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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스트림 피닉스

2010.08.17 08:31

프리시스 조회 수:280 추천:1

extra_vars1 1. 까마귀 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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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 이름은 '까마귀 곰'이야. 부르기 불편하면 까마귀라고 불러도 상관없어. 보통은 까마귀라고 불리니까, 그렇게 부르는 게 오히려 편하지만."
까마귀는 양푼 가득 채워진 대충 만든 비빔밥을 입에 꾸역꾸역 체워 넣으며 말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 이름은 어디까지나 별명이겠지만.
그래도 굳이 본명을 묻는 일은 하지 않는다.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면 캐묻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고, 또 일단은 까마귀가 식사중이기 때문인지 이름을 물은 것만으로 얼굴에 노골적인 짜증을 내보였기 때문이다.
얻어먹는 주제에…….

그렇지만 운이 상당히 좋았다고 해야 할까, 우리 집으로서는 상당히 드문 확률을 뚫고 나의 어머니는 외출 중이었던 것이다. 확률로만 따지면 다트를 던져서 정중앙에 박힐 정도의 확률. 있을 수 없는 일도 아니지만 일어나기 힘든 일이기도 하다.
어떤 방임주의의 부모님이라도 자신의 아들이 누더기 옷을 입은 나이차가 최소 5살 이상 날 것 같은 여자아이를 집에 데려온다면 도저히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일 테니까.
아무리 나라도 어머니 앞에서는 착한 아들로 있고 싶은 법이다.
게다가 나도, 불사신인 나라도 누더기 옷을 입은, 말 그대로 까마귀 같은 여자애를 집에 데려오는 것은 본능적으로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난 나도 모르게 적당히 그때그때의 분위기를 타버리는 녀석이니까, '생명의 은인이 배가 고프다'라는 흐름을 타고 배고픔에 쓰러진 그녀를 들쳐 엎은 체 집에 왔다는 것이다.
그야 물론 외식이라는 선택지도 없지는 않았지만, 나는 규석 패거리에게 지갑을 먼지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털린 알거지이기 때문에 그 선택지는 최초의 첫 번째로 소거되었다.
그런 식으로 계속 소거하다보니 결국에는 이 선택지 하나뿐이었다는 그런 이야기.
그건 그렇고,
이제부터는 어떻게 할까나.
당연하지만 난 까마귀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은 할 수 없다. 생명의 은인이라는 설정 이전에 그녀는 그 난도녀와 동급의, 혹은 그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으니까, 힘 앞에서는 그 이상의 지혜가 아니면 무력한 법이다. 여차해서 기분을 거슬렸다간 우리 집이 기둥체로 붕괴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렇다면 일단 정보수집부터 일까나.
"까마귀. 까마귀씨."
"응? 왜 그러지?"
"슬슬 식사도 끝난 것 같고, 아까의 일이라든지 몇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
"그런가. 그래, 의문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겠지. 어떤 사람이라도 갑작스럽게 그런 일을 겪게 되면 자신이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건지 알고 싶어지는 법이니까. 사이코 패스라는 녀석들은 특히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하지?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거지?', '이게 뭐가 잘못된 일이지?' 라는 거 말야."
"미묘하게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그거야 이야기 진행에는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일단 가장 듣고 싶은 건 그 난도녀의 정체야."
쿡, 하고 까마귀는 실소한다.
"뭐냐 그 호칭은. 설마 널 쫓아오던 사냥꾼을 말하는 거야?"
"사냥꾼?"
"그래, 아주 완벽하게 그 녀석들을 위해 만들어진 말이지. 그쪽에서는 사냥꾼을 '기사'라던가 '레귤러'라던가 하는 번지르르한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말이야. 참고로 그 난도녀는 '클리브 클레버'라고 하는 녀석이다."
"레귤러라…… 무슨 조직의 조직원 같은 거야? 행동대원?"
"음, 그 표현은 정확하군. 행동대원이라고 해도 좋겠지. 그들은 '제로'라고 하는 초능력자 집단의 행동대원이다."
제로.
