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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어떤 검에 대한 이야기 ~ 행로(5)

2005.07.06 10:45

상어돌이 조회 수: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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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로(5)



  밖에서 기다리던 레드 스콜피온의 대장 제르드는 뭔가 일이 잘못되어 감을 느끼고 있었다.

응당 몇 명이나마 나와야 할 시간이었음에도 아무도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뭔가 이상했다.



  "뭐야.. 이녀석들. 드래곤 냄새에 질식이라도 한건가?"



  그 말을 한 순간, 그의 코는 또 하나의 냄새를 느꼈다.

오랜 기간 이런 류의 직종을 전전했던 그에게 특히 익숙한 냄새.


  '피!!'


  순간 그는 도망칠까 말까를 고민해야했다.

수많은 아수라장에서 목숨은 물론 별다른 상처없이 살아오게 한 것은

위험한 상황에서 재빨리 빠져나오는 순발력과 판단력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그는 달랐다. 결국 그는 한 집단의 리더로서 도망치지는 않았다.

다만 안에서부터 누가 나오는 소리를 듣고 기척을 숨기고 숨었을 뿐...


  저벅 저벅.. 저벅..


  그 누구의 발자국 소리도 아니었다.

제르드가 레드 스콜피온의 대장을 맡은 지도 5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의 길드원중에 저런 이상한 발걸음을 가진 자는 없었다. 그는 바짝 긴장했다.

아마도 지금 걸어나오는 그가 길드원 여럿을 저세상으로 보낸 사람일 게 틀림없기 때문에..


  이상한 발걸음의 괴인이 동굴 밖으로 나와 누군지 분별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제르드는 너무 놀라 그를 향해 뛰쳐나갈 뻔 했다.

만일 그가 검붉은 연기를 쉴새없이 뿜어내는 묵빛의 검을 들고 있지 않았더라면,

혹은 그가 괴기스런 웃음을 흘리며 온몸에 피로 칠갑을 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순간 그는 자신이 보고 있는 상대가 친구이자 동료였던 사몬드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사몬드의 눈은 이미 정상의 그것이 아니었으므로..


  저벅 즈르륵 저벅..


  사몬드는... 아니, 사몬드의 모습을 띈 그것은

제르드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묘하게 발을 끌며 숲쪽으로 가려 하고 있었다.

마치 아무 방향성도 없이 그저 걷는데 목적이 있는 것처럼 그렇게 걸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숲속으로 사라져갔다.





  검은 전혀 만족하지 못했다. 피가 부족했다.

조그마한 길드의 인간들 몇몇의 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결국 숲속에서 사몬드의 피까지도 모두 빨아들이고 말았다.

그 결과 지금 나무에 비스듬히 꼽혀 있는 것이지만..



  '부족하다.. 부족해.. 아직.. 턱없이 부족해..'


  '부족하다는건 인정하지만 이런식으로 가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방금 전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너도 동의했지 않느냐!'


  '... ...'


  '우리는 거의 소멸 직전까지 갔었다.

내가 악마이지만 그렇게까지 고통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마나의 고갈로 인한 소멸..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해서 너도 그 인간들을 죽이는 데 동의한 것이 아니냐!'


  '나는 인간들을 죽인 것에 대해서는 별로 탓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렇겠지.. 일단은 너도 드래곤이였으니까 인간에 대해서는 동정심따위 없겠지.

그렇다면 너는 뭐가 불만이나?'


  '방식. 니가 했던 방식.'


  '어째서? 이렇게까지 해서 마나를 외부로부터 섭취하지 않으면

우리는 마나의 고갈로 소멸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마구잡이로 검을 잡은 사람을 조종해서 죽이는 따위의 짓은

우리를 더욱 더 곤란하게 만들 뿐이다.

인간의 사회에까지 우리가 있는 이 검이 악마가 깃든 검이라고 기록되어버리면

아무도 이 검을 쓰지 않고 봉인할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끔찍한 고통을 수백년 겪은 후에

소멸해버리겠지.. 그렇지 않은가 페르제바브?'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마나를 외부로부터 공급받을 속셈이지?'


  '다음번에 이 검을 잡는 인간은 살려두는 것이다. 온전한 정신으로.'


  '만일 그 인간이 다른 인간을 죽이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대화를 시도해야지. 방금 우리가 긁어모은 마력이라면 그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는데?'


  '대화를 해서? 그 인간에게 다른 인간을 무차별 학살하라고 시킬 셈이냐 너는?'


  '아니지.. 그래서 너는 악마밖에 안돼는거다.'


  '뭐야!! 이 도마뱀녀석이!!'


  '흥분하지말고 잘 들어라. 이 검을 잡은 인간을 영웅으로 키우는 것이다. 우리가.'


  '.. 영웅으로.. 전장에 피를 몰고 올 살귀로 키우자 이말이로군..'


  '멍청한 악마녀석. 반드시 살귀로 키울 필요도 없다.

그녀석에게 시켜서 마법사를 통해 우리에게 마법을 공급한다든지

일전의 레드 드래곤이 걸어놓은 마법만 제거시켜두면 돼니까 말이다.'


  '그렇군. 적어도 그 빌어먹을 레드 드래곤이 걸어놓은 마법들만 없애준다면야

딱히 마나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빌어먹을..

그 드래곤 녀석 검에 있는 마나를 강제로 밖으로 뿜어내는 마법을 걸어놓을 줄이야..

도대체가 드래곤이란 족속들은..'


  '페르제바브!'


  '닥쳐! 이젤다노이! 이렇게 된 것도 모두 너 때문이다.

중간세계로 넘어온 것 까지는 좋았는데 하필이면 칼에 빙의되어버리다니!!

공간의 틈에서 마나 폭주 때 너의 집중력이 흐트러진 탓이다!!'



  한 개의 검 속에서의 싸움은 치열했지만 숲 속은 매우 조용했다.

인기척은 물론 오크의 뿔피리소리 한 점 들려오지 않는 숲 속.

아마도 이젤다노이의 계획이 실현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 것만 같았다.




                                                                  1장    행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