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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부채 - 7

2005.05.27 00:44

♬LEDAT 조회 수:50

extra_vars1 웃음,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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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채 - 7  






내심 무대의 공연에 말은 안하지만 단원들 모두 만족해있었다.
오랫만의 공연이라 조금 걱정했던 이들도 금새 풀어져서 헤헤거렸다.

그들은 부랑자들의 극찬을 받으며 다시 지하로 돌아왔고,
금방 2차 공연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전과 똑같은 거리에서 실행했다.

그들은 그들이 둥근 인파속에 모였을때 조금은 놀라고말았다.
전혀 늘지 않을줄 알았는데, 몇의 인파들이 더 몰려든것이었다.

누군가가 자신들의 공연을 보고 뭐라고 하지는 않는이상,
호기심으로는 조금 무리가 있을듯한 인파로 조금 북적거렸다.

그 사실에 그들은 기뻤다.
그래서 그날의 공연은 최고조에 달할만큼 열심이었다.

그리고 최고였다.


모두의 환호성이 그들의 몸을 뜨겁게 달궜고,
그들이 움직이는 손놀림에 따라 그들의 시선들도 따라엉켜붙었다.
그리고 단원들은 그것을 즐기며 갖가지 묘기를 부렸다.


악단이지만 곡예단이었고 곡예단이었지만 악단이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말해왔던 그들이었고
지금도 그러했다.


관중이있고 자신들이 있으면 공연은 되었다.

관중이란것이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집 한채더라도 그 밝은 빛의 네모난 눈이 자신을 보고만있다면
얼마든지 춤을 춰줄 용의가 있었다.



점점더 늘어나는 관객에 그들은 정말로 기뻤다.

시간이 흐르고 감에도 그들은 열심히 땀을 흘리며 기뻐했다.





잠시나마 전쟁중이라는 것을 잊고서.
그때 잠깐만이나마....






























어느새 전쟁이 시작된지 3달정도였다.
전쟁은 끝났다는 소식은 없었지만, 그리 접전은 없었으며
악단도 계속 공연을 해왔다.

그 사이동안
관객들은 늘어났고,

뒤를 돌아 땀을흘리고 박수갈채를 받으며 퇴장할때의
뿌듯함도 점점더 배로 늘어만갔다.



그리고 오늘 , 잠깐 지하에 틀혀박혀 창문밖을 바라보는
그녀, 마리엔의 시선에 문득,
그녀의 초점은 사라지고 거슬러간 공연의 시간의 필름에서
공연의 끄트머리에서 만났던 한 꼬마아가씨가 일렁인다.














그날도 공연을 펼쳤다.
그리고 성황리였다.

끝으로 자신이 인사를 했었고 밖으로 퇴장하였다.
그리고 끊이지 않는 박수갈채를 뒤로하고 지하로 잠시 쉬러갔었다.

그리고 그 길목에서, 한 아주머니와 꼬마아이를 만났다.

그들은 일행들과 떨어져 먼저 지하로 향한
마리엔의 앞에서 엉거주춤거리더니 꼬마아이가 그녀를 바라보고서는
덥썩 달려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당황했지만, 아이의 작은 손의 감촉이 그리 나쁘지 만은 않아
그아이를 가만히 보고있다가 아주머니를 쳐다보았다.

아주머니는 당황한 시선으로 어쩔줄 모르며,
미안한듯 계속 마리엔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 미...미안해요, 아가씨.
이 아이가 아가씨를 본 뒤로부터 너무 좋아해서. "


아주머니의 말에 마리엔의 시선이 그 꼬마아이에게로 돌아간다.
그아이는 마리엔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마주보고있었다.

그 눈빛에 마리엔은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어주었고,
그 아이는 좀더 마리엔에게 파고들어왔다.



소히 말하는 팬(?)같은 건가?



마리엔은 이 어린 팬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작고, 귀여웠다.

그녀는 이 아이를 안아든뒤 그 아이를 잠깐 안아주고서는
아주머니에게 웃어보였다.

아주머니도 그제서야 미안한 표정을 풀고서 마리엔을 쳐다보며 웃었다.

마리엔은 이 아이가 싫지 않았다.
처음으로 그녀에게 다가온 팬이 생긴것만 같아 기뻤다.

물론 그나 다른 이들은 팬으로는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 생각할 필요는 없던것 같다. ( 그건 아닌것 같지만. )

그래서, 이 후줄근해 보이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줄수 없을까 ㅡ 하다가
그 아이가 자신의 짤랑이는 금팔찌를 만져보는 것을 보고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 마음에 드니? "


그러자 아이는 자신의 속내를 들킨듯 깜짝 놀라더니
홍조를 띄운 얼굴로 이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아이가 귀여웠다.

그래서 마리엔은 양손, 합에 6개의 금팔찌중 하나를 풀러서 그아이의 손에 쥐어주었다.
아주머니는 놀라고, 황구스런 표정으로 후다닥 걸어와서는
이런걸 주시는 것은... 하고 말끝을 흐렸지만 마리엔은 웃으며 아이의
손에 그것을 더욱 꽉 쥐어줄 뿐이었다.

아이는 뭐가 그리 기쁜지 환하게 웃었다.

그런 철없는 아이를 보고서 아주머니도 곤란한듯 웃었으나,
마리엔은 그런아이가 귀여울뿐, 다른 의미는 없었다.



그리고, 나중에 손을 흔들며, 고맙다고 말하며 어디론가
사라지는 모녀를 마리엔도 웃으며 보냈다.

그날은 정말 행복에 겨운 시간들이었다.
























전쟁은 끝나지 않고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양손의, 합 5개가 남은 금팔찌도
전쟁이 끝날때까지는 분명 짤랑댈것이다.

처음의 급격한 공포와는 달리
너무 평화롭고, 미미한 공포만이 남아있는 지금이
폭풍후의 또다른 폭풍전야 같아 더욱 불안하였지만
지금 이때에 조금 더 평화로우면 좋겠다는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공포스러운 때는 조금이나마 벗어난듯 분주했고
그녀 자신도 , 자신의 외모떄문에 일어날 위기와
그들에게 일어날 위기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난듯한
지금의 시선과 흐름에 , 평화로움에 안도했다.

그리고, 성황리에 마쳐지고있는 공연들도 한몫을 더했다.


전쟁이지만
곧 끝날거라는 예감도
또다시 시작될거라는 예감도.

두개의 예감이 겹쳐져서 인지 복잡하기만 했다.


그러기에, 조금 더 평화를 잘 즐기려는지도 몰랐다.

만용뒤의 공포, 공포뒤의 평화, 그리고 계속되는 평화, 또다시 만용.

그것이 계속되는 지금 이시점에서,
어쩌면 지속되는 평화라는 것은 공포보다 더욱 무서운 만용이라는
폭풍전의, 폭풍전야의 한 단계일지도 몰랐다.

그들스스로 공포가 더 공포스럽다고 느끼고있지만,
지금 조그만것에도 행복한 기분을 ,
그들은 확실히 느끼고있었으며
언제까지 느낄수 있을줄은 몰랐기에
그게 금방일지 혹은 끝까지일줄은 모르기에

어쩌면 조금 더 많이 느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물론 모르는것이다.
만용은 모르기에 나타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