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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단편] 바나나우유와 담배

2007.07.18 05:18

Mr.럭키맨 조회 수:826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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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태양의 따듯한 빛은 안 그래도 꿈에 젖은 대학생들의 캠퍼스를 더욱 환상에 젖게 만들었다. 시원한 바람에 나무들은 몸을 움직이며, 이제까지 뽐내지 못했던 자신의 진정한 푸른빛을 아직 보지 못한 이들에게 보여 주고 있었다. 세상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밝았다. 요즘만큼은 나도 환상에 빠져 현존하는 모든 것을 신뢰하지 못할 거 같았다. 전에는 누군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나에게 잘해주면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말도 안 되는 착각을 일으켰겠지만, 지금은 누군가 내 귀에 대고 진지하게 좋아한다고 속삭여도 거짓말로 치부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세상은 환상적이었고 믿을 수 없이 밝았다. 그런 여름이었다.


한껏 대학생의 기분을 내며 대학가를 걷고 있을 때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낯설지 않은 뒤통수가 보였다. 조용히 다가가 그의 등을 두들겼다. 동아리 친구 유비소였다.


“독고성이냐?”


비소는 나를 향해 미소지어주었다. 그의 미소는 언제나 해맑았고 장난기가 있었다. 성격도 그의 미소만큼이나 밝았다. 그 밝은 미소를 향해 나는 말했다.


“어제 클럽에서 늦게까지 있었잖아. 어제 집에 들어가서 뭐라고 변명했냐? 안 혼났냐?”


“부모님께 당당히 말씀드렸지. 클럽 때문에 늦었다고.”


“에? 그렇게 말해도 되냐?”


“그러자 부모님이 문학 동아리에서 이렇게 밤늦게 까지 무슨 활동이 있냐고 물으시더군.”


나는 웃었다. 그는 분명히 클럽 때문에 늦었다고 말하기 전에 이런 식으로 한 마디 했을 거다. ‘엄마 저 문학동아리 든 거 아시죠?’ 물론 거짓말은 아니다. 단지 두 문장이 관계가 없을 뿐.


이 녀석은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뭐든지 즐겁게 해결할 줄 알았고 위트가 있었다. 그는 언제나 즐거워 보였다. 그래서였을 거 같다. 그가 언제나 즐거워만 보였기 때문에 나는 그의 슬픔을 볼 수 없었다. 그는 슬픔 같은 건 없는 인간일 거라 생각했다.


“오늘 종강총회 있는 거 알지?”


나는 문학동아리 20기의 기장으로써의 의무감으로 그가 오늘의 1학기 마지막 행사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성을 느껴 그에게 질문했다.


“물론이지.”


나는 문학동아리 20기의 기장으로써의 의무감으로 그가 오늘 뒤풀이 참석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할 필요성을 느껴 또다시 그에게 질문했다.


“오늘 밤새 달릴 준비는 되었나?”


“시험이 두 주 후다.”


“두 주‘나’ 남았어?”


“그래서 집에는 내일 들어가겠다고 말하고 왔다.”




1학기 종강총회를 무사히 마치고 우리는 주위 호프집에서 뒤풀이를 시작했다. 총회의 모든 인원이 뒤풀이에 왔었지만 시간이 늦어지자 많은 사람이 집에 갔다. 이로써 밤샐 맴버가 정해졌는데 밤새는 사람들은 한 명을 제외하곤 언제나 전과 같은 맴버였다. 그 한 명은 우리보다 두 학번 높으신 선배인 ‘이아연’ 누나였다. 집이 그리 멀지는 않았지만 차가 일찍 끊겼기 때문에 그 누나는 언제나 일찍 집에 가야만 했다. 그러나 오늘, 시간가는 줄 모르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차가 끊겼다고 한다.


아연 누나는 꽤 작은 키의 동글동글한 귀여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꼭 뚱뚱함과 날씬한 그 흑백논리 속에 나를 가둬 그 누나를 평가하라면 아연 누나는 날씬한 축에 속하는 거 같았다. 성격은 상당히 털털하며 보이쉬했고 후배들이 모두 그 누나와 친해질 만큼 편안했으며 귀여웠다. 보이쉬와 귀여움은 언뜻 보면 참 어울리지 않는 한 쌍 같지만 대학 와서 그 두 단어가 자연스럽게 조화한 여자들을 몇 만나고 보니 의외로 두 단어가 상당히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몰론 오직 ‘보이쉬’만 한 여자도 있었다.


대화의 화제는 오늘 총회에서 대충 정한 엠티에 대한 이야기였다. 비소는 사람들에게 엠티 참석여부를 묻고 있었다. 그건 본디 회장이 해야 할 일이라 회장님은 비소가 알아서 일해주고 있다는 것을 보고 말은 안하지만 표정은 사뭇 고마워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정작 비소 자신은 자신이 회장님의 업무를 덜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재용형 엠티 가실 거 에요?”


“야, 근데 클럽 설문 같은 걸로 다시 날짜 정하면 안 되냐? 나 그 날짜 아슬아슬 하게 못 가게 될 거 같은데…….”


“아, 못 가시는 군요.”


비소는 재용형의 황당한 표정을 무시하고 아연 누나에게 물어보았다.


“아연 누나, 누나는 엠티 갈 수 있어요?”


“나 친구 데려가면 안 되냐? 친구가 같이 놀러가자는데 같이 그냥 우리 동아리 엠티 가면 될 거 같은데”


“우리 동아리 엠티잖아요. 외부인 데려오는 게 어디 있어요?”


“그럼 나 못 갈 거 같은데…….”


“아, 그런데 못 데려 올 것도 없지 않아요? 안 그래도 여자 부족한 우리 동아리에……. 괜찮죠? 회장님?”


누나가 못 간다고 하니까 이 녀석은…. 아까 재용형의 표정을 무시함에 모자라 이젠 모든 사람의 ‘이 간사한 녀석’이라는 느낌이 팍팍 나는 시선들을 모두 무시하며 옆에 계신 회장님에게 고개를 돌리며 비소는 물어봤다. 회장님의 답변은 간단했다.


“돈만 내면.”


