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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베르트랑스의 저택

2005.05.26 18:09

책벌레공상가 조회 수:61 추천:2

extra_vars1 Wellcome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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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오늘 날씨도 참 좋은 날씨로군."

베르트랑스는 창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늘은 지금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아무리 봐도 좋은 날씨는 아니다.
마침 베르트랑스의 집사 하이든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부르셨습니까? 백작 나리."

"음. 그래. 불렀다."

베르트랑스는 집사 하이든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보게 집사, 아마 30분 뒤면 손님들이 찾아올 것이다. 내가 전에 일러준 대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해라. 알겠냐?"

"네...그럼, 당장 대기조에게 연락을 하겠습니다."

집사는 그 길로 베르트랑스의 방에서 나갔다.
베르트랑스는 계속 창밖을 쳐다 보았다.


한편, 수레 하나와 그 수레를 끌고 오는 사람 두명이 있었다. 둘 다 머리에 기다란 두건을 두르고 있어서 얼핏 보아서는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수레에는 지푸라기를 채워 놓고 있었다.
마침내 왼편에 선 사람이 입을 열었다.

"흠...잠시뒤면 베르트랑스의 저택이군. 준비는 단단히 했겠지?"

오른편에 선 사람이 대답했다.

"응. 내가 사전에 아는 친구들로부터 조언을 잔뜩 들어 놓았거든. 걱정마."

철커덩 철커덩.
수레는 계속 베르트랑스의 저택을 향하여 굴러갔다.


드디어 베르트랑스 저택 정문 앞.
왼편에 선 사람이 문을 두들겼다.

"실례합니다. 베르트랑스 백작씨. 문좀 열어 주세요."

끼이이익.
문이 열렸다.
두 사람은 수레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과 수레가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철커덩!
문이 닫혔다.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베르트랑스 저택에 침입한 두명의 사람과 수레 뿐...

오른쪽에 서 있던 사람이 말했다.

"왜 이렇게 조용한거지...? 이렇게 되면...계획이 어긋나게 되는데...이제 어떻게 하지?"

왼쪽에 서 있는 사람이 대답했다.

"일단은, 실례지만 저택 안을 샅샅이 뒤져보는 수밖에 없겠어."

두 사람은 짚으로 가득 채운 수레를 거실 중앙에 세워두고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향해서 올라갔다.
2층 난간 옆에는 문이 여러개가 있었다. 일행은 첫번째 문 앞으로 이동했다.
첫번째 문은 재질이 나무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문짝에는 강아지 그림이 붙어 있었다.

"어떻게 할까? 이 문을 열어볼까?"

"그래. 열어보자."

왼편에 서 있는 사람이 문짝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당겼다. 그러나 꿈쩍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 문을 붇잡고 끙끙대었다.

"...이 문 잠긴건가?"

오른편에 서 있던 사람이 문에 붙은 글씨를 발견하였다.

'미시오'

그리고 아직도 문을 붙잡고 끙끙대는 사람에게 입을 열었다.

"당기지 말고 앞으로 밀어봐."

그 문을 붙잡고 끙끙대던 사람은 오른편에 서 있는 사람이 지시한대로 앞으로 밀었더니 문이 열렸다.
끼이익.
문이 열리면서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의한 반응이 즉각 들어왔다.

"멍! 머멍! 멍! 멍멍!"

방 안에는 작은 우리 안에 강아지 3마리가 방문 소리에 놀라 방문을 향하여 짖어대고 있었다. 그리고 방 구석에는 개먹이가 있었다.

"......여기에는 없는 모양이야...다른방을 가보자."


일행은 두번째 문 앞에 섰다. 망설일 것도 없이 열었다.
끼이익.

방안에는 책들로 가득하였다. 별거 없는 모양이였다.

"......여기에도 없는 모양이야...다른방을 가보자."

일행은 세번째 문 앞에 섰다.
세번째 문의 문짝은 이전의 문짝과는 조금 특이했다.
문에 칠이 쳐 있었고, 디자인이 훨씬 고급스러웠다. 그리고 꽃장식도 달려 있었다.

"아마 여기라면...십중팔구로......"

