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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퓨전 사신의 러브콜

2005.05.19 01:11

세이니 조회 수:251 추천:4

extra_vars1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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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습한 공기가 내려앉은 어딘가의 강가. 그곳을 교복을 차려입은 한 소녀가 거닐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한서영. 160cm를 약간 넘을 것 같은 일상적으로 평범한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진 10대 후반의 소녀였다. 갈색빛 도는 검은 머리는 적당히 어깨 아래에서 잘려 어깨를 덮고 있었고, 화장품 냄새조차 나지 않는 맨얼굴은 그녀가 그리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 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외커풀에 크고 둥근 눈이나, 동그랗고 앙증맞은 콧망울, 그리고 작은 입은 전체적으로 꽤나 귀여운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표정이 뭔가가 이상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몽롱한 기운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멍하니 강가를 걷고 있던 서영의 발목에 강의 차가운 물살이 와 부딪쳤고, 그 순간 빛이 사그라들어가고 있던 그녀의 눈동자에 일순간 빛이 찾아들었다.

“ 어...? 여기가 어디지? ”

서영은 마치 막 잠에서 방금 깨어난 듯한 표정으로 어리둥절해 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마치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했던 것일까? 분명히 제 발로 이곳까지 걸어 왔으면서도, 그녀는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 여기는 망자의 강이야. ”

문득 서영의 등 뒤에서 낮선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영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뒤에는 마치 누군가의 장례식에라도 다녀왔는지 검은 정장과 검은 넥타이를 차려입은 한 소년이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로 서 있었다. 결이 좋아 보이는 검은 머리카락을 목덜미까지 짧게 자른 그는 새카만 눈동자와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어 어딘가 신비로운 느낌을 주고 있었다.
  
나이는 자신과 같거나 조금 아래? 하지만 앳된 얼굴과는 달리 그 검은 눈동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빛으로 차갑게 가라앉아 있어, 고작 열여덟살의 눈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았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서영은 휘날리는 자신의 머리칼을 한손으로 감싸며 입을 열었다.

“ 망자의 강이라니? ”

차가운 바람에 소년의 흑빛 머리도 흔들려 그의 머리칼 속에 숨겨져있던 은빛 귀걸이가 반짝 빛났다.

“ 살아있는 자와 죽어있는 자의 경계가 되는 곳. 강을 건너면 완전히 죽은 자가 되어 다시는 살아있는 자들의 세상으로 돌아가지 못하지. ”

서영은 그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강물에서 후다닥 멀어졌다. 그러다 문득 뭔가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서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년을 쳐다보았다.

“ 그런데 왜 나는 여기에 있는 거야? 망자의 강이라니... 그렇다면 여긴 죽은 사람들이 오는 곳이라는 소리잖아. 하지만 난... ”

소년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서영은 떨리는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

“ 야!! 왜 아무런 대답을 못하는 거야!! 설마 내가... ”

“ ...... ”

“ 설마... 설마 내가 죽었...는 것인가라고 말 할줄 알았냐?!! ”

스트레이트 어퍼컷!!! 바람을 가르며 서영의 주먹이 그대로 소년에게 작렬했고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주먹을 피한 소년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 무... 무슨?! ”

그러나 서영은 조금도 주눅 들지 않은 기세로 소년에게 따져나갔다.

“ 얌마!! 너 판타지 소설 너무 읽은거 아니냐?!! 망자의 강? 또~라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

이쯤 되니 당황하는 건 도리어 소년 쪽이었다.

“ 자... 잠깐!! 진정해!!! 물론 네가 죽었다는 걸 인정하기 힘들겠지. 하지만... ”

“ 시끄러!! 이거 몰래 카메라지?! 난데없이 나를 이런 이상한 곳으로 끌고와서 죽었다고 구라까고 반응 보려고!!! ”

서영은 이젠 소년의 멱살을 잡아 쥐고 마구 흔들다시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소년은 처음의 그 신비스러운 분위기는 다 어디로 내다 버렸는지, 그녀에게 멱살이 잡힌 채로 쩔쩔매고 있었다.