뭐냐 그 번쩍번쩍한 이름은. 금방이라도 세계정복의 야망을 드러낼 것 같은 이름이잖아.
"뭐, 설명하자면 길어지는데---- 이 세상에는 초능력자가 있다. 못 믿을 법한 이야기지만 네 눈으로 내 손이나 클리브 클레버의 '검'을 봤으니 믿고 자시고 할 것도 없겠지."
거기까지 말하고 까마귀는 누더기 옷의 있었는지도 몰랐던 주머니에서 직육각형의 하연 케이스를 꺼내서는 그 안의 막대기를 하나 집어 입에 물었다.
"아, 이런. 불이 없군. 어이, 불은 있나---- 아앗!!"
나는 재빨리 그 입에 문 막대를 뺏은 다음 약간 힘을 줘서 두 도막을 내 버렸다.
그와 동시에 절규하는 까마귀.
"아악--! 내 니코틴! 이제 5개비 밖에는 안 남았는데~!!"
"미안하지만 우리 집은 실내 금연이라서 말야. 뭣보다도 나 밖에 없는 집에서는 피지 마. 100% 확률로 내가 오해 받잖아. 네 폐가 까마귀 깃털처럼 검게 되는 거야 나랑은 별 상관없지만 냄새가 배어서 어머니한테 흡연자라는 오해는 받기 싫다고."
  어찌되었든 어머니 앞에서는 착한 아이로, 라는 주의인거다.
"너무해! 너무해! 너무해!"
"갑자기 귀여운 목소리로 울먹여도 나로서는 오히려 좀 전 말투랑 갭이 너무 커서 흐름을 못 맞추겠는데."
"너무해! 니코틴이 없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단 말이야! 식후 한 갑!"
"담배를 소화제 대신 쓰는 거야 네 자유지만 식후 한 갑씩이나 피워대다간 폐는커녕 입속까지 검게 변할 거다. 흠, 그렇지. 생명의 은인이니까 답례 대신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특별히 금연 캠페인을 도와주도록 할게. 이것도 압수."
"아앗! 돌려줘! 돌려줘, 내 니코틴!! 5개비 밖에 안 남은 내 담배!!"
"몸에 안 좋다니까. 이런 건 이렇게 힘을 줘서 뭉치면 쓰레기가 된다고."
"갸앗!! 남의 물건을 뭉치지마!!"
까마귀는 정말 울 것 같은 얼굴로 외쳤다.
뭐, 결국은 뭉친 담배조차 물에 담가놓고 돌려주지 않았지만.
혹시나 변신해서 공격해 오면 나는 둘째 치고 우리 집은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보다도 은인의 건강을 생각하는 나는 아무래도 은혜 받은 자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덕을 행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응~ 그래서 우리가 어디까지 이야기 했지?"
"우… 니코틴…… 속이 완전 더부룩해."
"그만 기운차려. 담배에는 니코틴뿐만 아니라 타르 같은 몸에 안 좋은 물질이 잔뜩 들어있으니까. 네 몸을 생각해서라도 금연이 최고라고. 아셨죠, 여러분?"
그렇게, 난 왼쪽 벽을 향해 상쾌하게 말했다.
아니, 어째서 난 아무것도 없는 벽에다 금연 권유를 한 거지?
하여튼, 우리는 침울한 분위기인 상태로(내가 담배를 부러뜨리고 뭉쳤기 때문이지만) 이야기를 속행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콕 집어서 정하는 건 꽤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적당히 고른다고 하면---- 역시 초능력자의 이야기일거다. 하지만 초능력자라고는 해도 그건 우리 입장에서는 조금 불쾌한 말이로군. 기본적으로 우리 초능력자들은 전혀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 종류는 무궁무진 하다고. 모두를 한 통속으로 생각하는 건 개개인의 개성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느낌일까나. 심지어는 자신이 초능력자라는 사실도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아. 예를 들면 '운이 좋아지는 능력'이 있다고 치자. 그럼 그 사람은 평생 동안 운이 좋지만 정작 그것이 초능력이라는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는 깨닫지 못하는 거지. 나처럼 언제나 초능력과 초능력의 세계를 마주보고 사는 사람과는 전혀 다른 경우라는 거."
