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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스트림 피닉스

2010.08.17 08:24

프리시스 조회 수:326 추천:3

extra_vars1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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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늘은 금요일이다. 당연한듯이 내일은 토요일이고, 내일 모래는 일요일이다. 그 다음은 월요일이 올테고, 또 금요일이 돌아오고, 그것과 같이 아침이 오면 밤도 온다.
그런게 당연하게 지속되는 것이 일상일테지.
그런 일상의 일부로서 석양은 이미 지평선에 반쯤 가려져 쓸쓸한 황혼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내 눈에는 반쪽짜리 백열 전구처럼 보이는건 단지 내 감성의 문제일 테지만.
규석 패거리에게 맞은 곳은 이미 아프지 않다. 애초에 크게 상처가 난 것도 아니고, 급소를 맞은 것도 아니니까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리 아프지는 않겠지.
그래도 조금 슬퍼지는 것이 있다면 그건 내 지갑의 재정상황이다.
바로 오늘 아침에 거의 신기록을 세울정도로 '밥'을 가득 먹여 주었는데 질 나쁜 녀석들에게 강제로 토해져 버렸으니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그 속이 허할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건 결국 내가 가난해져 버렸다는 이야기지만.
가난해져 버렸다, 라는 것은 결국 녀석들에게 뺏겨 버렸다는 것이다.
아니, 씁쓸함을 달래보고자 지금까지는 돌려 말했지만 그럴 수록 더더욱 씁쓸해 지는 것 같으니까 그건 여기서 그만두자.
그나마 지갑에 돈 밖에 없었던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어머니의 통장 체크 카드라도 빌려 들고 왔더라면 그 녀석의 성질 나쁨을 고려했을 때 우리 가정은 하루만에 주저 앉을 것이 분명하다.
뭐랄까, 이런 걱정을 다음 주도, 또 다음주도,
이런 무능력하고 혐오스러울 정도의 걱정을 다음 주도, 또 다음 주도 해야한다.
반복은 지겹다. 일상은 지겹다.
반복과 정체의 차이를, 나는 도저히 알 수 없다. 반복하는 일상은 마치 그 자리에 정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 자체도 지겹다. 결국은 난 말 그대로 웃기는 놈이라는 거겠지만.

이런식으로 이것저것 자조적으로 생각하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내가 집까지 가면서 마주치는 건널목 중에 가장 긴 8차선 도로의 앞이었다. 주변에 사람은 많다. 이 사람들의 흐름에 따라, 난 결국 휩쓸리듯 길을 건너게 될 것이다. 집에 간다는 생각도 하지 않은체 어느새 나는 길을 건너게 될 것이다.

평소같으면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나는 그 많은 인파를 해치고 도로 한복판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뭘까 이건.
반복에의, 지겨운 반복에의 소심한 반항이라는 것일까.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괴물로서의 프라이드가 그렇게 시킨 건가.
이런 반복적인 삶따윈 의미가 없다고, 그냥 죽어버리라고.

아니, 아니다.
그런 쪼잔하기 짝이 없는 이유때문이 아니다. 나는 그런 추상적인 이유가 아니라 좀 더 명확한 이유를 가지고 빨간등이 들어온 건널목에 뛰어든 것이다.
아이가 있었다. 덤프트럭이 오고있었다. 아이가 도로에 있었다. 덤프트럭도 도로에서 달리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나는 움직인다.
하지만 구한다는 생각은 없다. 단지 사람들의 '흐름'에 맞추어 뛰어갈 뿐. 사람들의 분위기에 휩쓸려 갈대처럼 휘어 뛰어갈 뿐이다.
구해야 한다는 흐름? 뭐, 그런거.