“ 빨랑 내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주지 못할까?! 이런 식으로 수업을 빠져버리면 대학 가는데 지장 생긴단 말이야!!! 이런 악질적은 게임은 당장 관두라고!! ”

“ 아니, 하지만 정말로 너는 죽... ”

“ 이게 말귀를 못 알아듣네!!! ”

서영은 그대로 소년을 걷어차 버렸다. 소년은 우당탕 쓰러져 버렸고, 서영은 서슬이 퍼런 눈으로 녀석을 노려보며 그의 등이며 배를 콱콱 밟아대기 시작했다.

“ 이놈!! 당장 진실을 밝히지 못할까!!! ”

“ 크억!!! 이러심 곤란... ”

“ 곤란은 무슨 곤란?! 변태 주제에!!! ”

“ 벼... 변태?!! ”

“ 이런데에 연약한 숙녀를 끌고와서 삽질하는게 변태지 누가 변태야?! 뭘 코스프레 했는지 옷은 꺼멓게 차려 입어서, 니가 사신이라도 되냐? 앙? ”

“ 크윽... 연약한... ”

이게 어딜 봐서 연약한 숙녀야!! 소년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런데 그 순간 이었다.

“ 연우야! 여기서 뭐하고 있니?! 일 잔득 밀렸다고!! ”

어디선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년을 무지막지한 기세로 밟아대던 서영은 멈칫 발을 멈추곤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이상도 하지. 그녀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었다. 자신이 밟아대고 있던 이 바보 한 놈 외에는.

“ 위쪽이야, 위쪽 ”

그때 다시 한번 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의아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던 서영은 그만 기절초풍할 뻔 했다. 하얀색의 투피스 차림인 20대 초반 여자가 허공에 둥실 떠올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등에는 하얀색의 날개가 달린 채로!!

“ 마...말도 안돼!!! ”

확실히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절대로 속일수가 없는 비주얼적인 요소가 등장하자 서영의 태도는 방금 전 소년의 앞과는 180도 돌변해 있었다. 한마디로 얼이빠져버렸다는 것이다.

“ 레이님!!! ”

갑작스런 천사의 등장에 놀란 나머지 서영의 어택이 느슨해지자, 소년은 눈물을 글썽이며 벌떡 일어나 외쳤다. 부스스하게 헝클어진 머리에, 바닥을 뒹구느라 흐트러진 옷깃하며,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힌 정장자락은 이미 그의 초반이미지를 싸그리 날려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천사누님은 그런 소년의 모습에 고운 미간을 찡그리며, 아직까지도 넋이 나가있는 서영을 가리켰다.

“ 야. 너 지금 시간이 몇신데 아직까지도 일처리 하나 제대로 못하고 있냐? 후딱 저애를 저세상으로 인도하고 다음 일거리를 처리하러 가야지!! 일이 잔득 밀렸다니까? ”

소년은 울상을 지었다.

“ 하지만 이상해요. 이사람 분명 죽은 영혼이면서 이상하게도 생기가 넘쳐서 죽음을 거부하는걸요!!! ”

“ 자...잠깐!! 웨이트! 웨이트~!! ”

둘의 대화사이로 서영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리고 둘의 사이에서 잠시 침묵하며 식은땀을 흘려대던 서영은 천사를 확 울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 저... 얘기를 듣자하니 내가 죽었다는 얘기들을 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

서영의 말에 천사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맞아. 인정하기 힘들겠지만 아가씨는 죽었어. 죽었으니까 이곳에 온거고. ”

“ ...맙소사! 그럼 언니는 진정 천사?! ”

아무렇지도 않게 하늘위에서 두 날개를 이용하여 떠있는 천사를 바라보던 서영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소년을 쳐다보곤 말을 이었다.