까마귀는 자신의 손끝만을 자랑하듯, 강조하듯 곰의 손톱으로 바꿔 보인 다음 말을 계속한다.
"보는 것과 같이 나 같은 경우에는 알기 싫어도 알 수밖에 없는 능력이야---- 이런 능력 저런 능력 화려하다. 초능력의 세계는 백화요란 같은 거라고. 그리고 좀 전에 말했듯이 '셀 수 있는 방법'따위는 없어. 하지만 4가지 정도로---- 우리를 분류하는 학자들이 있지. 분류되다니 실험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쁠 뿐이지만."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칫 하고 노골적인 불쾌함을 내보이며 화풀이 하듯 허공을 향해 손을 한번 휘둘렀다.
"그 4가지는 뭔데?"
"묻지 않아도 말 할 거다. 그게 요지니까. 중요한 부분이 그거야. 요점, 주제라고."
그렇게 말하곤 어디서 났는지, 한 손에는 작은 사이즈의 귀여운 노란색 화이트보드를 들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니, 식탁에 꺼내 놓기만 하고 전혀 활용을 하지 않는다. 애초에 보드 마카가 없잖아.
하지만 '중요한건 어디까지나 기분'이라는 눈빛을 보내오는 까마귀.
태클을 넣은 방향을 찾는 것도 보통이 아니지만 이 녀석과 나의 상식은 조금 어긋나 있는 것 같으므로 그냥 입을 다문다.
"일단 초능력은 크게 2개 분류할 수 있어.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발동하는 능력이 수동형이고 의지와 상관없이 항시 발동하는 능력이 능동형. 게임으로 치면 패시브와 액티브 스킬이라고 할까나."
"오, 그렇게 설명하니까 쉽게 이해 할 수 있는데. 게임이라니, 나랑 공통된 관심사잖아."
"말해두자면 난 게임은 별로 하지 않아. 애초에 쫒기는 몸이니까 말이야."
"에…… 맞다. 그랬지…… 미안."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하다니, 신사답지 못하다.
"그래도 밸브의 게임 정도는 거의 다 하고 있으니까."
"…………."
……초등학생이 할 만한 게임을 만드는 회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거야 개인 취향이니까 뭐…… 그렇지만 의외로 액티브나 페시브 스킬과는 인연이 없는 회사네.(밸브: fps 게임으로 유명한 회사. 대표작으로 하프라이프, 팀 포트리스,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
"더 세세하게 나누면 이제야 4개가 된다. 능동형은, 단순히 능동형이라고 부르고 수동형에는 변신류, 현상류, 강화류가 있는데, 이건 또 심도 있게 이야기 하자면 끝이 없으니까 여기서 접어두고, 내 초능력에 대해서 말하자면 난 변신류 생물화 야수과고, 크리브 클레버는 변신류 무생물화 무기과지."
"호오."
뭐라고 딱 집어서 한줄 감상평을 내리기는 힘들다. 그냥 딱 떠오른 건 이 정도 인가.
뱀. 파충강 유린목 뱀아 목의 파충류.
까마귀. 수동형 변신류 생물화 야수 과의 초능력자.
내가 모르는 어디에서 학명으로 불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분류 방법이 무척이나 비슷하다. 학자의 센스라는 건가.
"흐음, 뭐.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그 클립 클리너랑 그게 무슨 상관인데."
"……… 뭐, 이름이 틀린 건 아무래도 좋아. 그리고 넌 바보인거야? 말했잖아. 그·게·가·장·중·요·한·거·라·고. 지금부터 설명할 거야."
"에…… 응. 알았어."
나는 얼빠진 소리를 냈지만 금방 까마귀의 목소리가 명백하게 심각해 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거기에 맞추듯 나도 정신을 집중한다.
