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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겨울비

2005.05.24 03:31

세이니 조회 수:75 추천:1

extra_vars1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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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혼자라는 것은 무척이나 힘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라면 나를 구해 줄지도 모릅니다.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때문에 그 사람이 힘들어하는 것은 무척이나 싫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 나를 위해선 아주 조금만 노력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힘들지 않을 만큼만요.

그 나머지는 내가 노력할 테니까. 내가 힘낼테니까요. 많은 것도 결코 바라지 않겠습니다. 날 사랑해 달라고도 하지 않을게요. 그냥 이대로만 있어주세요. 내 손을 잡아주세요. 아주 가끔이라도 좋으니까 나를 생각해 주세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정말이예요.

왜냐하면 나는 그 사람의...


그 사람의 좋은 여동생이니까요.




[ 겨울비 ]




episode 0. 프롤로그 - Beauty And The Beast




1.
어느덧 녹색이던 나뭇잎은 붉게 물들며 바스러져 가고 있었다. 지후는 고개를 들어 붉은빛의 나뭇잎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자 나뭇잎은 바스스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내렸다.

띠리리리.

문득 지후의 주머니에서 재미없는 단음의 벨소리가 흘러 나왔다. 지후는 주머니에서 벨소리를 울리고 있는 폰을 꺼냈다. 당장이라도 부서져 버릴 것 같은 낡은 휴대폰이었다.

" 네. "

그리고 지후는 누구에게서 전화가 오는 것임을 확인도 하지 않고 대뜸 전화를 받아버렸다. 사실 자신에게 전화를 걸 사람은 단 한사람밖에 없다는 것을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전화 속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다. ]

지후는 무표정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낙엽이 지고있는 가로수 몇 그루만이 전부인 골목길에는 그 누구도 없었다.

" 몇 명 정도입니까? "

[ 열명.]

" 알겠습니다. "

[ 괜찮겠나? ]

그 순간 골목을 돌아 열댓명의 교복 입은 10대 후반의 남자들이 걸어오고 있는게 보였다. 지후는 천천히 폰을 내리며 대꾸했다.

" 물론. "

" 음? "

남자들 중 가장 선두에 서 있던 남자 한 명이 지후를 발견하곤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지후는 폰을 뒷주머니에 쑤셔 넣더니 그 남자를 마주 바라보았다. 둘의 눈이 마주친 순간 남자의 눈이 커졌고, 지후는 미소를 지었다.

" 너는... "

딱딱하게 굳은 표정의 남자는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의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지후의 빠른 일격이 작렬했다. 조금도 짐작할 수 없었던 지후의 빠른 스피드에 남자는 급히 피하려 했지만, 지후의 주먹은 그런 그를 놓이지 않았다.

빠악!!

지후의 주먹이 남자의 얼굴을 강타하며 뼈가 부서지는 것 같은 커다란 소리가 골목을 가득 메웠다. 남자의 뒤에 서있던 다른 남자들은 지후의 갑작스런 공격에 다들 순간 당황한 듯 했지만, 이내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며 주먹을 쥐어다.

" ..늦었어. "

그러나 지후는 그런 그들의 모습에 전혀 주눅 들지 않은 듯 가볍게 발을 땠다. 그리고 모든 상황이 종료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낮고 짧은 비명들이 골목을 울렸고, 지후는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 몸을 놀릴 뿐이었다. 그들은 미처 손을 써보지도 못하고 하나 둘씩 쓰러져 갔다. 마지막 한 명이 쓰러질 때까지 그들 사이를 누비는 지후의 모습은 인간이라기 보다는 마치 한 마리의 야수처럼 보였다.

" ...비스트(beast-야수)... 인가? "

가장 처음 쓰러졌던 남자가 비틀비틀 일어나며 말했다. 그의 코와 입에서는 벌건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후는 축 늘어져 있는 마지막 한 명을 가볍게 던져버리고는 히죽 웃었다.