“ 그리고 설마 저 녀석은... ”

“ 그래. 말 그대로 나는 ‘천사고’, 저 녀석이 널 이곳으로 데려온 ‘사신’이지. 저승사자라고도 하지? ”

잠시 막간을 이용하여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던 소년은 집중되는 시선에 하하하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 네 담당인 사신 연우라고 해 ”

서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 그럼 저자식이 사신이라는게 정말이었어? 저런 어설픈 호스트 같은 놈이?! ”

“ ...호스트 ”

지치지도 않는지 자기가 죽었다는데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계속 떠들어대는 서영과, 어설픈 호스트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비틀거리는 연우의 모습에 천사는 한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 그건 그렇고 정말 이상하군. ’

천사는 서영을 눈여겨보며 생각했다. 한심하고 어쩌고를 떠나서, 확실히 저 여자아이는 뭔가가 이상했다.

연우의 말대로 죽은 사람치고는 지나치게 생기가 또렷했던 것이었다.

보통 사람은 수명이 다하지 않고 죽을 경우, 죽음이라는 충격과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죽음 이후 영혼의 대부분을 잃어버리거나, 소멸되어 이곳에 도착할 즈음에는 생기가 거의 남아있지 않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이 여자애는 생기가 넘치리만큼 또렷했고, 기억의 대부분도 또렷하게 남아있었으며, 영혼의 손실 또한 없어 보였다. 마치 죽지않은자의 영혼처럼...

‘ 설마 ’

하나의 가설을 떠올린 천사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여전히 쫑알대고 있는 연우와 서영이 서있는 땅으로 내려섰다. 그리고 서영의 손을 낚아채더니 그녀의 손바닥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 에? 언니 뭐하세요? ”

갑작스러운 천사의 행동에 서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천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에는 서영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

“ 너, 죽을 때의 기억이 남아있니? ”

“ 네...? 무슨... ”

“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 나냐고! ”

왜 갑자기 성질이람? 서영은 의아해하며 대꾸했다.

“ 아...뇨? 그냥 저는 점심밥 먹고 졸려서 깜빡 잠이 들었을 뿐인데요? 그게 제 마지막 기억... ”

“ 아악!!! ”

서영의 대답에 천사는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쥐뜯으며 비명을 지르더니 그대로 연우를 한대 갈겨버렸다. 마치 승룡권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올려치기에 서영은 오옷~!탄성을 내지르며 박수를 쳤고, 연우는 그대로 허공을 한바퀴 돌더니 비명과 함께 바닥으로 패대기쳐졌다.

그리고 천사는 서영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은 기세로 연우를 걷어차며 외쳤다.

“ 이 바보자식아!! 대체 뭔 짓을 저지른 거야! ”

천사에게 뻥뻥 걷어차이며 바닥을 이리저리 뒹굴던 연우는 눈물을 글썽이며 대꾸했다.

“ 뭐... 뭘요!! ”

“ 애를 잘못 데리고 왔잖아!!! ”

“ ?!! ”

더블히트. 서영과 연우는 거의 동시에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천사를 쳐다보았다. 천사는 골치가 아픈지 손가락으로 미간을 누르며 입을 열었다.

“ 저렇게 쌩쌩한 혈기를 자랑하는 영혼이 대체 어딜 봐서 죽은 자의 영혼이니? 그리고 손금을 봐도 얘는 결코 단명할 운명이 아니라고! ”

얼이 빠져서 천사를 쳐다보던 연우는 허둥지둥 품속에서 수첩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 잠시 수첩을 뒤적거리던 그는 한 페이지에서 손을 딱 멈추고는 멍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아. ”

납득과, 후회와, 깨달음과 그 외의 이런저런 감정이 섞인 그 감탄사에 잠시 일동 침묵. 그러나 이내 곧 서영이 비명과도 같은 고함을 지르며 연우의 멱살을 잡아 쥐었다.

“ 야 이자식아!!! ”

천사도 한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중얼거렸다.

“ 사고 쳤군. ”



- 프롤로그 (완)
Next : 당신은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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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뭔진 자세히 모르겠지만 바뀌었네요..
흠... 다시 올려야 하나(머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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