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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E.M.A.

2010.07.24 16:53

윤주[尹主] 조회 수:199 추천:1

extra_vars1 1.Every Women have a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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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들면 매번 같은 꿈을 꾸었다. 처음엔 꿈인지 아닌지도 깨닫지 못한다. 바로 곁에서 천둥소리라도 들은 것처럼 귀가 먹먹해진다. 깜짝 놀라 눈을 주위로 돌리면, 그와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져 있다. 어디까지나 끝없이 펼쳐져 있을 것만 같은 얕은 구릉들이 파랗고 하얀 하늘 아래서 지평선 너머까지 죽 이어졌다. 시야를 가릴 법한 커다란 산이나 건물, 심지어 야트막한 돌담이나 나무 한 그루조차 없어 보였다.



 은비는 그 풍경이 무엇을 처음 본 순간 곧바로 그게 어딘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은 바다였다. 장애물 한 점 없이, 오로지 한없이 넘실대는 파도가 언제까지고 펼쳐져 있을 것처럼 느껴지는 대양 한 가운데다. 은비도 아빠를 따라 몇 번인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꿈 속 풍경은 그렇게 낯설진 않았다. 그럴 거라고 믿었다.



 돌연 그 풍경 가운데 검은 점 하나가 보인다. 은비가 의도하건 그렇지 않건 그 검은 점은 서서히 은비와 가까워진다. 보다 정확히는, 점이 은비와 가까워진다기보다 은비가 그 검은 무언가 쪽으로 밀려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점차 거리가 좁혀지면서 은비는 그 검은 점의 정체를 조금씩 깨닫는다. 그것은 사람이었다. 평원 한 가운데 벗은 발로 서서, 하늘을 우러러보는 젊은 여자였다.



 그가 무언가 말하는 것처럼 입술이 움직인 순간, 주위 풍경은 삽시간에 변했다.



 푸르렀던 평원은 이젠 새하얗게 보인다. 그것을 자세히 본 은비는 충격을 받았다. 그녀가 밟고 선 건 땅이 아니라 벌거벗은 채 서로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뒤섞인 수많은 사람들이었으니까.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눈을 감고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꿈을 꾸는 것처럼 보였다. 정작 곁에서 지켜보는 은비는 기분이 나빠졌다. 발밑에 있는 그들은 너무도 많고 또 제멋대로 내던져진 장난감인 양 뒤섞여, 인간이라기보다 무슨 고기나 시체 더미들처럼 보였다.



 그 사람들의 파도 위로 하늘도 어느새 평화로워 보이던 푸른빛을 잃고 무슨 구슬처럼 영롱한 오색 빛깔이 감돌았다. 그것은 아름답다기보다 요사스럽게 보여 그녀의 불안감만 키웠다.



 그 한가운데 조금 둔덕처럼 솟은 곳에 여자는 그대로 서 있었다. 검은 옷을 입고, 길게 기른 검은 머리칼을 흩날리며 소리 없이 눈물 흘렸다. 시선은 줄곧 하늘을 향한 채였다. 은비는 그녀가 무언가에 붙박여 있는 걸 깨달았다. 섬뜩하게도 그 젊은 여자 양 손과 왼쪽 가슴이 커다란 칼로 관통당해 있었다. 칼은 지면에 박혀 있었는데, 이 때문에 여자는 바닥에 눕지도, 땅을 딛고 서지도 못한 채 박제처럼 자기를 괘뚫은 커다란 칼에만 의지해 박제처럼 비스듬히 누운 채였다.



 제법 가까이 있는데도 은비는 여자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모든 꿈이 다 그렇듯이 여자 얼굴은 유독 흐릿하고 선명한 윤곽을 잡기 어려웠다. 단지 방금 전까진 하늘만 보며 울던 그녀가 서서히 자기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 정도만 겨우 알아챌 수 있을 뿐이다.


 "……."
 "뭐라고요?"



 여자가 자신에게 무언가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듣진 못했다. 은비는 그녀에게 되물었다. 이 지독이도 끔찍한 세상에서 은비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건 오로지 그녀 혼자뿐인 것 같았다. 그것이 분명 자기 꿈인 줄 알면서도 은비는, 어쩌면 그게 꿈이 아닌지도 모른단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 이건 꿈이 아니야. 분명 저 여자가 내게 무언가 말하려고 부른 거라고! 은비는 좀 더 그녀 얘기가 잘 들리도록 여자 곁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때 깨달았다. 꿈속에 나온 그 세상은 소름끼치도록 끔찍했다. 하지만 눈앞의 이 여자는, 오색영롱해 꺼림칙한 하늘 아래 인간 파도가 치는 바로 그 세계보다도 소름끼쳤다. 여자야말로 이 세상 그 자체였다. 세상 전체가 은비에게 바짝 다가와 그 창백한 얼굴을 들이밀었다.



 "네가 필요해…….지금 당장!"



 여자 얼굴을 본 은비는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었다. 온 몸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혼이 나간 것처럼 그녀는 한동안 멍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문득 탁상시계를 보니 시간은 이제 새벽 3시 40분을 가리켰다.



 방금 전까지 자신이 본 장면을 떠올리면서 은비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자신이 본 것을 어떻게든 잊어버리려 애썼다. 벌거벗은 사람들의 언덕, 혼란스런 하늘, 커다란 칼에 박힌 여자……. 다른 건 몰라도 여자의 두 눈을 들여다봤던 건 결코 잊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여자의 두 눈은 텅 비어 있었다. 구멍을 통해 본, 여자의 몸속엔 장기도, 뼈나 살도 전혀 없이 오로지 어두운 심연만이 있었다. 여자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건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빈껍데기에 지나지 않았다.



 은비가 밤을 두려워하고, 잠들지 못할 정도로 두려워하는 비밀이란 그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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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회는 은비가 꾸는 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한두 주 못들어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말에 집에 내려갈텐데 집에 인터넷이 없거든요;;


 상황이 되면 몇번 들어와 다른 분들 글도 읽고 하면 좋을 텐데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개인 사정도 있고;;


 그럼 상황 봐서 또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