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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사신의 러브콜

2005.05.26 07:42

세이니 조회 수:171 추천:2

extra_vars1 당신은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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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내가 죽은 것이 네 실수였다고? ”

“ 으...응. 미안해... ”

이곳은 망자의 강 앞. 저번화에 이어 서영양이 연우군의 멱살을 움켜쥐고 있었으며, 연우군은 잔득 얼어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으며, 천사 누님은 골치가 아픈지 한 손으로 이마를 누르고 있었다.

현재의 상황은 이렇다. 초보 사신인 연우가 실수로 한 명의 인간을 잘못 데려 왔는데, 그 불운의 인물이 열여덟살의 꽃다운 소녀 한서영이였다는 것. 한마디로 말해 연우가 한 명의 여고생을 처참히 살해(?)해버린 참혹한(??) 현장이라는 것이다.

물론 당연한 말이지만 소X탐정 김XX처럼 '범인은 너닷!' 따위의 느긋한 상황은 결코 아니었다.

“ ...이자식아앗! 미쳤냐?! 실수를 할게 따로 있지!! ”

마침내 활화산이 폭발하듯 서영이 버럭!! 소리를 질렀고, 연우는 울먹거리며 열심히 그녀에게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 우아악!!! 미안!!! ”

“ 미안하다로 모든 일이 해결되면 이 세상에 왜 살인이 일어낫!!! ”

“ 사...살려줘!!! ”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아하건데 아구지 일억대 정도의 상황이 일어나지 않을까 확신한 연우는, 이를 악 물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눈을 감은 이후 한참동안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고, 연우는 이상하다...?라고 생각하며 슬며시 눈을 떴다.

'히익!!'

그러나 눈을 뜨고 0.001초도 되지 않아 연우는 눈물을 머금고 마음속 깊이 후회를 하고 말았다. 활활 불타오르는 것 같은 서영의 눈이 자신을 바로 앞에서 쏘아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식은땀으로 등뒤가 축축이 젖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실수로 비롯된 일이고, 결코 고의는 아니었지만 과정이 어찌 되었든 자신은 서영에게 못할 짓을 했으니까.. 미움받아 마땅했다.

' 아니, 어쩌면 실수였다는 점이 저 애를 더 화가 나게 했을지도... 히익! 그... 그치만 무셔!! '

마음속으로 절규하며, 억지로 눈물을 참고, 그리고 온몸의 용기를 쥐어짜서 서영과 눈을 피하지 않으려 노력하던 와중, 연우는 갑자기 자신의 멱살을 잡고있던 서영의 손이 떨어져 나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에? "

그리고 서영은 '참을인 세 번이면 살인을 면한다... 참자... 참자... 참아... ' 따위의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소리를, 마치 사이비 교단의 광신도처럼 중얼거리며 몇 번이고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곧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그러나 알 수 없는 섬뜩한 포스에 연우는 덜덜 떨고 있었다.) 연우를 바라보았다.

" 별수 없지 뭐. 내가 화낸다고 해서 이 일이 없던게 되는건 아니니까. "

" 아.. 아아... 알아주니 고맙... "

" 그런데, 돌.아.갈.순 있는 거지? "

' 엄마야! '

일순간 서영의 등뒤에서 살기를 번득이고 있는 야차의 모습을 본 것 같다고 느낀 연우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절망했다. 그러나 서영은 여전히 생긋생긋 웃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 왜 그래~ 잘못 왔으니 돌아가면 되잖아~~ "

" 그... 그... "

" 돌아갈 수 있지? "

" 아... 그러니까... "

"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하란 말야!! "

" !! "

일순간 연우의 눈이 커졌다. 서영의 눈가에 눈물 방울이 반짝 맺히며 뺨으로 흘러 내렸기 때문이었다. 서영도 순간 당황했는지, 급히 한 손으로 뺨의 눈물을 닦아 냈다.

그 순간 연우는 서영이 고작 열 여덟의 소녀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런 곳에 와서 분명 많이 불안했을 텐데, 그런 것에 전혀 굴하지 않고 너무나도 씩씩하게 굴어 연우는 자신이 그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 거기에 대해서는 내가 설명할게. "

그때 잠자코 있던 천사가 걸어나오며 입을 열었다. 서영은 그녀를 바라보았으나, 그 순간 천사의 앞을 연우가 막아섰다.

