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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단편]도시를 떠도는 메아리들

2006.11.12 09:14

misfect 조회 수:963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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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를 찾아 걸어가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메아리가 들려오는 것은, 이 좁은 골목길이 폐쇄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생긴 내 착각인가.

아니면…….


내가 겪은 이상한 일의 연장인가.


그 장소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도시의 길 가운데 하나였다. 주변에 공원이 있어 지나는 사람은 어느 정도 있지만, 그런 대로에서도 조금 떨어진 골목길에서는 기껏해야 불량배들뿐이다. 그렇다고 내가 특별히 불량배라서 거기에 간 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선량한 시민일 뿐이다. 물론 선량함이라고 함은 소심하고 소극적이라는 말과도 연결되지만.


자신도 모르게 어딘가를 향해, 무언가를 찾는 것을 홀렸다고 표현한다. 자신도 모르게 간 것은 아니지만, 내겐 누군가 당기는 듯한 그 느낌을 표현할 단어가 없다. 저 이상한 소리에 이끌린 나 자신을 미쳤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듯.


그 골목길로 향한 것은 정말로 어리석은 짓이었다. 당연히도 불량배들과 마주쳤고, 약간의 의례적인 절차 끝에 두들겨 맞았다. 평소 몸을 단련하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보니, 칼을 들지 않은 상대라도 완연한 살인마였다. 일단 부딪치고 나니 주먹은 피할 수 없으리만큼 가깝고, 법은 닿을 수 없으리만큼 멀었다. 거기에, 내 주먹은 너무 작았다.


그만둬. 라는 말에 한대. 멈춰. 두 대맞고. 이미 이 폭력은 목적이 없다. 단지 기계적인 움직임과 정신적인 자극어 어울려진 극상의 어울림. 이라고 말하기엔 맞고 있는 몸이 너무 아프다. 타인에게 이 고통이 어떤 것일지는 몰라도 내게는 그야말로 죽음의 위기였다. 그래서 무턱대고 그 이상한 목걸이를 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와서 말하기는 그래도, 내가 그 목걸이를 받은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뭐하냐?"


내가 그렇게 물었을 때, 그는 하늘을 올려다본 채로 나에게 말했다.


"들리지 않아?"


그제야 나도 귀를 기울였다. 이제까지 먼 곳을 향한 그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잊고 있던 소리들. 이 도시 내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소리의 부스러기들. 그중에는 별이 빛나는 밤하늘에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소리까지 끼어있다. 그렇기에 환청이라 여겼던 소리들이, 그의 귀에도 들린다.


"역시 들리는구나. 과연 그걸 듣는 이상, 또 나를 알게 된 이상, 너도 메아리를 듣는 자가 될 자격이 있어. 자."


밑도 끝도 없이 수상쩍은 말을 하면서 그는 내게 목걸이를 주었다. 매우 작은, 마치 고대에나 쓰일 법한 뿔피리 같은 게 달린 작은 목걸이. 이걸 주면서 불어보라고 했다.


"언제?"


라는 나의 질문에


"죽을 정도로 위험하면"


이라고 답하면서.


그 말이 마치 내겐 반드시 위험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선고처럼 들렸다. 어떤 의미에서 말하는지는 몰라도, 나와는 전혀 무관해야할, 코끼리와 개미 뒷다리만큼 무관해야할 말이 분명하다. 그런데 왜 내게 그런 말을 하는 걸까? 어째서 그토록 당연한 듯이 말하는 거지?


계속되는 의문 속에서 나는 이 녀석은 기분 나쁘다고 정해버렸다. 아이가 뱀을 보았을 때처럼 바뀌지 못할 선입관이다. 분명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나와 같다는 의미일 테지만, 내게는 나와 같은 그런 이를 찾은 기쁨보다 불쾌감이 앞섰다. 동족을 혐오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들은 소리가 실존한다면, 이 도시에는 있어서는 안 될 것들도 산다는 뜻이 된다. 그것도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그래도 이런 일이 있고 나니까 그에 대한 판단을 바꿀 수밖에 없다. 불쾌한 것이 아니라 끔찍하다. 피리를 분 순간 놀랄 정도로 큰 소리가 났고, 주변에서 사람들이 달려왔다. 분명히 좋은 일이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빴던 것은, 이 도시에서 뻔한 구조요청을 듣고 급히 달려올 사람들이, 또 위험할 줄 알면서도 불량배들을 쫓기 위해 덤벼드는 모습이, 거기에다가 쓰러지고도 다시 일어나면서도 집요한 태도가 두려웠다.


사실은, 그 무엇보다도 그들 모두가 같은 목걸이를 하고 있는 점이 무서웠다.


나는 그것에 대해 묻고자 메아리가 들리는 집이라고 말한, 그의 집으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하늘을 찌르는 건물들 사이를 파고들어 팔각형이라는 기묘한 형태로 지은 집을 보는 순간, 나는 뱀 앞에 선 쥐처럼 도망치지도 못하고 굳어버렸다. 기괴함은 이상한 수준을 넘어 애써 무시할 정도에 이르렀다.




그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모른다.


후에 그에게 질문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도대체 뭐하는 모임이야?"


그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말할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그냥 모일 뿐인 거라고. 그런 게 아니잖아! 라며 화를 내면, 그는 또 웃으면서 답할 것이다.


