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Blackhole-그의 여섯번째이야기

2010.07.10 20:25

blackhole 조회 수:299 추천:2

extra_vars1
extra_vars2 144585-1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고독함 가운데 유일하게 내가 인간임을 일깨워주는 하나의 창조물 - 꽃


 


-------------------------------------------------------------------------------


어느덧 익숙해진 어둠이 이젠 반갑기만 했다.


나는 , 오늘도 좋아하기가 힘든, 아니 불가능한 이 어둠 속에서 혼자 정신나간 웃음을 모니터에게 선사하고 있다.



오늘 또한, 내 모니터에 있는 '또하나의 나'를 대신하는 가상의 캐릭터들로 나를 판단하려하는 사람들과 마주한다.


그런 사람과 마주할 때면, 나도 모르게 방을 나가버리곤 한다.


Fake online은 단지 그녀 때문에 오는 것 뿐이었다.



이런 가증스러운 사람들의 호의를 원하지 않았다.


 


 


 


 


오늘 그녀는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단지 내 루미로 치장한 캐릭터의 옷들과 나름 디자인한 패션에,


들어오는 관심만이 가득했다.


 


내 자기소개엔 이런 말이 써있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소중한 것은 바로 당신,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말은 당신의 입술이 떼어질 때마다
내 귓전에 속삭이듯맴도는 당신의 언어.'


 


그들이 모두 나에게 있어서의 당신을, 자신들로 아나보다.


 


착각이 자유이긴하다.



뭐 내가 좀 지성인이긴 하지. 훗...



난 꽃이 안보여 먼 여행을 떠나는 , 그리고 찾아해매는 벌처럼, Fake online의 여러 곳을 들어가보았고,
그녀를 찾으려 했지만, 어느 곳에도 그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도 단지 가상의 존재였던건가... ' 나즈막한 목소리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내가 던진 말이었다.



Fake online의 접속을 종료했다. 그녀 없는 Fake online은 말그대로 거짓의 게임이었다.



컴퓨터의 접속을 종료하고, 시계를 바라보았다.


-[오전 4:44분]-



전자시계라 이 어둠속에서도 버튼하나로 빛을 발한다.



"아차!"


그는 뭔가 갑자기 기억난듯,


자신의 책상(컴퓨터가 올려져있는)의 바로 뒤의 옷장문을 열고선, 어제 입었던 바짓 주머니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대로 있었군..'


어제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엘리베이터에서 받은 13층의 그녀의 명함이 다행히 구겨지지 않은 채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정 다 솔 - 한글 이름인 듯 했다.



'정다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그렇다.... 그녀 또한 엄청난 후광을 받으며 태어난- 패션계 쉰드레 정의 손녀였다.


쉰드레 정은 매년, 그의 나이와 걸맞지 않게 화려한 그리고 독창적이며 환상적인 패션을 선보인다.


그가 개최한 모든 패션쇼는 언제나 어여쁜 모델들을 보기위해 온 늑대같은 남자들과,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패션을 원하는 개성감이 강한 여성들로 붐볐다.


그가 거둔 성공은 준수의 아버지 이보수가 거둔 성공보다 더 거대했다.


내노라하는 상위 1%의 부자계층에 바로 그가 속했던 것이다. 그는 항상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패션쇼를 개최하느라,
한국에 들일 일이 거의 뜸했는데,


그런 그의 손녀가 바로 한국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준수가 정다솔이란 이름만 보고서 알리가 만무했다.


그는 패션계 쪽은 젬병이었다.


명함에 적힌 정다솔, '지못미패션 디자이너'를 보고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지못미 패션이라.. 이건 내가 가끔 사입는 옷 브랜드 명인데, 그녀가 그 유명 브랜드에서 근무하나보군..."


그녀가 매일매일 다른 옷을 입고 다니던 것과 항상 향기로운 향을 풍기고 다닌다는 것을 기억한 준수는 이것을 자기 합리화했다.



"역시, 보는 눈이 다르다더니, 그래서 항상 그런 디자인을 추구했던 거였구만."


그의 방은 어둠이 가득했는데, 그 어둠 속에서 혼잣말 하는게 정말 웃긴 광경이었다.



준수는 이 어둠이 익숙했는지, 일반인은 거의 보이지 않을 이런 곳에서 불도 키지 않고 생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전혀 여의치 않았다. 어렸을 때 '그 일' 이후로 그는 방에 불을 켜는 것을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하다가 도보로 지나가는 멋진 여성을보고,
잘타는 척 한손을 놓고 시계를 보다가 앞의 전봇대에 부딪혀 5~6미터 날라가는 것만큼이나 싫어했다.



그 일은 준수가 18살, 그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있었던 일이었다.


준수는 학교에서도 알아주는 모범생으로써, 언제나 선생님들의 사랑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한 과목의 선생님만큼은 그를 도무지 좋아해주지 않았다. 그 선생님은 준수가 유일하게 못하는 수학 교사였다.


그 수학 선생님은, 수학계에서 과거에 폭풍을 몰아쳤던 많은 관심을 받아 자라난 젊은 천재였다.
그는 불과 20대 중반이었는데, 준수가 다니는 명문고 교사로 임명된 것이었다.


그의 이름은 박 수리 ,, 이름조차도 자신들이 못하던 수학을 잘하길 기원한 부모의 염원이 가득담긴 이름이었다.


하지만 학교에선 그를 향한 안좋은 소문이 맴돌았다.


방과 후 밤늦게까지 남아 혼자 미친듯이 칠판가득 아무도 의미를 모르는 숫자를 가득 적어놓고,


혼자 웃으면서 중얼거린다는.. 괴담이었다.



준수 또한 그런 괴담을 들었던지라, 자신의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더군다나 수학실력은 형편없었으니)
감히 그가 시키는 일을 마다할 수 없었다.


독수리 같이 생긴 박수리는 항상 준수에게 잡다한 일을 맡겼고,
준수는 유일하게 자신을 싫어하는 선생님께 매번 많은 상처를 받았다.



어느 날이었다.


매번 많은 잡다한 일을 맡았던 준수는, 이번에도 박수리의 부탁(하지만 명령)을 들어주러,
수업시간에 학생회실을 찾아 들어갔다.


학생회실은 5층 맨 끝에 위치한 곳이었다.


본래 학생회실은 남녀공학임을 자랑하듯 여자화장실에서 여학생들과 같이 맞담배를 피는 놈들이나
골프한번 나갔다하면 5시간을 치는 학생부장의 풀 스윙 으로 다스리는 가히 도살장이라 불릴만한 무서운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즐겁게 펴대는 남학생들과 여학생들 덕분에,
그 곳엔 굿거리 장단의 매소리가 그칠줄 몰랐다.


오늘 따라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게 이상했다.
하지만 준수는, 그 곳에 갈 일을 한 적이 없었고, 순전히 수학선생 박수리의 부탁으로 온 것이었다.



준수는 학생회실의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는 역시나 이시간에 아무도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선, 학생회실의 문을 박수리에 대한 원한과 분노를 담아내-


초속 11111km의 속도로 문을 열어젖혔......진 않았고, 조금 화가난 듯이 문을 열어 젖혔다.



그 때, 자신의 몸을 향해 무언가가 날라왔다.


 


퍽!! 둔탁한 소리였다.


"아아아앍!!!"


준수가 자신을 향해 날아온 무언가를 맞고선 거대한 비명을 지르며 학생회실 저편으로 날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