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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The Cor vore

2010.06.28 02:05

Invictus 조회 수:286 추천:1

extra_vars1 Ghost 2.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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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X  X


 


 


 설희의 형상을 한 그림자가 엄습 해온다.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하고 있는 존재에게 망설임도 없이 총구를 치켜세운다.


 


 쾅!


 


 하지만 그림자는 그림자일뿐. 총알은 허망한 구멍만 만들고 관통해버린다.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 무표정으로 서있는 검은 그림자는 괴기스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설희는 오히려 웃는다. 자신의 거울을 보고나서 만족하다는 듯이.


 


 "흐음. 이거 이거. 엄청난 괴물을 만나버렸는걸? 당신이 소문으로만 듣던 무영의 네이사인가?"


 


 무영의 네이사. 소드 바이올리니스트 민이원이 노리고 있는 그 흡혈귀였다. 하지만 설희가 그 사실을 알리가 없었다. 그녀는 그저 강한 상대를 만나서 '앨리스'의 행방을 캐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 빈 몸. 내가 가지겠다."


 


 그림자는 설희는 '빈 몸'이라고 칭하며, 서서히 다가온다. 설희의 몸을 빈 몸이라 칭한 이유는 그녀에게 '마음'이 결여됐다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니라. 그리고 네이사의 강박관념같은 말을 듣고 난 뒤, 설희는 네이사의 상태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붉은 그림자' 이후 '육체'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의 능력, 즉 인터럽트는 '그림자'. 그런 그가 솔라리스의 금기를 어기고서 한계를 넘는 인터럽트를 시도한 결과 돌아갈 육체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그는 살아있는 그림자가 되어 자신의 몸이 될만한 그릇을 찾고있던 것이다.


 


 "그전에 물어 볼게 있는..."


 


 후웅. 콰앙~!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도 같았다. 아무도 없는 허공에서 커다란 검이 네이사를 반쪽으로 갈라놓은 것이다. 검치고는 꽤 독특한 모양새였다. 검면이 마치 밭의 이랑, 고랑처럼 물결치는 상식과 벗어난 형태를 하고 있었다.


 


 "이봐. 그거 내꺼라고."


 


 설희의 뒤로 검은 던진 장본인, 민이원이 가로등 불 아래로 모습을 들어낸다.


 


 "아저씨. 방해하지말아 줄래요? 중요한 걸 물어볼 참이었는데?"



 이원은 설희의 말은 듣지도 않고 달려든다. 6년간을 쫓아온 숙적을 목격한 그에게 그런 말이 들릴리가 없었다. 그의 전부였던, 한 사람을 죽여버린 자. 솟구치는 증오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은  불꽃에 일그러진 사체와도 같았다.


 


 그는 허리에 걸친 레이피어를 꺼내들어 네이사를 향해 내지른다. 반토막 났던 네이사는 어느새 세포분열이라도 하는지, 그대로 설희를 복제해낸다. 순식간에 2명을 상대하는 상황에 놓여있음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는 이원.


 


 그가 무영의 네이사와 이렇게 대면한건 이번까지 합쳐 4번. 이런 전개는 그에게 있어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매번 이런 식의 네이사를 상대했던 그였기에, 내지른 레이피어를 거두고 자신이 투척한 대검을 회수한다.


 


 양손에 어울리지 않는 두개의 검을 쥐고 있는 그의 모습은 바이올리니스트, 그 자체였다. 레이피어는 그의 손에서 바이올린 활이 되고, 대검은 바이올린이 된다. 이원은 양손에 든 검들을 바닥에 끌면서 네이사에게 달려든다. 검과 아스팔트와 마찰하면서 듣기 싫은 소리가 밤하늘로 퍼져나간다. 설희의 모습을 한 그림자들도 그에 응하며 이원에게 쇄도한다.


