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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The CROW

2005.05.26 23:50

영원전설 조회 수: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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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처음 알았다.
  하늘이 붉은 색을 띌 수 있다는 것을.

                    
                      - The CROW -


  “야, 아령아.  야.”

  “..  예이~  싫어요...  5분만 더..”

  무언가 둔탁한 것이 내 머리를 강하게 강타한다.  무지하게 아픈 나머지 현실로 돌아와 내 뒤통수를 후려갈긴 못된 년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너무해!!  아프잖아!!”

  “쯧쯧, 얘가 정신 못 차리네.  어젯밤에 뭐했어?  점심시간부터 내리 잤으면서, 선생님한테 안 걸린 게 기적이다.”

  난 진선이의 말에 고개를 들어 시계를 바라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간은 바야흐로 방과 후.  하얀 셔츠에 체크무늬의 초록색 재킷, 그리고 세트인 듯 한, 무릎까지 오는 치마를 입은 많은 아이들은 벌써 가방을 챙기고 있었고 선생은 이미 나가고 없다.  벌써 이렇게 되었나?

  “아..  정말 엄청나게 자버렸네..  좀 깨우지.”

  “깨우려고 노력은 했지.  근데 역시 폭력이 효과는 최고더라.  나 이제 간다.”

  “어?!  잠깐 기다려!”

  홱 뒤돌아서 기다리지도 않고 교문을 여는 저 계집애를 따라 잡으려고 난 허겁지겁 교과서와 필통을 내 검정 색 가방에다 쑤셔 넣었다.  하지만 막상 일어나려고 하니 무언가 빠뜨린 느낌.  에..  뭘 또 꺼냈었더라....

  쿠콰쾅!!

  “꺄아아아아악!!!”

  노랗고 하얀 빛이 학교를 비추는 동시에 울려 퍼진 갑작스런 커다란 천둥소리는 집으로 가려는 모든 학생들의 입에서 비명을 뽑아낸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  무서웠다기 보단 너무나도 큰 소리가 갑자기 울려서 놀란 탓이다....  똑같은 말인가?  

  “우우..  뭐야, 아침 뉴스에선 하루 종일 맑음이라더니..”

  모두가 다 투덜거린다.  하긴, 저렇게 사납게 쏟아지는 비를 우산 없이 맞이하려니 욕부터 나오겠지...  이런 말을 할 때가 아니잖아.  나도 우산 없는데.

  “안 가?”

  진선이 년이 자신의 빨간 색 우산을 나에게 흔들어 보이며 묻는다.  정말, 난 친구 하난 잘 두었어.

  “응!  가야지.”

  “그래?  그럼 잘 가.”

  엑?

  “앗?  잠깐, 같이 쓰고 가~!”

  “싫어.  좁아.”

  젠장, 앞에 한 말 전면 취소다.

  “떡볶이 사줄게.”

  내 피 같은 돈으로 진선이를 매수했다.  아무리 그래도, 저 장대비를 맞으면서 집까지 걸어가긴 싫다.

  “그래.”

  아주 당연한 듯이, 저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날 기다린다.  천벌 받을 년.


