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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날개(the wing) 챕터-0-

2005.05.20 07:25

오타의제왕 조회 수: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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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난 마리아의 집 앞에 도착 해 있었다. 마리
아 루얀센. 나의 가장 친한, 그리고 소꿉친구인 소녀였다. 아버지가 화기류
관리인이라 그런지 그녀도 총이나, 광학병기 등 화기를 굉장히 잘 다룬다.
손질이든, 수리든 뭐든 간에.

솔직히, 실력만 놓고 보자면 마리아도 한자리 충분히 꿰찰 수 있을 테지만,
(이곳에선 14세부터 일자리를 가질 권리가 있다. 20세 이후로는 의무다.)본
인은 ‘나같이 청순하고 가련하고 연약한 여자는 그런 일을 해선 안 돼. 좀
더 섬세한 일을 해야 한다구.’라며 버티고 있다.

섬세는 얼어 죽을... 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녀의 등에 언제나 매달려있는
레일 건(길이가 1M 무게가 13Kg인 일종의 라이플이다. 이걸 언제나 매고
있으면서도 힘든 기색 하나 없으니... 괴물은 괴물이다.)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사실, 그녀가 추녀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미인에 속하는 얼굴이지. 나와 비
슷한 170cm 정도의 키. 포니테일로 묶은 긴 금발 머리에 얼굴도 예쁘다. 물
론, 나보다는 아니다.(이럴땐 여자보다 예쁘게 생겼다는 게 기분 나쁘다...)
단지 흠이 있다면, 성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정신분열증이나, 그런류의
정신병은 아니고, 자칭 ‘순정파 소녀’ 라고 주장하는 공주병 중기의 증세가
바로 그것이다.

아니, 자칭 순정파 소녀이자 병약 미소녀라는 여자가 등에 무시무시한 병기
는 왜 달고 다니는 거래?
이 시간에도 집에서 온갖 내숭을 떨며 -한마디로, 다소곳하게- 자고 있을 마
리아를 생각하니 웃음만 나왔다.


그녀의 집에서 얼마정도 더 뛰어가자, 프리덤 중심부 가까이에 자리 잡은,
엔진 관리실이 눈에 보였다. 수많은 환기구에서 수리 새 없이 수증기가 새어
나오고 이었다.

건물의 문 앞에는 무장을 하고 있는 두 명의 군인이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내가 잘 알고 있는 두 사람. 룩슨씨와 알버트씨. 약 2년간 이곳을 뻔질나게
들락날락 했기에 친하지 않을래야, 친하게 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중 하나
였다.
룩슨씨는 26살. 알버트씨는 25살이었는데, 아직 결혼을 안했다고 한다. 언젠
가 내가 왜 ‘아직도 결혼을 안 하는 거에요?’ 라고 물었던 적이 있었는데,
‘널 보고나서 눈이 너무 높아져서 그래. 옛날 같았으면 아무 여자나 보쌈해
서 데려갔을껄.’ 이라며 장난스럽게 말했던 적이 있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히 둘 다 미남 축에 속하는데도 여자들이 따라다니지 않는
걸 보면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긴 하다.

“여, 지아야. 오늘도 지각이냐?”

“큭큭.”

룩슨씨가 날 보자마자 인사(저게 과연 인사일까?)를 한다. 알버트씨도 그만
의 특이한 웃음을 흘렸다.

“쳇, 남이사. 댁들이나 열심히 해요.”

“오, 공주님께서 화가 나셨나본데, 알버트?”

“푸하하하!”

“놀리지 말아요.”

내가 쌜쭉거리며 불평하 알버트씨는 더 크게 박장대소하기 시작했고, 룩슨씨
도 재미있어죽겠다는 듯한 얼굴로 날 쳐다본다.

“그건 그렇고, 제임스씨 계세요?”

“제임스 아저씨야 언제나 정정하지. 언제나 그 무거운 기계팔을 들고 다니는
데 운동이 안 될 리가 없잖아.”

“킥킥... 들어가 봐. 오늘은 특히나 더 죽지 않게 조심하고. 안 그래도 사이보
그 장비에서 나사가 하나 빠졌는지, 화가 엄청 났거든.”

지각 때문에 불안한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은 여전히 날 놀리는
데만 열중했다. 거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제임스씨가 화까지 났다고 하니...
후우... 난 죽었다. 지금까지는 잔소리로 끝났지만, 이번엔 그 육중한 기계팔
로 얻어맞을지도 몰라...

나의 그런 생각을 알아챈 듯, 룩슨씨가 날 격려하듯, 어깨를 탁탁 거린다. 근
데도 여전히 알버트씬 웃고만 있으니... 갑자기 알버트씨가 얄미워 보였다.

“힘내라.”

“....네.”

룩슨씨에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온 몸에 힘이 들어오긴 커녕, 어딘가에 구
멍이 뚫린 듯 쭉쭉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룩슨씨가 그런 날 보더니 한숨을
쉬며 엔진실 입구 옆에 붙어있는 버튼을 눌렀다. ‘입구 개방/차단’ 이라고 써
진 버튼이었다.

문이 열리자,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와 함께 자욱한 수증기들이 밖으로 뛰쳐
나왔다. 이 안쪽 어딘가 있을 제임스씨에게 그 환살적인(환상적+살인적)욕들
을 들을 것을 생각하니 오한이 드는 것 같았다.