 


 이원은 왼손의 대검을 크게 휘두른다. 아무의미없는 동작이었다. 다가오는 그림자들을 베어버리기엔 너무 빠른 시기에 떨어진 검격.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드는 네이사. 그리고 이원의 대검은 그대로 아스팔트 바닥을 파고들어 마치 묘비처럼 세워졌다. 그는 그 묘비앞에서 레이피어를 마치 도(刀) 다루듯이 눕혀서 발도자세를 취한다.


 


 "...저 아저씨. 뭐하는거지?"


 


 잠시 자신의 목적을 잊은채 설희는 이원의 별난 행동에 눈길을 빼앗겨버렸다. 그림자들은 설희는 무시한채 검은 손톱으로 이원을 할퀸다. 그림자들의 공격보다 좀더 빠르게 이원의 레이피어가 뻗어나간다. 날카로운 찌르기가 아닌 섬광이라고도 할 수 있는 베기로. 그러나 그것도 허사가 된다. 그림자보다 빨랐지만 앞에 세워진 대검에 걸린 것이다.


 


 챙.


 


 "이..."


 


 설희는 그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이원을 부르려고하나 이내 숨을 죽인다. 아니, 놀란것이다. 활대처럼 휜 레이피어는 곧 멈춰진만큼, 아니 그보다 더한 빠르기로 허공을 스친다.


 


 샤아앙.


 


 예리한 마찰음과 함께 2개의 그림자는 양분된다. 하지만 네이사는 그림자. 아무리 베고 베어도 결코 죽이지 않는다. 그림자의 원천을 부셔버리지 않는 이상. 이원은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지금은 그가 무엇을 원천으로 삼아 그림자를 조정하는지 알수 없기에 무턱대고 싸울 수 밖에 없었다. 베어진 그림자들은 이원의 뒤에서 살아서 움직인다.


 


 이원은 회전력을 받은 채 다시금 레이피어를 대검에 걸었다. 하지만 이번엔 곧장 뽑아치는 발도가 아니였다. 한차례 심호흡을 쉬는 이원. 그림자들은 다시금 뭉쳐서 이원을 노린다.


 


 "세(細)"


 


 하나로 뭉쳐서 설희의 모습을 한 그림자의 팔이 괴기스럽게 거대해진다. 마치 억누른 물길이 갑자기 터진것처럼 검은 줄기가 이원을 덮어버리려한다. 레이피어는 이미 더이상 검이라고 부를 수 없는 지경까지 휘어버렸다.



 "월(月)!"
 
 마지막 말이 울림과 동시에 레이피어는 탄성을 견디지 못하고 뱀처럼 흔들리며 자신의 앞에 있는 것들을 분쇄해버린다.


 


 샤아샤아샤아앙.


 


 깨끗한 소리였다. 잡음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섞이지 않은 고요하지만 격렬한 연주. 밤하늘의 달에 파문을 일으키는 듯한 청명한 음. 레이피어의 괘적은 마치 초승달처럼 가늘에 빛나며 검은 하늘에 틈새를 만든다.


 


 총 7번의 검격. 첫번째의 탄성을 이용한 베기를 시작해, 2번의 검격, 이후 대검에 레이피어를 걸고, 이후 다시 2번의 검격. 이렇게 반복된 동작이 순식간에 일어나, 네이사를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분쇄기라고 불러야 마땅할 그 잔인한 손속으로도 네이사는 죽지 않았다.


 


 부서진 그림자들은 또 다시 하나의 존재로 통합된다.


 


 "소용없는 짓이다."


 


 설희의 모습을 한 네이사가 입을 열었다. 네이사의 말대로 전혀 쓸떼없는 짓이었다. 그림자의 원천을 파괴하지 않고서야 그는 계속 살아있을테고,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지는건 이원일수 밖에 없다. 이원은 아무말도 없이 그저 검은 그림자를 노려볼뿐이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숨길 수 없는 복수심만이 타오르고 있었다.


 


 "잠깐. 날 잊어먹은거 아니야? 둘다."


 


 철컥.


 


 설희는 인젝트 대거를 꺼내들며 네이사와 이원을 향해 겨눈다.


 


 "애기야. 니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비켜."