직후, 몇번인가 균형감각이 통째로 날아가버릴 정도로 격렬하게 몸이 허공에서 회전했다. 트럭과 부딪히는 소리는 꽤나 요란했지만 지금은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는다. 그래도 다행히, 아이는 무사하게 인도로 끌어낼 수 있었었지.
아아, 14곳이 골절되었다. 내장도 그대로 터지거나 파열되어 버린것 같고 특히 갈비뼈가 6대나 부러졌다. 좋지않아. 부러진 뼈가 폐와 심장에 구멍을 냈다. 팔도 다리도 인간이 아닌 것 처럼 보이기에 딱 알맞을 정도로 뒤틀린 것이 느껴진다.
그런, 허공에서만 느낄 수 있는 몸에 대한 감각도 잠시였다.
곧 몸이 완전히 고장난 관절인형처럼 바닥에 떨어진 것을 깨달았다.
이건 상당히 심하다. 과연 덤프트럭의 데미지는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인가. 순간이지만 진지하게 아무리 나라도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정도의 광폭적인 데미지.
"학생! 학생! 구, 구급차를 불러요! 아직 살아있어! 아이를 구하려고 트럭에 뛰어들었어요!! "
"으, 으아아! 911을 불러!"
누군지 몰라도 놀랐다고 해서 그런 미스는 곤란하다. 911… 여기는 미국이 아니니까 말이다. 여기는 한국, 경기도의 위성도시 아닌가. 119를 불러야 구급차가 올 것이다. 아마 5분 안에 올 것이다. 5분만 버티면 편하게 차에 실려서 병원에 갈 수 있겠지.
뭐, 그렇다고 해서 나를 살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건 아니다. 119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나를 살리는 일은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애·초·에·나·의·몸·은·죽·는·다·는·것·을·모·른·다.

이미 고통은 없다. 고통이란 개념은 충돌 후 3초 동안만 존재했던 과거의 이야기다. 지금은 어디하나, 갈비뼈에 찔린 폐 조차도 이상을 느낄 수 없다.
몸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잠에서 깨어나듯 일어난다. 아주 약간, 나른함만이 전신을 흝었다.
"하, 학생?! 괜찮은거예요?"
"예에. 119는 누르지 않아도 괜찮아요. 조금 욱신거리는 정도니까, 보는대로 어떤 우연인지 하나도 다치지 않았으니까요."
그렇게 말했다.
우연이라는 말은 좋다. 뭐든지 간단하게 얼버무릴 수 있으니까. 단지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기적이라며 전혀 의심하지 않는듯 하다.
팔과 다리의 골절은 실제로 있었음에도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갈비뼈도 모두 제자리에 가서 붙었다. 바닥에 흘린 피는 이제 없다. 피부가 바닥에 쓸린 자국조차도 남지 않는다.
"저, 저기…… 가, 감사합니다."
내가 구한 아이를 힘껏 안은 아주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의 부모인가. 앙앙 울고있는 아이를 끌어 안은체 말하는걸 보면 틀림 없을 것이다. 이모나 고모라는 경우는 논외로 치고말이지.
"괜찮습니다. 아이가 무사해서 다행이네요."
무사해서 다행이다. 그건 나에겐 평생에 걸처 인연이 없어 전혀 쓰지 않는 말이지만, 나도 분위기를 읽고 거기에 휩쓸리는 것은 그럭저럭 자신있기 때문에 그 분위기에 마추어 입발린 소리로라도 일단은 말해 두었다.
그건 그렇지만--
"……이정도로도 죽지 않았네."
"에? 뭐라구요?"
"아, 혼잣말이예요. 이렇게 살 수 있어서 신에게 감사하고 있었어요. 아멘."
나는 거짓으로 기도하는 척을 하면서 그렇게, 무심코 입 밖에 내어버린 자신의 생각을 감추듯 말했다. 당연하게도 그것은 인간으로서 남에게는 알려주기 쉽지 않은 혐오스럽다고도 할 수 있는 희망사항의 하나이기 때문에. 남이 들으면 즉시에 정신병원으로 이송된다.
죽음이란 사람에게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현상이다. 언제나 우리의 근처이지만 우리는 죽음을 멀리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저 먼 현상이일 뿐이란 말이지. 아무래도 감동이 없는건 당연하다.

이제 와서는 늦은 감이 없지도 않지만 내 소개를 하겠다.
나는 흔히 말하는 초능력자다. 그것도 절·대·죽·지·않·는·초·능·력·자.
어떤 상처와 고통과 질병이라도 3·초·면·사·라·진·다.
독사, 민사, 압사, 급사, 참사, 추락사, 실족사, 괴사, 아사, 질식사, 액사, 교사, 사사, 역사, 분사, 소사, 수사, 요사, 익사, 장사, 폭사, 폭사, 유사, 복상사, 과로사까지.
그 모든 죽음도 나를 죽일 수는 없다. 만일 있다면 그건 수사(나이를 체워 죽음)이겠지.
그 외의 방법으로는, 난 결코, 절대로 죽지 않는다.

나는 죽지않는, 피닉스(불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