"그래, 한번 열어보자."

이번에는 오른편에 있는 사람이 문을 잡고 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은 꿈쩍하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 끙끙대고 있는데, 왼편의 사람이 문에 씌여진 글씨를 발견하였다.

'당기시오'

문을 밀고 있던 사람도 곧 즉시 그 글씨를 발견하고는 문을 당겼다.

"여기에 분명히 있겠지?"

"글쎄다."

...
이번에는 소리없이 조용히 열렸다.

"누...누구...누구시죠?!!"

방 안에 있던 하녀가 갑자기 베르트랑스의 저택에 찾아온 2명의 불청객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말하였다.

'이런, 여기도 없는 모양이군. 그나저나...어떻게 하지?'

그렇게 생각한 끝에 결심을 했다.
왼편에 서 있는 사람이 하녀에게 소리쳤다.

"꼼짝말고 방안에 얌전히 있어!"

왼편에 서 있는 사람이 이렇게 외치고는 문을 세게 닫았다.
쾅!
그리고는 문을 밖에서 걸어 잠갔다.

일행은 계속 네번째 문, 다섯번째 문, 여섯번째 문을 계속 열어보았다.
네번째 문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다섯번째 문은 잠겨 있었고, 여섯번째 문을 열게 되었다.
끼이익.

방 안에는 탁자 하나가 있었다.

"뭐야...이 방에도 별건 없는 모양이군. 다른 방으로 가 보자."

라고 말하면서 오른편에 서 있던 사람이 말했다.
그러나, 왼편에 선 사람이 탁자 위에 무언가를 발견했다.

"자...잠깐! 탁자 위에 무슨 종이가 있어."

일행은 그 종이에 쓰여진 글을 읽어 보았다.

[안녕하신가? 이 저택에 온 것을 환영하네. 난 너희들이 온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지. 분명 너희들 중 한 사람은 물레방앗간의 방앗간지기의 아들 '밀러'이고 다른 사람은 그의 여동생 '밀레나'이지? 난 내 영지 내의 사람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다 파악하고 있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차 말이야...]

"헉! 우...우리가 온 것을 알고 있었단 말인....가?"

밀러는 계속 종이에 쓰여진 글을 읽었다.

[...너희들은 분명히 내 저택을 폭파하러 왔겠지? 난 다 알고 있지. 그래. 나도 마침 내 저택이 낡아서 바꿀때도 되었는데...잘됬지. 난 곧 폭발할 내 저택이 아주 잘 보이는 곳에서 멋진 불꽃놀이를 감상하며 여유있게 바캉스를 즐기고 올테니 알아서 하라고...참고로 말해두겠는데...우리 저택에 들어오는건 쉬워도 나가는 것은 어려울 텐데 말이야...지금쯤 내 저택 문은 굳게 걸어잠겨 있을거다...그럼 잘있으라고!
-베르트랑스 백작으로부터-]

다음 순간, 밖에서 문을 걸어감궜던 세번째 방에 다음과 같은 소리가 들렸다.

전화벨 소리,
전화 받는 소리,
전화 끊는 소리,
그리고...전기톱 돌아가는 소리.

밀러와 밀레나는 재빨리 세번째 방문 앞으로 달려갔다. 방문은 전기톱에 의해 잘려나가 나뒹굴고 있었고, 안에 있던 하녀는 밖으로 나간지 오래 되었다.
밀러는 주변을 재빨리 둘러보았다. 그러자,
계단난간 사이로...아까 그 하녀가 횃불을 들고 일행이 세워 두었던 수레로 접근하는 것이 보였다.

"...뭐...뭐하는 거야?!! 그...그만둬!"

밀러는 재빨리 하녀에게 달려가서 하녀가 들고있던 횃불을 낚아챘다. 그리고 횃불을 거실 한가운데에 있는 분수연못에 던졌다.

"도데체 뭐하려는 속셈이야?"

밀러는 하녀에게 따졌다. 뒤이어 밀레나도 달려 내려왔다. 하녀는 당황해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였다.

"다...당신들은...도...도데체...뭐...뭐하는...사...사람들이죠?"