 


 이원은 설희를 돌아보지도 않고 입을 연다. 그리고는 대검을 바닥에서 뽑아 든다.


 


 "아저씨. 그쪽이 무슨 문제인지는 몰라도, 비켜야할 건 아저씨 아니야? 저 그림자를 발견한건 내가 먼저고, 저쪽도 나한테 볼일이 있는거같은데?"


 


 설희는 대검을 쥐고 선 이원을 작게 미소지으면서 바라본다. 비키지 않으면 총을 쓸꺼라고 말하는 듯이.


 


 "죽어도 원망마라."


 


 그 말이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설희가 방아쇠를 당기고, 이원은 레이피어를 투척한다. 누가 먼저랄것없이 손속을 쓴 두 사람.


 


 쾅!


 


 빈 허공에 총성이 메아리친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였다.


 


 쾅! 쾅! 쾅! 쾅!


 


 설희는 망설이지도 않고 다리의 아스팔트에 연속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그녀의 입가에서 선혈이 세어나오지만 그런 사실은 그녀에게 대수롭지 않은 사실이었다. 이원은 잠시 상황이 이해되질 않았던 반작용으로 그녀를 멍하니 바라볼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내 모든걸 이해할 수 있었다. 설희가 '죽어도 원망마라'라는 말을 듣고 먼저 격철을 당기려고해서 이원은 그에 반응해서 레이피어를 그녀에게 던진것이다. 하지만 사실, 설희가 노린것은 '다리'였던 것이다. 왜 다리를 노렸을까. 간단하다. 이원과 네이사가 부딪치는 동안 설희는 네이사가 사용하는 그림자의 원천을 알아낸 것이다.


 


 "Explosion."


 


 쾅!!!!


 


 이제까지와는 비교할수도 없는 굉음이 허공을 울린다. 인양시의 변두리지역이지만, 마지막 폭발음과 동시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리가 점차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네이사의 그림자도 사라졌다. 자신이 멸하기 전에 다른 곳의 그림자로 옮겨간 것이다. 강으로 가라앉는 다리를 뒤로 하고 설희는 시내도로 위로 물러선다.


 


 "도망가버렸네... 아직 못 물어봤는데..."


 


 부서진 다리를 한번 보고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드는 그녀.
 
 "야! 너...."
 
 한편 강 반대편, 인양고등학교로 이어지는 도로로 물러선 이원은 담배연기를 허공이 뿌리는 그녀를 부르려다가 망설인다. 그 자신이 보고있는 설희의 모습이 거짓말이 아닐까라고 생각할정도로 그녀는 태연하게 이원을 쳐다본다.


 


 "왜요? 남자가 말을 했으면 끝까지 해야지... 참, 어떻게 내 주변에 있는 남자들은 왜 다들 저 모양이지.."


 


 설희는 긴 한숨과 함께 담배연기를 내리깐다. 달빛이 내리는 밤아래, 시끄러운 경찰차 소리를 뒤로 그녀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볼 뿐이다. 무엇하나 실감하지 못한채, 끝난 삶을 붙들고, 저승사자를 물리고, 현실에 머문 유령.


 


 "하아, 이래서야 그 녀석한테 유령이라고 부르면 안되겠네..."


 


 그렇기때문에 그녀의 왼쪽 가슴에 박힌 레이피어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출혈은 멈추지 않는데도, 고통은 없는 건지 비명도 없고 참는 기색도 없다. 그녀는 담배를 잡는 왼손을 올리는 도중 거슬리는 물체를 느끼고 그제야 자신을 꿰뚫은 세검을 바라본다.


 


 "자. 아저씨꺼 여기다 둘께요. 어서 도망치지 않으면 골아파질꺼예요."


 


 찡그림 하나 없이 자신의 가슴에서 레이피어를 뽑아 바닥에 떨어뜨린 설희. 시끄러운 경찰차 소리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뒤로하고 그녀는 어둠속으로 점차 사라져갔다.


