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어제 없어진 심장의 행방

2005.05.21 00:36

레이 조회 수:61 추천:1

extra_vars1 단편 
extra_vars2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배고파. 엄마랑 아빠는 내 생일선물을 사러 서울에 갔는데 며칠 째 안 돌아와. 텅 빈 집안에 혼자 있으려니까 어디선가 머리를 풀어헤친 누나가 나타나 내 어깨를 덥썩 붙잡을것 같고 땅이 꺼지거나 지붕이 무너져내려서 꼼짝없이 갇힐것만 같아. 아니, 갇힌것 같아.
그나저나 두리야, 내 심장은 어디에 있을까?
엄마랑 아빠가 어제 밤에 내 심장을 빼서 집안 어딘가에 숨겨뒀다고 했어. 서울에 갔다가 돌아올때까지 찾아놓으라고 했어. 엄마아빠방만 빼고 내 방이랑 거실이랑 화장실도 전부 찾아봤는데 모르겠어. 조금 걱정이 되긴 해. 엄마랑 아빠가 내 생일선물을 고르다가 혹시라도, 혹시라도 심장을 어디뒀는지 잊어버리면 난 꼼짝없이 심장을 잃어버릴테니까.
배고파. 아빠가 사놓은 딸기를 먹긴 했는데 먹어도먹어도 배가 부르질 않아. 엄마는 빨갛게 잘 익은 딸기를 갈아서 우유랑 설탕이랑 이것저것 넣어서 맛있게 만들어 주곤 했는데, 요즘은 잘 안해줘. 난 그게 먹고 싶은데 말이야.
엄마랑 아빠는 언제 돌아올까. 아빠는 고속도로가 잿빛 가시덩쿨이 무한히 펼쳐진 숲이라고 했어. 그래서 오래걸릴꺼라고. 지금 그 숲을 열심히 가로질러 나한테 오고 있을까. 아니면 아직도 내 선물을 고르고 있을까. 아니면 우리 두리에게 줄 하얀 리본을 고르고 있는건 아닐까? 사실 두리는 남자애라서 리본같은 건 필요없는데도 엄마랑 아빠는 맨날 리본을 사다 줘. 별로 마음에 안든단 말이야. 그럴때면 정말 엄마랑 아빠는 바보같다니까. 두리한테 필요한 건 리본이 아니라고.
두리야, 그렇지?



---------------------
짧은 글.
마음에 안들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