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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천사 날개는 당신을 먹고 자란다

2010.06.02 03:47

윤주[尹主] 조회 수:225 추천:2

extra_vars1 성주신과 수호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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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선이 천사를 만난 지도 어느새 두 주가 지났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천사는 여선에게 매달렸고, 여선은 귀찮아했다. 다만 누군가 자신을 보호해준단 사실을 알기에 좀 더 마음이 편해졌을 뿐이다.



 누군가 보호해준단 건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예전엔 몰랐지만 여선은, 그것이 단골 서비스나 VIP회원제 같은 특별대우와 비슷하단 사실을 깨달았다. 남에게 대접받을수록 자신은 상대에게 있어 가치 있는 사람이 된다. 게다가 상대는 수호 천사 아닌가. 여선은 죽음조차 두렵지 않다고 느꼈다.



 다만 폭풍우 치는 밤, 홀로 집에 있을 때면 그 모든 특별한 감정이 사라졌다. 수호천사는 집에서까지 그녀를 보호해주진 않았다. 가장 안전해야 할 제 집에서 여선은 오히려 불안해하고 초라해졌다. 모든 것에 예민해지고 비관적이 되어 갔다. 잠시 잊었던, 죽음에 대한 공포가 스멀스멀 기어 나와 그녀를 억눌렀다.



 누군가 죽음은 그림자와 같다 했다. 끔찍이도 훌륭한 비유다. 소리 소문 없이 다가와 그늘을 드리우고, 아무리 떼어내려야 떼어낼 수 없단 점에서 둘은 쌍둥이처럼 닮았으니까. 여선은 한밤중 자기 원룸 방 창문을 두들기고 방울진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폭풍우가 그림자 죽음처럼 느껴졌다. 번개라도 치면 그림자는 더 도드라졌다. 여선은 천둥소리와 번쩍이는 빛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창으로부터 드리우는 그림자가 두려워 이불을 둘러쓰고 자리에 누웠다.



 그날도 하늘에선 벼락이 치고 억수같이 비가 쏟아졌다. 여선도 여느 때처럼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자리를 깔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쓴 채 그 속에서 웅크린 채 벌벌 떨었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탓인지 문이 사정없이 덜커덕거렸다. 마치 누군가 문고리 잡고 열릴 때까지 흔드는 것 같았다. 여선은 불현듯 현관문을 제대로 잠근 것 같지 않단 생각이 들었다. 분명 들어올 때 문을 닫았던 것 같긴 한데 평소처럼 잠금 장치를 제대로 돌려 두었는지, 아니면 깜빡 잊고 만 건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 사이 문이 덜그럭거리는 소리는 더더욱 심해져만 갔다. 이불 속에 누워 여선은 온갖 생각을 떠올렸다. 예전에 보았던 호러 영화, 언젠가 인터넷 사이트에서 읽은 괴담 이야기, 가슴 졸이며 한 줄 한 줄 읽어 내리던 스릴러 소설의 절정 신. 배드 엔딩으로 끝났던, 그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시도들이 머릿속에서 새록새록 꼬리에 꼬리를 잇는다.



"!!"



 또다시 번개가 내리쳤고 이번엔 소리도 이전보다 훨씬 컸다. 여선은 자기가 비명을 질렀는지도 분명하게 알지 못했다. 어찌나 긴장했던지, 번개가 치던 그 순간 누군가 현관 벨을 울리는 소리를 들었던 것처럼 착각할 정도였다.



 한참을 떤 끝에 여선은 용기를 내기로 했다. 더 이상 무시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현관문이 잘 잠겼는지 확인만 할 뿐이다. 여선은 마음을 다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렵지 않은 일이야. 열려 있는 것 같으면, 확실히 잠그고 다시 자리에 누우면 그만인걸. 애써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그녀는 현관문 쪽으로 다가갔다. 이중, 삼중으로 자물쇠가 확실히 잠긴 것을 본 그녀는 금세 안도했다.



 "휴, 정말 아무 것도 아니잖아."



 괜히 겁먹었지 뭐야. 여선은 안심했고 또 멋쩍어했다. 어째서 그렇게 겁을 먹었던 건지, 헛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이제는 정말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할 때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굳게 닫힌 자물쇠가 그녀 눈앞에서 하나둘 풀렸다.



 "?!"



 여선은 너무 놀라 그 자리에 경직되어 섰다. 끼릭대는 소리와 함께 여선이 잠가둔 자물쇠가 하나둘 저절로 풀려갔다. 믿을 수 없게도, 흡사 보이지 않는 사람이 만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단 하나 남은 자물쇠가 철컥, 하고 풀려나가는 걸 보자마자 여선은 우선 문고리부터 단단히 붙들어 당겼다. 손에 쥔 문고리가 오른쪽으로 두세 차례 정도 손아귀를 차고 나가려는 것처럼 반동했다. 누군가 밖에서 문고리를 잡고 돌리려 애쓰는 것 같았다.



 문고리를 잡은 채 여선은 문에 달린 보안창으로 밖을 보았다. 일순간 여선은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보안창 상으론 문 밖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문고리는 명백히 사람이 쥐고 흔드는 것처럼 여선의 손 안에서 덜컹거렸다. 여선이 단단히 잡은 탓에 문고리가 움직이지 않자 상대는 체, 하고 혀를 찼다. 문 건너편 여선에게도 그 소리는 분명하게 들렸다.



 잠깐이지만 문 밖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더 이상 문고리를 잡고 흔들려는 움직임도 없었다. 여선은 천천히 자물쇠를 돌려 최대한 쇳소리가 안 나게 잠갔다. 철컹, 하고 첫 번째 자물쇠가 완전히 잠긴 그 순간 밖에서 그 녀석이 문을 쾅쾅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두들기기 시작했다.



 "야! 알았으니까 이 문 열어. 해코지 안할 테니까."



 낯선 여자 목소리였다. 게다가 목소리에서 아직 어린 티가 묻어났다. 여선은 다시 보안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여전히 밖엔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상대는 계속 문을 두들겨댔다. 몸집이 매우 작거나, 아니면 주저앉아 다리를 모으고 있는 거다.



 "누구세요? 전 당신 몰라요."



 여선이 불안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레 대화를 시도했다. 문을 두들기던 소리가 뚝 그쳤다. 문 건너편 그것은 불만 어린 아이인 양 투정이 섞인 투로 말했다.



 "나도 안다고. 어쨌건 문이나 빨리 열어! 언제까지 비 쫄딱 맞아 젖은 채 문 앞에 서있게 할 거야!"
 "그러니까, 대체 누구시냐고요……."



 반쯤 울상이 되어 여선이 다시 물었다. 이젠 지쳐 짜증낼 힘도 없는지, 상대는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되는 데로 말을 뱉었다.



 "누구긴, 성주신이지. 대체 요즘 것들은 아는 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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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뉴 캐릭 등장!!


이번 회는 조금 납량특집 느낌으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