 수면 위로 도끼질 하는 느낌? 뭐 그런 기분이었네.”
  “흠…, 저기 스페란자 씨. 약한 마법을 한 번 사용해 주실 수 있겠어요?”
  “알았다.”
  간단한 주문도 없고 시동어도 필요 없는 1써클의 마법을 발동시켰다. 생각만으로도 날아가는 마법의 화살이었는데, 안전을 위해서 좀 떨어진 거리에서 날렸다.
  “…….”
  그 이후에 벌어진 일 때문에 그 누구도 입을 열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그 화살이 문에 닿는 순간, 포티스가 뒤로 튕겨나간 것 마냥 그대로 튕겨져 나갔던 것이었다. 만약 스페란자가 그 자리에 계속 서있었다면 큰 봉변을 당할 뻔하였다.
  “이거… 영이라는 답을 통해서만 열 수 있게 장치가 되어 있나 보네요. 혹시 모를 침입자를 대비하기 위한 것인지…….”
  “그렇다면 저 문을 열 방법 자체를 기술하지 않았겠지. 원하는 답을 바른 장소에 답한다. 그것이 문을 여는 방법임은 틀림없잖아?”
  “하지만 형. 올바른 장소가 어디인지를 알 수가 없잖아.”
  베리타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하였다. 기수도 그 반응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직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분명히 이 공간 어디 간에 답을 적는 올바른 장소가 존재할 터였다.
  “일단 지도를 다시 줘 봐. 혹시 내가 외우지 않은 것이 있나 보게.”
  “어? 어. 여기.”
  기수는 베리에게서 건네받은 지도를 땅 위에다가 펼쳤다. 미궁의 제일 중요한 제 삼 중심부였지만, 지도에서는 그 지역을 구석에 표시해 둔 상태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문외에는 다른 표식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마도 지도 제작자조차 저 안에 들어가 보지 못한 것 같아. 문제를 풀 수 있었을지 없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풀더라도 그 해답을 적는 곳을 몰라서, 들어가지 못했나 봐. 이 부분만큼은 아무런 설명도 없고.”
  용족어로만 거의 적혀 있어서, 만약 적혀 있다고 해도 해석하지 못할 터였다. 그러나 아무 것도 안 적혀 있다는 사실은, 그 지도를 만든 드래곤도 이 장소만큼은 잘 모른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공간에 답이 있나?”
  그는 벌떡 일어섰다. 여전히 문 앞에 서서, 그 문제가 무슨 확률을 계산하는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루리에게 다가갔다.
  「누나. 혹시 이 공간에 뭔가 특별한 수학적 의미라도 있어요?」
  「수학적 의미?」
  그녀는 기수의 말을 듣고서야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하늘 높은 곳에 올라가 내려다보는 것이 가장 정확할 터였지만, 이곳에는 천장도 있고, 또 그럴 만한 상황도 못 되었다.
  「그냥 삼각형 같은데.」
  「별다른 의미는 없는 거예요?」
  그들이 지금 서있는 곳은 삼각형의 한 꼭지점이었다. 그들이 이 장소로 들어온 곳도 역시 삼각형의 한 꼭지점이었다. 마지막 꼭지점에는 아무 것도 없었고 그저 벽이 존재할 따름이었다.
  「일단 저 벽으로 가 보면 뭔가 알 수 있을 지도.」
  「네, 제가 가볼게요.」
  그는 급히 그곳으로 달려갔다. 벽을 손으로 더듬으며 열심히 관찰하였지만, 별달리 얻을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다시 루리에게 돌아가서 아무 것도 없었다고 알려 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 뒤, 턱에 손가락을 가져다 댄 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삼각형을 이루는 각 꼭지점과 각 모서리들을 계속 눈으로 훑어가며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때로는 발걸음을 옮겨서 양 팔을 펼쳐서 모서리들의 길이도 재 보았다.
  「여기 처음에는 몰랐는데, 정삼각형인 것 같아.」
  「정삼각형?」
  「그렇다면 올바르게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삼각형의 중심부…….」
  정삼각형이라면 모든 중심이 단 한 곳에 집중될 터. 그녀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서 그곳으로 향했다.
  「여기야.」
  「흐음…….」
  루리가 가리키는 곳을 기수가 몸을 바짝 숙여 관찰하였다. 어느새 그들 옆으로 다른 사람들이 다가와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런 장치도 없는 것 같은데요.」
  「그래…….」
  실망스런 표정의 기수의 얼굴을 보고, 루리가 말끝을 흐리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아니 그러려고 하였는데, 갑자기 그의 말을 듣고서 그만 두었다.
  「아니, 왠지 찾은 것 같아요!」
  그녀는 급히 시선을 땅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기수의 신발과 다리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실 기수의 외침은 그녀 자신에게서 아주 멀지 않은, 그러니까 바로 옆에서 들린 것이었다.
  그가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키는 곳을 보자, 그녀를 포함한 다른 일행들 모두 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까지 눈을 들어 천장을 바라본 적이 없었다. 그 동안 그들 위에는 평평한 천장만이 존재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공간만큼은 전혀 달랐는데, 왜냐하면 천장이 뾰족했기 때문이었다. 세 개의 벽 모두가 정확하게 정삼각형을 이룬, 다시 말하자면 그 공간은 정사면체였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해당되는 곳은 땅도, 벽도 아닌 바로 이 공간의 중심부인 저 위겠네.」
  가야할 곳이 키가 닿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에, 기수는 스페란자에게 공중으로 자신을 띠워 달라 부탁하였다. 스페란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간단한 마법을 발동시켰고, 기수의 몸이 서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는 루리가 알려준 곳에서 멈춰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바로 그 장소라 생각되는 지역을 손을 휘저어 찾기 시작하였다. 마침내 그의 손에 뭔가가 부딪히는 느낌이 났다.
  “찾았다!”
  환한 미소와 밝은 목소리로 모두에게 그것을 알렸다. 그는 투명한 것도 아니라 말 그대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지의 물체를 꾹 붙잡고, 서서히 땅으로 내려왔다.
  “이거 계속 공중 위로 튀어 올라가려고 하는데, 빨리 어떻게든 해야겠어요!”
  사람의 손에서 마구 빠져나가려고 몸을 비틀어대는 애완동물 같았다. 아니 그것보다 더한 느낌이었다. 마구 요동치는 것이 계속 잡고 있기에 버거울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거기다가 펜으로 영이라는 숫자를 써야 하는 거야?”
  “그러고 싶은데, 손을 조금이라도 펴면 그냥 빠져나갈 것 같아.”
  두 손으로 움켜 준 채, 품 안에 고이 간직해야만 간신히 붙잡을 수 있을 상태에서 무슨 수로 숫자 영을 새길 수 있을까? 그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냥 원래 있는 곳에서 쓰면 되잖아.”
  “…….”
  “…….”
  아무르의 말을 듣고 나서야, 기수는 자신이 매우 무식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와 또 어쩔 줄 모르며 생각만 하던 베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 의견에 따랐다.
  기수는 그것이 원래 있는 장소로 가기 위해, 스페란자에게 다시 부탁하였다. 마법의 힘이 그의 몸을 휘감자, 그가 천천히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 미지의 물체가 원래 있는 공간을 향해 점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요동치는 횟수와 위력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이 본래 있던 곳에 도착하자, 살아 움직이던 그것은 죽어 잠든 것 마냥 움직임이 사라졌다. 이제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형 받아요!”
