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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무협 백도전설(白道傳說)

2010.07.19 19:48

Rei 조회 수:268 추천:1

extra_vars1 第一章 삼류무공(三流武功), 이류무사(二流武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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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몇 년이 흘러 위평이 열다섯이 되었을 때 그는 일수문에서 가장 조용한 사람이 되었다. 하루 여덟 시진을 내공수련을 하며 보냈기에, 누구하나 그에게 제대로 말을 걸거나 들어본 사람이 없었다.


위평과 동문수학한 사형제들은 그의 지독함에 혀를 내둘렀다. 위평이 내공수련에 매달린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었다. 몇 년 전부터 조금씩 내공수련을 하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검법이나 권각술을 익히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목조삼은 오늘도 어김없이 후원의 평평한 바위에 앉아 내공수련을 하고 있는 위평을 찾아갔다. 위평은 목조삼이 다가오자 조용히 눈을 뜨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했다.


“오셨습니까.”


목조삼은 간단한 인사에도 허허로운 기운이 묻어나오는 위평을 보며, 마치 한명의 도인(道人)을 보는 듯 했다.


“그래, 수련에 진전은 있고?”


“제자가 우둔하여 큰 진전을 보지는 못하였습니다.”


목조삼은 고개를 조아리는 위평을 보며 혀를 찼다.


“쯧쯧, 그게 어디 네 잘못이냐. 그런 삼류심법밖에 줄게 없는 것을.”


“아닙니다. 사부님. 무극심법은 단순한 삼류토납법이 아닙니다.”


“허면?”


“제자가 알아본 바. 무극심법은 무당의 삼재기공(三才氣孔)입니다.”


목조삼은 위평의 말에 약간이나마 놀란 모습을 보였다. 무극심법이 무당의 삼재기공이었다니?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말했다.


“그래봐야 결국은 똑같은 기초 토납법이 아니냐.”


“처음에는 저도 그렇게 생각했으나, 수련을 할수록 삼재기공의 오묘함을 알아가는 터라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묘함이라...”


“예, 삼재기공이 비록 축기(畜氣)는 더디나 수련을 할수록 마음이 평안해지고 어느 순간 나를 잊고 자연과 하나 됨을 느끼니 이 어찌 하찮은 토납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목조삼이 위평을 보니 그 눈이 차분하고 정심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과연 허튼소리만은 아닌 것 같았다.


“네 생각이 그렇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그것보다 내가 찾아온 것이 무슨 일인지 알겠느냐.”


“예, 사부님.”


“어떻게 하겠느냐. 소소, 립, 추일은 하루빨리 나가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는 것 같더구나.”


목조삼은 이제 일수문의 일을 하려는가를 묻는 것이었다. 일수문에 입문하여 나이가 열다섯을 넘게 되면 일수문에 남아 수련을 더 할 것인지, 밖으로 나가 일수문의 일을 도울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남아서 수련을 더 하겠다 하면 이십세가 될 때까지는 일수문에 남아 수련을 더 할 수 있으나 지금까지 남아서 수련을 더 하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직은 좀 더 수련을 하고 싶습니다.”


“왠지 그럴 것 같더니. 넌 이 안이 답답하지도 않느냐? 벌써 십년동안이나 갇혀 지냈는데.”


“몸은 갇혀 있으나 정신은 천지(天地)와 하나가 되니 어찌 답답함을 느끼겠습니까?”


“평이 너 이 녀석 몇 년 사이에 도인이 되어 버렸구나? 아무튼 알았다. 너는 나가지 않는다고 보고를 올리마.”


위평은 목조삼이 보이지 않을 때 까지 기다렸다가 그가 완전히 사라지자 다시 바위에 앉아 좌공(坐功)을 시작했다.


단소소, 양립, 정추일. 위평은 친구들이 모두 일수문을 떠난 후에도 수련을 멈추지 않았다. 처음 며칠간은 허전함을 느꼈지만 아주 못 볼 것도 아니었고 지금은 삼재기공에 좀 더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위평은 일수문에서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상급판정을 받은 아이도 아니면서 무공수련에 열중하는 것도 그러했고, 일수문 밖으로 나갈 기회가 있었음에도 스스로 남아있기를 원하는것도 그러했다.


위평은 간혹 목조삼을 비롯한 사숙들에게 불려가 새로 들어온 아이들 앞에서 태극권의 시범을 보이곤 했다. 다른 무공은 몰라도 태극권만큼은 일수문에서 최고수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목조삼의 부탁으로 아이들 앞에서 태극권 시연을 하게 된 위평은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태극권을 전개했다. 자로 잰 듯이 일정한 시간으로 완벽하게 태극권을 전개한 위평은 아이들이 지겨운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일 수문에 들어온지 삼년, 슬슬 무공수련에 흥미를 잃어갈 때가 된 것이다. 위평은 아이들에게 색다른 충격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부님 사제들이 지겨워 하니 이번엔 제대로된 태극권을 보여주도록 하겠습니다.”