역시 뒤풀이는 즐거웠다. 나는 그 즐거움 사이로 회장님에게 화장실 간다고 말을 하고 자리를 떠났다. 지하실에 있는 이 호프는 문을 열면 오른쪽으로 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오른쪽을 향하지 않았다. 대신 계단이 있는 왼쪽을 향했다.


밤 12시 쯤 된 것 같았다. 환상적으로 밝던 낮과는 확실하게 대조적으로 밖은 어두웠다. 사람이 슬슬 없어지기 시작할 때였다. 나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담배를 꺼냈다.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켰다. 나의 입과 코에서 연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손에 든 아직 긴, 타들어 가는 담배를 보았다. 지금 이것은 담배가 아니었다. 이것은 나의 슬픔이었다. 비소 같은 놈에게는 없을 것만 같은 깊은 슬픔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이렇게 재밌고 즐거운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나는 슬픔을 느꼈다. 외로움을 느꼈다. 그리고 혼자를 실감했다. 혼자임을 참을 수 없던 어느 날 담배를 샀다. 유독 연기가 많이 나던 나의 ‘THIS’는 그렇게 처음으로 울부짖었다. 그리고 나의 목과 폐 또한 함께 울부짖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 내 심장은 시원함을 느끼며 웃었다.


어느새 내 손에는 ‘THIS’가 아니라 ‘Raison'이 들려있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여전히 난 군중 속에서 외로움을 느꼈고, 슬픔을 느꼈다. 그리고 심장은 담배를 피며 시원함을 느꼈다. 이제는 처음처럼 기침소리를 들을 수 없었지만,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낄 순 없었지만 역시 달라진 건 없었다.


뭉게뭉게 떠다니던 나의 슬픔은 하늘을 맴돌다 검은 세상 속으로 사라져 갔다.




새벽 3시 정도가 되자 드디어 즐거웠던 모임은 파했다. 기숙사 사는 사람들은 기숙사로 돌아갔고 자취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저 차가 끊겨 돌아 갈 수 없는 비소와 나 그리고 아연 누나만 남았다. 우리는 동아리 방에서 돌아가서 잘까 아니면 더 놀까, 이 두개를 가지고 고민해야했다. 나와 비소는 동아리 방에서 자자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아연 누나의 강력한 주장으로 우리는 PC방에 가야했다.


누나가 순간 미웠다. PC방에서 나는 정말 할 게 없기 때문이다. 게임을 본래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잘 하지도 않는지라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좋아하는 사이트 서핑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동아리방의 사람의 인내심을 키워주는 극한까지 컴퓨터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지라 나에겐 PC방에 올 이유가 없었다. 그래도 이왕 온 거 오랜만에 게임이나 하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아연 누나, 그리고 비소와 함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첫 번째 판을 압도적인 승부로 승리를 이끌었던 누나가 두 번째 판이 접전으로 접어들 때 쯤 갑자기 게임에서 나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누나의 갑작스런 퇴장에 우리는 게임을 잠시 멈추고 누나의 컴퓨터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 쪽에는 키가 180정도의 약간 마른 체형의 남자가 누나 옆에 와 있었다. 그는 동아리 대 선배인 ‘최정준’ 형이었다. 나이는 자그만치 우리보다 일곱 살이 많았다. 지금 동아리 최고 학번과 같은 학번의 선배(졸업생이나 대학원생은 최고 학번이 될 수 없다)로써 지금은 우리 대학교 대학원의 학생이셨다.


정준 형이 PC방의 아연 누나를 보러 온 이유는 잘 알 수 있었다. 둘은 사귀고 있었다. 아니, 사귀었었다고 한다.(우리가 학교에 입학했을 땐 이미 헤어진 사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헤어졌다고 하기엔 너무나 깨끗하게 헤어졌다. 마치 연예인 커플이 헤어지고는  ‘연락이나 하는 친구 사이’ 또는 ‘친한 오빠, 동생 사이’로 되었다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 같은 일이 눈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친한 오빠, 동생 사이’ 라고 하기엔 친해도 너무 친했다. 행사가 있을 땐 둘이 갑자기 사라지기 일쑤였다. 오늘만 해도 그랬다. 어떤 ‘친한 오빠’가 이런 새벽에 ‘친한 동생’이 PC방에 잠 안 자고 게임 하고 있다고 안락한 침대에서 나와 몸소 행차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았다.


아무튼 아연누나는 억지로 이끌고 온 우리를 버려두고 정준 형과 함께 유유히 PC방에서 사라졌다. 안 그래도 상당히 피곤했던 우리는 게임을 흐지부지 마치고 동아리방으로 향했다.


동아리방으로 향하던 길에 비소는 편의점에 잠깐 들리자고 나에게 제안했다. 마침 목이 말랐던 나는 물론 동의했다.


나는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샀고 비소는 평소와 같이 바나나우유를 샀다. 그런데 그 우유가 한 개가 아니라 두 개였다.


“얼마나 목이 말라서 그걸 두 개나 사.”


“하나는 아연 누나 꺼”


“문자왔었냐?”


“어, 지금 동방1)에 있데. 오는 길에 바나나우유 좀 사달래.”


아연 누나와 정준 형은 시간도 늦고 해서 일찍 헤어졌었나보다. 어쩌면 정준 형은 그냥 취한 누나 동아리방까지 데려다 주려고 온 것일 지도 몰랐다.


우리가 동아리방에 도착했을 땐 누나는 이미 장판위에서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일명 ‘건강 이불’을 덮고 잠에 들어있었다. 우리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풋잠을 이루다 아침 첫 차를 타고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대학에서 시간은 참 쉬웠다. 입학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학기 기말을 한 주 남겨두고 있었다. 시험 정확히 일주일 전 공강시간, 비소와 밥을 먹던 중 그에게 놀랄만할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야, 나 아연 누나 좋아한다. 얼마 안에 고백할거야”


확실히 이 녀석은 다음 주 시험을 망치기로 작정을 했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도 이 녀석의 친구이기에 ‘다음주 시험 망치기로 작정했냐?’ 라는 상당히 낭만적이지 못한 확실하게 현실적인 문장보다는 ‘그나마 덜’ 현실적인 문장으로 답변을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누나, 남자친구 있잖아. 정준 형. 너보다 허 배는 나은.”