밀레나가 말하였다.

"이 수레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나 알기나 해? 이 수레안에는..."

밀러가 재빨리 밀레나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 그걸 말했다가 어쩌려고! 저 하녀가 그 소리 듣고 외부에 떠벌리면 어쩔려고 그래?"

밀레나가 대꾸하였다.

"떠벌리라면 떠벌리라지. 난 이제 그런건 겁 안난다고......그게 정말 그렇게 겁이 난다면, 저 하녀를 겁탈해서 죽이던가..."

밀러는 한숨을 쉬었다.

"......난 이제 살생은 안하기로 맹세한지가 오래됬다고. 그걸 알면서도 그 소리냐?"

가만히 듣고 있던 하녀가 물었다.

"저기...저 수레에는 뭐가 들었길래...?"

밀레나가 하녀에게 말하였다.

"아, 저 수레? 저 수레에는......"


베르트랑스의 저택이 잘 보이는 언덕.
베르트랑스 백작과 그의 집사 하이든이 자신의 저택을 지켜보고 있다.

...저택은 여전히 조용했다.

"거 참 이상하군. 분명히 지금 쯤이면 내 저택이 멋지게 폭발하여 불꽃놀이를 보여 줄텐데 말일세..."

베르트랑스 백작은 손에 들고있던 와인을 원샷으로 들이키고는 자신의 집사 하이든에게 돌아보며 말하였다.

"내가 왜 저 저택이 파괴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 혹시 알고 있나?"

하이든이 대답하였다.

"혹시 그 소문 때문이십니까......?"

베르트랑스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 그 소문을 헛소문이라고 생각하는데...백작 나으리는 사실로 생각하시는 겁니까?"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믿기 어려운 소문인지라...아니, 저택에 유령이 돌아다닌다니, 말이 됩니까?"

"내가 말이 된다면 말이 되는거야. 그런줄 알고 잠자코 있게."

"...네."

베르트랑스는 빈 유리잔을 탁자에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참, 분명히 저택에 있는 닐스에게 전화를 한거 확실한가?"

집사 하이든이 대답하였다.

"아? 네...네... 닐스는 휴가중이라서...하녀가 대신 전화를 받았습니다만......"

"...하녀......?"


"...마르찌니오 와인 3통이 들어 있다고."

하녀는 잠깐 깜짝 놀랐다.

"마...마르찌니오 와인이라고요?"

"하기야, 놀랄 만도 하겠지. 200년 동안 숙성시켜 만들었다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싼 와인 5개종류에 손꼽히는 와인이니까. 하지만 이런 와인을 우리같은 평민이 소유하기에는 너무 과분한 물건이지. 그래서 이 저택의 주인 베르트랑스 백작님께 비싼 값에 팔러 온거야. 참고로 저렇게 짚속에 숨겨서 가지고 오는 이유는 말이야, 사실 저 와인 3통은 몰래 빼돌린 물품이거든. 지금쯤 찾으러 난리가 났을 꺼야."

하녀에게 자랑스레 설명하느라 신이 난 밀레나를 밀러는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다.

창가 뒤에 검은 그림자가 어른 거리다가 이내 사라졌다.

"...내 참. 넌 언제 철이 들래?"

가만히 듣고 있던 하녀가 밀레나에게 넌지시 말하였다.

"저기...근데 한가지 부탁이 있는데...들어주시겠어요?"

밀러가 말하였다.

"그래? 그 대신에 뭐 줄껀데?"

"음...다른건 줄 건 없고요......제가 브로치 하나 가지고 있는데......"

하녀는 품 속에서 브로치를 꺼내었다. 브로치에는 푸른색 보석이 박혀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밀러가 한마디 하였다.

"흠...좀 비싸보이는 물건인데......그래, 부탁이 뭐야?"

"실은..."

하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말하였다.