 



 X  X  X



 
 
 이름 : 이슈미아 라 에르카. (CodeName : 공간의 에르카)


 종 : 루나리스/흑혈


 분류 : A(Ancient)
 특징 : 긴 백발. 마검 엘레닉스 소지. 리스민트의 대행자역.
          인터럽트(공간계간섭)


 활동 : 서울에서 첫 발견.
          새벽의 지배자를 봉인.
          강원 인양시에서 상주, 봉인이 풀린 새벽의 지배자를 추적중.


 현재위치 : 서울.


 



 이름 : 리케아 렘 베른. (CodeName : 환염의 리케아)


 종 : 솔라리스/적혈


 분류 : P(Past)


 특징 : 솔라리스의 시초의 자손. 현 솔라리스의 정점.
          인터럽트(인식조작, 열역학법칙 간섭)


 활동 : 강원 인양시에서 첫 발견
          새벽의 지배자를 추적. 현재 큰 부상을 입고 잠적.
       


 현재위치 : 알수 없음.


 


 이름 : 시아나 텔 리스민트. (CodeName : 영면의 리스민트)


 종 : 루나리스/적혈


 분류 : U(Ultimate)


 특징 : 현 루나리스의 정점이자 루나리스의 시초.
          인터럽트(밝혀지지 않음)


 활동 : 첫 발견 미확인. 이외 확인된 활동 없음.



 현재위치 : 알수 없음.


 


 이름 : 리사 이폴리타. (CodeName : 거울의 이폴리타)


 종 : 솔라리스/흑혈


 소멸확인.


 


 이름 : 새벽의 지배자. (CodeName : 새벽의 지배자)


 종 : 알수없음. 흡혈종으로만 추정.


 활동 : 첫 발견 미확인. 봉인이 풀리고 난뒤, 행방불명.


 현재위치 : 알수 없음.


 


 그것이 이원이 바이올렛에게서 받은 정보의 단편이었다. 그외에 이런저런 정보가 길게 써있었지만, 지금의 그에겐 필요하지 않은 것 뿐이었다.


 


 무영의 네이사에 관한 정보를 캐내기위해서 받은 정보인데, 결국 그건 다 쓸모없는 짓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빨리 네이사와 조우하게 될꺼라고는 꿈에도 몰랐던 그였기 때문이다.


 


 서류뭉치를 테이블에 아무렇게 던져놓고 침대에 벌러덩 누운 이원.


 


 가슴에 예리한 세검을 꽂은채 담배를 피우던 소녀. 모습이 모습인지라 왠만해서는 잊혀지지 않을 기억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원에게 있어 설희의 모습은 그것보다 더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불러 일으켰다.


 


 심장이 없다.


 


 말그대로였다. 심장을 찔리고도 죽지 않았다면, 그건 루나리스나 솔라리스여야 한다. 하지만 은설희라는 인간은 분명 인간이다. 흡혈충동에 휘말리지 않았다는게 그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 그렇다면 남는건 하나다. 심장이 없다는 결론.


 


 하지만 이상하다. 심장이 없는 사람이 살아있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것말고는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


 


 은설희라는 인간은 심장이 없는 채 살아가는 존재라고.


 


 그것이 그의 잠자던 양심을 깨운다. 복수. 복수라는 하나의 행동을 위해서 그는 결과적으로 가장 소중한 사람의 가장 소중한 생명의 증거를 빼앗아버렸다.


 


 그것이 얼마나 잔혹한지,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도 알고 있던 그였다. 그렇기에 후회도 없었다. 다만 되돌릴 수 없다는게 슬플 뿐이었다.


 


 잊고 있던 소중한 사람. 그것은 최악의 모습으로 설희의 모습을 통해 되살아났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원은 가해자이고 설희는 피해자이다. 그 어떤 변명을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의 죄.


 


 자신의 죄가 그렇게 살아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난 뒤, 이원은 가슴속에서 잊고 있던 심장의 주인을 떠올리며 괴로워했다.


 


 


 


 


+==========+


 


 


이번 편은 제목을 짓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것 같네요.


 


여튼 별다른 극적인 전개없이


 


2장 돌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