그는 입에 먹던 걸 마저 씹고 삼키더니 내 눈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서 그제 메신저로 여러 가지 이야기 하면서 은근하게 새벽에 정준 형 온 거 봤는데 혹시 사귀는 거냐고 물어봤지.”


“그래서 아니래?”


“그냥 할 얘기가 있어서 온 거래.”


할 얘기 있다고 꼭두새벽에 그렇게 찾아오나? 사실 그 둘이 사귀는 사이가 아니란 건 그래도 짐작은 했다. 잘 사귀다가 괜히 헤어졌다고 거짓말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그래도 헤어진 거 치고는 너무 친하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이런 생각은 비소도 이미 할 거 같았다. 그래서 괜히 심난하게 하기 보다는 그의 앞으로 행동에 대해서 묻기로 했다.


“그래서 언제 고백할건데?”


“이번 주 수요일.”


“내일 모래? 너무 이른 거 아냐?”


역시 비소다웠다. 내 생각에도 비소가 짝사랑을 마음 졸이며 고백할 용기 없이 뒤에서 도와주는 그런 장면은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내일 모래는 조금 아닌 거 같았다.


“이 (짝사랑) 연예박사 독고성님께서 충고하는데 내일 모래 너무 일러.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누나에게 조금씩 잘해줘. 먹을 것도 사주면서. 그러다가 조금 더 친밀해졌을 때 고백하란 말야.”


숟가락으로 크게 한 번 퍼먹으려던 것도 멈추고 비소는 나에게 한심하다면서 혀를 찼다.


“어이 연예박사, 충고도 상황에 맞게 충고하란 말야. 시간을 두고 잘해주다가 고백하라고? 다음 주에 시험이 끝나 그럼 방학인데 누나와 얼마나 만날 수 있을 거 같아? 게다가 누나한테 물어보니 누나는 다음 주 수요일 날 시험 끝나. 기껏해야 10일 남았어. 생각 좀 해라.”


이런 생각없이 즐겁기만 한 놈에게 이런 소리를 듣다니……. 하긴 그랬다. 다음 주가 기말 시험 기간이니 이 녀석 생각엔 조금 촉박할 것이다.


“좋아. 내일 모래 고백하는 건 그렇다 치고. 어떻게 고백할 건데?”


“내가 공돈 생겼다고 내일 모래 누나한테 점심 사준다고 했다. 밥 먹고 동방 돌아오는 길에 그냥 할거야.”


“야, 밖을 봐. 이렇게 요즘 날씨가 화창하다. 이런 햇빛 쨍쨍한 날에 고백하면 분위기가 살 거 같냐?”


비소는 밖을 보았다. 그가 보기에도 날씨가 너무 좋아 보이는 거 같다. 그는 한동안 밖을 바라보더니 이내 다시 그릇을 향해 얼굴을 박았다.


“몰라, 임마. 내일 모래 그냥 할거야.”


나는 밥을 우걱우걱 먹는 그의 얼굴을 보며 잠시 생각 좀 하다가. 그냥 녀석답다, 라는 결론과 함께 다시 밥을 입에 넣기 시작했다.


학교로 돌아오며 나는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비소야,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


“그런데 왜 연상한테 고백해? 혹시 누나가 편해서 좋은 거 같은 건 아니야?”


비소는 걸음을 멈추고 나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는 답변을 하기 위해 나의 눈을 쳐다본 게 아니었다. 왠지 정곡을 찌른 것 같았다. 입술은 다물고 있었고 눈은 똑바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는 나를 보고 있었고 그의 눈의 초점도 내 눈에 맞춰져 있었지만 그의 뇌는 나를 인지하고 있는 거 같지 않았다. 그는 마구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상황이 10초정도 지난 후(언뜻 듣기에 10초가 짧게 느껴지지만 실제 상황에선 굉장히 길게 느껴진다. )에야 그가 내 물음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난 알 수 있었다. 그는 앞을 바라보고 혼자 걸으며 대답했다.


“그건…아닌 거 같아.”


그의 답변을 듣고 나는 같이 학교를 향해 걸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말을 붙일 수 없었다. 그가 아직도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요일 공강시간이 다가오자 비소가 아연 누나랑 밥을 먹으러 가니 나는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좁은 인간관계를 가진 나의 대학 생활을 한탄하며 딱히 배가 고프지도 않았기 때문에 밥먹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고백하고 온 비소의 모습이 궁금했기에 동아리방으로 향했다. 같이 밥 먹을 친구가 없기 때문이었을까? 왠지 모르게 문득 동아리방 가는 길이 슬프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담배를 하나 꺼내들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오늘도 산뜻한 캠퍼스 안에 나의 슬픔을 흩날리는 죄를 범해야만 했다.



방은 쓰레기들로 상당히 어지러웠다. 방을 치우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헛수고였다. 모든 걸 포기하고 자리에 철퍼덕 앉았다. 아무생각 없이 위를 올려보니 창문이 보였다. 느릿하게 일어나 창문으로 밖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깔끔해 보이는 많은 건물들이 줄지어 있었다. 저런 곳은 안도 깨끗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저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새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창문을 통해 나가 한 깔끔한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문득 전에 살던 방이 그리워 뒤를 돌아보았을 때 나는 놀랐다. 내가 살던 집에 밖에선 저렇게 깨끗하고 깔끔해 보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어느새 나는 다시 사람이 되어있었고 날개가 없으므로 나는 당연히 아래로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추락하는 나는 날개가 없었다.




