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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기다림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3<完>

2010.06.28 05:09

시우처럼 조회 수:339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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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럴 수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나는 놀란 마음에 잠시 멍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토록 바라던 기적이 우리에게 일어났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선 그에게 달려가 그를 붙잡아 일으켰다.


 


"현수씨! 현수씨, 괜찮아?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정신이 들어?"


 


 그러자 그는 고통스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혼란스러워 하는 표정이었다. 팔에는 억지로 잡아 뺐는지 링거가 꽂혀있던 곳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선반 위에 있던 휴지를 가져와 그의 팔을 감쌌다. 바닥은 어느새 주사바늘에서 흘러나온 수액들로 흥건해져 있었다.


 


"수현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그가 말을 내뱉었다.


 


"응, 나야. 나 수현이. 나 알아보겠어?"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뭔가가 내 얼굴 아래로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손으로 볼을 닦자 축축한 물기가 손에 묻어져 나왔다. 나도 모르게 두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내가 울고 있는지 아닌지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잊혀져 가던 그 이의 목소리가 지금 이렇게 바로 눈앞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 내가 왜 여기 누워있는 거지?" 그 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교통사고가 났었어. 기억 안나?"


"교통사고?" 그는 기억을 되짚는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기억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맞아. 그랬었지. 난 분명히 네 심부름 때문에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트럭에 부딪쳤었어."


"2년이야. 그 후로도 2년 동안 자기는 혼수상태로 입원해 있었어."


"2, 2년씩이나?"


 


 2년이란 말에 그는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하긴 누구라도 자기가 모르는 사이에 그만큼의 시간이 지났다고 하면 황당하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렴 어때. 지금 이렇게 깨어났는데."


 


 나는 마침내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아직도 그는 뭐가 뭔지 혼란스러운 표정이지만 어찌됐든 좋았다. 이렇게 서로 마주보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 할 수 있으면 그걸로 족했다. 2년 만에 보는 남편의 눈동자였다. 2년 만에 듣는 남편의 목소리였다. 그의 혼란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테지. 아니 내가 많이 도와줄 것이다. 남편을 끌어안고 나는 신에게 감사했다. 이렇게 기회를 한 번 더 주셔서 감사하다고. 이젠 다시는 남편에게 심부름 같은 건 시키지 않겠다고. 눈물이 콧물이 되고 콧물이 눈물이 될 때까지 빌고 또 빌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내가 한 없이 낮아지는 마음가짐으로 지구를 관장하는 신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사이, 의사와 간호사들이 허겁지겁 병실로 들어왔다. 언제나 한 발씩 늦는구나. 싶으면서도 환자가 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감격적 재회의 순간을 훼방 놓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그들에겐 길 건너 불구경 일뿐인 일이겠지만 그래도 그게 무슨 상관인가. 그들에게 세상에도 기적이란 건 존재한다고. 신은 존재한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잠시 후, 기어코 의사는 환자가 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그를 침대로 돌려보냈다. 간호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침대에 누운 남편은 한동안 의미를 알 수 없는 의사의 질문에 답해야만 했다. 그렇게 한참을 남편과 씨름하던 의사는 이번에는 뇌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나에게 동의를 구했고 나는 그러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간호사도 소식을 들었는지 병실로 들어와 나에게 고생했다며 따뜻하게 포옹해 주었다. 기적이라며 간호사들이 호들갑을 떨었고, 옆 병실의 보호자들도 와서 부러움이 가득한 시선으로 축하인사를 건넸다. 고마운 일이었다. 알고 보니 세상은 사랑과 행복으로 가득 찬 곳이었구나.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들의 인사를 받았고 재영씨도 민정이도 이제 곧 깨어날 거라고 말했다. 그들 역시도 희망으로 가득 차오르는 듯 들떠 보였다. 2년 동안이나 손 하나 까닥하지 못하던 사람이 일어났으니 그들도 언젠가는 깨어날 것이다.


 


 휴대폰을 들어 시어머님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뚜. 뚜. 뚜. 신호가 가는 동안 이 기쁜 소식을 어떻게 전할지 가슴이 뛰었다. 어머니는 얼마나 좋아하실까. 점심나절의 햇살이 방안을 따스하게 비추고 있었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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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완결입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자판을 두드리다보니 여러면에서 많은 공부가 됐던 것 같습니다.


저의 인내심이 어느 정도 인지를 알수 있었고


저의 부족한 부분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사실 '트럭에 치이는'과 '신입에 대처하는' 그리고 '기다림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하나의 줄거리를 바탕으로 각자 다른 시점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진행해본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충분히 하나의 스토리 라인이라는 것을 암시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읽은 제 친 동생의 말로는 글이 산만한 느낌이 있다고 일침을 가하더군요.


정확히 어떤 주제가 핵심이지 파악이 안된다고나 할까요.


 


제가 처음 이 글을 기획할 때는 아무래도 '신입에 대처하는' 부분을 제일 핵심적인 내용으로 설정 했음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다보니 마지막 '기다림에 대처하는' 부분의 길이가 '신입에 대처하는' 부분과 엇비슷해져서


읽어주시는 독자분들로 하여금 혼란을 유발 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중간 부분의 분량이 좀더 길어져서 독자 분들로 하여금 '현수'의 좌절과 절망감을 좀 더 느끼실 수 있게금 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는 거죠.


 


그래서, 이 글이 마치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듯 하지만 그 속에 감춰진 비극이 있다. 과연 무엇이 진실인가.


이런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는데 그런 효과가 미미해져버린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런 결점 많은 글이긴 하지만 드디어 제 손으로 작품 하나를 끝냈다는 사실에 뿌듯해오긴 합니다.


다음에는 좀 더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독자 분들이 충분히 느끼고 공감할수 있도록 쓰는 분량에 대해서도 신경쓰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다음 작품으로 찾아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