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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Ultima

2005.05.28 08:21

Arcturus 조회 수:115

extra_vars1 The beginning of Promised 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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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는 태초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수백만개의 뉴런 속에서 그 힘을 축적해 왔다.
신경세포들은 전류의 역치를 향해 차츰차츰 활기를 띠어 가는 전기 에너지로 인해 요동을 친다.
동시에 신경세포의 수상 돌기와 마이크로글리아 세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매 시간마다 수십만개의 시냅스 연결을 형성한다.
마치 점화 일보 직전의 원자로처럼.
드디어 역치를 넘어선 미세전류는 복잡하게 뒤엉킨 시냅스 망을 타고 삽시간에 온 세포를 퍼져나가며 에너지를 전달한다.
세포 내의 소포들은 자신들의 신경전달물질과 신경조절물질을 마구 토해내며 자극 수준을 또다른 극점으로 끌어올린다.
이토록 복잡한 세포의 미세 활동 속에서, [의식], 혹은 [영혼]이라고 불리는 것이 조금씩 깃들기 시작한다.
영혼은 기억의 파편을 조금씩 그 작은 생명의 씨앗으로 이끈다.
자의식과 그에 따른 자유의지가 서서히 깨어난다.
그를 통해 공포와 두려움, 좌절과 슬픔, 그리고 죽음의 자각이라는 무거운 짐까지 지게 될 지라도, 의식의 형성은 거침없이 이루어진다.
차츰 자의식이 강해지면서, 결국 영혼은 [나]라는 개념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흘러들어오는 기억의 파편들과 더해져, 그 개념은 점차로 강해진다.

[그래, 나는...]



-At the time when become ultima moment-



[권위적인 백과사전 엠파이어릭 체스트(Empiric Chest)의 한 부분]

디사이플(Disciple) : 2305년 개발되어 군사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미중력공간용 인간형 전투 기체. 기체의 크기는 모델에 따라 다양하나 평균적으로 10m 정도의 높이를 지닌다.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그 탁월한 전술적 이점 때문에 현대전에서는 빠지지 않는 기갑병기이다.

*세부사항

시스템 : 뇌파 - 전파간 변조 및 복조 시스템(Brain Waves - Electric Waves Modulate - Demodulate System)
동력원 : 상온 핵융합 발전기(Cold Nuclear Fusion Generator)
...




<목성 궤도면, 섹터 F-36>

수송기 하나가 공허한 우주 공간을 전속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면 그것은 꽤 멋있는 광경이었다. 암흑 일색의 창공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 그리고 샤프한 외관에 뒤에는 길게 푸른 불꽃을 매달고 날아가는 수송기-마치 별들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혜성처럼.
그러나 멀리서, 좀더 먼 시점에서 보자면 그 광경은 전혀 다른-단지 도망가고 있는 수송기와 그 뒤를 쫓는 검은 색 디사이플(Disciple)의 살벌한 추격전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수송기의 파일럿은 지금 모든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의 시선이 잠시 옆에 놓인 작은 디스크와 몇 장의 사진에 머물렀다. 사진은 전부 한 소녀를 찍은 것들뿐이었다. 기껏해야 13, 14세가 되었을까. 어떤 사진 속의 소녀는 셀(Cell-영양액과 함께 생물체를 넣는 일종의 탱크) 안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었고, 어떤 사진 속에서는 몸에 각종 주사기와 검사기를 덕지덕지 매단 채 잠들어 있었다.

“빌어먹을, USO놈들... 이런 쓰레기같은 짓을 하다니. 내가 기필코-”

-콰앙!

[경고, 경고. 적의 광양자 빔에 피격당했습니다. 좌측 날개에 경미한 손상을 입었습니다. 좌측 1번, 2번 엔진 파열. 밸런스 조정을 위해 감속합니다.]

파일럿은 순간 역장 인식 청력 변환 시스템으로 변환되어 들려오는 충격음, 그리고 연이은 경고음에 깜짝 놀라며 모니터 스크린으로 급히 눈을 돌렸다. 모니터 스크린이 뜬 초록색 기체, 그 왼쪽 날개 부분이 붉게 깜빡이고 있었다. 동시에 계기판에 표시된 속도가 4500km/h에서 3700km/h로 줄어드는 것이 보였다.

“God damn for ass!”

파일럿은 거칠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적의 디사이플 4기가 점점 가까워진다는 것은 굳이 레이더를 보지 않아도 자명한 일이었다.
갑자기 화면 스크린이 지지직거리며 왠지 비열한 인상의 긴 얼굴 남자가 나왔다.