나는 잠에서 깼다. 주위를 둘러보고 시계를 보았다. 동아리 방에 온지 40분 가량 된 듯싶었다. 동아리방 책상에 엎드려 풋잠을 잔 것이다. 40분 풋잠에 꿈을 꾸다니 왠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쪽 구석에서는 한 선배가 컴퓨터를 상대로 인내심을 키우고 있었다. 아마도 저 분은 언젠가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생겨도 살인은 면하게 될 거 같았다. 나는 주머니 속에 담배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왔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고 그늘이 있는 벤치에 앉았다. 담배와 커피 그리고 벤치라니……. 담배와 커피 그러니까 니코틴과 카페인으로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겠지만 참으로 분위기가 사는 거 같았다. 나는 천천히 우리학교 풍경을 구경했다. 수업시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로 학교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길을 사이에 두고 무슨 종인지 알 수 없는 푸른 나무들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나무 아래에는 빨갛기도 하고 노랗기도 한 꽃들이 나무 아래를 메웠다. 이 정도면 우리 학교 풍경도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담배를 천천히 피우며 지금 쯤 고백하고 있을 내가 조금 알고 있는 한 유쾌한 녀석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결과도 떠올렸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담배는 꽁초가 되고 종이컵은 종이 쓰레기 분리수거함으로 가야할 무렵 나에게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나를 죽여라’


비소의 문자였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헌법에는 본인이 허락하였을 시 타인은 죽음을 원하는 그 본인을 죽여도 된다는 법조항이 없기에 나는 ‘어떻게 죽여줄까?’라는 답장을 보낼 수 없었다. 그 대신 그가 이런 문자를 보내게 된 정황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문자를 보낸 걸 보니 분명 멍청하게 고백을 하고 동아리방으로 와있거나 거의 다가왔을 거란 생각을 하고 나는 동아리방을 향해 빠르게 걸음을 재촉했다.


역시 내가 동아리방에 왔을 땐 책상에 아까 없던 바나나우유 빈 통이 두 개 놓여있었고 아마 그 쓰레기들의 주인이라고 짐작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비소를 조용히 부르고 아까 내가 담배를 피던 그 벤치로 나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물었다.


“차였지?”


“아니야, 임마. 내가 아까 그렇게 문자를 보낸 이유는 고백이 병신 같았기 때문이야.”


“그럼 보류구나?”


“나쁜 녀석. ‘차였지?’ 라고 물어봤을 때, ‘아니야’ 라고 대답하면 당연히 그 반대 상황인 ‘그럼 아연 누나가 고백 받아드렸어?’ 같은 걸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냐? 어떻게 넌 매사가 부정적이냐?”


“뭐 그렇게 사설이 길어? 어쨌든 보류 맞잖아. 안 그래?”


“제길. 어떻게 알았냐?”


“내가 말했잖아. 분위기가 안 산다고 이런 대낮에 말이야……. 그리고 너 안 봐도 뻔해. 같이 밥 먹을 때는 농담 따먹기만 하고 있다가 집에 돌아오는 중 고백할 때 되니까 어색하게 진지해 져서는 어설프게 고백했겠지. 누나는 ‘지금 농담하는 거 아냐?’ 이런 식으로 물어보기도 했을 것이고, 틀리냐?”


“정확히 네가 나를 죽여야만 하는 이유를 맞췄다. 대단하다.”


“네가 그 상황을 생각을 해봐. 이런 대낮에 그렇게 어설프게 고백을 했는데 ‘어, 그래, 네가 날 좋아했어? 그럼 사귀자.’ 이게 더 어색하겠다.”


생각하는 데 언제나 시간이 필요한 녀석은 이번에도 상황을 상상하는데 대략 5초 정도를 소요해야 했다.


“그렇구나……. 에이씨, 몰라, 고백했으니까 됐어! 그래도 고백하니까 속 시원하다! 야, 벌써 수업 시간 다 됐어. 우리 빨리 가자.”


시간이 다 되었다는 그의 말에 나는 주머니의 핸드폰을 꺼내 정확한 대한민국 표준 시간을 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대한민국 표준 시간에 의하면 지금 뛰지 않으면 수업에 늦는 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가까스로 정시에 강의실에 도착한 비소와 나는 ‘화남’과 ‘짜증남’ 그리고 ‘황당함’ 이렇게 세 감정을 섞은 굉장히 신비스러운 감정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지각표시 하나 당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뛰어왔건만 교실에는 ‘休講(휴강)'이라는 칠판의 단어만이 우리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세 가지 감정이 조화된 신비스러운 감정을 한껏 만끽하고 그 뒤에 우리에게 온 감정은 ‘즐거움’이었다. 지겨운 강의를 들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달은 것이다.


딱히 할 일도 없고 종강총회는 이미 했지만 오늘 문학동아리 마지막 세미나가 있기에(회장님의 사정으로 종강총회를 세미나 보다 먼저 했다.) 세미나 시간까지 우리는 동아리방에서 죽치고 있기로 결심했다. 동아리방에 가니 수업이 없는 몇 선배가 와 있었다. 그 선배 중에는 아연누나도 끼어 있었다.


동아리방에서 그냥 자기 할 거 하면서 비소와 난 조용히 있었는데 아연누나가 그 조용함을 파고들어 비소에게 다가가 물었다.


“할 거 없지? PC방이나 갈래?”


고백한 상태에서 누나가 비소에게 저렇게 어디를 함께 가자고 하는 것은 상당히 좋은 징조였다. 그는 당연히 받아드렸다. 그렇게 둘이 동아리 방을 나서려고 할 때 나는 상당히 심심했고 그래서 장난기가 발동했다.


“비소야, 어디가?”


비소는 뭔가 형언할 수 없는 야릇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어쩔 수 없다는 투가 강하게 풍기는 음조로 말했다.


“응, PC방……. 같이 갈래?”


나는 웃음 지으며 ‘어, 같이 가.’라는 말과 함께 그의 양어깨에 양손을 얹으며 PC방을 향했다. 옆에 아연누나의 표정이 어떨까 궁금했다.


그날 세미나도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리고 뒤풀이. 시험이 5일 가량 남은 상태에서 우리는 또 한 번 밤 새워 술을 마셨다. 비소때문이었을까? 그날도 아연누나는 우리와 함께 밤을 새웠다. 그 날 술자리에서 재밌는 일이 있었는데 비소의 평소 장난기 있고 활달한 성격이 그날 아연누나 앞에서는 그냥 평범한 후배로 변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느끼지 못한 거 같았지만, 나만은 느낄 수 있었다. 다음날 일찍 비소는 집으로 출발하고 누나와 나는 수업이 있기에 학교에 남았다. 내가 아침 수업을 마치고 동아리방에 돌아왔을 때 누나는 다시 자고 있었다. 그리고 오후가 되어서야 누나는 일어나 수업에 참가했고 그 사이 비소가 동아리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오늘 수업이 없었기에 그가 학교에 올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물었다.


“수업도 없는 녀석이 왜 왔냐?”
“누나한테 문자가 오잖아. 오늘 안 오냐고.”


“그래서?”


