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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날개(the wing) 챕터-0-

2005.05.20 07:22

오타의제왕 조회 수:172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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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날개를 가지고 있단다.]

[와, 정말요? 할아버지? 책해서 나왔던 그 천사라는 사람들처럼요?!]

[그럼! 모양은 조금 다르겠지만, 사람들은 각자 다른 날개를 가지고 있지. 그
것을 찾기 위해 사람은 살아가는 것이란다.]

[하지만, 저랑 할아버지는 날개가 없는걸요?]

[허허, 그래서 말하지 않았느냐. 날개를 찾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라고.]

[우웅...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허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이거, 할애비가 지아에게 너무 어려운 이야기를
해 준 것 같구나.]

.
.
.
.
.
.
으음... 또 그 꿈인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의 꿈... 이젠 13년이나 지나버린 기억이 아직도
이렇게 생생하다니...
내가 3살이었을 무렵이었으니, 13년 전 이야기였다.. 이상하게도 다른 것은
기억이 나질 않는데, 유독 이 일만 뚜렷하게 기억이 났다. 이 이야기를 마지
막으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왠지 그건
아닌 것 같다.

할아버지는... 100년 전 대재해의 생존자중 하나였다.
21세기말, 지구라 불리었던 행성의 대규모 지각 변. 이동을 우리는 대재해라
부른다. 그 시절에 남겨진 기록에 의하면, 지각변동에 의해 세계 곳곳에서
화산이 일어나고, 땅이 갈라지고, 헤일이 덮쳐오는 등 대규모 자연 재해가
발생했다고 하는데,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단지 할아버지나, 그 비슷한
연령대의 분들만이 알고 있는 사실인데, 이야기를 한 번도 해 주시지 않았
으니까.

하지만 확실한 건, 그 당시 120억이었던 어마어마한 수의 인류가 단 5만 명
내외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살아남은 사람들의 번식 본능에 의
해 지금 30만이라는 숫자로 불어나긴 했지만.

그 과거 찬란했다던 과학 문명마저도 군사과학을 제외한 대부분이 거대한 지
각 변동 속에 묻혀버렸다. 군사과학 분야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하게 보관 되
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만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빔 건, 초전도 라이플 등의
개인 화기류를 비롯하여, 그 당시 거의 완성 막바지에 이르렀던 반중력 장치
나, 중력 증폭을 이용한 중력장 같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곳. 천공요새 ‘프리덤’ 도 그간 남아있던 군사과학들
을 총 망라하다시피 하여 만들어낸 일종의 부유물이었다. 땅덩어리 하나를
통째로 허공에 들어 올렸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군사과학을 이용한 최고,
최강의 요새라는 소리다.
무장 상태도 남아있는 도시들 중 가히 최강이라 할 수 있으며, 유사시를 대
비한 워프장치 까지도 구비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서슴없이 이런 말을 하는
거다.

아, 그러고 보니 내 소개를 안했네. 내 이름은 ‘지(JY)’ 본명은 모른다. 나이
는 16살이고, 어린 나이에 직업을 가진 드문 녀석. 직업은 ‘엔진실 조수’라는
보잘것없는 지위지만 그래도 이만한 게 어디야.
내 이름이 저리도 이상한 이유는... 할아버지가, 내가 어렸을 때부터 본명은
부르지 않고, 저렇게 불렀기 때문에 나도 내 본명이 뭔지는 모르겠다. 단지
이게 본명이 아니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그래도 생활에 커다란 지장은 없
으니까 된 거 아닌가?

날 아는 사람들은 날 ‘지아’ 또는 ‘지’ 라고 부른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남
자다. 애칭이 저렇다 보니 오해도 쉽게 받는다. 생김새도 그렇고.

가령, ‘아가씨. 전 당신과 이 땅의 위대한 종족번식의 사명에 대해 깊게 토론
해 보고 싶습니다.’ 따위의 소리들을 자주 듣는다거나, 신출내기 엔진 관리원
들에게 ‘왜 저런 여자가 이곳에...?’ 라는 눈길을 받기도 한다.

후우, 어쨌든 거울을 보면서 내 외모에 대해 표현을 하자면, 자르기 귀찮아
서내버려 뒀다가 어느새 엔가 등 뒤까지 자란 검은 생머리. 남자로썬 드물게
눈도 크고, 콧날도 오똑하며, 입술 또한 앵두 같다. 적당히 짙은 눈썹 하며,
날카롭진 않지만, 그렇다고 둥글둥글 하지도 않은 턱. 하하, 실로 경국지색이
라 할 수 있는 외모다. 난 맘에 안들긴 하지만.
‘지아’ 라는 여성향 적인 애칭을 불러주는 사람들이 몇 있다는것이 정.말.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반어법이다.... 설마, 진짜로 믿는건 아니겠지?

근데... 지금이 몇 시지?
작은 바늘이 10... 큰 바늘이 12를 가리키고 있다..라... 하하...

“헉, 젠장! 제임스씨한테 또 엄청 깨지게 생겼잖아!!!”