" 그렇게 부르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나는 촌스러워서 싫지만. "

" 크윽... 잘도... "

" 뭐, 원하신다면 더 상대해 드릴수도 있고. "

쓰러져서 신음하는 남자들 사이에 서서 히죽거리는 지후의 모습에, 분한 듯 남자는 이를 우득 갈았지만 더 이상 지후와 싸울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아니, 하지 못했던 것이겠지. 비록 습격이라곤 했지만, 홀홀 단신으로. 그것도 나름대로 주먹 꽤나 쓴다는 자신들을 이런 꼴로 만들어 놓은 저런 괴물과 싸워서 이긴 다는 건 마치 승산 없는 도박을 하는 것과 같을 테니까.

" 그럼. 어디~ 용건을 확인해 볼까나. "

더 이상 그들에게 전의가 남아있지 않음을 느낀 지후는 흥얼거리며 그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남자는 지후가 다가오자 흠칫 놀라며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나고 말았다.

" 뭐... 뭘 하려는 거냐. "

" 아아. 선배가 부탁한게 좀 있어서요. "

뻣뻣하게 굳은 남자에게로 지후는 손을 뻗었다.

" 이건가. "

뻗어나간 지후의 손이 남자를 지나쳐 바닥에 떨어져 있는 가방에 닿았다. 지후는 빙글빙글 웃으며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곧 자신이 원하는걸 찾았는지 활짝 웃었다.

" 아~ 찾았다! "

지후의 손에 들려 나온 것은 귀여운 소녀가 그려져 있는 잡지 하나였다. 그것을 본 남자의 눈이 커졌다.

" 큭! 그.. 그건 프리티 레이디스 초호본!! 안돼!! 그건 나의 보물이라고!! 제발 그것만은...! "

" 에에. 그치만 저도 명령받은 거라서요. 솔직히 이런걸 왜 수집하는지는 모르겠지만. "

남자의 처절한 목소리를 가볍게 묵살한 지후는, 잡지를 한 손에 들고 눈을 찡긋하며 웃었다.

" 뭐,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음 번엔 마주치지 않았음 좋겠네요. "

그리고 빙글 돌아선 지후는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다시 뒤를 돌아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 아참. 깜빡했다. "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운 듯 지후는 미소를 지었다.

" 선배의 전언입니다. 한번만 더 진영고등학교 학생들을 건드리면 이걸로 끝나지 않을 거다. "

웃고있는 그의 눈빛은 무척이나 차가웠다.



2.
" 전리품입니다. 앞으론 이런 것 좀 시키지 말아주세요. "

학교.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노을진 교실에서 지후는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잡지를 던졌다. 그리고 그가 던진 잡지를 낚아챈 강현은 싱글싱글 웃으며 대꾸했다.

" 오늘은 왜 이렇게 심통이 나셨나~ "

" 짜증이 안나게 생겼습니까? 요즘은 매일이라구요. 아~ 진짜 아무리 나라도 계속 이러면 곤란해요. 몸이 다 상한다고요. "

" 흐음 그래서? "

지후는 그를 힐끔 쳐다보며 검지와 중지를 세워 보였다.

" 돈을 두배로 올려 주십시오. 추가 수당을 받아야 겠다구요. "

" 오케이. 받아들이지. "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튀어나온 강현의 말에 지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절대 줄여준다는 말은 안 하는구만. "

강현은 킥킥 웃으며 지후의 검은머리를 쓰다듬었다.

" 겨우 야수의 목에 목줄을 채웠으니까 쓸 수 있을 때 잔득 써둬야지~ 겨우 일년짜리 목줄이잖아? "

지후는 미간을 찡그리며 그의 손을 쳐냈다.

