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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기타 단백질 소년과 공복 소녀 -소년편-

2010.03.04 09:52

재티s 조회 수:284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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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소년이 살았다.

소년은 돈 많은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다.

날 때부터 소년의 집은 성처럼 커다랗다.

넓은 정원도 있다.

소년의 부모는 첫 자식인 그를 무척 아꼈다.

사랑했다.

소년의 부모에게 그는 이제 막 포장지를 뜯은 장난감 같다.

서툰 부모의 손길 속에서 소년은 우유 대신 밀크셰이크를 먹고 자랐다.

자라는 동안 소년의 볼은 부푼다.

관절을 접을 땐 깊은 주름이 졌다.

부모는 사랑이란 것이 배고프지 않게 음식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먹는 것에만 사랑이 집중 됐다.

부모는 아직 음식을 먹을 나이가 되지 않은 소년에게 이것저것 먹였다.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

벽에 걸린 미술품.

가끔은 돈도 먹였다.

그것들은 뱃속에서 서로 뒤엉켜 나왔다.

배출 될 때 더러운 오물들이 잔뜩 묻어 더 크게 부풀기도 하였다.

그것들은 반짝였다.

악취가 심하게 났다.





  소년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됐다.

부모는 두 시녀에게 소년을 맡겼다.

두 시녀에겐 소년에게 음식을 주는 일 외에 한 가지 일을 더 시켰다.

시녀들은 그 일을 하고 돈을 많이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는 둘 사이의 사랑을 위해 여행을 떠났다.

3미터가 넘는 식탁엔 온갖 화려하고 기름진 음식이 차려졌다.

소년은 그것을 모두 삼켰다.

아니.

소년은 앉아서 입만 벌렸다.

두 시녀가 소년의 벌어진 입에 음식을 부었다.

소년은 그것을 씹지도 않고 식도를 통해 위로 보냈다.

간혹 접시가 함께 들어가기도 했다.

돼지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갈 만큼 넓어진 식도는 무리 없이 그것을 넘겼다.

소년은 식탁 앞에서 의자에 앉은 채로 성장했다.

볼은 축 늘어지고 몇 겹이나 주름이 져 목을 분간 할 수 없다.

소년이 의자에서 내려올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없다.

펑퍼짐한 엉덩이가 의자에 끼었을 때 더 큰 의자로 교체하는 순간뿐이다.

입을 벌리는 것과 용변을 보는 것 외에는 교육 받은 것이 없다.





  소년은 충분한 나이가 됐다.

나이를 먹으며 머릿속에 똥만 찬 것은 아니다.

그는 정원에서 하늘거리는 나비들을 봤다.

그들이 느끼는 장소는 자신과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다.

이 상황을 벗어나길 희망했다.

의자를 교체하는 시간이 왔을 때 소년은 탈출을 시도했다.

한 번도 땅을 밟아 보지 못한 다리는 애벌레의 굽은 등 같은 배와 달리 가늘다.

부푼 팔은 다리보다도 굵다.

그는 애초에 걷는 법을 몰랐다.

소년은 턱으로 땅을 딛고 두 팔로 바닥을 긁으며 앞으로 나갔다.

움직이는 속도는 느렸으나 두 시녀는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두 시녀는 음식을 소년의 입안에 붇는 일과 의자를 교체하는 일 말고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아니.

할 줄 알지만 하지 않는다.

약속한 일이 아니다.

두 시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소년은 기는 일에 능숙해졌다.

이제는 배까지 꿀렁이며 더 빠른 속도로 문 앞까지 나아갔다.

커다란 입으로 문을 먹어치우고 밖으로 나갔다.

소년은 언덕 아래로 보이는 칙칙한 도심을 향해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