[큭큭큭, 이제 그만 포기하시지 그래? 아니면 조금 더 맞아봐야 알겠나?]

“크윽, 닥쳐!”

[그래? 그렇다면 교섭은 종료군.]

-투타타타타타타!

[경고, 경고. 우측 4번 엔진 파열. 밸런스 조정을 위해 감속합니다. 레이더 시스템 15% 손상. 통신 센서 18.4% 손상. 좌측 3번 엔진 파열. 밸런스 조정을 위해 감속합니다. 메인 컴퓨터 C 피격. 마더 시스템 AI 6.3% 손상.]

총성이 울림과 동시에. 기체 내엔 손상을 알리는 경고음이 시끄럽게 울렸다.

[어디로 도망칠 생각이려나? 형편없이 손상을 입은 기체를 끌고 말이야. 큭큭큭.]

녀석은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의 기체를 직접 박살낼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고 있지 않았다. 아마 노리개쯤으로 여기는 것이리라. 그걸 익히 알고 있기에 자신은 그저 욕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이 똥같은 녀석, 네놈이 언젠간 내 밑을 핥게 만들어주겠어!”

[오호, 그래? 다시 한 방 더 쏴줘야 말을 알아듣겠나? 그렇다면 다시-]

-쿠콰앙!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스크린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파일럿은 의아해하며 레이더를 살폈다. 자신을 쫓아오던 붉은 점 네 개 중 하나가 어느새 사라져있었다. 대신- 그의 기체 앞에 초록색 점 하나가 어느새 나타났다. 동시에 스크린에 은회색의 디사이플 한 기가 번개처럼 스쳤다.

[수고했다, -치지직- 지금부 -치지직- 정리하지. -치지직- 모선으로 귀환 -치지직- 록.]

통신 센서에 입은 손상 때문에 잡음 섞인 소리가 들렸지만, 파일럿에겐 구원의 달콤한 음성으로 들릴 뿐이었다.

“그런데... 고작 한 명?”

파일럿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사이, 은회색의 기체는 허벅지에서 루미노스 블레이드 타입 17 - 통칭 LB-T17 - 을 꺼내들었다. 역전하가 걸린 고온 플라즈마에 빛이 굴절되어서, 마치 빨갛게 타오르는 듯이 보였다. 적 기체 셋은 일제히 그들이 가지고 있던 총을 들었다. 아마 총에 칼로 대적하는 은회색 기체가, 그들의 눈에는 2차 세계대전 때 사벨을 들고 전차에 돌격한 폴란드의 기병처럼 보였으리라. 그러나-

-사아아악!

공간을 가로질러 날아간 고온의 플라즈마는 기체의 흉부(胸府)를 순식간에 난폭하게 살라버렸고, 곧 그 기체는 활동을 정지했다. 당황한 듯 남은 두 기체는 아무렇게나 총을 발포했으나,  은회색의 기체는 다 예상했다는 듯 밑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우주공간에서의 3차원 전투 - 전후좌우뿐만 아니라 상하까지 고려해야 하는 - 에서 이미 은회색의 기체는 충분히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타타타탕! 타타탕, 타타타탕!

-고오오!

어느새 은회색 기체는 25mm 반자동 권총을 꺼내들어 적 기체중 하나에게 발포했다. 허둥거리던 적 기체는 그대로 폭발해 우주 먼지로 화했다. 남은 한 기체가 발악하듯 총을 발포했지만, 은회색 기체는 권총을 버리고 교묘하게 그것을 빗겨내며 그 기체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콰득!

그 기체의 총을 든 한 팔을 꺾었다.

-콰득!

그 기체의 머리를 그대로 뽑아버렸다.

-콰득!

그 기체의 허리를 꺾고는 자신의 허리를 한껏 뒤로 젖혀 던져버렸다. 적 기체는 마치 시체처럼 날아가다가 자그마한 소행성 - 이라기보단 그냥 바위에 가까운 - 에 부딪혀 폭발했다.

-쿠아아앙!

잠시 밝은 불꽃이 스크린을 가득 메웠다. 이곳저곳에 손상을 입은 터라 느리게 전진하던 수송기의 파일럿은 입을 딱 벌리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는 곧 기체의 왼쪽 가슴에 새겨진 인장 - 하얀 바위를 보았다.

“베르가모 소속인가?”

문득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렇 -치지직- 베르가모 ST 소 -치지직- 아크 밥티즈마 -치지직- 다.]

은회색 기체는 푸른 눈 - 정확히는 시각 센서 - 을 번득이며 답했다.



p.s 다시 올립니다아. 즐겁게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