"녀석들 '제로'는 변신류 무기과 녀석들의 집단이야. 끼리끼리 논다는거지. 몸을 금속으로, 기계로 바꾸는 녀석들이 쎄쎄쎄를 하는 거야---- 그런데 나는 생물화 야수과라고. 생물과, 특히 야수 과의 초능력자는 보통 유전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해서 능력을 개화한다고 하는데, 그걸 유전적으로 하등하다고 말하면서, 그런 말도 안 돼는 걸 구실 삼아, '제로'…… 그 썩을 것들은 우리를……."
날카로운 이를 무는 소리와 함께 "사…… 냥해" 라고 말했다.
사냥한다. 그건 먹이사슬에 있어서 상류인 생물이 하류인 생물을 '먹고 살기위해 잡는' 행위를 말한다. 이건 자연의 이치이며 어떤 환경에서도, 심지어는 같은 동족 간에서도 발생하는 순리다.
하지만 까마귀가 말한 '사냥'의 의미에 '먹고 살기 위해'라는 이치에 맞는 이유는 느낄 수 없었다.
확신 할 수 있다.
지금 까마귀의 '사냥하다'는, 이런 치안 관리가 잘 된 나라에서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상류가 하류를 '유흥거리'로서 죽이는 행위를 말하고 있는 거다.
"그래…… 물론 우리도 아무런 손을 쓰지 않은 건 아니야. 한 때는 '비스트'라는 조직을 만들어 대항해 보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어. 오히려 레지스탕스 취급을 받으면서 더 많이 죽임 당했을 뿐이라고."
까마귀는 평범한 어린애는 절대 지을 수 없는 자조적인 웃음을 띠고는,
"곰의 발톱이라니…… 상대가 될 리 없잖아."
울적해진 듯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개를 깊게 숙였다.
"그건…… 그렇겠지."
철과 단백질이다. 텅스텐과 칼슘이다. 구성된 분자의 구조 자체가 완전히 틀려서 단단함의 근본적인 단위가 다르다.
까마귀는 고개를 숙인 체로 손톱을 물어뜯었다. 노골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무척이나 초조한 모습.
그렇겠지. 그럴 수밖에 없을 거다.
까마귀가 사는 세계의 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서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렇지만 아까 만난 클리브 클레버 같은 녀석들이 언제 또 찾아올지는 나도 까마귀도 도저히 알 수 없다. 사실은 여기에 느긋하게 앉아서 식사를 할 만한 여유조차 가질 수 없는 게 보통 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렇다고는 하지만 까마귀의 말대로 라면 아직도 한가지의 의문이 남는다.
'제로'가 여흥으로, 심심풀이로, 유희로서 까마귀를 사냥하려는 것은 어떻게 이해할 수는 있는 범위다… 물론 납득은 되지 않지만.
하지만 까마귀와 '제로'의 관계가 그렇다고 치더라도, 난 뭐야?

난·어·째·서·쫒·긴·거·지?

"흐음……."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의문. 피해자라면 자연스러운 의문이다.
게다가, 애초에 난 내가 초능력자라는 사실을 누설한 일이 없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나를 의심해서, 나를 조사한 끝에 초능력자라고 단정 지어 그 정보가 '제로'에 전해졌다는 걸까.
아마 그것도 아닐 것이다. 적어도 그 클립 클리너는 나를 단순히 '레지스탕스'라고 불렀고, 그에 반해 까마귀는 풀 네임인(가명이겠지만) '까마귀 곰'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그쪽이 오히려 귀찮을 텐데도 굳이 한데 뭉뚱그려서 '레지스탕스'라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말은 그 여자는 상대를 풀 네임으로 부르는 게 평소의 습관. 즉, 자·연·스·러·운·것 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만약 그녀가 내 이름이나 능력명 따위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면 절대로 '레지스탕스'라는 명칭으로는 부르지 않았겠지.
그럼 그녀는 오늘 나를 처음 발견했고 발견 즉시에 나를 '레지스탕스'라고 단정 지어 생각할 만한 배경이 있다는 말이 되는 건가.
그렇다면 그건 대체 뭐지?
