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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그가 떠나기 5분 전

2008.07.14 03:46

Bryan 조회 수:822 추천:3

extra_vars1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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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인근 병원의 응급실에 있다는 소식을,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막 하교하려던 참에 들었다.  같이 하교하던 친구들이 무슨 일이냐며 되물었으나, 대꾸할 새도 없이 난 아무 택시나 잡고 무턱대고 병원으로 데려가 달라고 소리쳤다. 호흡이 가빠지고 속이 울렁거렸다. 한참을 가다가 병원의 간판이 보이자, 품에 있던 오천 원을 택시 기사에게 집어던지다시피 하며 미친 사람처럼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반긴 건 흔히 병원 냄새라고 하는 고약한 크레졸 향과, 바닥을 장식하고 있는 주인 모를 혈흔들, 들것에 실려 오는 환자와 부산하게 움직이는 의사와 간호사들이었다. 난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서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이웃 아주머니가 내 이름을 한참이나 부른 뒤에야 발을 뗄 수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웁.”


커튼을 헤치고 들어서자마자 먼저 눈에 띤 건, 그의 다리가 기괴하게 뒤틀린 채 뼈가 살가죽을 튀어나온 광경이었다. 저녁에 먹었던 순댓국이 그대로 역류할 것만 같았다. 간호사는 연거푸 나가라고 소리쳤지만 의사는 응급 처치를 하기에도 바쁜 지 내 쪽으론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줌마는 ‘그’가 오토바이 배달을 하다가 사고가 나는 바람에…. 라고 중얼거렸다. 소위 짱깨라 불리며 한참 동생뻘이나 되는 아이들한테 갖은 모욕을 당하면서까지, 돈이 없어서 공부 못시킨다는 애기는 하지 않겠다는 그였다.


그런 그가 처참한 몰골로 내 앞에 누워있었다. 그런데 나란 놈은 고작 처음 든 생각이 역겹다는 것이었다니. 일순 미칠 듯한, 자기혐오가 파도처럼 밀려와 나의 심장을 후벼 파고 있었다. 덩달아 그의 심장도 점점 생기를 잃어가는 지 의사가 간호사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다.


이마와 등줄기에서 땀이 비 오듯 흐르며 금방이라도 토가 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괜찮을까? 아니, 그 없이 살 수 있을까? 그가 없는 삶이란 상상할 수도 없다. 신경질내고 짜증 부려도 단 한 번도 그가 내 곁을 떠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니까.


의사는 다리를 봉합하기에 앞서 심폐 소생술을 실시했다. 출혈은 멈추지 않는 듯 했고, ‘그’또한 몽롱한 의식 속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나는 혹 방해라도 될까봐 멀찌감치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게 전부였다. 18년 동안 ‘그’의 손에서 자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그것이 전부였다.


‘그’가 아무런 동태를 보이지 않자 의사는 급기야 전기 충격기를 들었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나 흔히 보던 물건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나에게 현실로 다가온,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덜컹, 덜컹, 덜컹.


전기 충격기의 소리와 함께 내 마음도 덩달아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응급실에서 들리는 환자들의 신음과 의사들의 다급한 목소리도 허공에서 분수처럼 흩어져 들리지 않았고, 나에겐 이 상황이 영화에서 극적인 연출을 위해 사용하는 슬로우 모션처럼 느껴졌다. 정서적으로나마 의지할 수 있었던 아줌마의 눈빛은 체념이 드리워졌고, 의사를 보조하는 간호사의 표정 또한 환자를 살리겠다는 의지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삐이이이이이―


그가 떠나기 5분 전,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아버지이자, 형이었던 마지막 혈육의 몸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글이 허접해서 창도에 올릴 생각은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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