"1년전만 해도 이 저택은...이 저택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죠......그때는 정말 사람이 많은게 싫었었는데......지금은...그렇지가 않네요......언제부턴가 사람들이 이 저택을 하나 둘씩 떠나가기 시작했죠......결국엔 베르트랑스 백작님과 그의 집사, 그의 하인 닐스, 그리고 저만 남게 되었어요......그나마 최근에 닐스는 백작님 몰래 휴가를 떠난답시고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고...베르트랑스 백작님 마저......어디 바람 좀 쐬러 여행을 간다는 말을 남긴 이후로 3일째 소식이 없으셔요......백작님마저 이 저택을 떠나는건 아닌지......"


여기는 베르트랑스의 저택이 잘 보이는 아까 그 언덕.
베르트랑스 백작은 저택을 바라보며 말을했다.

"저 저택이 분명히 폭발할 텐데 폭발하지 않다니...아무래도 유령의 조화인 모양이군...흠..."

옆에 서 있던 하이든 집사가 물었다.

"백작 나으리, 이제 저 저택을 어떻게 하시렵니까?"

"...할수 없군. 이렇게 된 이상......유령이 깃든 저택에 무슨 미련이 있겠느냐."

베르트랑스 백작은 집사 하이든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이보게, 당장 니베르 지방으로 가서 어디 좋은 저택 있으면 알아보고 오게."

"넵!"


하녀는 약간 울먹이는 말투로 계속 말하였다.

"......부탁인데...이 저택에 머물러 주시겠어요?"

가만히 듣고 있던 밀레나가 하녀의 말에 태클을 걸었다.

"잠깐만! 그런데 왜 넌 이 저택을 떠나지 않고 계속 외로이 지키고 있는거야?"

하녀는 약간 더듬대며 말하였다.

"저...저기...그...그게...사...사정이...이...있어서...요......그...그런게...이...있잖...아요?"

밀레나는 그 말을 듣고 그려려니 하고 넘어갔다. 밀러도.


밀러와 밀레나는 저택 로비에서 베르트랑스 저택의 웅장한 자태를 둘러보았다. 절로 감탄사가 나올 만도 하였다. 저택 천장에는 크리스탈로 장식한 샹들리에가 걸려 있었고, 난간은 위인동상으로 장식하였다. 문은 얼핏 보아도 10개는 넘게 보였고, 층수는 3층은 족히 되어 보였다. 그리고...
...시간 관계상 나머지는 그냥 넘어갔다.

"아까 들어올 때는 몰랐는데 다시 보니까 이 저택 굉장하다..."

밀레나가 혼잣말을 하였다.

"이 거대한 저택에서 살기만 하면 되는거지...?"

밀러의 말에 하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밀러와 밀레나는 원래 자신들의 집을 떠올렸다. 밀짚으로 엉성하게 지은 집에, 그나마 다 쓰러져가는 집! 비만 오면 비가 새는 집! 변변찮은 가구 하나 없어 서발 막대로 휘저어도 건질게 없는 집!

"그...그래도...우린 방앗간에서 일하면서 살아가는데...이 저택은 방앗간에서 너무 멀리 떨어졌잖아...?"

하녀가 말하였다.

"걱정 마세요. 저택 뒤편에 마굿간이 있거든요. 요새 말이 제대로 먹지를 못했지만...그 말을 타고 가면 출퇴근은 걱정 없을 거에요."


다음날 아침.
밀러와 밀레나는 아침을 일찍 먹고 말을 타고 방앗간으로 달려갔다.
방앗간 주인은 말을 타고오는 밀러와 밀레나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왠 말이냐? 너희 경제사정에 말을 장만할 형편이 안 될텐데......?"

"아...그...그거요...? 실은...숲을 지나고 있을 때 말인데요...그...그게...갑자기 주인도...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말 두마리가 있길래......그냥..."

이렇게 말하며 밀러와 밀레나는 말에서 내렸다. 그런데,

"히히힝...툭!"

말에서 내린지 얼마 안 되어서 말 두마리가 쓰러졌다.
방앗간 주인은 놀라면서 말하였다.

"저런! 숲속을 헤매느라 여태껏 말들이 제대로 못먹은 모양이군. 어서 말들을 안정을 시켜야 겠어."

방앗간 주인은 일꾼들을 불러 말 두마리를 그늘에 옮겨 놓았다.


