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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판타지 어떤 검에 대한 이야기 ~ 행로(4)

2005.07.05 10:04

상어돌이 조회 수: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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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로 (4)


  커트스는 아까부터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잘못 들었으려니 생각하고는 넘어가려고 했는데 짐을 챙기려니

소리가 더 커지는 것이 분명히 느껴졌다.



  '누가 나를 부르는거지?'



  그는 자기가 하고 있던 일은 망각한 채 소리를 찾아 돌아다녔다.

이윽고 그가 선 곳은. 벽. 절대적 마법으로 봉해져 있었던 바로 그 벽 앞이었다.



  '커트스.. 커트스여.. 이리로 오라.. 이리로.. 나는 여기에 있다.'

  '누구야.. 누가 부르는거야?'

  '어서 와라. 기다리고 있다 커트스...'

  '어떻게 가야하지? 벽이 가로막고 있는데..'

  '가까이.. 가까이.. 커트스여.. 가까이 오라..'



  그를 부르는 소리에 그는 이끌린 듯 홀린 듯 문쪽으로 다가갔다.

이상하게 여긴 동료들이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것은 이미 커트스에게는

귓전을 흘러가는 공허한 음파일 뿐이었다.



  '그렇지.. 커트스여 잘하고 있다. 내게로 오라. 바로 너의 코앞이다.'



  커트스는 자기 마음 속의 울림에 충실하게 따랐다.

그의 코앞에 있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벽이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벽에 부딪쳤다.

벽 때문에 앞으로 갈 수는 없었지만 그는 그런 사실조차 모르는 채로 계속 앞으로 전진하려 했다.

그 순간.



  "커억!!"



  제일 먼저 피가 뿜어져나온 곳은 커트스의 입에서부터였다.

갑자기 피가 튀어나온 것이다. 피는 미색의 벽을 핏빛으로 염색했다.

그러고도 벽에서 떨어지지 않는 커트스의 몸 여기저기에서 피가 새어나왔다.

마치 운동 후에 땀이 흘러나오는 것처럼. 아침에 이슬이 풀잎 위에 맺히듯이.

그의 몸 어디에서도 피에 젖지 않은 곳이 없었다.

더 놀라운 것은 송글송글 모여있던 피들이 중력을 무시한 것처럼

벽쪽을 향해 흘러가는 것이었다. 마치 커트스가 벽처럼 생긴 바닥에 엎드려 죽은 것 같았다.



  "대장!! 사몬드!! 이것좀 봐요!! 커트스가..!! 커트스가!!"


  일찌감치 밖으로 나간 대장에게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는지

대장은 오질 않고 대신 사몬드가 달려왔다.


  "무슨 일이야..? 헉!"



  당연히 부하들의 설명을 듣지 않고서도 그는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벽에 붙은 커트스 - 이제는 가죽과 뼈 정도만 남아있었지만

어쨌든 커트스임을 알아볼 수는 있었다 - 와 그에게서 새어나온 피가 벽에 엉겨있었으니까.

뿐만 아니라 그 피들은 서서히 모여 마법진을 형성하고 있었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마법진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하자마자 온몸의 피를 완전히 상실한 커트스는

벽에서 떨어졌고 동시에 벽은 식물의 덩굴로 짜여진 직물이 풀어지듯이 열렸다.

그토록 열리길 바라던 벽이 열렸건만 모두들 놀라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다.

다만 사몬드만 빼고. 사몬드만이 그 어두운 벽 너머로 걸음을 옮겼다.

그만이 벽 너머로 손을 내밀었고 벽이 존재했던 이유를 그의 한없이 단련된 오른손으로 잡았다.

그리고는 뽑아내었다. 만들어진 이후로 한번도 뽑히지 않은 저주받은 검.

겉보기에는 아무런 장식은 물론 색도 무늬도 없지만 묘하게 아름답고 매력을 발하는 검.

일전에 이 레어의 주인이었던 어떤 레드 드래곤이 드워프들에게 시켜 만든 검.

바로 그 검을 사몬드가 뽑은 것이다.


  샤르릉.


  검을 검집에서 뽑을 때의 소리는 명쾌하고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소리를 듣고 감탄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검을 뽑은 본인인 사몬드의 의식은 이미 검에게 지배당했고 나머지 근처의 인원은

이미 목이 어깨로부터 분리된 상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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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참 애매하게 되어버렸네요..

한참 써논 걸 올리는 게 이런식으로 괴롭힐 줄이야.. ㅡ0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