나는 이 의문을 심각하게 까마귀에게 전달했다. 그랬더니,
"아아. 그거그거.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좋아. 단지 내가 '내 동료가 근처에 있다!'라고 말하고 근처에 있던 네가 있는 곳으로 내가 클립 클레버(완전히 마음에 든 모양이다.)를 유인했을 뿐이니까. 전혀 이상한 일은 없다고. 좋은 미끼가 되어 줬어."
"순전히 너 때문에 내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생각하니까 주먹이 자연스럽게 떨리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나."
"아니, 일단은 폭력반대라고 말해 둘게. 그렇지만 말야, 설마하니 이 유능한 나라도 그 여자가 상대를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무작정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고? 난 단지 네가 클립 클레버의 눈이라도 끄는 동안 도망이라도 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사실이 그 쪽이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경찰을 막으려면 선량한 시민을 방패로 써라, 라는 법칙 말이지."
그런 법칙 들어본 적 없다. 세상의 경찰을 조롱하는 테러리스트 같은 발언 하지 마.
"정말로 테러리스트로 오해해 버릴 것 같은 발언은 자중해줘." 그렇게 말하고는 별 의미 없이 고개를 몇 번 주억거렸다.
아니, 사실은 조금 생각할 시간을 가지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나는 우연도 뭣도 아니라 순전히 이 녀석 때문에 목숨까지 위협받을 정도의 일에 휘말렸다는 건가?
"어라라, 그런 식으로 오해해 버리면 곤란해. 우연히---- 라는 건 사고라는 거니까 말야. 내가 의도했다고는 하지만 내 입장에서나 네 입장에서나 기본적으로 서로는 지나가던 모르는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내가 너를 미끼로 쓴건 순전히 '우연'이었다고."
엑시던트, 즉 사고---- 라고, 까마귀는 그렇게 말했다.
"나에게 있어 너란 녀석은 가해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너, 아까부터 말투가 조금 부드러워 지지 않았냐?"
"음? 그건 뭐야, 대시하는 거냐?"
"아니, 너 처음에는 '~~다.' 라는 딱딱한 말투를 주로 썼던 것 같았는데 말이지. 지금은 뭐랄까~ 조금 '~~다'가 줄어든 것 같은 느낌?"
"그야, 난 로봇이 아니니까 내가 무슨 말투를 하던 그건 내 마음이지."
"그건 그렇지만."

거기서.
우리의 삼천포행 급행열차와 같은 대화를 멈춰 세우는 듯 한 절묘한 타이밍으로 현관문에 열쇠가 들어가 돌아가는, 당연할 정도로 익숙한 금속음이 들려왔다.
"뭣?!"
핫! 제길, 노 굿. 명백한 NG다.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우리 집에 당당히 열쇠로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 봐야 한명이지 않은가.
나의 어머니. 은혜로운 나의 친모. 슬픈 미망인. 외명내암(外明內暗). 말하자면 유일한 혈육.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뭔가. 이제 와서 깨달아도 늦은 거겠지만 노출도가 은근히 높은 여기저기 찢어진 누더기 옷의 초등학생 소녀와 조금, 아니 좀 많이 의욕이 떨어질 뿐인 건강한 고등학생인 나. 둘이서 마주보고 오순도순 대화를 하고 있다.
그리고 거기서 어머니가 들이닥친다면?
굉장히, 무지하게 알기 쉬워!! 가정이 붕괴해 버린다!!
"큭! 이리와, 까마귀!"
"에, 엣? 뭐야?!"
나는 현관문이 체 열리기 전에 까마귀의 손목을 잡고 재빠르게 내 방으로 구르듯 들어갔다.  
"뭐, 뭐야?! 왜 그래? 적인가? 클립 클리너야?!"
"쉿! 제발 조용히 해 줘!(작은 목소리)"
내가 모르는 어디에선가 한 불쌍한 소녀의 이름이 발명될 가능성 0%의 도구로 정착되어 가는 것 같기도 하지만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까마귀를 조용히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우선, 아니 최선이다.
"입, 입 좀 다물어 봐!!(작은 목소리)"
"으이익, 답답해서 진짜! 깡패야? 빚쟁이냐?! 걱정 마, 내가 다 살을 뼈에서 발라내 다시는 접근 못하도록 하웁--!"