“오늘 학교에서 집에 왔는데 뭐 하러 학교에 가냐고 문자를 보내니까, 답장이 이렇게 오잖아. 보고 싶다, 고.”


내가 자고 있다고 생각한 사이에 아연 누나는 비소에게 문자 보내고 있었나보다. 아무래도 이 둘, 잘 되려나 보다.


처음엔 과제만 하고 집에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만약 내가 가고 아연 누나가 돌아온다면 동아리방에는 둘 만 남기에 외로운 솔로의 어쩔 수 없는 히스테리로 인해 그걸 지켜 볼 수  만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누나가 집에 갈 때까지 꿋꿋이 자리를 지키기로 결심했다. 잠시 후 비소가 잠깐 화장실 간 사이 동아리방에 누나가 왔다. 누나는 나의 맞은편에 앉았고 비소는 누나 옆자리에 앉았다. 우리 셋은 마주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비소는 한 가지 큰 실수를 했다. 바로 누나 옆에 앉은 것이다. 아연 누나, 맞은편에 앉으면 마주보며 누나와 마주보며 그 누나를 향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옆자리 앉으면 나를 향해 말해야 했고 옆에 앉은 누나에게 말하기란 상당히 어색한 일이었다. 가뜩이나 어제부터 누나 옆에서 부쩍 말이 없어진 녀석인데 오늘은 더욱이 이 녀석은 누나를 향해 말을 할 수 없었고 누나가 말 할 타이밍이 아니면 누나의 얼굴을 볼 수도 없었다. 자신도 내심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아연 누나가 집에 가봐야 한다고 하기에 우리는 모두 같이 집에 가기로 했다. 모두 집에가기 위해선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했으나 나와 비소가 타야할 버스가 오는 정류장은 가까웠고 누나가 타야할 버스가 오는 정류장은 조금 더 걸어가야 했다. 나는 너무 단 둘이 시간을 못 준 게 미안해(말이 없어진 놈이 그 단 둘이 있으면 어떻게 행동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비소에게 누나 데려다 주라고 한 뒤 난 누나에게 먼저 집에 가봐야겠다고 했다. 그리고 정류장에서 비소가 누나를 데려다 주고 올 때까지 기다렸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비소는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나는 그가 오자마자 준비했던 한 마디를 말했다.


“야, 내가 너한테 멋있게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 하나 날려줄까?”


“뭔데?”


“너 답지 않아! 너 답지 않게 왜 그래? 아연 누나 앞에서 왜 꿀 먹은 벙어리가 되냐고.”


“이 녀석……. 좋아, 나도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로 답 해주지. 나 다운 게 뭔데?! 이게 바로 나 다운 거야. 멍청아.”


“야, 너 다운 건 말이야…….”


“내가 전에 지금과 똑같은 상황에서 지금과 다른 행동을 했었던 적 있냐? 그런 적 없거든? 난 이런 상황이 지금이 처음이고 그래서 내 성격대로 가장 나 답게 행동하고 있는 거야.”


“네 성격이 이렇게 소극적이었냐? 너라면 고백한 후에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거라 생각했는데. 어제 누나가 집안 사정이 생겨서 엠티 못 가게 될 거 같다고 할 때도 전 같았으면 누나에게 농담도 치며 왜 못 가냐고, 집안 사정 자기가 다 해결해 주겠다고 같이 엠티 가자고 할 놈이, ‘아, 그래요? 할 수 없죠. 뭐.’가 뭐냐?”


“야, 그것도 고백하기 전 이야기지. 고백하기 전에는 그런 말을 해도 그런 말이 다 ‘농담’으로 받아드려진단 말이야. 그런데 고백한 후에는 그런 의미 없는 하나하나의 농담들도 ‘진담’으로 받아드려질 수 있단 말이지.”


비소 이 놈이 이렇게 생각 있고 진지할 때가 있는 놈이었다니……. 이렇게 생각하려고 하는 사이 비소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내뱉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지금 이 고백해버린 상황에서 누나한테 장난치기 무지하게 쑥스러워. 차라리 사귀기로 하면 모를까. 나도 힘들다, 임마.”


그를 바라보며 나는 웃었다. 그럼 그렇지…….


비소의 버스는 때맞춰 도착했다. 비소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해맑은 미소로 나에게 인사하며 버스에 올랐다. 그의 버스가 사라지자 나는 주머니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 입에 물었다. 담배 한 대를 다 피우기도 전에 내가 타야할 버스가 도착했기에 나는 그 차를 보내고 다음 차를 타야만 했다.




그리고 또 시간은 흘렀다. 어느새 시험기간이 되었고 우리는 한 학기 동안 우리가 배운 지식을 평가받았다. 시험을 마치고 동아리방으로 돌아오니 동아리방은 문학동아리가 아닌 학업동아리로 변해있었다. 모두 자리를 잡아 공부를 하고 있었고 오랜만에 동아리방 구석에 있는 컴퓨터가 전원이 나가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분위기가 그렇게 조용하지는 않았다. 멀쩡한 도서관 나두고 동아리방에서 공부하는 저 선배들과 동기들은 도서관의 조용하고 답답한 분위기가 싫어, 그래도 시험기간이라 공부하는 척은 해야 했기에 동아리방에서 책 펴놓고 수다나 떨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에는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다가 잠깐 쉬러 온 사람들도 있었고 도서관 자리를 못 잡아 어쩔 수 없이 여기서 공부하는 사람도 몇 있긴 했다.


시험이 끝나면 공부하러 거의 집으로 갔기에 동아리방에 있는 사람들은 상당히 빠른 시간에 사라져갔다. 물론 비소와 나는 공부하는 걸 극도로 싫어했기에 우리는 시험이 끝나도 동아리방을 오래도록 지켰다.


참 어울리지 않게 동아리방을 저녁까지 지키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아연 누나였다.  가끔 누군가와 문자하는 모습만 보였을 뿐, 아까부터 수다 떠는 모습은 볼 수 없고 조용히 공부만 했기에 비소 때문에 동아리방에 남아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비소 역시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누나에게 누구 기다리시냐고 물었으나 누나는 조금 있다가 갈 거라는 말만 하고 다시 책을 들여다보았다. 누나는 저녁 7시가 다되어서야 가방을 챙기고 동아리방을 나갔다.