  베리는 스페란자의 힘을 빌려, 휴대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펜 하나를 기수에게 건네주었다. 기수는 그것을 받아 들고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존재감마저 느껴지지 않는 그 물체에 영이라는 숫자를 새겼다.
  검은 잉크가 그 물체에 영이라는 숫자를 표시했다. 그와 함께 갑자기 강렬한 빛이 보이지도 않던 물체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이윽고 마치 레이저 빔처럼 변하여 들어가고자 하는 문을 비추었다.
  무지개빛깔의 빔이 문을 비추자, 그 문이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문으로 다가가서, 웅장한 장면을 바로 그 앞에서 지켜보았다.
  마침내 중심부와 그들을 가로막던 문이 사라졌다. 그들은 두려운 마음과 호기심 가득 어린 마음을 가지고 그곳 안으로 발을 들여 놓았다.
  “우아…….”
  들어가자마자 탄성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미궁 안에 이런 공간이 존재할 수 있다니 실로 놀라웠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안에는 수많은 꽃들과 나무들이 있었다. 각종 식물들에 더하여 귀엽게 생긴 새들이 날아다니고 있었으며, 토끼와 같은 조그마한 생명체들이 땅 위를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지상낙원이 이런 곳이구나.”
  그들은 탄식하며 주변을 바라보다가, 문득 자신들이 방금 전까지 있었던 공간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그 짧은 통로가 사라진 것이었다.
  “뭐, 뭐야? 길이 완전히 사라졌잖아? 어떻게 된 거야?”
  당황해하며 주변으로 시선을 이리저리 옮겨 보았다. 그제야 안 것이었는데, 그 공간은 말도 안 되게 드넓었다. 마치 중국의 고대 설화들에서 나오는 것처럼, 배를 탔다가 무릉도원에 들어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아마도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곳에 있다고 묘사된 그 장치를 찾아내는 일인 것 같네요.”
  “그런데 무슨 수로 찾나? 여긴 비정상적으로 넓네. 아니 애당초 이렇게 평화로운 분위기에 젖게 된다면 그 장치인지 뭔지를 찾기도 전에 포기한 채 안락한 삶을 즐기려고 들겠지.”
  포티스가 주변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하였다. 베리도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시선을 돌려 기수를 바라보았다.
  기수는 이 공간에 관해서 열심히 루리와 토론 중이었다. 그들이 가진 과학적 지식에 공간에 관한 것도 어느 정도 있었는데, 그런 지식의 수준을 넘어선 것에 대한 경의감에 가득 찬 상태로 말이다.
  「이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야. 어떻게 이런 공간을 만들 수 있는지, 생각조차 할 수가 없어. 그 미궁이 그렇게까지 클 수 있어?」
  「미궁이 있는 산 자체의 크기는 한정되어 있어요. 따라서 두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우리는 전혀 다른 곳으로 왔을 수 있다는 것과, 혹은 한정된 공간 안에 무한한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가 이곳을 만들었다는 것이죠.」
  「네 생각은 아마 후자인 듯싶네.」
  그녀의 말에 기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애당초 공간을 비틀어 가면서 특별한 미궁을 만들어낸 존재이다. 그런 존재라면 한정된 공간에 무한한 공간을 집어넣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닐 터였다. 그리고 또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존재했다.
  「만약 이곳이 전혀 다른 곳이라면, 미궁의 공간을 비트는데 사용한 그 장치가 이곳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니까요. 물론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말이에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지금 저희에겐 시간이 얼마 없어요. 녀석은 길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데다가, 이제는 봉인 장치도 없어서 밖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어요. 그러니 빨리 그 공간 제어 장치를 조작하여 녀석을 우리 곁에 불러야 해요.」
  매우 긴급하게 일을 처리해야했지만, 지금 그들이 있는 곳에는 아무런 단서도 존재하지 않았다. 눈을 들어 이곳저곳을 살펴봐도 보이는 것이라고는 드넓은 평야뿐이었다.
  “어이 기수 친구. 이제 어쩔 셈인가? 이곳엔 아무 것도 없고, 돌아갈 길도 사라져 버렸는데, 우리는 여기서 눌러 지내야 하는 건가? 이렇게 따분하고 재미없게 생긴 곳에서?”
  “찾아 봐야죠. 뭔가 있는지, 없는지.”
  “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잖아. 어떻게 찾겠다는 건가?”
  포티스는 거칠게 말하며 과장된 행동을 취하였다. 왠지 모르게 초조해 보이는 것이 조금 이상해 보였다.
  사실 초조함을 감주치 못하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취하는 사람은 포티스 뿐만이 아니었다. 베리도 아무르도, 그리고 늘 침착함을 유지해 오던 스페란자도 낌새가 이상했다. 지금 이 공간에서 여타한 변화도 보이지 않는 사람은 기수 자신과 루리 뿐이었다.
  ‘이상하다. 이 공간에는 사람을 현혹시키는 뭔가가 있는 게 분명해. 그런데 왜…….’
  왜 자신들은 아무런 영향을 받고 있지 않는지 궁금했다. 그의 시선이 저절로 루리에게로 향하였다.
  「아마도 우리는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니까 그런 것 같아. 우리 둘의 공통점은 그것뿐이잖아?」
  「그럴 것 같네요. 그렇다면 이제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저와 누나밖에 안 남은 거예요. 뭔가 눈치 채신 거라도 있으세요?」
  「아니 전혀. 지금으로서는 아무 것도 알 수 없어.」
  이제는 춤까지 춰가면서 발광을 하기 시작하는 포티스, 꿇어앉아서 바닥에 손가락으로 뭔가를 그리고 있는 베리타스, 먼산을 보며 깔깔대고 있는 아무르, 그리고 훌쩍거리고 있는 스페란자 등, 다들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제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그 둘은 잠시 그들에게서 떨어져 나와 한적한 곳으로 이동했다. 마침 큰 나무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시원한 나무 그늘 안에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여기의 계절적 시점은 여름인 것 같네요. 대충 초여름인가?」
  「봄인 것 같은데. 여름치고는 그렇게 덥지 않잖아?」
  「그런가.」
  변변치 않은 대화가 오고간 다음에 침묵이 흘렀다. 그것도 아주 긴 시간 동안의 침묵이었다.
  그는 점점 더 초조해지기 시작하였다. 봉인 장치가 풀렸으니 이제 녀석은 마음대로 날 뛸 텐데. 이미 녀석이 밖으로 나간 것은 아닐까? 나가서 마을로 향해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살육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러 가지 불길한 생각들이 머리에 가득 차서, 해결 방법을 찾을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문득 기수는 시선을 하늘로 들어 올렸다. 아름다운 구름과 따뜻한 빛을 뿜어내는 태양이 그곳에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누나. 저기 하늘 좀 봐보세요.」
  「하늘?」
  「구름 보이시죠?」
  「그런데, 그게 왜?」
  기수가 가리키는 곳으로 루리는 시선을 고정시켰다. 뜨거운 태양과 더불어 구름 몇 점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지금 저 태양 눈부시다고 생각되시나요?」
  「…….」
  이상했다. 태양을 맨눈으로 보게 된다면 시력이 저하될 수 있으며, 심각하면 실명까지 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따라서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태양 자체를 맨눈으로 볼 수 없고, 또 보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 공간에 있는 저 태양은 전혀 눈이 부시지 않았다.
