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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무제

2010.07.23 11:29

게임 조회 수:312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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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아카시아 향에 만취해 오늘도 이 길을 걷는다. 작은 추억이 싹터 나의 마음속에 나무로 자리한 이곳.


 천천히 발걸음을 한 걸음씩 옮긴다.


 한 발짝, 한 발짝. 그러다 문득 옆을 바라본다.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그녀가 보인다. 얼굴을 쓰다듬어주기 위해 손을 뻗으니 이내 그녀를 통과하는 나의 손.


 나를 한번 바라본 그녀가 빠르게 앞으로 걸어간다. 내가 쫓아갈 수 없을 만큼의 속도로.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자 아찔할 정도로 강한 아카시아 향내가 나를 일깨운다. 눈을 뜨니 그녀는 온데 간데없고 나 홀로 쓸쓸히 이 자리에 서 있다.


 다시 한 걸음, 그리고 한 걸음. 너에게로 다가가는 발걸음이 이리도 무거운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었는데.


 주위는 변한 게 없다. 마치 이곳만 시간이 정지된 듯 이곳만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듯.


 오른쪽은 겨울이다. 그곳에는 나와 그녀가 만든 눈사람이 서있다. 내가 보이고 그녀가 보인다.


 왼쪽은 봄이다. 하늘을 수놓은 벚꽃을 바라보며 그녀를 배개 삼아 누워있다. 그녀는 나의 마리를 쓰다듬고, 나는 웃는다.


 앞에선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얼른 오라 손짓한다. 다가가면 멀어지고 다가가면 멀어지는, 이제는 다신 볼 수 없는.


 시간이 정지한 이곳에서 나의 시간은 흐른다. 정지한 과거의 공간에서, 모든 것이 생생한 이곳에서 나는 흑백이다.


 주르륵


 비가 온다. 맑은 하늘에서 비가 온다. 태양이 밝다. 흰 구름이 유유자적 떠다니고, 하늘은 푸르고, 비가 온다.


 한 걸음, 두 걸음. 발 걸음을 떼는 속도가 빨라진다. 그리고 비가 내리는 곳에서 힘차게 달린다. 뛰는 이 가슴이 숨이 차서인지, 너 때문인지 알지 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