비소는 누나가 나간 뒤에도 조용히 동아리 방에 있는 책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 3분 쯤 지났을까? 자신도 이만 집에 가봐야겠다며 가방을 챙기고 부리나케 뛰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냥 누나 나갈 때 집에 같이 가자고 하지……. 뻔히 보이는 비소의 행동에 나는 작은 미소를 참을 수 없었다.




시험 기간이 어느덧 사흘 째 맞이하고 있었다. 세상의 공평함의 이치가 노력한 이에게 상을 주고 그렇지 않은 이에게 벌을 주는 것이라면, 세상은 공평했다. 시험기간 동안 공부 하나도 안 한 나는 그에 상응하는 시험을 치뤘기 때문이다. 만약 세상이 공평하지 않을 것을 대비하여 한 부분만 무지하게 공부하고 그 부분이 집중적으로 나오기를 기대했는데 역시나 세상은 공평했다. 세상이 공평한 것은 확인했기에 이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입학한 지 처음으로 도서관이란 곳에 들어가 보았다. 그리고 도서관이란 곳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시간, 새벽 6시까지 학교에 도착해야만 했다. 앞에 이틀의 시험을 완전히 망쳤기에 나의 머릿속에는 이제 시험이라는 두 글자만 새겨 있었고 다른 많은 것을 잊고 있었다. 낮에 시험을 한 과목 만족스럽게 치고 나는 도서관에서 조금 더 공부를 했다. 그리고 저녁이 되었을 때 다른 공부 못 한 사람들을 위해서 도서관을 나갔다. 도서관을 나가고 집을 향하는데 우연히 비소를 보게 되었다.


내가 부르자 비소는 나를 보며 내가 좋아하는 장난기 가득한 그 해맑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나는 시험을 잘 치뤘으므로 비소에게 시험을 잘 보았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비소는 대답했다.


“세상은 공평하더라.”


“망쳤구나.”


“뭐, 그런거지. 아, 모르겠다. 우리 그냥 노래방이나 갈래? 가서 스트레스 좀 풀다 올래?”


나는 상당히 만족스럽게 내일 보아야 할 시험에 대한 지식을 머리에 넣은 상태이므로 그의 요청에 응낙했다.


노래방에 가기 전에 나는 목을 풀어야 했고 목도 상당히 말랐으므로 비소와 함께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샀다. 그러나 비소는 내가 음료수 사는 걸 멀뚱멀뚱 구경만 하고 뭘 사먹을 생각을 안 하기에 내가 물었다.


“뭐 안 마셔?”


“아, 됐어. 난 괜찮아”


“돈 없어? 내가 바나나우유 사줄까? 바나나우유 좋아하잖아.”


“돈 있어, 임마. 목이 안 마른 거뿐이야.”


우리는 짧게 부르고 오기 위해 서비스 적은 노래방을 일부러 택했다. 그런데 시험기간이라 손님이 별로 없는지 아님 우리 시험 못 보게 하려고 마음을 대단히 먹었는지 노래방 짠돌이 주인아저씨는 우리에게 작정하고 서비스 시간을 넣어주었다. 둘이서 부를 노래 안 부를 노래 다 부르고 더 이상 부를 힘도, 노래도 없어 우리 둘 다 노래 부르는 것을 잠시 멈추고 쉬고 있을 때, 노래방 애창곡에서 연상 누나를 짝사랑 하는 연하 남의 노래인 ‘내 여자라니까’ 라는 노래가 보였다. 남은 시간은 10분이나 남아 있었다. 나는 그 노래를 신청하고 ‘시작’버튼을 눌렀다.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려다가 전주가 끝나갈 때 쯤 몰랐다는 듯 살짝 놀라주며 웃음기를 가지고 그에게 말했다.


“아, 맞다! 이거 네 노래지? 네가 불러라.”


“아니야, 됐어. 네가 불러.”


그는 해맑은 미소와 함께 나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의 미소가 너무 해맑았기에 하마터면 나는 그에게 깜빡 속아 넘어가 노래를 부를 뻔 했다. 잠시 후에야 그 미소가 해맑기만 한 것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척이나 밝았지만 무척이나 쓰기도 했다. 그것은 너무나 해맑은 쓴웃음이었다.


그 쓴웃음을 보고야 난 누나의 시험이 오늘 끝났다는 것을 상기 할 수 있었다. 그럼 보류기간은 이미 끝났으리라. 나는 흘러나오는 노래음을 끄고 그에게 물었다.


“잘… 안 됐냐?”


“그렇게 됐다.”


그는 여전히 해맑은 쓴웃음으로 나에게 답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해봐. 어떻게 된 건데? 난 잘 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비스듬히 아래를 보았다. 과거를 회상하며 나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해 주었다.




월요일, 시험이 시작되는 첫 날. 유비소는 오후에 시험이 있었으나 아침 일찍 학교로 나왔다. 이아연의 시험이 그날 아침 일찍 있었고 오후 늦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아침 일찍 학교로 가면 누나를 오래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아연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볼 수 있었을 뿐 그게 다였다. 비소는 쑥스럽고 어색해서 말을 못하였고 아연은 사람들이 대화할 때 그냥 들으며 공부나 하고 있다가 조금씩 끼어들어드는 정도였다. 시험을 마친 사람들은 조금씩 사라졌다. 비소는 아연 또한 시험을 보고 집으로 갈 거라 생각했지만 아연은 다시 동아리방으로 돌아왔다. 비소는 은근히 속으로 좋아했다. 그리고 집에 갈 때 같이 갈 생각을 했다. 언제나 그녀와 있을 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어 그저 농담 따먹기 같은 말 밖에 할 수 없었는데 집으로 같이 가며 조금 더 진지하게 아연과 이야기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아연은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래서 비소는 물었다.


“누나 집에 안가요? 누구 기다려요?”


“아니, 조금 있다가 갈꺼야.”


그리고 저녁시간이 다 되었을 때야 아연은 동아리방을 나갔고 독고성의 생각대로 비소는 아연과 함께 집에 가기 위해 아연을 뒤쫓아 뛰어갔다.