  「그리고 태양 주변을 가리고 있는 구름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어요. 마치 뭔가 규칙적으로 배열되었다고 해야 하나. 모양도 뭔가 대칭적 느낌이 들고요.」
  그것이 단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는 구름들이 아홉, 열, 열하나, 열둘. 그리고 태양이 하나. 뭔가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루리는 그 안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대충 의해할 수 있었으며, 또 지금 그것을 머릿속으로 계산하여 해답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저게 뭔지 대충 알 것 같아.」
  「예? 정말요?」
  「저 구름들은 태양으로부터 일정 거리만큼 떨어져 있어. 정확하게 말하자면 각 구름들의 중심부라고 해야겠지.」
  구름의 모양은 제각각 이었지만, 대략적 모양은 정확하게 좌우 대칭이었다. 그런 구름들의 중심이 어디인지 찾아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 중심과 태양까지의 거리는 모두 똑같았다.
  「원의 정의는 한 정점으로부터 동일 거리만큼 떨어진 점들의 집합이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구름들은 정확하게 태양 주변에만 머물러 있잖아. 간신히 저 원형이 보일 정도로만 공간이 있고.」
  「그렇다면 그 원을 가리고 있는 구름들만 골라서 지우거나 없애거나 뭐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건가요?」
  그 질문에 그녀는 잠시 망설였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생각이 맞는지는 몰랐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그러면 무슨 수로 저 구름을 지우죠?」
  「…그거야, 네가 생각해야지.」
  「…….」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걱정거리는 다 버려두고, 룰루랄라거리며 꽃들과 동물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 갔다.
  「나 혼자 생각하라고요? 너무해요!」
  등 뒤에서 그런 소리가 들린들 말든, 그녀는 귀를 닫은 채 눈앞에 있는 아름다운 것들에만 신경을 집중하였다. 아무래도 현실도피인 것 같았다.
  혼자 남은 그는 다시 생각에 빠졌다. 방금 전의 그 말이 정답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고, 만약 그 방법이 옳다고 해도 실행할 사람이 없었다.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존재만이 이 공간에서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들에게는 저 구름을 어떤 초능력적인 힘을 사용하여 사라지게 하는 것은 불가능할 터.’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그 생각이 옳은지 확인해 보기 위하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걸어가서, 귀여운 동물들과 놀고 있는 루리를 강제로 끌고서는, 태양과 지면이 수직으로 만나는 지점으로 옮겨갔다.
  「너 대답해졌다?」
  「누나. 여기가 태양과 지면이 수직으로 만나는 지점이에요.」
  근처에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를 하나 주어다가 그곳에 꽂았다. 꽂는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그는 급히 그 지점을 파보았더니, 돌도 아니고 금속도 아닌 희한한 물체가 그 안에 고정되어 있었다.
  「뭔가 찾은 것 같네요.」
  「지금 네 말은 여기를 중심으로 하는 원을 하나 그리자는 거지? 저기 하늘에 있는 그 원과 동일 크기의?」
  「예. 지금 여기서 그걸 계산하실 수 있는 분은 누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여기는 레이더 같은 천체 거리 측정 장비가 하나도 없는데, 무슨 수로 그 거리를 계산하겠니?」
  「그, 그러네요.」
  너무 마음이 앞섰던 탓이었을까, 그는 잠시 잊어버리고 있던 사실을 깨닫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갑자기 그들이 찾아낸 희한한 물체에서 이변이 발생하였다. 그 물체에서 강렬한 빛이 하늘로 향해 솟구쳐 올라가더니, 마치 공중에 디스플레이가 있는 것처럼, 말도 안 되는 글자들이 연이어서 나타났다. 그것들은 수학적 기호들이었는데, 루리가 그것들을 보더니 빠르게 계산을 하기 시작하였다.
  「참 친절하기도 하셔라. 저런 장치까지 마련해 주다니 말이야. 답을 알았어. 나의 보폭을 생각한다면……」
  그녀는 그 중심부에서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두 걸음,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보폭이 조금이라도 달라지지 않도록, 아주 신경 쓰면서 말이다. 물론 인간이기에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거의 비슷한 곳까지 이르렀다.
  「한 100m는 넘게 온 것 같네요.」
  「오차가 있으니까 이 주변을 다 파봐야 할 것 같은데.」
  「그럴 줄 알고 스페란자 씨의 단검을 가져왔어요. 이것 외에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으니까. 물론 그분에게는 미안하지만.」
  단검을 가지고 땅을 훑기 시작하였다. 조금씩 움직여가며 이상한 물체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단검 끝에 걸리는 미묘한 느낌이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를 선사해 주었다.
  「이제 문제는 600m도 넘는 길이를 다 파야 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을 하려던 찰나에,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그는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하였다.
  「누나 일단 이 선 밖으로! 전 다른 사람들을 대피시킬게요!」
  「응! 알았어.」
  그녀는 일단 원 밖으로 나갔다. 기수는 급히 달려가서 아직도 정신 줄 놓고 있는 다른 네 명을 억지로 끌고서 원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이거 놔! 놓으란 말이야!”
  괴성을 질러대며 투정을 부리는 어린 아이처럼 행동하는 그들을, 원하는 곳으로 보내는 것은 참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고, 그들 모두가 원 밖으로 나가자, 거대한 빛이 테두리를 따라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하늘 위에 떠있는 그 구름들을 모조리 날려 버렸고, 마침내 그 뒤에 가려져 있던 것이 무엇인지 그들에게 알려 주었다.
  「아름답다.」
  아름다운 보석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그것도 한두 가지 색도 아닌 다양한 빛깔들이 모인 최고의 아름다움이었다.
  “응? 우리가 뭐하고 있었지?”
  “그, 글쎄요.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데요.”
  이제야 제정신이 돌아온 그들은 어안이 벙벙한 채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나 또 다른 이변이 발발하여 그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주변 공간이 갑자기 일그러지기 시작하였다. 그들과 태양과의 거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아름다운 보석과도 같은 그 물체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눈앞의 물체가 그토록 찾던 바로 그 장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기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또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그렇게 그는 신비로운 물체를 향해 다가가, 그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이 아름다운 그것에 닿는 순간 맹렬한 빛이 주변을 완전히 삼켜버렸다.