" 이러지 좀 마세요! 이러니까 내가 비스트니, 선배의 애완동물이니 하는 이상한 소문이 퍼지지!! "

" 뭐, 별수 없잖아. 계약서에 싸인한 이상 넌 일년동안 내 소유니까. "

" ...그런 오해의 여지를 무지막지하게 불러일으키는 발언좀 하지 않을 수 없습니까? "

" 푸하하하!! 뭐 어때. 사실인걸. 나는 돈으로 너의 싸움 실력을 샀고, 너는 거기에 응했으니. 안 그래? 사실 돈으로라도 너를 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안그랬음 우리학교는 벌써 먹혀 버렸을 테니까. "

지후는 혀를 차며 퉁명스레 중얼거렸다.

" 어련하시겠습니까 "

" 그건 그렇고 정말 신기하네. 따로 배운 적도 없으면서 어찌 그렇게 싸움을 잘 하냐? 체구도 그렇게 작으면서. "

사실이 그랬다. 겨우 170대 중반 정도로 그리 크지않은 키를 가진 지후는 체구 또한 그리 크지 않은 것이 아담했다. 열 여덟인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평범한 체구였던 것이다. 그리 근육이 붙은 것도 아닌 그의 몸은 차라리 마른 편이었고, 외모도 흉지지 않고 깔끔하게 생긴 것이 싸움과는 무척 거리가 멀어 보였다.

지후는 약간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가방을 집어들었다.

" 그냥 재능으로 버티고 있죠. 그럼 임무 완수보고도 했겠다,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돈은 언제나 처럼 그 계좌로 넣어 주십쇼. "

" 아아. 그럼 내일 보자고. 귀염둥이~ "

" ...... "

지후는 귀염둥이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 되어 교실을 나섰다. 그리고 곧장 현관까지 내려온 그는 문득 갑자기 어두워진 것 같은 느낌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구름이... "

어느샌가 하늘엔 먹구름이 잔득 끼어 있었던 것이었다. 지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한바탕 쏟아지겠군. "

그리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곤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걸어가는 그의 뒤로 차가운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3.

쏴아아아아.

저녁부렵부터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던 빗물은 어느샌가부터 엄청난 기세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갑작스런 비에 더러는 달려서 건물로 들어가기도 했고, 더러는 우산을 꺼내 쓰기도 했다.

도시의 불빛인 가로등이 하나둘씩 커져갔고, 빗물에 번진 그 불빛은 어두운 하늘에 흐릿한 동심원을 그렸다.

" 추워... "

하나. 둘. 셋.. 끝도 없이 늘어져 있는 가로등의 몇 번째인가의 아래에 한 소녀가 서있었다. 원래는 부드러웠을 머리카락은 차가운 빗물에 젖어 축 늘어져 있었고, 입고있던 원피스도 차갑게 식어 그녀의 몸에 엉겨 붙어 있었다.

소녀는 몸을 부르르 떨며 양팔을 감싸 안았다. 그녀의 파랗게 질린 입술이 안쓰럽게도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타박. 타박. 타박...

그때 문득 빗소리 사이로 낮은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소녀는 내리깔고 있던 두 눈을 그 발소리의 주인에게 맞추었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전부인 어두운 길을 걸어오고 있는 교복차림의 한 소년이 보였다.

" 아... "

소녀의 입술이 희미하게 미소 같은 것을 그렸다. 그리고 걸어오고 있던 소년도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그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 응? 넌... "

소녀는 그를 바라보며 뭐라 말하려 했다. 그러나 그녀는 채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가녀린 몸이 더 이상 차가운 가을비를 버텨내지 못하고 쓰려져 내렸기 때문이었다.

" 어? 야! 왜 그래!! "

소년은 갑자기 쓰러져 버린 소녀를 보며 놀래선 그녀에게 달려갔다. 비는 그칠 줄을 모르고 계속하여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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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다녀왔습니다아.
대회때문에...(머엉)
다녀와서 느낀거는 사람 사는데는 다 거기고 거기라는 점 정도네요; <ㅡ 거의 미래도시수준으로 서울에 대한 과대망상을 품고있던 바보같은 부산촌녀;
뭐.; 다 그런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