그랬다. 시간은 이미 10시가 넘어가는 상황. 내 출근 시간이 9시 30분인 것을
감안 한다면 늦어도 한참 늦은 시각인 것이다. 솔직히, 이곳에서 직업의
개념은, 돈이라는 것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 보다는, ‘프리덤’ 이 ‘프리
덤’ 으로써 존재할 수 있도록 약간씩의 노동력을 기증하는 것에 불과하다.
식량과 생필품 같은 것들은 이곳에서 자체조달 되기 때문에 돈을 주고 사는
일은 없다. 비록 땅위에선 돈이 필요 할 지라도, 이곳 프리덤에서 만큼은 일
을 하는 대가로 ‘돈’ 대신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받는다. 그 옛날 많
이 있었다던 ‘사회주의’ 같지만, 그것과는 다른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
가져가고 원하는 만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덤’ 같은 주위와 폐쇄된 구조(사실 지금까지 존재하는 도시들은 전부 다
패쇄적이다. 지하도시 ‘인 어스 시티(IN EARTH CITY)’ 만 빼고.)에선 이렇
게 될 수밖에 없다. 아니, 이렇게 되지 않는다면 ‘노동력 -> 물품’ 이 아닌
‘노동력 -> 돈 -> 물품’ 이런 식으로 비효율적인 소비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엔진실에서 내가 하는 일이라곤, 엔진실의 책임자인 제임스씨의 지시에 따라
레버를 밀고 당기는 일과, 수치오차 확인 뿐이지만, 그래도 나이 먹은 60대가
하기엔 고된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60대보단 10대가 낫지.

다른 사람이할 수는 없다. 숙련되지 않은 사람이 레버를 약간이라도 잘못 조
정하게 되면 이 천공요새를 받치고 있는 반중력 엔진의 가동이 멈추거나 폭
주해서 이 요새가 땅으로 곤두박질 칠 것이기에 숙련된 사람이 필요한 것이
다.

그런 중요한 일을 왜 나 같은 16살짜리 철부지가 하냐고 묻는다면...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날 뽑은 건 제임스씨이지 시험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내가 아는 거라고는 제임스씨가 ‘그래! 너다!’ 라고 말하며 날 옆구리에 끼곤
달아나듯이 엔진실로 달려온 것뿐이다.

제임스씨는 올해 60대에 접어드는 노장이다. 환갑잔치라도 해 주어야겠지만,
아마 그랬다간 그의 왼쪽 기계 팔에 개 패듯 맞아야 할 것이 자명했기 때문
에 우리 엔진실 직원(?) 들은 지금 그의 눈치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만날 ‘난 아직 60대가 아니야!’ 라며 발악적으로 외치고 있는 것이었는데, 아
마 60세부터 노인으로 분류되기 때문인 것 같다.
훗, 늙은이들 속내는 정말 알 수가 없다니까.

제임스씨가 환갑잔치를 하는 상황을 생각하자, 웃음이 터져 나오려고 했지만
그래도 출근(?)은 해야 했기에 난 재빨리 옷을 꺼내 들었다.
일종의 작업복인데, 특별한건 없고 엔진실에서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증
기를 막기 위한 한 방편일 뿐이었다.
습기의 영향을 덜 받기 위한 헐렁한 반팔 티셔츠에, 공기순환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한 위, 아래통이 크고,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증기를 막기 위해 신발
까지 질질 끌리는 바지였다. 위에서 냉각된 물이 떨져서 머리가 젖는걸 막기
위한 모자에, 습기로 가득 찬 곳을 무난히 다니기 위한 고글. 그리고 장갑.  
말은 많았지만 이게 다였다.

“자, 준비 끝!”

그리곤, 내 침대 옆의 탁자에 고이 올려져있는 사진으로 눈을 돌렸다. 그곳
엔 언제나 웃고 있는 4인 가족이 있었다. 맨 아래에서부터, 꼬마아이, 부부인  
듯 한 남녀. 노인 하나가 있었는데, 아래쪽에 2200.07.13이라고 적혀 있었
다. 13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존재했던 사진이, 바래지 않은 천연색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제와서 이런 말 하기는 조금 새삼스럽지만... 맨 아래 꼬마아이는 나. 부부
는 내 부모님. 노인은 우리 할아버지다. 부모님은 내가 7살이 되었을 무렵,
나를 이곳에 남겨둔 채 땅으로 내려가셨다. 이 척박하고 삭막한 대지에서 인
간들이 살 수 있는 땅을 찾기 위해서. 아직 아래쪽은 ‘크리처’들이 활보를 하
고 있어서 위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9년이나 흐른 지금. 내가 부모님을 그리워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언
젠가는 돌아오실 것이기 때문에 땅으로 내려가고 싶은 맘을 꾹 누르며 참아
왔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지만, 왠지 붉어지려는 눈시울을 모자로 감추고 그
대로 난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하아... 오늘따라 왜 이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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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챕터 0입니다. 프롤로그이자 도입부죠.

성실연재는... 보장드릴 수가 없네요;; 컴퓨터를 주말에만 할 수 있는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