저녁.
말 두마리는 지금 그늘에서 안정을 취해야 하기 때문에 일을 다 마치고 돌아오는 밀러와 밀레나는 할수없이 걸어서 저택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말을 타고가면 금방 단숨에 달려가던 거리도 걸어서 가니 까마득히 먼 거리였다.

"으...다리아파."

절반도 못걸어가서 밀레나는 땅에 주저앉았다. 해는 벌써 지고 어느새 달이 뜨기 시작했다.
사방이 어두워졌다. 그나마 달이 아니였다면 주변은 어두컴컴하여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봤자 낮 만큼 밝을리는 없었다.

"휴...저택까지는 아직도 길이 까마득한데...어느 세월에 도착한담?"

밀러가 한숨을 쉬고 있었다.

"아우우우우....."

사방에 늑대 울음소리가 들린다.
일행은 잔뜩 긴장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요새 밤길을 멋모르고 지나가다가 늑대의 습격을 받았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만큼 밤길은 위험하다.
밀러가 밀레나에게 말하였다.

"이런데 더 있다가는 언제 늑대의 습격을 받을지 모르겠어. 차라리 어디 가까운 근처 집에서 자고 가는게 어떨까?"

하면서 밀러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마침 작은 불빛 하나가 보였다. 밀러는 그 불빛은 분명 집에서 나오는 불빛이라고 확신하였다.

"마침 저기 작은 집 하나 있네. 오늘은 저기서 자고 가자."

그러나 밀레나의 생각은 그렇지가 않았다.

"난 반대야. 저 불빛이 집이라는 보장도 없고, 무엇보다도......저택에 안들어가면 하녀가 우리마저 저택을 떠난줄 알고 몹시 섭섭해 할꺼야."

밀러가 반박하였다.

"그럼 넌 이 먼길을 걸어가겠다는 거야? 늑대의 습격을 받아도 상관없어? 저기서 자고가자. 그리고, 저택은 모레 쯤 들어가면 되는 거 아냐? 아마 하녀도 그 정도는 이해해 줄 꺼야."

"그 사이에 하녀가 충격으로 자살이라도 하면 책임질래?"

밀러와 밀레나는 계속 '저 불빛이 있는 곳으로 갈것인가'와 '멀긴해도 저택으로 가자'를 두고 계속 의논을 하고 있다.

결국.

"그럼 가위바위보로 결정하자!"

"좋아!"

밀러와 밀레나는 서로 등을 지고 뒤돌아섰다. 그리고...

"...가위 바위 보!"

밀러는 주먹을 내었고 밀레나는 보자기를 내었다.
밀레나의 승리.


일행은 머나먼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서서히 서쪽하늘로 사라져가는 초생달이 일행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어느 세월에 저택에 도착한담......"

그 때,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 소리와 함께 일행 앞으로 거대한 물체가 다가왔다.

"뭐...뭐...지?"

일행은 긴장하였다. 어두워서 그 거대한 물체는 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거대한 물체가 일행이 있는 곳에서 5미터 정도로 걸이가 좁혀졌을때, 비로소 그 물체는 초생달의 희미한 빛을 받아 모습을 드러내었다.

마차였다.
그리고 그 마차는 하녀가 몰고 있었다.

"너무 늦는거 아닌가 해서 걱정되서 와 보았어요. 별일 없으세요?"

하녀가 말 고삐를 쥔 채로 일행에게 말하였다.
밀레나가 너무 반가워서 하녀에게 소리쳤다.

"만세! 마침 잘 왔어! 이제 이 마차를 타고......"

밀레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히히힝! 툭."

마차를 끌고있던 말 두마리가 쓰러졌다.

"........."

"저택에 있는 말들은 전부 다 제대로 먹지 못한것 같군......"

"그도 그럴거에요. 베르트랑스 백작님이 이 저택을 비우신지 사흘이 지나도록 말들이 한번도 제대로 먹지를 못했으니까요."


밀러, 밀레나, 그리고 하녀.
마차를 길가에 버려두고 계속 밤길을 걸어갔다......
그래서 새벽쯤에 겨우 저택에 도착했다............