하지만 아연은 거짓말을 했었다. 아연은 동아리방에서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힘들게 아연이 갔음 직 할만한 길을 뛰어가는데 멀리서 아연이 보였다. 그리고 최정준이 보였다. 아연은 정준을 올려다보며 즐거운 얼굴로 길을 걷고 있었다. 정준은 자전거를 끌며 그 또한 즐거운 얼굴로 아연을 내려다보며 길을 걷고 있었다. 해질 무렵이라 주위는 붉었다. 나무들은 저녁 바람에 춤을 추었다. 주위 사람들은 즐겁게 떠들며 비소를 스쳐 지나쳐갔다.




“완전히 영화 아니냐? 그 아연 누나와 정준 형이 그렇게 같이 걸어가는 장면을 보면서 슬픔 보단 황당함이 앞서더라. 그리고 어이없음과 동시에 웃기더라. 이건 무슨 영화의 한 장면도 아니고.”


그는 굉장히 즐겁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다. 꼭 그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았다. 전에 이 웃음을 보았다면 분명 비소는 지금 굉장히 즐거워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웃음은 어릴적 어머니가 사오신 한약처럼 아주 썼다.




비소는 들킬 가봐 그들과 좀 더 거리를 두었다. 아연이 타야할 버스가 오는 버스 정류장으로 그들은 갔고, 비소는 더 이상 따라가지 않았다. 비소는 핸드폰을 열어 문자메시지를 작성했다.


‘누나, 찰 거면 자꾸 기대감 갖게 하지 말고 빨리 차 줘요.’


막상 작성을 하고도 그는 ‘보냄’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정준과 함께 있을 때 이 문자를 받으면 왠지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핸드폰을 열어둔 채로 버스를 탔다. 그리고 버스 창문가에 앉아 밖을 바라보았다.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 쯤 비소는 겨우 ‘보냄’ 버튼을 눌렀다. 답장은 일찍 도착했다.


‘어.’


상당히 애매한 단어였다. ‘어, 알았어. 그냥 차버릴게.’ 또는 ‘어, 알았어. 내가 만약 찰 거라면 빨리 찰 게.’ 전자는 확실히 거절하는 내용이었고 후자는 약간의 희망의 여지가 있었다. 비소는 후자에 희망을 걸었다. 그리고 좀 더 확실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문자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나 차는 거에요?’


답장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리고 두 어 시간이나 지났을까? 갑자기 여러 통의 문자가 한 번에 핸드폰에 도착했다. 휴대폰의 전파가 한 동안 한 통한 거 같았다. 문자는 지금으로부터 두 시간 전의 문자도 와 있었다. 아연의 문자였다. 그는 즉시 그것부터 확인했다.


‘어a’


확실한 거절 통보였다.




“그 문자 보고 나 무지하게 놀랐다.”


“왜?”


“나도 놀랄 정도로 생각보다 무지하게 슬픈 거야. 내가 이 정도로 누나 좋아했었나 싶을 정도로…….”


분명 그는 1인칭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부터 도저히 1인칭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는 자신도 놀랍다는 표정과 제스쳐를 취하며 이야기를 했다. 정말 그는 자신이 그녀를 상당히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었나보다.


“그래서 그게 끝이야? 문자로 한 글자 띡 보낸 걸로?”


그는 은은하게 웃으며 다시 이야기를 전개했다.


“나도 그렇게 끝내기는 싫더라고 거절 통보라도 무감정한 핸드폰의 문자보다는 누나의 입을 통해서 받고 싶었어. 그래서 다시 고백하기로 마음먹었지.”




다음 날은 비소도 일찍 시험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아연 또한 같은 시간에 시험이 있었다. 둘 다 그 시험으로 그날 시험은 끝이었다. 비소는 일찍 학교에 도착해 아연에게 할 말이 있다고 시험 끝나고 만나자는 문자를 보냈다. 아연은 알았다고 했다. 그 전날 자신조차 놀라게 했던 슬픔으로 인하여 그는 공부를 조금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날 시험에서 시험 다 푼 사람들이 하나씩 사라질 동안에도 교수가 준 모든 시간을 할애해서 문제를 풀어야했다. 시험을 풀고 나오자 아침 향기가 났다. 아침 소리가 들렸다. 이런 날 고백하면 차여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음을 가다듬고 아연에게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아연은 학교에 있지 않았다.


‘어떡하지? 내일 시험이 빡세서, 벌써 버스에 탔는데…….’


그녀는 비소가 부담스러운 것 같았다. 비소는 정류장에서 기다리라고 따라가겠다고 했지만 아연은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비소는 다음날 낮에 말할 테니 내일은 기다려달라는 문자를 보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다음날 시험을 마치고 그는 캠퍼스 구석진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전에 그가 어색하게 고백했던 그 장소였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웃었다. 그리고 아연을 불러냈다. 그녀는 어색한 듯 지금 동아리방에 사람이 없으니 비소보고 오라고 했지만 비소의 거듭된 요청에 결국은 그녀가 벤치로 와야 했다.


“왔어요?”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처럼 웃으며 말했다.


“뭐, 나 밥 먹으러 가야 돼. 할 말 있음 빨리 말해.”


“일단 앉아요.”


“아, 시간 없어 약속 잡아놨단 말야. 빨리.”


비소는 어쩔 수 없이 벤치에 앉은 상태로 벤치 앞에 서있는 그녀를 보며 말해야 했다. 그렇게 그녀를 보며 말을 하려 할 때 준비했던 말이 입에 떨어지지 않았다.


“아씨, 안 되겠어요. 누나가 그렇게 일어서 있으면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해야 되잖아요. 그냥 앉아요. 빨리 얘기 할게요.”


비소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미 누나가 고백을 안 받아 줄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번의 어설펐던 고백도 후회가 되었고 차이더라도 누나의 입으로 차이고 싶었기에 자신이 준비했던 이야기를 하나 씩 꺼냈 갔다.


“음, 저는요. 현재 생활에 만족을 하는 그런 안 좋은 습관이 있어서 지금 상황이 깨지는 걸 상당히 귀찮아해요. 그래서 행동도 잘 안 하구……. 그런데 언제부턴가 누나가 좋아지는 거 에요. 하지만 현재 생활에 만족했기에 이대로 있으면 평생이 가도 난 누나한테 고백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름 생각을 짜낸 게 주위 친구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곧 그 사람에게 고백할 것이라는 말을 해서 내 자신이 누나에게 고백할 수밖에 없이 만들어 놓았어요. 그리고 그렇게 고백했죠. 음, 내가 연상한테 고백한다고 하니까 친구가 왜 연상한테 고백 하냐고 하더라고요. 혹시 편해서 아니냐고……. 그걸 듣고 나 자신도 ‘그런가?’ 생각 했어요.”