“제대로 된 태극권? 그건 또 무엇이냐?”


“보시면 알게 되실 겁니다.”


위평이 지루한 태극권을 한 번 더 보여준다고 하자 아이들은 한층 더 지겨운 눈을 했지만, 아무도 반대를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직접 몸을 움직이며 수련을 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시범을 보이는 것을 보는 것이 편한 까닭이었다.


“후우…….”


한차례 긴 호흡을 내뱉으며 위평은 천천히 내기(內氣)를 끌어올렸다. 충만한 내기가 사지백해로 뻗어가는 것이 느껴지자 위평은 다시금 태극권을 전개했다. 아까처럼 느릿느릿한 것이 아니라 힘이 있고 빠른 동작이었다.


목조삼은 내심 위평이 제대로된 태극권이라 언급을 했기에 기대를 했지만, 막상 펼치고 나자 단순히 느린 태극권을 빠르게 한 것에 지나지 않자 적잖이 실망했다. 하지만 목조삼의 실망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초반부를 넘어 본격적인 발경(發勁)이 나오는 중반부로 접어들자 목조삼의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졌다.


본디 태극권은 모든 초식이 전사경(纏絲勁)을 바탕으로 화경(化勁)과 발경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 전사경이라는 것이 참으로 애매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오랜 기간을 수련 하더라도 제대로 된 사용법을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평은 태극권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이 전사경을 완벽하게 실현해내고 있었다.


뻗어내는 권각에 실린 경력은 능히 천근 바위를 부술 듯 한 기세를 담고 있었다. 처음에는 지루한 눈으로 보던 아이들도 위평의 압도적인 박력에 매료되었다.


“후우…….”


처음과 마찬가지로 긴 호흡을 내뱉으며 태극권을 마무리 한 위평은 완전히 달라진 아이들의 눈빛에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우와! 사부님! 저도 저거 가르쳐 주세요!”


“저도요!”


“사부님! 저도요!”


아이들이 아우성을 치자 목조삼은 간신히 그들을 진정시키고 위평을 불렀다.


“그게 네가 수련하던 태극권이더냐?”


“예, 그렇습니다.”


“허어! 내 일수문에서 오십 평생을 지내며 너 같이 완벽한 태극권은 본적이 없다.”


“아마 다들 열심히 익히지 않아 그런 모양입니다. 저도 태극권을 수련을 하던 중 기의 수발이 이상하여 연구를 하던 중 알게 된 것입니다.”


“기의 수발이 이상하다?”


“예, 일수문에서 가르치는 태극권의 발경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태극권은 무당파에서 민초들에게 건강도인체조(健康導引體操)로 가르칠 만큼 뛰어난 동공(動功)입니다. 내공이 없다면 모르되, 내공이 있는 사람이 꾸준히 태극권을 수련하다보면 내공의 수발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네 말을 들으니 부끄러움이 앞서는구나. 이렇게 뛰어난 무공을 두고 삼류무공이니 뭐니 탓이나 하고 있었다니……. 아무튼 원치 않게 네 시간을 많이 뺏게 됐구나. 이만 가 보거라.”


“알겠습니다.”


위평은 목조삼에게 허리 굽혀 인사를 하고 자신의 수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들에게 태극권의 시범을 보인 이후 위평의 태극권에 대한 소문이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종래에는 문주와 장로들까지 위평을 불러 태극권의 시범을 보이라 할 정도였다.


위평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시연을 보인 이후 정중히 인사를 하고 물러갔다.


“확실히 삼류는 아니군!”


문주는 위평이 나가자 혼잣말처럼 말했다.


“상급의 아이들이 아니라 중급 판정을 받았던 아이 중 저런 인재가 나오니 일수문의 홍복입니다.”


“아니면 원래 재능이 있었던가! 저 아이로서는 안타깝게 됐군! 일수문에서 저런 성취를 보일 정도라면 다른 무림세가나 번듯한 문파에 들어갔다면 더욱 큰 성취를 볼 수 있었을 텐데.”


문주조차 일수문에 대해 좋지 않게 말하자 장로들은 기분이 상했지만, 그것이 사실이니 어쩔 수 없었다.


“저 아이 이름이 위평이라고? 잘 기억해 뒀다가 쓸 만한 곳에 앉히도록 해!”


“알겠습니다.”


문주가 부른 이후로는 누구도 위평을 찾지 않았다. 위평은 간혹 찾아오는 목조삼을 제외하곤 느긋한 마음으로 수련에 집중을 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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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1편은 부제에 적혀있다 시피 여는이야기, 말하자면 프롤로그입니다.


 


250년전 일수문의 문주였던 우보의 삶을 프롤로그로 사용한 거지요.


 


주인공은 위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