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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Cherry Butter and Sorcerer's Dung

2005.05.28 12:40

Arcturus 조회 수: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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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은 체리 버터(Cherry Butter)다.

...무슨 소리냐고? 작가가 이 글은 2인칭이란다. 역시 사이코다.

네가 올해에 11살일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늘은 네 생일이다. 아니라고? 굴다리 가기 싫음 닥쳐라.

너는 어둡고 칙칙한, 속칭 고향의 향기라고 부르는 미묘한 냄새로 가득 찬 방 안에 있다. 식량은 풍부하다. 전문가의 견해로 봤을 때 곳곳에 산재한 바퀴, 쥐, 구더기 등으로 1인이 3년은 너끈히 살 수 있을 정도다. 게다가 그들의 재생산율로 봤을 때는 평생을 보내도 상관없을 듯 하다. 덧붙여 말하자면 작가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는 메뚜기 튀김이다.

각설하고, 뭐 그렇다. 종합하자면 너는 11살일지도 모르고, 오늘은 네 생일에다가, 넌 식량이 풍부한 고향냄새의 방 안에서 서식하고 있다. 덧붙여 작가가 좋아하는 건...

...처음부터 다시. 종합하자면 너는 11살일지도 모르고, 오늘은 네 생일에다가, 넌 식량이 풍부한 고향냄새의 방 안에서 서식하고 있다. 뭐 그런거다.

창밖에는 노을이 진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제 싼 피똥처럼 아름다운 색깔’이다. 그 빛을 배경으로, 너는 쓸쓸한 방안에서 멍하니 낡은 탁자를 내려다보고 있다. 곧 해는 저버리고 어둠이 사방을 망라한다. 낡은 탁자 위에는 케이크가 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건 케이크가 아니라 쥐꼬리, 바퀴의 날개 등을 수북이 쌓아 놓은 것에 불과하다. 덧붙여 그 쓰레기 위에는 불붙은 바퀴가 꿰인 11개의 손톱이 달려있다. 바퀴는 활활 잘도 탄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노래를 부르다 말고 너는 거울을 바라본다. 그런데 거울 속에 뭐가 비치리라고 생각하나?

...바보, 어두운 방 안에서 뭐가 보이나.

그 순간 갑자기 번개가 친다. 한순간 빛이 너의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허리까지 닿을 듯한 긴 생머리, 갸름하면서도 어딘지 날카로운 얼굴, 희다 못해 창백한 피부, 튀어나올 정도로 커다란 눈. 종합하자면, 작가 취향이다. 딱 병약 로리 스타일이다.

...맞다, 넌 남자였지. 방금 한 말은 무효다. 저리 가라.

어쨌든 번개가 네 얼굴을 거울에 비쳐준 후, 너는 삭아서 스프링만 남은 매트리스 위에 앉는다. 그리고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 중얼거린다.

“15년... 벌써 15년인가. 이유도 모르고 갇힌 지가.”

...뭔가 아까랑 모순된다고? 중요하지 않다. 넘어가자.

-쾅!

“후우, 역시 이게 가장 안전한 루트다.”

갑자기 창문가에서 폭음이 울린 후, 건물은 그대로 폭삭 주저앉았다. 그리고 잔해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앉아있는 네게, 검은 마스터 슈트를 입은 더벅머리의 남자가 다가온다. 무뚝뚝하게 생긴, 애교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인상. 얼굴 왼쪽에는 십자 모양의 흉터가 있다.

“...”

“널 데려오라는 상부의 명령이다. 너에겐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도, 변호사를 부를 권리도 있지만 그랬다간 지옥열차 666 특급 티켓을 끊었다고 생각해라.”

“...일단, 이런 설정에서 나타난 녀석은 친절하게 나오는 게 보통 아닌가? 구출해주러 왔다던가, 뭐 대충 그런-”

“닥쳐라. 너에게 알 권리는 없다. 나를 소개하자면 난 사가라 소스케. 어떤 국가에도 소속되지 않는 극비 마법사 단체 [미스릴] 서태평양 전대에 소속된 SRT의 하사다. 특기는 AS 조종 및 폭파, 정찰이고-”

“그만 씨부리고 집을 다 박살냈으면 꺼내줘.”

사내는 다가온다. 너는 그를 똑바로 쳐다본다. 잠시 가만히 너를 응시하던 사내는 이윽고 고개를 끄덕인다.

“좋다. 이 화학병기 뺨치는 냄새는 너의 전략적 가치를 충분히 입증하고 있다. 넌 이제부터 로그함수(Log Hamsu) 마법학교로 가는 거다.”

“...그건 또 뭐야?”

소스케라고 밝힌 사내는 눈을 희번덕거리더니 갑자기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를 너에게 내민다. 세상에, 알고 보니 지팡이가 아니라 레밍턴이다.

“이건 마법의 레밍턴이다. 한방이면 사살 가능하지. 닥치고 따라와라. 아까도 말했지만 너에게 알 권리는 없다.”

너는 잠시 눈을 내리깔고 생각한다. 그러더니 이윽고 말한다.

“좋아, 승낙하지.”

“현명한 선택이다. 항복한 이상 너에겐 따뜻한 잠자리와 식사가 제공될 것이다.”

그러더니 그는 갑자기 머릿속에서 수류탄을 꺼낸다. 그리고 핀을 뽑고 너의 팔을 붙잡는다.
잠시 멍하니 있던 너는 이윽고 사태를 깨닫고 소리를 지른다.

“이, 이거 뭐야?!”

“성스러운 수류탄이다. 그 옛날 아더왕이 썼다는 전설도 있지.”

수류탄에 조금씩 균열이 가더니 그 틈새로 새하얀 빛무리가 넘실거리며 날개를 펼친다. 너는 순간 어디선가 “할~렐루야~!”하는 노랫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한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너는 ‘음반협회가 잡아가면 어쩌지?’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떠올린다.
빛이 눈을 뒤덮는다. 그리고 너는 마치 푸세식 화장실의 아래쪽-흔히 똥둣간이라 불리는 그곳으로 빠져드는 듯한 한없는 상실감을 느끼며 곧 의식을 잃었다.

...뭐, 지금 멀쩡히 이 글을 읽고 있다고? 닥쳐라. 안 그러면...

데이트 신청 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