  “윽!”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빛은 한참동안이나 주변을 환하게 비추었고, 사라지는 데까지는 대략 1분여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 빛이 사라지자, 그들은 조심스럽게 눈을 떠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하였다. 주변에 드넓게 펼쳐져 있던 초원이 사라져 놀라 그런 것도 아니었고, 공간이 완전히 변하여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들 앞에 서있는 한 존재 때문에 말을 할 수가 없는 것뿐이었다.
  “최종 보스 등장이군.”
  포티스가 떨리는 음성으로 간신히 입을 뗐다.
  그의 말처럼 그들의 눈앞에는 거대한 체구를 지닌 미노타우르스들의 왕이 서있었다. 단지 그 존재만이 그들 앞에 서서, 그들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그들을 으깨 죽일 심산으로 거대한 무기를 든 채 말이다.
  “보고 싶었다. 그 동안 어디서 무얼 했는지 참으로 궁금했지. 그래서 네 놈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똑같은 장소에서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내 몸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더군. 하지만 다행이야. 네 놈들을 다시 만나게 되어 정말 다행이야. 크하하하하하!”
  주변은 더 이상 동굴이 아니어서 무너질 일은 없었다. 그들이 지금 위치해 있는 곳은 거대한 산의 정상이었고, 얼마나 높은 산인지 주변은 눈으로 덮여 있었다. 하지만 추위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은 극도의 긴장감과 공포감에 휩싸였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애송이.”
  “저 물체를, 이대로 날려버려요, 포티스 씨!”
  “그거야 내 전공이지!”
  두 말 할 것도 없이 맹렬하게 보석처럼 생긴 물체를 향해 달려들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 없었지만, 자신들은 그 물체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고, 녀석의 몸은 바로 그 물체 옆에 있었다. 따라서 이대로 그것만 폭파시키면 원하던 일을 성취시킬 수 있을 터였다.
  포티스의 거대한 도끼가 그 물체에 부딪혔다. 그 망할 문과 부딪혔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는 확실히 날이 그 안으로 파고들었고, 그 안에 있던 에너지가 폭주하는 것을 금방 눈치 챌 수 있었다.
  “검은 요정!”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스페란자가 마법으로 그의 몸을 급속 텔레포트시켰다. 여러 가지 과정을 생략한 마법인지라 위험성이 컸지만, 적어도 저 물체가 폭발하며 생긴 공간의 틈새에 빨려 들어가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었다.
  “Shield!”
  투명한 장벽이 그들의 몸을 휘감자마자, 거대한 폭발이 발생하였다. 핵폭탄이 떨어진 것보다 더 강렬한 폭발이 터졌지만, 이상하리만큼 그 반경이 작았다. 그 이유는 그 폭발 안에 블랙홀과 같은 것이 생겨 주변에 있는 것들을 마구 집어 삼키기 시작하였기 때문이었다.
  “뒤로 물러서요!”
  그들이 있는 곳도 안전하지 않았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다리를 움직여, 그것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가려고 하였다.
  “으윽, 빨려 들어간다!”
  하지만 몸이 점점 뒤로만 당겨졌다. 도저히 멀리 떨어질 수가 없었다. 점점 그것과 가까워졌고, 마침내 그 이상한 물체 안으로 빨려 들어가려던 찰나, 갑자기 또 다른 폭발이 발생하였다.
  “으악!”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다가, 갑자기 한쪽이 줄을 놓아버린 것 마냥, 그들의 몸은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그들은 땅에 쓰러졌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모든 것이 안전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하지만 그것은 크나큰 착각이었고, 섣부른 판단이었다. 시선을 돌려서 방금 전 또 다른 폭발이 발생했던 곳을 바라보자, 입을 다물래야 다물 수 없게 되었다.
  “어, 어떻게……!”
  그 공간에 가장 먼저 빨려 들어갔을, 그래서 공간의 틈새에 갇혔을 그 존재가 그들 앞에 당당하게 서있었다. 약간의 충격을 받은 것인지, 몸에는 몇몇 긁힌 상처자국이 있었고, 그것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고작 이깟 공간의 일그러짐에 빨려 들어갈 내가 아니다. 크크큭, 어쨌든 매우 즐거웠다. 이제 그만 가거라.”
  녀석의 손에는 대형 도끼가 들려 있었는데, 그것은 이제까지 봤던 것들과는 비교자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컸다. 왕이 그것을 한 번 휘두르자, 가장 앞에 서있던 포티스가 괴성을 지르며 뒤로 날아갔다.
  “무, 무슨!”
  단지 풍압만으로 사람 하나를 날려버리는 것에 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포티스 씨! 정신 좀 차려 봐요!”
  「누나, 상태가 어때요?」
  「완전히 기절한 상태야.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
  급히 달려가서 게거품을 물고 쓰러진 포티스를 부축해 보았지만, 그는 정신이 나가버린 상태였다. 게다가 갑옷이 완전히 종이 구기듯 구겨진 것을 봐서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임에 틀림 없었다.
  「큰일이야. 내장이 파열된 것 같아. 빨리 이곳에서 내려가야 해.」
  「예?」
  내장 파열로 인한 출혈, 그리고 과다 출혈에 따른 쇼크 상태인 듯싶었다. 매우 위급한 응급 상황이라서 빨리 처치를 해야 했는데, 문제는 그들 앞에 버티고 서있는 미노타우르스의 왕이었다.
  “네 놈들은 어차피 내려가지 못한다. 저 놈은 목숨줄 하나 질겨서 아직 숨은 붙어 있는 것 같지만, 곧 저 세상으로 가겠지. 그리고 그곳에 너희들도 보내줄 것이다.”
  그는 다시 도끼를 휘두를 태세였다. 이번에는 방금 전과 달리 더 강한 공격을 퍼부을 생각인 듯, 도끼날에 푸른빛이 모여들고 있었다.
  “저 놈 완전 괴물이었잖아!”
  “베리! 어떻게 좀 해 봐!”
  “저런 괴물을 내가 무슨 수로……!”
  베리와 아무르가 아옹다옹하는 사이, 스페란자가 뛰어 나갔다. 그녀는 그들 모두를 보호하는 배리어를 전면에서 펼쳤는데, 녀석이 발사한 푸른빛이 벽에 닿자마자 신음 소리를 내뱉으며 괴로워하였다.
  “크윽…….”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강한 압력이 벽 뒤로도 전해져 오는지, 그녀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 다음에는 반대편, 그 다음에는 완전히 짓이겨지는 것처럼 깔아뭉개졌다.
  “스페란자 씨!”
  “언니!”
  달려가려고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푸른빛이 배리어와 더불어 스페란자를 완전히 뭉개버리고는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언…니?”
  폭발로 인하여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서 잠시 시야가 가렸다. 아무르가 나지막하게 그녀를 부르며, 그곳을 향하여 천천히 다가갔다.
  “시, 싫어.”
  들고 있던 검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처참한 몰골로 넝마조각처럼 되버린 그녀의 몸이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어느새 다가온 것인지, 그 자가 그녀의 머리를 붙잡고 몸을 들어올린 상태였다.
  “이 년도 끈질기군. 아직 숨이 붙어 있다니. 흥.”
  귀찮은 벌레를 상대하는 것처럼, 그녀를 한쪽 구석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서 아무르의 바로 앞에 섰다.
  “…….”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서있기만 했다. 그 모습을 본 왕은 코웃음을 치며 말하였다.
  “정신이 나간 년은 필요 없다. 아예 그런 정신을 없애주마.”
  “아무르 누나 피해!”
  “정신 차려!”
  뒤늦게 남자 둘이서 소리치며 달려갔지만 늦어버리고 말았다. 녀석이 거대한 주먹으로 아무르를 날려버렸다. 그녀는 비명 소리 하나 지르지 못한 채 튕겨져 나갔다.