" 아니, 내 잘못이니까 내가 설명할게요. "

조금은 자신 없는 말투로, 그러나 아마도 많은 용기를 낸 것이 분명한 연우는 서영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돌아 갈 수 없어. "

" 역시.. 그렇구나. "

서영은 의외로 연우의 말을 쉽게 수긍하며, 아니 마치 이것쯤은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 그래.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죽어 있었는데, 살아나는게 더 이상하겠지. "

그건 방금 전까지 보여왔던 서영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것이라, 연우는 갑자기 엄청난 죄책감이 밀려옴을 느꼈다. 한 여자아이의 일생을 망쳐버렸다. 그 사실이 연우의 가슴을 아프게 내리 눌렀다.

" 저... 서영아... "

연우는 대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며 서영에게 손을 뻗었다. 서영은 그런 그의 모습에 픽 미소를 지었다.

" 괜찮아! 우하하!! 이젠 어쩔 수.. 없으니까. "

서영의 웃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연우는 가슴속에서 어떤 감정이 격해짐을 느꼈다. 그것은 말로 설명하지 못할, 하지만 죄책감과는 다른 종류의 감정이었다. 그래서 였을까. 연우는 자신도 모르게 서영의 손을 덥석 잡으며 외쳤다.

" 괜찮지 않아! "

" 뭐? "

서영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연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연우는 말갛게 빛나고 있는 서영의 눈동자에 굳게 결심한 듯 말했다.

" 이렇게 말도 안되게 죽어버렸는데 괜찮다고 하지마. 어떻게든... 내가 살려줄게. "

" 연우야!! "

돌발적인 연우의 말에 서영은 눈을 크게 떴고, 천사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연우를 불렀다. 하지만 연우는 천사의 부름을 무시하며 그대로 서영이를 안아 들었다. 그 순간 연우의 등뒤에서 암흑을 떠올리는 새카만 깃털의 날개가 돋아났다.

" 조금 어지러울지도 몰라. 잠시만 참아 줘. "

연우는 작게 속삭이며 날개를 펼쳤다. 곧 연우의 날갯짓에 의해 두사람은 허공으로 떠올랐다. 바람에 연우의 검은머리와 서영의 흑갈색 머리가 흔들렸다. 서영은 연우의 이 돌발적인 행동에 당황한 듯 연우와 점점 멀어지는 바닥을 번갈아 보았다.

" 너... "

연우는 서영을 내려다보았다. 서영은 떨리는 눈으로 연우를 올려다보며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 바보냐?!! 뭐하는 짓이야!!! "

" 에? 우.. 우아악?!~!! "

퍼어어억!!!

엄청난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연우를 따라 날아오르려던 천사는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그 자리에 멈춰서고 말았다. 서영의 강펀치에 크게 비틀하여 하늘에서 빙글빙글 거리고 있는 연우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 너 이자시익! "

서영은 마치 마귀와도 같은 모습으로 주먹을 불끈 쥐며 연우를 노려보았고, 연우는 잔득 쪼라서 ' 뭐... 뭐가.. 왜.. 왜 그래... ' 따위의 소리를 웅얼거렸다.

" 누가 살려 달랬냐? 앙?! 살려 달랬냐고!! 멋대로 죽였다가 살렸다가 사람 목숨 가지고 장난까냐?! "

" 윽... 그... 그치만 지금은 그런걸 따질 때가... 악!! 바둥거리지 마!! "

" 싫다!! 이자식아!! 실컷 바둥거려주마!!! "

" 와악!!! 떨어진다아악!!! "

" 시끄러!! 당장 이거 놔라!! 놓으라고!!! "

" 진정해!!! "

흐릿한 저승의 하늘을 지그재그로 날아가는 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천사는 에효 작게 한숨을 내쉬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었다.

" ...아. 안녕하세요. 네. 아무래도 이쪽의 연우군에게 문제가 생겨 버려서요. 아아~ 네, 뭐 그렇죠. 그러니까 연우군의 담당에게 다른 사신을 보내 주셨으면 좋겠네요. 네. 늘 신세지네요. 감사합니다. "

전화를 끊은 천사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지그재그로 화려한 호선을 그리며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는 둘의 모습이 이젠 제법 조그마하게 보였다. 아마 아직까지도 서영이는 고함을 꽥꽥 질러대고 있을 것이고, 연우는 당황해서 서영에게 쩔쩔 매고 있겠지.

" 아아~ 눈에 선하다. "

천사는 고개를 설래설래 저으며 자신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

" 하지만 너는 고집이 쎈 녀석이니까 내가 뭐라고 하든 너는 너 하고 싶은 데로 하겠지. 별수 없다니깐 정말. 후~ 그래. 네가 저지른 일이니까, 너 하고 싶은데로 해봐라. 이 일에 대한 책임은 모든 것이 끝난 뒤에 묻도록 할게. "

천사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 힘내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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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내일모래 제 생일이에요♡
(축하해 주세요라는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