느린 어조로 이 부분까지 이야기를 했을 때, 아연은 어느 정도 안심했다. 차이고 나서 전과 같은 관계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서 ‘사실 누나라서 편해서 좋아한 거처럼 생각했었나 봐요.’ 라는 내용으로 비소의 말이 끝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런데 그저께 그렇게 문자로 거절…한 것을 보고, 저 자신도 놀랐어요, 생각 보다 너무 슬프더라고요. 내가 이렇게까지 누나 좋아했었나? 했어요.


에- 그리고 내가 고백한다고 하니까 또 친구가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하냐고, 시간을 들여서 하라고, 그래도 고백할 거면 낮에 하지 말고 저녁에 하라고……. 그리고 고백한 뒤에는 보류기간이라니까 이 기간동안 누나에게 먹을 것도 사주면서 잘해주라고 한 녀석이 그렇게 충고해 줬죠. 그런데 이제 시험기간이고 하니까 시간을 두고 누나한테 고백할 수 없잖아요. 게다가 밤에 고백하려면 밤에 같이 밥 먹으러 가자는 것도 어색하고 나오라고 하기도 쑥스러워서 참 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누나 수업 끝나면 집에 일찍 가잖아요. 밤 까지 학교에 있을 거 같지도 않았고……. 고백한 뒤에 누나에게 잘 해주라고 했지만, 참, 그게 쑥스럽고 어색하더라고요. 차라리 고백하기 전 같았으면 잘 했을 텐데……. 결론적으로는 하나도 안 지켰죠. 근데 지금 생각하면 세 가지 중 하나만이라도 지켰으면 지금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생각해요.”


이 이야기를 끝내고 그는 바닥만을 바라보며 말하기를 끝냈다. 잠시 저 멀리 있는 길을 바라보았고 그리고 아연을 보았다. 아연도 그를 보았다. 이야기는 이어졌다.


“저요, 이렇게 할 말하고, 누나한테 이렇게 물어보려고 했어요. ‘누나, 아직도 정준형 좋아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어’라고 하면 어떡해요. 뒤에 고백하려고 했는데……. 그래서 안 물어보고 그냥 다시 고백할게요.


누나, 만약 지금 좋아하는 사람 없으면요, 나, 누나 많이 좋아한다는 걸 알았는데…


…누나도 나 좋아해 줄 순 없어요?”


힘들게 비소는 자신의 말을 마쳤다. 같은 벤치에서의 두 번째 고백을 마쳤다. 그리고 다시 아래를 보며 자신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자기 마음속에 싹트고 있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 아연누나의 답변을 기다렸다.


“그게 되게 복잡한 게….”


문장의 시작으로 비소는 이미 안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 뒤의 이야기가 궁금했기에 아연의 말을 끝까지 들었다.


“나 다시 정준 오빠랑 사귀어.”


어쩌면 비소가 정준과 아연 사이의 오작교가 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둘은 그냥 친한 선후배로 만족하고 있다가 비소의 끼어듦으로 인해 다시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을지도 모른다. 둘의 대화는 그렇게 끝나고 함께 동아리방으로 돌아갔다. 어김없이 동아리방엔 정준이 아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둘은 그렇게 함께 밥을 먹으러 갔다.




노래방 남은 시간 10분 남짓 한 시간을 나는 비소의 이야기를 듣는데 할애해야 했다. 그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 노래방의 남은 시간도 끝나 우리는 노래방을 떠났다. 계단을 올라가려고 보니 저 위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나가지 못하고 비가 그칠 때 까지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우리도 우산이 없었기에 노래방에서 서성이는 사람 중 하나가 되었다. 비가 조금씩 그쳐 사람들이 뛰어 갈 때쯤 나는 주머니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 그에게 넘겨주었다.


“한 대 펴라.”


그는 넘겨받았다.


“너, 담배 폈었냐?”


“그건 담배가 아니야, 임마. 이 형님의 슬픔이야.”


그는 웃으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나는 그에게 라이터로 불을 붙여주며 말했다.


“나는 너같은 녀석에게는 슬픔 같은 건 없을 줄 알았다. 불 안 붙는다, 빨아라. 언제나 즐거운 녀석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제야 조금 알겠다. 너 같은 녀석에게도 슬픔이 있다는 것을……. 단지 네가 차였다고, 너의 슬픈 부분을 조금 봤다고 너의 슬픔을 다 본 거 처럼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야. 그냥 너에게도 슬픔이 있고 내가 몰라도 더 큰 슬픔이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야 깨닫다니… 난 사람의 좀 더 깊은 곳을 볼 수 없는 놈이었나 보다.”


비소는 담배를 마시더니 콜록 거렸다. 그리고 나를 보며 가식 없는 맑은 웃음으로 이야기 했다.


“다, 그렇지 않냐? 그가 보여주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의 가슴속에 있는 슬픔을 어떻게 보냐? 다 그렇지. 그런데 그렇게 자신도 남의 슬픔을 보지 못하면서 사람들은 웃는 모습 사이에 숨어있는 자신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슬퍼하지. 그럼 보여 주려고나 하던가. 그리고 나도 그래…”


그는 손에든 담배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나 또한 너의 호주머니에 이런 슬픔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잖아.”


비소와 나는 서로 마주보며 허물없이 웃었다.




“근데 너 진짜 언제부터 담배 폈었냐?”


“묻지마, 임마. 이제부터 너도 피게 될거야.”


“내가 너같이 약한 인간인줄 아냐? 담배 같은 백해무익한 것으로 나의 슬픔을 풀게?”


어느 대학가 어느 노래방에서 어떤 이의 폐와 목이 새로이 울었다. 그리고 어떤 이의 가슴이 시원하게 새로이 웃었다. 그의 폐와 목은 나와 같이 또 울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가슴은 내일이라도 다시 시원하게 웃어 보일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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