그 입을 다물어줄 의사는 없는 듯하다. 그러므로 손으로 틀어막아 버렸다.
하지만, 그녀 입장에서는 입이 막힌 것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인지 입을 틀어 막힌 체로 발악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내 손은 침투성이가 된다는 은근히 에로틱한 상황을 라이브로 느끼고 있지만 이 상황에서 성적 흥분을 느낄 만큼 내 처지는 여유롭지 못하다. 아니, 그 전에 난 손을 핥아 지는 것으로 쾌락을 느끼는 독특한 취미는 없는 거지만.
발소리가 꽤나 크게 들린다. 나무의 울림. 마루 장판의 특성상 뒤꿈치가 닿기만 해도 소리가 울리기 때문인데, 그 소리로 추측하자면 어머니는 못해도 문·앞·의·복·도·에·있·다.
위험.
그렇게 어머니의 대략적인 위치를 생각 하고 제발 내 방에 신경은 꺼 주시라고 기도했지만,
결국 어머니는 문을 두드렸다.
정말이지 손발이 맞지 않는 모자잖아.
"준? 엄마 왔어요? 방에서 뭐해? 인사 안 해?"
하고 물었다.
귀여운 듯하지만 동시에 끈적끈적한 목소리. 회식이 있다고, 그런 것 치고는 상당히 일찍 귀가하셨지만 그거야 어쨌든 몇 잔 걸치신 듯하다.
"아, 하하! 잠깐만요! 혼자 볼일이 좀 있어서! 다녀오셨어요!"
"우~~ 우우우~~ 우우~~!!"
"크읏, 제길! 지금 어머니 목소리를 못 들은 거야?! 조용히 좀 해!(작은 목소리)"
"우~~!!"
까마귀는 이 초월적인 수준의 알기 쉬운 상황을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건지 끝까지 입이 막힌 체 발악했다. 뭔가 제약이 있는 건지 결코 곰으로 변하는 능력을 쓰지 않았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불행 중의 불행이 있다면 이 녀석이 발버둥을 치는 바람에 마루장판이 울리는 소리가 더 많이 난다는 것. 상황파악이라는 것을 모르는 걸까. 이래서는 본말전도라는 생각이 들어 버린다. 이 기세라면 곧 어머니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확신하고 방에 들어올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더 이상의 타협은 없어! 미안하다 까마귀, 좀 참아줘!(작은 목소리)"
"우~~~~?"
그래, 이건 불가항력인거다. 난 지금 어떻게 해서든 까마귀를 얌전히 만들 수밖에 없다. 흐름이고 자시고 거의 본능이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드물게 극한까지 행동력을 발휘해서 직후 까마귀를 바닥에 억지로 눕혔다. 그리고는 전봇대를 들어 휘두르던 소녀, 까마귀를 -곰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전봇대를 들 정도의 괴력은 쓸 수 없는 듯하다- , 흐름이 도운건지 의외로 쉽게 한쪽 팔, 양 다리 순으로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극단적이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제까지 믿어왔던 흐름은 나를 도운 것이 아니었다.
마치 목탁을 강하게 두드린 것처럼 맑게 울리는 소리. 지금까지 까마귀가 버둥거려서 난 것과는 스케일이 다른 커다란 효과음이 5.1 채널 돌비 사운드로 귀에 스며들었다.
실수.
내가 까마귀의 입을 막는답시고 너무 강하게 밀어버린 것이 실수였다.
등이 바닥에 튕기는 반동으로 까마귀의 뒤통수가 제대로 바닥과 격돌해 버린 거다……!
"무슨 일이야, 준? 침대 위에서 트렘폴린이라도 하다가 머리라도 부딪혔니?"
"이 나이 먹고 그런 짓은 안한 다구요!"
"그럼 조금 전의 큰 소리는 뭐?"