마침 오늘은 일요일이기 때문에 방앗간에 일은 없었다.
밀러와 밀레나는 피곤해서 방안에 쓰러져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들이 잠에서 깨어 일어났을 때는 이미 해는 중천에 떠 있었다.
밀러는 잠이 덜깬 상태에서 침대에 내려왔다.

"아~ 속이 출출해."

"조금만 기다리면 하녀가 점심상 차릴꺼야. 조금만 참어."

"난 그때까지 못 기다려. 뭐라도 먹으러 갈테야."

밀러는 문을 열고 방을 나가서 뭐 먹을거 없나 하고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밀레나가 그 뒤를 따라갔다.

밀러는 마침 저택의 거실 구석의 작은 문을 발견했다.

"음...여기에 뭐가 있으려나?"

"거...거긴 지하로 통하는 문인데..."

밀레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밀러는 문을 열었다.
계단이 나왔다.
밀러는 그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거대한 방이 나타났다. 하지만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다. 방 한쪽 구석에 궤짝 다섯개가 보였다. 하지만 어두워서 무슨 궤짝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흠...저기에 뭔가 먹을거 넣어두남? 무슨 궤짝이람?"

밀러는 횟불로 그 궤짝들을 비춰 보았다.
...관이였다.

"여...여긴 공동묘지인감......"

"응? 이 종이는 뭐지?"

밀레나는 마침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주워 들었다.
그 종이에는 이런 글이 쓰여져 있었다.


[......이 저택의 주인 베르트랑스 백작님은 분명 이 저택에 발생하는 여러 괴기한 사건들을 유령의 소행으로 여길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한 일이라는 것을 눈치채지는 못할 것이다......양심에 걸리는 일이라......이 글로나마 나의 소행을 쓴다......(중략)......난 이상하게도......이 저택의 하녀들을 보면...사랑하고 싶어진다......하지만 이 저택의 하녀들은......날...싫어한다......그래서...난...날...싫어하는 하녀는...살해했다......(중략)......엘리스를 마지막으로......이 저택의 마지막...남은 하녀를 살해했다......베르트랑스 백작님께는 유령의 소행이라고 둘러댔지만...이제 이 저택에는......하녀가 없다............백작님께는 휴가차 고향에 돌아간다고 말했지만...난...............다른 저택으로 갈까나...? 다른 저택에는 분명 날 좋아할 하녀가 있겠지......? 흐흐흐...
-이 저택에 일했던 하인 닐스 씀.-]


"......"

"......"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밀레나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해가 안가. 하녀가 분명 하나 남아 있는데...이 글에서는 이 저택에는 하녀가 없다니???"

밀러가 약간 두려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도 모르겠어? 만약 이 글이 사실이라면......지금 이 저택의 하녀는........."


끼이익.
갑자기 문이 열린다.
하녀가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거기서 뭐하세요?"

"아...아무것도 아냐!"

밀러는 하녀에게 둘러대었다.
그러나 밀레나가 하녀에게 질문을 하였다.

"......혹시...당신 이름이...엘리스......맞지?"

"......네? 제......제 이름을......어떻......게?"

밀레나는 무언가 확신을 한 듯한 표정으로 계속 물었다.

"......그리고...넌............이미......닐스에 의해서......살해당했지?"

"......!"

하녀는 그 소리를 듣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숙이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죄송해요...실은......전...유령이였어요. 사실대로...말했다간...기겁을 해서...도망갈것 같아서......이 사실을......숨기고...있었는데......지금까지......많은 사람들이......저를 보면......도망갔죠......하나 둘 씩......닐스도......그리고......심지어는......이 저택의 주인이였던.........베르트랑스 백작님 마저.........전......혼자선......외로웠어요.........흑흑흑......"

하녀는 울고 있었다.

"......유령이 떠도는 저택에 누가 살겠어요......난......외톨이일 수밖에 없는 걸......"

밀레나가 그 말을 듣고 측은한 생각이 들었는지 하녀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하녀의 손을 잡았다.

"걱정마. 넌 절대로 혼자가 아니야. 절대로."

하녀는 밀레나의 말에 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밀레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희망을 가진 듯한 환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그......그렇다면......저희 저택에 계속 머무르실...껀가요?"

