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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대사]죽음의 음식

2008.01.22 22:33

Roy 조회 수:1047 추천:2

extra_vars1 ------Death 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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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피마 페딜론. 작은 섬 도시에서 작은 식품점을 운영하고 있다.


순진한 사람들에게 쓰레기 같은 음식을 팔아먹는 게 내 일이다.


재료는 다양하다.
쥐 꼬리, 개 혀, 참새 뇌, 생선 찌꺼기, 심지어는 길바닥에 말라 죽은 지렁이까지.
이 모든 쓰레기들이 내 손을 거친 다음 잘게 갈아 빵에 끼워져 싼값에 판매된다.


'전부 다 아는' 나에게는 보기만 해도 역겨운 물건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팔리는 것을 보면 모르는 사람에겐 그냥 특이한 맛의 고기일 뿐인듯했다.
물론 먹는 동안에도 자주 이상한 점을 느낄 테지만 나에게 음식의 재료를 물어본 사람은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다. 그들도 진실을 아는 게 두려운 것이다.


---


늦은 밤이었다.


"페딜론 씨?"


거구의 남자가 좁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조금 익숙한 얼굴이었다.


"아, 키오스 경이시군요. 무슨 일로?"


이곳은 비록 황제 폐하가 다스리는 신성제국의 영토에 속해있지만
실질적으로 이 섬을 통치하는 것은 제국 정부가 아닌 기사단이다.


나는 잘 모르지만, 듣기로 키오스는 기사단 내에서 꽤 높은 지위에 속해있었다.


그런 사람이 이런 곳엔 왜 온 거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키오스는 내 말을 무시하고 절도 있는 걸음으로 진열장에 다가가 '그것'을 집었다.
기름때에 찌들어 검은 색으로 변한 나무 진열장 곳곳에는 파리 시체가 널려 있었다(내가 잡은 것은 아니다.).


"단도집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이거, 뭡니까?"


제기랄, 어떻게든 거짓말을 해야 해!


"네...네?"


하지만, 나는 너무 당황해 버렸다. 빌어먹게도.
키오스는 심히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 아침. 수련기사 라덴이 죽을 듯한 표정을 짓고 있기에 걱정돼서 물었더니, 그가 말하길. '----A----.' 라고 합니다. 그러고는 기어이 구역질을 하더군요. 이쯤 되면 알만 하죠?"


"무슨 말이신지..."


그래. 충분히 알겠다.


오사마 라덴, 그리고 그 아들 라시드 라덴. 내 단골손님들이었다. 이제 원수가 되었구나.
그래도 나는 한 번 발악을 해보기로 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


일단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그 짧은 시간 동안 변명거리를 생각해냈다.


"...----B----!"


"그런..."


그는 뭐라 할 말이 없는 듯 뒷말을 흐렸다.
내가 생각해도 조잡해 보이는 변명이었지만 저 순진한 기사를 속이기에는 충분했나 보다.
일단 한숨 돌린 건가?


키오스는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한 번 먹어보는 수밖에 없겠군요."


이거 참으로 특이한 사고를 가진 분이군. 이런 것도 개성이라고 해야 하나?


그 행동을 굳이 막을 필요는 없었다. 돼지고기든 쥐 꼬리든 갈아서 훈제시키면 맛은 대충 비슷하니까. 아무도 구별해낼 수가...


털석.


"주...죽은거야?"


나는 쓰러진 기사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목을 툭툭 건드려 보았다.
그리고 조금 떨어져서 1분가량 움직임을 관찰했다.


전혀 숨을 쉬지 않는다. 죽었다.


먼저 왜? 라는 의문과 살인에 대한 죄책감이 들었지만, 어서 빨리 결정을 내려야 했다.
시체를 숨기느냐, 아니면 당장 짐 싸서 도망가느냐. 아, 후자가 낫겠군.


한 시간 후. 나는 20년 넘게 정든 내 가게를 버리고 떠났다. 그럼에도 미련은 없었다.


---


 


부두에서 숨어 탈 배를 기다리며 밤을 지새우다 보니 곧 배가 고파졌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어제 다른 가게에서 샀던 햄 한덩이가 들어 있었다. 나는 내 주먹 만한 햄 덩어리를 개 눈 감추듯이 먹어치웠다.
너무 배고파서 손가락에 묻은 기름마저 깨끗하게 빨아먹었다.


그때, 저 멀리서 이곳으로 다가오는 배의 불빛이 보였다. 이제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할 시간이구나.


"bye bye... ----C----"


킥킥. 이건 내가 생각해도 정말 명언이군.


 


그런데 왜 이렇게 배가 아픈 거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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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이게 사실이라면 좀 무섭군요.


허접하지만 무려 복선(!) 반전(!) 까지 넣었심. 


그런데 다시 읽으면서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ㅠㅠ


 


 


미국 만화 The Simpsons s16 e7 -Mommie Beerest- 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