  “아무르!”
  베리타스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급히 몸을 날렸다. 간신히 그녀를 잡을 수 있었지만, 그녀는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루리가 그녀에게 다가와서 상태를 관찰하여 보니, 이번에도 간신히 호흡만 붙어있지, 거의 다 죽어가는 상태였다.
  “네…놈을 용서하지……!”
  “그런 말을 하는 놈은 일찍 죽는다.”
  강한 참격이 베리타스의 머리 위로 떨어지려 하였다. 만약 옆에 있던 기수가 그를 밀치지 않았다면 그대로 두 동강이, 아니 잘 다녀진 고기 신세가 될 뻔하였다.
  베리는 기수의 도움으로 간신히 옆으로 밀쳐지긴 했지만, 방금 전 일격이 워낙에 강하여 충격파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제 남은 것은 루리와 기수뿐이었다.
  ‘뭐 저런 괴물 놈이 다 있어.’
  이제야 용족들이 애 먹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들의 힘은 미노타우르스에게 전혀 먹히지도 않고, 도리어 그를 키울 뿐이었다. 게다가 저것의 강한 괴력과 이능적인 힘들이 그들 모두를 위협했을 것이었다.
  “네 놈들은 좀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뭔가 다른 분위기가 나는 것이, 내가 살아오며 본 놈들과는 아주 다른 것 같다.”
  “별로 재미는 없을 텐데. 나는 싸우는 법은 알지만, 괴물을 상대로 싸운 적은 그다지 없거든. 고작 하는 거라고는……!”
  녀석의 강한 일격이 또 이어지려 하자, 기수는 루리를 뒤로 밀쳐낸 뒤 옆으로 몸을 굴렸다. 그들이 있던 자리에 거대한 구덩이가 패였고, 그것을 본 기수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고작 하는 거는 피하는 것뿐이다. 이건가?”
  “뭐 그렇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너는 뭔가 더 재미있을 녀석 같다.”
  녀석의 한쪽 입 꼬리가 치켜져 올라갔다. 불길한 붉은 눈빛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기수의 몸에 바로 전해지는 이상한 파동이, 위급한 상황을 그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루, 루리 누나 뒤로 피해요!」
  「뭐?」
  그녀가 서있던 땅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지면이 갈라지면서 그 안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올라 그녀의 몸을 완전히 삼켜버렸다.
  「꺅!」
  용암보다 더 뜨겁고, 더 활활 타오르는 그 불길에 삼켜진 그녀의 몸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녀가 서있던 곳을 바라보았는데, 보이는 거라고는 거대한 불기둥뿐이었다.
  “네…놈.”
  “너도 저 덜떨어진 것과 똑같은 말을 할 텐가?”
  “…….”
  “그렇다면 하는 수 없다. 그런 녀석이 제일 재미없는 놈이다. 그러니 그녀를 따라 죽어라.”
  녀석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강하게 도끼를 휘둘렀다. 기수는 아무런 생각 없이 몸을 옆으로 피했다.
  그것은 곧바로 도끼의 방향을 바꾸었다. 지면과 평행이 되게 한 다음, 옆으로 강하게 휘둘렀다. 기수는 최대한 몸을 뒤로 굽혔고, 그것은 아슬아슬하게 코 위를 지나갔다. 거의 종이 한 장 차이였다.
  “재미있군. 그렇다면 이것도 피할 텐가?”
  녀석은 도끼를 손에서 놓아 그대로 멀리 날려버렸다. 그 다음 깍지를 낀 양손을 위에서 아래로 휘둘렀고, 기수는 그것을 또다시 간발의 차이로 피하였다.
  ‘뭐지?’
  멍한 느낌 가운데서 이변을 감지하였다. 지면이 서서히 떨리는 것이 뭔가가 이상하였다. 얼른 시선을 아래로 내려 보니, 땅에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그 금은 자신이 있는 곳부터 시작하여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까지, 그리고 지금도 불을 뿜어내고 있는 그 장소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신의 권능은 이런 것이다. 크크크, 크하하하하!”
  녀석의 웃음소리가 귀에 들렸다. 멍한 느낌이었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지금, 왜 몸은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기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또 한 걸음 전진하였다. 무엇 때문에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인지 그 이유도 알 수 없었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
  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것도 아니었다. 이미 그들은 죽기 일보 직전이었으니까.
  ‘내가 살기 위해?’
  그것도 아니었다. 그는 더욱 강하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살기 위해서라면 뒤로 돌아 도망가는 것을 택하는 것이 백번 나았다.
  “저 놈을 때려 죽이기 위해.”
  그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강한 눈빛이 그것이 정답임을 알려 주고 있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저 놈을 자신의 힘으로 죽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니 불가능했다. 그러나 몸 안에 흐르는 피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들끓는 강렬한 힘이,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바이며 할 수 있는 일이라 알려주고 있었다.
  “호오…, 눈빛이 변하였다. 네 놈, 뭔가 역시 숨겨 두고 있었군.”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기수를 내려다보는 녀석은, 마치 맛있는 먹잇감을 발견한 사저처럼 보였다.
  “네 놈은 죽는다. 오늘 여기서, 흔적도 남지 않고 영원히 소멸한다.”
  “그래? 무슨 수로 그렇게 할…….”
  녀석은 질문을 던지려 하였다. 그러나 중간에 입을 다물었다. 그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눈앞의 인간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보이며 단지 피하기만 하던 바로 그 연약한 인간에게서 이변이 발생하였기 때문이었다.
  “네 놈…….”
  기수 본인은 자신의 몸에서 발생하는 이변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거울도 없었고, 그런 것을 확인할 겨를도 없었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것이 뭔지 볼 수 있었고, 또 알고 있었다.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짧았던 검은 머리카락이었지만, 어느새 그곳에서는 아름다운 빛을 뿜어내는 백금발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여전히 연약한 체구였지만, 몸에서 피어나오는 오라는 강한 힘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서조차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미노타우르스의 왕을 압도하였다.
  “신룡의 권능…….”
  그것이 무엇인지 미노타우르스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이를 갈았다.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나는 신룡족들의 힘을, 완벽하게 이어받은 인간이 그의 눈앞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여유 만만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에 살짝 놀라기는 했지만, 이윽고 그 놀라움은 호기심과 흥미로 변하였고, 그를 흥분시켰다.
  “네 놈이 가진 힘으로는 나를 죽일 수 없다. 알고 있는가?”
  “그런 것은 모른다.”
  “크크크, 아무 것도 모르는 놈은 아닌 듯 보인다만, 그것도 일종의 여흥거리겠지.”