그건 까마귀의 머리와 장판에서 난 소리다. 게다가 그 소리만큼 충격은 상당히 큰 것인지 눈동자가 빙글빙글 돌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분명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으니 까마귀를 옮겨서 숨기는 데에는 더 없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내가 최우선으로 생각하던 까마귀의 침묵도 달성했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주변의 방해가 없을 때의 이야기다. 이 상태로 까마귀를 숨기다가는 기척이 너무 커진다. 밖에서 기척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정신이 있는 까마귀와 타협해서 숨어있게 하는 것이 100배는 효율적이다.
젠장, 이대로 들켰다가는 오해가 오해를 불러서 분명 아동 성폭행 미수죄로 잡혀가고 만다고……!
밖에 어머니가 있다. 그리고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 물론 교양이 가득어머니는 아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서 함부로 방에 들어오는 일은 없지만, 그렇지만……
뜬금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어머니가 엄청난 속도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정말 괜찮니~? 아무 문제도 없어?"
"네!"
딱 하나, 어머니의 이 광속 노크를 제외하면! 대체 밖에서 무슨 일이 버러지는 거지?! 우와, 이 속도로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면 정말 재미있---- 아니, 그건 일단 보류해 두고.
앞에서 말한 그대로 우리 어머니는 평소에, 특히 사회생활에 있어서는 교양을 빼면 시체라고 부를 만큼 배려와 상식으로 똘똘 뭉치신 분이지만, 거기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발산인지 그 교양인의 모습 이면에는 무궁무진한 순진함(?)을 심어두고 있다.
흔히 말하는 이중인격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집에만 오면 스위치가 켜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문을 두드리는 행위조차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문을 열지 않는 상대에 대한 항의인 것이다.
'어린애'는 말을 잘 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말로 설득하는 것보다도 울거나, 또는 문을 두드리는 것이 더 빠르게 먹힌다고 생각한다.
이건 평소에도 있는 일이라서 그다지 놀라지는 않았다. 하지만 괜찮다고 했으니까 상대가 그만 물러나 준다는 선택지는 기대할 수도 없는 내가 안쓰럽다.
결론만 말하자면 이미 어린애나 마찬가지인 어머니의 흥미를 끌어버린 이상 언·제·문·이·열·릴·지·도·모·르·고, 만약 열지 않는다고 해도 어쨌든 문·은·열·수·밖·에·없·는·것·이·다…!
"준~ 문 열어~"
"시, 싫다니까요!"
"이 엄마는 준의 위험한 부분까지도 감싸줄 용의가 있어요? 그게 바로 엄마의 일이니까, 아하하!"
"위, 위험한 짓 같은걸 하지 않았으니까 웃지 마요!!"
양심에 찔리는 바람에 말을 더듬고 말았다. 아니, 난 어머니 앞에서 부끄러울 일은 하지 않았다고 내 지갑---- 아니, 양심에 손을 얹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만. 어쨌든 지금 어머니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모두 고만고만한 협박보다 무섭다.
어린애가 던지는 돌을 피하는 개구리의 심정을 알 것 같기도 하다.
"흐음~ 숨기는 게 있나봐?"
"에? 네, 뭐! 그렇다고 해 두죠!"
제발 그렇게 생각 해 줘.
오히려 야한 책 정도로 오해해 주는 편이 좋다. 내가 학교에 가 있는 동안 내 방을 탐색 하는 지의 여부야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거지만, 어떻게 들키던 간에 여자애 보다는 야한 책을 들키는 편이 백배 나은 것은 자명한 이치다.

하지만 여기서,
어머니는 역시 어머니였다. 절대로 기대를 저버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
어린애의 행동은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 부모가 자식의 방에 들어온 것이 상식에서 벗어난 것인지 생각하는 것은 미뤄두더라도 일단은.
거기에 100배 공감한다.
어머니는 내 방에 느닷없이, 갑자기, 굳이 말하자면 돌연 난입해 들어온 것이다.
"야호~ 준, 뭘 숨기는 거야? 야한 책이라도 엄마가 용서를………………………에?"
"……………………"
어머니가 아들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한다는 말은 오늘로 취소.
난 바닥에 여자애를, 반나체인 까마귀를 바닥에 눕혀놓은 체로 어머니를 맞이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