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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세단어]의(義)

2007.09.06 03:47

유도탄━┏▶™ 조회 수: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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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역사적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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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뭔가 정돈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 흐르는 궁은 그렇게 조용히 침묵하고 있을 뿐이었다.


 


궁에는 세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다.


 


첫번째 부류는


 


격분하고 침통하고 분노하는 사람.


 


두번째 부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하루하루를 멍하니 살아가는 사람.


 


세번째 부류는


 


일본제국이란 미명하에 황제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는 사람들이었다.


 


순종이 용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일본인 타무라 이시이 는 세번째 부류에 속했다.


 


순종은 입을 굳게 다문 채로 그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타무라가 보기에 그는 뭔가 부족해 보였다.


 


고종의 뒤를 이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런 느낌을 지워 버릴 수가 없었다.


 


너무 급작스러워서 일까.


 


순종은 아직 용상에 어울리지 않는 듯 했다.


 


물론 그는 그것이 그의 뇌리 깊숙히 박혀 있던 황제 폐하에 대한 충성심의 족쇄 때문이란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생각이 아직 한번도 보지 못한 검은 황제에 이르르자,


 


그는 문득 자신이 여기에 왜 왔는지를 깨닫고 그의 손에 있던 둘둘 말린 흰 종이를 곧게 폈다.


 


"이토 히로부미 통감께서 순종에게 칙어를 내리셨습니다."


 


거기까지는 이미 흰 종이를 보고 예상했던 일인지 장내의 인물들은 별달리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에 이어지는 타무라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대한 제국은, 군대를 유지하는 데에 드는 비용이 너무 많고, 또 그 비용으로 다른 기간 산업을 할 수 있을 만 하


 


다. 그리고 또한 일본 제국의 군대가 주둔하며 보호하고 있으므로 군대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사려되어,


 


군대 해산을 요한다."


 



 


군대 해산, 그것은 나라의 힘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을 의미했다.


 


어차피 이미 얼마 남지 않아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대한 제국의 군대들이었지만,


 


그마저도 없다면 그야말로 일본의 속국이 되는 형편이었다.


 


아니, 속국이라도 그나마 수도를 방어할 수 있는 방위군이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칙어로 인해 대한 제국은 그나마의 권리조차 빼앗겨 버렸다.


 


순종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타무라를 바라보았다.


 


군대를 해산하라는 이런 엄청난 일에, 이토 히로부미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대한 제국이란 존재 자체를 완전히 무시한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기가 막혀서 말도 나오지 않던 순종은 흰 종이를 둘둘 말아 돌아서 나가는 타무라의 등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울분이 새겨져 있었다!


 


순종의 눈에 뜨거운 김이 서렸다.


 


그리고 궁은 또 한번의 뜨거운 분노를 삼켜야 했다.


 


 


 


 


 


연병장은 무거웠다.


 


한없이 무거운 중압이 그들을 내리 누르고 있었다.


 


황량한 바람 소리만이 귓전을 사납게 울릴 뿐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것은,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곧 누군가가 구령대 위로 올라왔다.


 


그의 표정 또한 한없이 굳어져 있었다.


 


하지만 군인들은 그것이 자신과는 조금 다른 표정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제 1 연대 제 1 대대장 박승환은 그렇게 조국의 군인들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의 깊은 눈에는 어떤 근심이 깊숙히 새겨져 있었다.


 


그는 흰 종이를 소리없이 움켜쥐었다.


 


종이를 쥔 주먹이 서서히 떨리기 시작했다.


 


괴롭다는 듯, 분출하지 못해 괴롭다는 듯 부르르 떠는 주먹을 모두가 보고 있었다.


 


모두가 떨고 있었다.


 


추위에 떨고, 배고픔에 떨고, 분노에 떨었다.


 


치떨리는, 치떨리는 입으로 대대장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제군들."


 


한마디였지만 그것만으로 박승환의 감정을 전하기에는 충분했다.


 


"오늘 부로."


 


대대장의 눈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가슴의 울림이 연병장까지 울리는 듯 했다.


 


"대한 제국의 군대는 해산한다."


간신히, 간신히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것이 주는 여파는 엄청났다.


 


군인들의 심장은 무겁게 눌러져 있었고 또한 느려지고 있었다.


 


저마다 숨 한번씩을 내뱉었다.


 


숨을 쉴 수 가 없었다.


 


일제는 그토록 그들을 내리누르고 짓이기고 있었다.


 


언젠가는 해방되리라 믿었다.


 


언젠가는 이 치욕과 이 노여움에서 해방되리라 믿었다.


 


그들의 심장이 채 다시 뛰기도 전에 그들의 대대장은 말을 이었다.


 


"따라서!! 나, 제 1 연대 제 1 대대장 박승환은 현재의 비참한 조국에서는 필요 없게 되었다!!"


 


박승환의 심장은 세차게 뛰고 있었다.


 


쿵 쿵 쿵 쿵


 


더불어 군인들의 심장도 같이 뛰기 시작했다.


 


박승환은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 들었다.


 


"나는!! 저승에서!!! 웃으며..!! 웃으며 우리 조국의 독립을 지켜보겠노라!!!!


 


 제군들은!!! 절대 죽지 말라!!!!! 이것은!!!!!! 명령이다!!! 어기는 자는 사형에 처하겠다!!!"


 


탕--


 


순식간에 연병장은 고요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들은 고요하지 못했다.


 


심장이 끓었다.


 


아니 온몸이 들끓었다.


 


그들은 붉게 물든 얼굴, 붉게 물든 눈, 붉게 물든 주먹을 붙잡고 떨고 있었다.


 


그들 중 누군가 요동침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대한 제국 만세!!!!!!!!!!"


 


그것을 화씨로 연병장이 한 목소리로 울렸다.


 


"대한 제국 만세!!!!!!!!"


 


그 소리를 폭약으로, 수도의 모든 군대는 들끓었다.


 


그리고, 그 후 한반도는 명예로운 반란이 들고 일어났다.


 


실로 명예로운 반란이었다.


 


 


 


 


 


 


 


다음 세 단어는


 


"유도탄, 원자폭탄, 수소폭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