  오랜만에 제대로 싸울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몸을 풀기 시작하였다. 뭉쳐 있던 근육과 뼈들이 풀리는 소리가 산 전체에 울려 퍼질 정도로 아주 컸다. 그러는 동안 기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고, 어느새 그 둘 간의 거리는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가 되었다.
  “세월이 지닌 파동의 거리, 크로스텐.”
  기수는 자신이 전혀 알지도 못하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영창이 끝남과 동시에 오른손을 아래서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갈라지던 지면 속에서 거대한 빛이 뿜어져 나와 왕의 몸을 꿰뚫었다.
  “크어어억!”
  녀석의 몸을 꿰뚫고 하늘 위로 치솟아 올라간 빛은 수십 개로 갈라진 다음, 다시 땅으로 떨어져 무차별 폭격을 하였다. 그것도 정확하게 왕만을 노린 채로.
  “한 밤을 이겨내는 새벽의 미동, 헤레네스.”
  양손을 앞으로 뻗자, 거대한 바람이 그의 손끝에서 시작되었다. 그 바람은 어느새 폭풍이 되었고, 그것의 몸을 완전히 집어 삼켰다.
  “크아아악!”
  아마 녀석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을 터였다. 게다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머릿속이 하얗게 된지 오래였다.
  “저주를 끊어내는 강렬한 빛, 케넨.”
  하늘에서 빛의 창이 수십, 아니 수백 개가 연이어 떨어졌다. 그것은 정확하게 녀석의 몸을 관통한 뒤, 땅에 꽂혔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녀석은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면서 간신히 입을 뗐다.
  “무엇이 말이 안 되지?”
  “네 놈이 가진 힘은… 나에게…”
  “너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다?”
  기수는 녀석이 무엇을 물어볼지 알고 있었다. 왠지 그것을 물어볼 것 같았다. 상대는 용족의 힘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신족의 유산이었으니까.
  그는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 놈은 이미 자신의 공격으로 인하여 한참 떨어진 곳에서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으니까. 게다가 육신이 찢겨지고, 갈라지고, 처참한 상태가 된지 오래였으니까.
  그것의 앞에 선 기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 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붉게 타오르는 그것의 눈을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너에게 소용없는 것은 용족이 사용하는 경우일 뿐, 인간인 내가 사용할 때는 다르다. 왜냐하면 그들의 힘과 나의 힘은 완전히 같은 것이 아니니까.”
  “…….”
  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무엇에 대해 설명하는 것인지 전혀 몰랐다. 그저 마음에서 시키는 대로, 피에서 외치는 대로 말할 따름이었다.
  여전히 그의 시선은 그 눈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것은 죽어가고 있었는지, 서서히 안광이 꺼져가고 있었다.
  “크크크, 재미…있군. 힘의 파장이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내가 이런 피…해를 입다…니, 실로 놀라…워. 크하하하하!”
  고통 속에 신음하면서도 녀석은 웃어댔다. 깨끗하게 체념한 듯 실컷 웃었다. 한참 동안을 그렇게 웃은 다음, 녀석은 고개를 떨어뜨리며 말하였다.
  “이제… 쉬겠구나…….”
  붉은 안광은 이미 사리진지 오래, 인간의 눈동자보다 더 맑은 눈빛이 된 그는, 쓸쓸한 미소를 떠올리며,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렇게 숨을 거두었다.
  녀석은 죽었지만, 땅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기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쓰러져 있는 그들 모두의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고, 여전히 불타고 있는 강렬한 불기둥도 보였다.
  “루리… 누나.”
  나지막하게 죽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어렵게 만난 그녀를 이렇게 쉽게 잃어버리다니. 나중에 가름 형을 만나면 뭐라고 말을 해줘야할지, 아니 원래 세계로 돌아가 그녀의 부모님을 뵙게 된다면 뭐라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허망…하게 죽다니.”
  서서히 땅이 꺼지며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피할 생각도 없었고, 그럴 이유도 찾을 수 없었다. 미노타우르스의 왕이 있는 장소부터 무너져 내려, 어느새 그 자의 시체는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는 몽유병 환자처럼 천천히 불기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렇게 된 바에 그곳에 뛰어 들어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것에 가까이 가면서 그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들어갔다.
  “누나…….”
  이제 불러도 대답이 없을 터였다. 그는 이제 바로 눈앞에 있는 불기둥에 천천히 손을 뻗었다.
  “……!”
  그때 멍한 상태로 풀려 있던 그의 눈동자가 커졌다. 믿기지 않는 사태가 그의 바로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뭐…해! 이 바보 멍청아! 빨리 이 망할 불기둥 좀 어떻게 해 봐!」
  환청? 아니었다. 그것은 분명히 루리의 목소리였다. 처음에는 환청인 줄 알고 귀를 의심해 보았고,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 때문에 눈도 비벼 보았지만, 꿈이 아니라 모두 현실이었다.
  「루리 누나?」
  「뜨거워 죽겠으니까 빨리 이것 좀 어떻게 해 봐! 네가 저 괴물도 죽였으니 할 수 있을 거 아니야?」
  「정말 루리 누나예요?」
  「야! 사람 애간장 태우지 말고 빨리 좀 해봐! 여기 곧 무너질 거라고!」
  평소와 다른 격정적 말투였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기수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생각나는 아무 주문이나 외웠다.
  “심연을 휘젓는 대지의 목소리, 카레아인!”
  영창이 끝나자, 그는 제대로 뽑았다는 것을 직감했다. 흔들리며 무너지던 지면이 그 요동침을 멈추었고, 땅에서 뿜어져 나오던 불기둥도 서서히 사라져갔다. 그리고 그것이 완전히 다 사라짐과 동시에 기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어디 보는 거야, 이 치한! 빨리 눈 돌려!」
  「예, 예!”」
  그는 급히 눈을 돌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몸은 불에 그슬린 곳 하나 없이 멀쩡했지만, 입고 있던 옷은 홀라당 타버렸기 때문이었다. 즉 그녀는 현재 알몸이었다.
  「흑, 내가 어쩌다 너 같은 녀석에게 이런 꼴을 보이다니…….」
  「고, 고의가 아니었어요. 불기둥 안에서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으니 아마 괜찮…….」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된 그녀의 나체가 영 떠나지 않았다. 절대 기억 능력의 저주 덕택에 앞으로 영원히 그의 머리에 남을 터였다.
  ‘이제 나는 가름 형과 루리 누나한테 죽었다.’
  자신의 앞으로 신세가 훤하게 보이자,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빨리 몸 가릴 것 아무 거나 줘봐!」
  「예? 아…….」
  그럴 거라고는 입고 있던 상의밖에 없었다. 그는 그것을 뒤로 넘겨주었고, 그녀는 그것을 받아서 입었다. 다행이 상의가 워낙 긴 거라서 아랫도리까지 다 가려지기는 했다.
  「너 머리가 왜 그래? 완전 백금발이네. 그리고 아까 전에 그 힘은 또 뭐야?」
  「제가 더 묻고 싶어요! 아니 그 불기둥에서 어떻게 그리 멀쩡할 수가 있으세요?」
  「나도 몰라. 그리고 지금은 저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 먼저겠지. 그 다음 천천히 이야기를 하자꾸나.」
  그녀는 슬쩍 미소를 지은 다음 그들에게 달려갔다.
  “나는 죽었다…….”
  방금 전까지 죽고 싶었던 그였지만, 이제 죽는 것이 무서워졌다.