하녀는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밀레나가 말하였다.

"..................아니."

하녀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 졌다.

"......역시 그렇군요......유령과 같이 산다는게...무섭겠죠.......누가 유령이랑 살겠어요...흑흑..."

그리고 하녀는 계속 울었다.


같은시각.
니베르 지방의 베르트랑스 백작의 또 다른 저택.
베르트랑스 백작 앞에 복면을 한 첩보원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그래, 그 수레에 들어있던 것은 폭발물이 아니였단 말이지?"

"네, 그 수레에 들어있던 것은 폭발물이 아니라 마르찌니오 와인 3통이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베르트랑스 백작은 잠시 생각하는 듯 고개를 돌렸다.

"흠......난 또 뭐라고......"

첩보원이 백작에게 물었다.

"근데 백작 나으리, 어째서 그 수레에 폭발물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신 겁니까?"

"그건 말이지, 그땐 아마도 내가 과대 망상증이 있었는 모양이야. 유령이 도는 저택이라는 소문이 분명히 아랫마을에도 퍼졌을 때니까...아마도 아랫마을에서 그 유령을 없애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지......"

"흠......어쨋든 이번 일은 유령과는 전혀 무관함 일임이 밝혀졌군요."

백작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이보게, 그 유령이 몰래 폭발물을 와인으로 바꾸어 놓았을 수도 있다는 건 염두에 안 두는군."

"또 유령타령 이시군요......"


"착각하지마."

밀레나가 단호하게 딱 잘라서 말하였다.
하녀는 밀레나를 바라보았다.

"뭐...뭘......착각하지 말라는......거죠?"

밀레나는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주워 들었다. 그리고 횃불을 들어 구석을 비추어 보았다.

"근데 말이야. 한가지 물어 불게 있어. 이 저택엔 애시당초부터 하녀가 너 혼자 뿐이였니?"

"...에?"

밀레나는 횃불로 관들이 놓여진 곳을 비추었다. 그리고 말하였다.

"여길 봐. 애초에 닐스에 의해 살해당한 하녀는 너 혼자가 아니였어. 너 말고도 4명은 더 있었다고......"

"그...그렇다면......"

"그러니까 이 저택에는 유령이......너 말고도 4명은 더 있다는 소리야."

밀레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다시 말하였다.

"따라서......넌 혼자가 아니야!"

하녀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상하네요. 그럼 왜 전 지금까지 제 동료 유령 4명을 못 본거죠?"

가만히 있던 밀러가 말하였다.

"...그건 아마도 네가 인간들에만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까 네 동료 유령들을 못본것은 아닐까?"

밀러의 말과 동시에 하녀 뒤 쪽의 벽에서 4개의 하얀 물체가 나타났다.

"이봐~엘리스~~ 이제야 우리들의 존재를 알아 챈거니? 내 참."

"너도 혼자 있으니까 심심하지 않니? 와서 우리들이랑 놀자."

하녀 엘리스는 반가운 표정으로 동료 유령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이 있어 주었구나!!! 반가워!"

그리고 엘리스는 동료 유령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5명의 유령은 이내 벽 뒤로 사라졌다.


그리고...밀러와 밀레나만이 방 안에 남아 있었다.

"......가 버렸군. 그래도 막상 가 버리니까 조금은 섭섭하네."

밀러가 실눈을 뜨면서 말했다.

"왜? 너도 유령으로 만들어 줄까? 쟤들이랑 놀게."

퍽!
밀레나는 대답 대신에 주먹을 날렸다.

"아무튼 이제 우리 집으로 돌아가자구!"

일행은 계단을 올라가 거실에 도착하였다. 밀러와 밀레나는 저택 한모퉁이에 세워 두었던 수레를 밀었다. 그리고 수레를 끌고 베르트랑스의 저택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덜그덕. 덜그덕.
일행은 수레를 끌고 자신들의 집을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길 중간즈음에 다시 한번 그 저택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계속 수레를 끌고 나아갔다.
덜그덕. 덜그덕.


...한편, 하인 닐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알게 뭐람. 지금 쯤 다른 하녀에게 작업 들어가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