이윽고, 수증기가 어느정도 빠져 나가자, 조심스럽게 안쪽으로 발을 내딛었
다.
으윽, 왜 이렇게 긴장되는 거야. 2년 동안 얼마나 많이 와봤는데... 오늘은
제임스씨의 기분이 안 좋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마음을 다시 한 번 가다듬고, 이번엔 좀 빠른 속도로 안쪽을 향해 들어갔다.
문이 다시 닫히고, 다시 지하로 들어가는 계단이 나왔는데, 수증기는 여전히
자욱했다. 그리고, 외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 자식들아! 엔진 냉각수 공급 좀 제대로 해 달란 말이야! 엔진이 폭발하
면 네놈들이 책임 질 꺼야?! 뭐?! 그러니까 냉각수 벨브 좀 열라고!!!”

라고 전화를 붙들고 발악적으로 외치는 젊은 남자의 목소리나,

“압력수치가 조금 낮은데요?”

“그럼 반물질 1g 정도만 더 태우라고 에너지 관리부에 연락해.”

라고 말하는 두 사람의 말들이었다. 대부분 엔진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엔진의 크기는 굉장히 어마어마했다. 엄청난 -거의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를
사용하는 반중력 엔진인 만큼, 규모가 큰 것은 당연했다.
사람들은 언제나처럼 분주하게 움직이며 레버를 이리저리 밀었다, 당겼다 했
고, 일부는 엔진 내부의 압력 수치를 검사하며 여러 가지를 받아 적고 있었
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 제임스씨가 서 있었다.

보기만 해도 섬뜩한 사이보그 장치를 왼쪽 어깨 죽지에 달고 있는 40대 후
반의 중년으로 보이는 사람이었다. 젊은 날의 실수로 왼 팔을 잃었기 때문에
(본인에게 들은 말이다.) 사이보그 장비로 대체하고 있었는데, 그의 다부진
근육들 덕분에 왠지 어색해 보이진 않는다.

그는 그 위협적인 기계 팔을 휘두르며 누군가에게 지시를 하고 있었는데, 아
무래도 그의 독설을 받아내는 사람은 어재 갓 들어온 20살짜리 신참인 듯
보였다. 제임스씨 또한 그 때문에 골머릴 썩히고 있는 것 같았다.

“이 후레자식 같은 놈! 분명 말하지 않았나! 레버가 1cm 라도 어긋나면 이
요새는 땅으로 곤두박질친단 말이다! 병신 같은 새끼! 그딴 정신 상태로 이곳
에 온 거라면 지금 당장 다른 부서로 가버려! 내장을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
을 놈 같으니...”

아아, 정말 언제 들어도 화려한 독설이다. 듣고 있는 당사자는 생전 처음 듣
는 욕들에 정신이 멍하겠지만, 이곳 사람들 모두가 그에게 칭찬을 받아 본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을 쓸 만한 일은 못되었다.

그래도 저 신참에게 고마운 점은, 제임스씨가 쌓인 화를 저 녀석에게 풀어버
림으로써 내가 저 기계 팔에 맞아 죽을 사태가 벌어질 확률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내 말이 그렇게 우습게 들리나?! 1번 레버 30cm, 2번 레버 5cm... 31번 레
버 12.5cm라고 그렇게 말했지 않나!”

“......”



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의 잔소리가 점차 줄어들어갔고, 신참의 얼굴
도 점점 원래의 혈색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좋아! 이때가 타이밍이다!

“에... 제임스씨?”

“응? 뭐야, 지, 이 자식! 지금이 몇신 줄 알기나 하는 거야?! 앙?!”

“죄...죄송합...”

“시끄러!”

“네에...”

제임스씨의 호통에 난 몸을 움츠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저기...”

“네놈은 또 뭐야!”

“아, 그게 아니라, 저 ‘아가씨’ 도 여기서 일하나요? 아직 16살 밖에 안된 것
같은데.”

빠직... 저자식이, 이 몸한테 아.가.씨? 안 그래도 오늘 꿈 때문에 몸이 찌뿌
둥한데, 한번 죽어볼텨?! 아니, 그리고, 볼에 저 붉은 건 뭐야?
하지만 내가 이런 말을 하기도 전에, 제임스씨가 그에게 소릴 지른다.

“저놈이 여자건, 중성이건 네가 무슨 상관이냐! 뭐야, 혹시 반한거냐?”

“에... 아니 그게.., 저...”

“푸하하!!! 이놈 물건이구만! 이라고 할 줄 알았냐?! 그건 그거고, 빨리 레
버나 내려!”

“아, 예!”

신참의 얼굴에 피어오른 붉은 홍조가 거두어지지 않은 채로 레버를 내리러
가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이런일이 한두 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자 취급 받는 건 굉장히 기분나쁘다.

“너, 왜 이렇게 늦었냐. 네놈 때문에 내 왼.쪽.팔. 이 혹사당한 거 알긴 하는
거냐?”

“죄송합니다.”

“죄송이고 나발이고. 오늘은 왜 또 이렇게 늦은거지? 또 늦잠이라도 전거
냐?”

“에... 저기... 그게... 죄송해요...”

“누가 그런 소리 듣고싶대?! 도데체가 말이야, 오늘은 무슨 꿈을 꿨다고 할
거냐!”

“할아버지가... 나왔어요. 꿈에.”

“......”

“요즘 들어서 자주 꾸거든요... 그 꿈.”

내 말에 그는 얼굴을 굳히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후,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다... 이만 가 봐.”

“에...?”

“뭐지? 그 반응은?”

잔소린 안하는 건가?
내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자, 제임스씨는 급기야 성
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아, 빨리 못가?!”

“아, 네!”

제임스씨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엔진실 한쪽 구석에 마련되어 있는 휴식실로
들어가자, 나도 엔진 상황 체크에 온 신경을 쏟아붙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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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많이 못썼어요 ㅜ_ㅜ 확실히 시험기간이라 쓸 틈이 없네요 ㅜ.ㅜ

오타는 신고를, 작가에겐 코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