  “이것 참 고맙군. 아니 어떻게 그런 치유사가 우리 곁에 있었는지. 그나저나 기수 친구. 자네 머리는 왜 그러나? 갑자기 엄청 길어졌지 않나.”
  “그,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새 흑발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긴 자신의 머리칼을 매만지며 기수가 말하였다. 지금 그의 앞에는 멀쩡한 상태로 되돌아온 포티스와 다른 일행들이 있었는데, 모두들 상처자국 하나 없이 건강했다.
  ‘진짜 대단했지.’
  탁자에 턱을 괴고 앉은 채, 대략 한 시간 전쯤에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그들에게 다가간 루리의 손에서 강렬한 무지갯빛이 뿜어져 나왔었다. 그 빛은 그들의 몸을 완벽하게 재생시켜 주었고, 몇 분도 되지 않아 의식을 되찾아 일어날 수 있었다. 특히 죽기 직전까지 몰렸던 포티스, 스페란자, 아무르 등은 그런 심각한 상황에서 부활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쨌든 자네가 그 괴물을 처치한데다가, 다 죽어가던 우리까지 완전 부활시켜 주신 저 귀한 분도 있고. 게다가 애송이 녀석이 끌어안고 있는 금화들도 있고. 만사형통이군. 크하하하!”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포티스였다. 사실 스페란자를 제외한 모두가 아무 생각 없이 축제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그것은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하하하…….”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이는 기수였다. 그러면서 힐끗 스페란자를 쳐다보았다. 딱딱하게 굳어있는 그녀의 얼굴에는 의심이 가득 쓰여 있었다.
  “아, 형. 정말 고마워. 이렇게 행복하게 금화를 잔뜩 끌어안을 수 있는 날이 오다니. 정말 고마워!”
  이제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좋아하는 베리타스의 모습에, 기수는 할 말을 잃고 멍하니 그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그나저나 그 루리 누나라는 분은 어떻게 한데? 우리랑 같이 간데?”
  “일단은. 여기는 더 이상 환자도 없고. 그 이상한 힘으로 모조리 다 치유해버렸으니 말이야.”
  “그래, 그거 다행이다.”
  “다행인지 아닌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는데, 마을은 한창 축제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축배를 들이켰고 춤을 추고 있었다. 자신의 절친한 가족을 잃었던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그들을 위한 위로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여 루리를 찾았다. 그녀는 마을 한복판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워낙 주량이 센 편이라서 여전히 멀쩡한 상태처럼 보였다.
  「루리 누나.」
  「어, 기수구나. 여기 앉아, 앉아! 하하하하!」
  단지 술을 마시면 기분이 아주 유쾌해지는 사람이라서, 그녀는 한껏 들뜬 분위기에 휩쓸린 상태였다.
  「취했군요.」
  「취하긴 뭐. 여전히 혀도 안 꼬이고 기분도 아주 멀쩡한데. 하하하.」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오늘 일? 그런 건 가름이 녀석한테도 말 안하니까 걱정 끊어. 내가 그런 거 가지고 이래저래 말을 할 리가 없잖아. 하하, 자자, 너도 이제 술 마실 수 있지 않나? 이거 마셔, 마셔!」
  「저기 난 아직 미성년자인데…….」
  두 손을 휘저으며, 그녀가 권해주는 술을 거절하였다. 하지만 강하게 밀고 나오는 바람에, 거기에 더하여 마을 사람들까지도 권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아 마셨다. 처음 마셔보는 술맛은 너무도 썼고, 또 매우 달았다.
  「저는 계속 저들과 함께 다니고 싶어요. 왠지 흥미가 생겼거든요. 누나는 어떻게 하실…….」
  물어보려고 입을 열었다. 그 순간, 한쪽 어깨가 무거워진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의 눈에 쌔근쌔근 잠들어 있는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 있는 것이 자면서 울고 있는 듯 보였다.
  「오늘은 그렇게 쉬세요, 누나. 언젠가 만나고 싶은 이를 만나겠죠. 적어도 나와는 달리 살아있으니까.」
  고개를 들어 올려, 밤하늘을 수놓고 있는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았다. 이 하늘 밑에 그녀가 만나고픈 이가 있을 터였다. 영영 만나지 못하는 그와는 달리, 그녀는 언젠가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는 그렇게 씁쓸한 마음으로 별들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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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마무리.


