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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여분 가량이 지나도 남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현아는 여전히 혼자 바텐더 앞에 자리 잡고 앉은 채였다.
 남자가 나간 뒤로 바 안엔 다른 손님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낮은 웅성거림, 낄낄대고 웃는 소리가 테이블 여기저기에서 새어 나왔다. 현아는 그 소리가 지독한 불협화음이라고 생각했다. 하기야 바에서 틀어주는, 제목을 알 수 없는 낯선 노래들 역시 끔찍이도 불협화음이긴 했지만.
 사실 주변에서 제멋대로 들썩이고 불협화음을 내는 게 현아에겐 별 상관없는 일이긴 했다. 세상은 망가지고, 인간들은 폐쇄된 공간에서 떠들어댄대도 현아 자신에겐 아무 영향도 주지 않았다. 현아를 미치게 하고 애타게 만드는 건, 언제나 그녀의 연인인 이선의 일 뿐이었다.
 그런 초연함이 어떤 사람에겐 도도한 매력으로 보이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제껏 그녀에게 술을 사준 남자들은 다 그랬다. 지금도, 어물쩍 곁에 다가와 앉는 이 남자 역시 그런 부류이리라.



 "혼자 오셨나 봐요?"



 바텐더가 힐끔 현아를 곁눈질했다. 같이 왔다가 자리를 비운 그 남자를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현아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거짓말이랄 것도 없지. 어차피 혼자 되게 놔두고 내뺀 자식 따위 뭐 하러 신경 써 주겠어?



 "네."
 "그러시구나. 괜찮으면 같이 합석하실래요?"



 남자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또래로 보이는 남자 셋이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있었다. 오호, 수로 밀어붙여 보시겠다! 평소라면 냉큼 따라가 앉았을지도 모른다. 내키는 대로 술을 주문해 저 사내들 전부 자리에 뻗어 누울 때까지 알코올 파티를 벌이는 것도 제법 재미있을 듯하다.
 하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다. 현아는 고개를 저었다. 웬만하면 혼자 조용히 보내다 집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미안하지만 됐어요. 시끌벅적한 거 별로거든요."
 "에이, 혼자 마시면 괜히 우울하기만 해요. 그러지 말고, 자."



 그냥 조용히 떨어질 법도 한데 남자는 유난히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현아는 다시 한 번 됐어요, 하고 남자가 내민 손을 쳐냈다. 그럼에도 남자는 현아가 짐짓 빼는 것처럼 보였는지, 그녀 손목을 붙잡아 당겼다. 현아가 발끈해 남자와 다투려는 그 때, 누군가 먼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최소한 매너는 지키지? 여자가 싫다는데 왜 억지로 끌어내려 하나?"
 "알지도 못하면서 끼어들지 마시죠? 아니 근데 당신 누구기에 다짜고짜 반말인데!"



 처음엔 허세 부리던 남자는 상대를 보자 조금 주춤거렸다. 현아도 남자가 왜 주저했는지 금세 알아차렸다. 둘 사이에 끼어든 건 여자였다. 그것도 외국인 여자였다. 묘한 광택이 도는 검은 머리칼, 살짝 좌우로 찢어져 치켜 올라간 눈, 다소 높은 콧대 따위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건지도 모른다. 온통 검은 색 직물과 장신구를 두른 옷차림새가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아는, 여자의 얼굴생김이나 옷차림이 아니라 그녀 자체가 이색적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이 세상 어디에 두어도 낯설게 느껴질 그 검은 옷차림 여자는 어쩌면 인간조차 아닐지도 모른다. 바로 현아 자신과 같이.
 거기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주위 사람들을 압도하고 선 여자는 돌연 장난스런 말투로 사람들을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었다.



 "나? 할로윈 마녀인데?"



 자칭 마녀란 검은 여자 뒤에 뭐가 희끗한 것이 있는 게 현아 눈에 들어왔다. 마녀는 몸집 작은 동물처럼 잔뜩 움츠린 그것을 제 앞으로 불러내어 마찬가지로 모두에게 소개시켰다.



 "이건 할로윈 스켈레톤이고. 내 가장 사랑하는 반려."



 마녀가 스켈레톤이라고 소개한 것은 새하얀 코트를 걸친 여자였다. 이 여자 또한 붉은 기운이 도는 갈색 머리칼에 은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어 마찬가지로 생경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마녀는 그 여자 뺨에 가볍게 키스했다. 무표정하게 굳은 여자 얼굴을 보면서 현아는 순간 아,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두 여자의 모습은 낯설지 않았다. 마치 이선과 현아 자신들을 그대로 보는 것만 같이.
 그래서였을까. 현아는 무심코 마녀와 그의 반려 앞에 나아가 남자를 달래 보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실은 친구들 기다리는 중이었어요. 이쪽이 제 친구들이거든요."



 남자는 자존심이 다소 상한 듯 불만스런 얼굴이었지만 어쩔 수 없단 걸 깨닫고 잠자코 자리로 되돌아갔다. 자리에서 기다리던 사내들이 낄낄대며 남자를 놀려댔다.
 그가 자리로 돌아간 후, 현아는 마녀 일행에게로 몸을 돌렸다. 여전히 겉모습은 낯설었지만 조금은 보다 친숙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현아는 먼저 자신이 아는 것을 이야기하기로 결심하곤 입을 열었다.



 "당신들, 대체 어디서 혼인 같은 걸 한 거예요?"
 "그러는 당신은, 귀족Ruqiz이지? 인간들 사이에서 뭘 하는 거야?"



 대답 대신 상대는 반문을 던졌다. 오 마이 갓! 현아는 이제 확실히 알아 차렸다. 이들 또한 자신과 같이 인간 아닌 존재란 걸. 그리고 그들도 자신들, 이선과 현아처럼 그 빌어먹을 혼인 의식을 치렀단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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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일치기로 서울 - 광양 왕복했습니다;; 도착하니 10시 반 조금 넘은 시간이더라고요...


 나름 기대했던 게 있었는데, 기대만큼 얻진 못했네요ㅠㅠ


 대신 고기는 맛있게 얻어먹고 왔단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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