"모인 이유는 그냥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야. 단지 그 소리를 이용해서 나쁜 일들은 막아보자는 사람들도 있고, 자기와 같은 이들이 모여 있으니까 그저 그게 좋아서 오는 사람들도 있어"


그러면 너는? 하고 묻자 말한다.


"나는 별을 헤아리기 위해서지. 위인이 죽을 때는 별이 떨어진다고 하지? 나는 그런 별의 움직임을 알고 싶어. 하지만 네가 생각하는 것은 반 정도 맞을 뿐이야. 나는 미래를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한없이 많은 변수에 의해 바뀌어가는 미래를 정확하게 지목할 미래공식을 알고 싶어."


라고 말하고는 다시 웃을 것이다. 정말로 그 목표를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듯한 섬뜩한 미소를 지으면서.




하지만 나는 미래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고, 그래서 후에 일어날 일 따위는 알지 못한다. 지금 얼핏 들리는 이 바람소리가 그가 지은 섬뜩한 미소라고 해도, 나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의 집으로 들어선다.


처음으로 와보는 그의 집은 매우 난잡했다. 무언지 알 수 없는 물체들이 곳곳에 있고, 이곳저곳 책이 떨어져 있다. 거의 폐허수준이라고 생각되는 모습이지만, 단 하나, 먼지라고는 하나도 없이 깨끗했다. 이것은 마치, 시체에서 꽃이 피듯 어색한 모습이지 않는가.


사방에 있는 이상한 기기들. 한없이 들어선 장치들을 연결하는 굵은 선. 도대체 이 장치는 뭘까. 설마 이게, 그가 말한 듣기 위한 장치인가? 그렇다면 과연, 도시의 소리들이 지나가는 길목에 자리를 잡고, 그곳을 지나다니는 소리를 채집해 분류한다는 그 모든 것들이 진실이란 말인가. 하지만, 이런 기계들 사이에 얽혀 있는, 사람과도 같은 형상을 한 저 뼈는 뭐냐.


그 속을 걷고 있던 내가 겁에 질린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 잡동사니 사이에서 갑자기 솟아난 듯 보이는 그의 그림자를 보고 비명을 지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거기에 나는 아낌없이 성대를 울려대려고 했다. 마치 목을 잘라낸 듯 막혀버리지 않았다면, 주변의 모든 이들이 이 뒤틀린 곳을 알아차릴 만큼 크게 소리쳤을 것이다.


그러지 못한 이유는, 들려왔기 때문에.


탁. 저벅. 저벅. 저벅. 저기 있군. 저벅. 저벅. 푹. 으윽. 풀썩. 저벅. 저벅.


수상한, 두려운, 낮선 소리. 그러나 가장 자극적인, 그 소리가.


"뭐, 뭐야, 그건?"


내 불안한 기색을 눈치 챘는지 밝게 웃으며 대답한다.


"그건 먼저 울린 메아리야. 내가 말해 줬지?"


내가 왜 여기에 온 것일까. 그 이상한 목걸이 때문에? 그들에게 받은 도움 때문에? 이곳에 온건 실수다. 오려고 한 그 자체가 실수다. 나는 재미있는 일은 좋아하지만, 불길한 일은, 사양이다.


"하지만, 이 소리는……"


"자, 따라와. 빨리."


나를 데리고 어디로 향하는 거지? 주변에 흐릿하게 스쳐 지나는 풍경들은, 내가 한 번도 와 보지 않은, 어둡고 음습한 도시의 거리임을 알려주고 있다. 그는, 그곳의 한복판에서 서 있다가, 그 사람이 다가온 그 순간……


"뭐하는 거야?"


순간적으로 나는 웃으며 물었다. 불길해서, 애써 지우려고 해서일까. 잠시 후 피가 솟아나고, 그 사람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난 이후에도 그저 '피가 나네?'하고 생각했다. 나는 그때까지도 전혀 진지하지 않았으므로. 그가 가진 의지가 어떤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웃을 수 있었다.


그가 나를 데리고 한곳에 숨어 이미 죽은 자를 응시한다. 그리고 나는 들을 수 있었다. 그 사람이 있을 리 없는 임종을 맞이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질문을.


"이렇게 하면, 죽어야 할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거지?"


깨달을 수 있었다.


죽였다.


그가 이 감춰야만 할 현장에 나를 데리고 온 것은 무슨 의미일까.




어렴풋이 알 듯도 하다. 너무나도 맑게 빛나는 그의 눈을 보면서, 내가 그 느낌을 받는 지금, 그가 나에게 별을 헤아리러, 별을 움직이러 한번 가 보자고 하는 이 순간 알아차릴 수 있다.


나 역시 궁금한 것이다. 그걸 알고 있기에 나를 데리고 왔다. 아직 목적을 위해서 그처럼 행동할 자신은 없지만, 그저 어색할 뿐, 그 미래공식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내가 배운 모든 지식보다 더욱 빛나는 공식 하나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바칠 정도로 매력을 느낄 거라고 생각했기에 나를 데리고 와서 그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어둡고, 추운, 도시의 밤길을 혼자 걸어보라.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라.


분명 그곳에 메아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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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은...시간부족으로 인한 안습상황으로 인해;;;


심사자 분들께 거듭 죄송함 아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