 


여기서 선포합니다.


 


이후 연재는 무기한 중단합니다. 왜냐하면 이 소설은 라이트 노벨 계열을 지향합니다. 그런고로 첫 번째 이야기 파트가 완전히 종결된, 즉 프롤로그 제외 다섯편으로 마무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ㅋㅋㅋㅋ 게다가 이래저래 여러 가지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시나리오를 대폭 수정해야한다는 슬픈 결론에.... ㅜㅜ


  그 이유 중 하나.... 기수가 너무 먼치킨이 되었음... ㅜ_ㅜ


 


아무튼... 이걸로 일단 완결입니다.


 


두번째 챕터가 올라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아주아주 미지수예요.


 


이참에 아주 저질러 보겠다고 시드노벨과의 전쟁을 해볼까 생각 중.


 


-0-


 


필력 증진을 위한다면, 무기한 투고가 곧 나의 생명.


 


흐흐흐흐......


 


내 머리에 저장된 모든 소재들을 총 동원하여


 


무한 다작을 통해 전쟁을 해주겠음.


 


^_^


 


 


 


 


일단... 이 작품은 제목부터 갈아버릴 예정인데


 


뜻은 똑같이...... "일곱별"로 변경...할 겁니다.


 


어감이 살짝 좋쿠나~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