           *************************************************************************


  급작스런 장대비에 대부분은 준비를 하지 못한 모양이다.  찻길을 바라보면 승용차, 벤, 버스들이 한 대 어우러져 심각한 교통체중을 낳고 있고,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뜸하다.  몇몇은 진선이처럼 - 우연인지 뭔지 - 우산을 쓰고 있었지만 많은 수의 사람들은 그저 머리에 자신의 가방이나 신문지등을 얹고 목적지를 향해 달려간다.
  수없이 쏟아지는 검은 비속에선 그 많던 새들마저 침묵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방금 전만 해도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던, 하얀 구름이 떠있던 옅은 푸른색의 하늘은 거무튀튀한 회색의 폭군으로 변모해 무겁게 하늘 아래의 생명들을 짓누른다.
  무심코 밟히는 물웅덩이들은 비를 닮아 검정 색을 띈다.  그들이 올려다보고 있는 것은 자신들보다도 더 탁해 보이는 하늘.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왠지 그런 물웅덩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들이 태어나서 처음 바라보는 하늘은 우울함이 가득 찬 창공.  회색 폭군이 걷히고 드디어 푸르고 환한 하늘을 바라 볼 때, 그들은 그 아름다움에 의해 증발되어 사라진다.  밝은 것을 보지 못하는 운명.  슬프다고 생각되는 것은 그저 인간적인 생각일 뿐 일까.  
  물웅덩이에게 있어서 아름다운 것이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까?  
  시선을 진선이에게 돌린다.  175정도의 키.  갸름한 얼굴에 검은색 생머리가 가슴까지 내려온다.  어떻게 보면 창백한 게 조금 귀신같은 애.  하지만 보기완 달리 말이 많다.  그것도 표정하나 안 바꾸면서.  어렸을 때부터 훈련을 받아 온 것이라고 나에게 말하긴 했는데 그 이상은 가르쳐 주질 않는다.  없는 돈 쏟아 부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무당 집안이라고도 하는데..  그런 일 정도로 저렇게 필사적으로 숨길까?  
  갑자기 진선이가 방향을 바꾸어서 조금 떨어지는 비에 맞아버렸다.  말이 조금이지, 비가 워낙에 많이 오는 까닭에 머리가 완전히 젖어 버렸다.  내 목까지 밖에 오지 않는 머리카락들이 피부에 붙는 게 상당히 기분 나쁘다.
  진선이가 방향을 바꾼 곳을 둘러보니 역시나.  학교에서 제일 가까운 분식점 방향이다.  절대로 잊어 먹지도 않는다.  나쁜 지지배.  우산 씌워주는 것 치고는 너무 비싸잖아.
  ...  라고 투덜거리고 있을 때 신호등에서 검은 우산을 쓴 남자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한쪽 손을 자신의 검은 바지에 넣은 그는 턱까지 내려오는 유난히 뾰족한 머리카락들을 가졌다.  그러고 보니, 그의 옷이 처음부터 발 끝까지 온통 검정색이다.  이런 날씨에 저런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정말...  지독히도 우울하다.
  갑자기 그가 고개를 돌린다.  그의 머리카락이 반동에 의해 찰랑인다.  

  “아령아, 뭐해?”

  진선이의 목소리가 처음엔 크게, 그 다음엔 메아리가 되어 내 귓속을 헤매다 사라진다.  나의 자각을 받지 못한 체.  대지를 때리는 비들마저 나의 관심을 더 이상 받아내지 못했다.
  지금 나만이 자각하고 있는 이 세상엔, 그와 내가 거리를 두고 서 있다.
  내가 이 세상에 들어온 이유.  내가 현실과 단절되어 이 세상만을 자각하고 있는 이유.
  그것은 나를 사로잡고 있는 그의 적안 때문.
  붉은 와인에 루비를 집어넣어도 낼 수 없을 듯 한 영롱한 적색.
  뜨거울 듯 하면서도 막상 만져보면 소름이 끼치도록 차가울 것 같은 느낌.
  그리우면서도 두려운 느낌.

  “..  령아!  아령아!!”

  무언가 둔탁한 것이 내 머리를 강하게 강타한다.  무지하게 아픈 나머지 현실로 돌아와 내 뒤통수를 후려갈긴 못된 년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뭐하는 거야!  아프잖...”

  난 얼어붙었다.  진선이의 얼굴을 보고선.  눈시울이 붉어진 그녀는 내가 마치 죽었다 살아나기라도 한 듯이 보면서 속삭인다.

  “보면 안 돼.  그것을 보면 안 돼.”

  어느 상황에서도 영원한 포커페이스를 보여줄 것 같았던 진선이가 나를 부둥켜 않으며 운다.

  “그들을 보면 안 돼.  절대로.  다시는.  아직 너무 이르단 말이야, 넌.”

  황당했다.  도대체 얘가 왜 이러는 거지?  난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진선이의 빨간 우산은 우리의 바로 옆에서 뒹굴고 있었고, 비는 계속해서 쏟아져 내린다.
  그리고 신호등 옆에 서있던 남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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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기분이 좋아서 예전에 묵혀두던 소설 하나 올립니다 =ㅁ=   아마 이 소설 끝낼 리는 거의 없을 듯 =ㅅ=  이래서 다작은 =ㅅ=
  문제는..  스토리가 조금 어색해져서 아직 다 쓰려고 한다면 머리 속에서 조금 더 수정이 필요하고(바하카프 땜시 용량 초과로 이거 스토리 거의 까먹었지만 =ㅅ=;;) 게다가 배경이 한국 고등학교...  제가 전혀 경험하지 못한 곳.. =ㅅ=  그런 이유로 만약 끝낸다면 먼 훗날에.. ;;;( ㅇㅂㅇ);;;

  p.s. 저 그림, 일단 분위기와 캐릭터 설정에 신기할 정도로 딱 맞아서 집어넣긴 했는데..  도대체 동생놈이 어디서 퍼온건지...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