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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기타 검은 고양이

2009.12.14 20:35

idtptkd 조회 수:479 추천:1

extra_vars1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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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다. 검은 고양이는 작았고, 오른 앞발을 불에 데여 걸음걸이가 특이했다. 어미의 쓰다듬을 받지 못한 검은 고양이는 털이 매우 거칠었다. 불행히도 검은 고양이는 못 생겼다. 제 형제들이 인간들에 의해 보건소를 떠날 때도 검은 고양이는 눈길조차 받질 못 했다. 어느날 말끔한 신사가 검은 고양이를 보건소에서 데려갔다. 검은 고양이는 그런 신사에게 애교를 부렸다. 그러나, 신사는 구두발로 검은 고양이를 걷어찼다. 어째서? 검은 고양이는 물었지만 대답해주지 않았다. 검은 고양이가 기억하는 건 신사의 말끔한 양복과 더러운 구두 바닥이었다. 그래도 검은 고양이는 신사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왜냐면, 신사는 유일히 검은 고양이를 선택해주었으니까. 문제는 감기였다. 꼬리를 지독히 밟힌 날, 검은 고양이는 감기에 걸렸다. 꼬리의 상처 탓에 검은 고양이의 감기는 쉽게 낫지 않았다. 꼬리에서는 썩은 내가 나기 시작했다. 검은 고양이는 열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신사는 검은 고양이가 죽었다고 생각했는지, 검은 고양이를 비닐장갑을 끼고 잡은 후, 근처 공원에 버렸다. 검은 고양이는 버려진 후에 한참을 잠들다 깨어났다. 어두운 밤에 주변이 조용하자 무서웠다. 아직도 열이 나는 몸을 이끌고, 밝은 곳으로 향했다. 벌레들이 가득한 가로등 밑으로 갔다. 근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버린 우유가 있었다. 우유는 하앴다. 검은 고양이는 흰 우유를 보면서 생각했다. ‘만약 내가 흰 우유를 먹으면, 하얀 고양이가 될 수 있을까?’ 날짜가 지난 우유에서는 비린내가 났다. 하지만 검은 고양이는 참고 마셨다. 하얀 고양이가 될이지 모르니까. 다음날 아침에도 검은 고양이는 검은 고양이였다. 아이들이 몰려들어 검은 고양이를 괴롭혔다. 검은 고양이는 감기와 상한 우유 탓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한 아이가 검은 고양이 앞에 우유를 내밀었다. 검은 고양이는 힘겹게 우유를 먹었다. 신사와 달리 따뜻한 손이 머리 위로 내려왔다. 검은 고양이가 고개를 들자, 어른의 음성이 울렸다. 저런 더러운 건 만지면 안된다는 말에 아이는 검은 고양이 곁을 떠났다. 그나마 남겨두고 간 우유 덕에 검은 고양이는 그럭저럭 지낼 수 있었다. 감기는 나았지만, 꼬리에는 흉터가 남고, 배마저 고픈 날이었다. 어느 아저씨가 검은 고양이 위로 덫을 씌웠다. 검은 고양이는 처음에는 몸부림을 쳤지만, 덫이 계속 몸을 조여와 포기했다. 아저씨는 검은 고양이를 다른 망에 넣어 어디론가 데려갔다. 아저씨가 간 곳에서는 뜨거운 열기와 익은 고기 냄새가 났다. 검은 고양이는 망에 쌓인 채 도마 위에 올려졌다. 검은 고양이는 식탁 아래에 있는 고양이 뼈무더기를 볼 수 있었다. 아저씨는 커다란 냄비에서 삶은 고양이들을 꺼냈다. 검은 고양이는 필사적으로 망을 물어뜯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저씨는 커다란 몽둥이를 들고 다가왔다. 검은 고양이는 망에 갇힌 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커다란 몽둥이가 검은 고양이를 내려쳤다. 어깨가 으스러진 것 같았다. 검은 고양이는 간신히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아저씨의 몽둥이질은 멈추지 않았다. 검은 고양이가 기억하는 건, 아저씨의 덫과 몽둥이였다. 세 번째 몽두이 질에 검은 고양이는 몸을 돌렸다. 도마를 몽둥이가 내려치고, 검은 고양이는 그대로 튀어올랐다. 벽에 걸린 못 덕에 망이 찢어지자 검은 고양이는 절뚝거리며 도망쳤다. 뛴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속도로 걸어서 강에 도착했다. 검은 고양이는 강으로 가 물을 마셨다. 물 속의 검은 고양이는 더 흉쯕했다. 검은 고양이는 한참을 강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다, 살짝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단 한 번, 따뜻했던 아이의 손을 느꼈다. 그리고 실컷 우유를 마셨다. 우유를 마실 때마다 검은 고양이는 하얗게 변했다. 아주 하얗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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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시험끝나고 분노(?)에 사로 잡혀서


30분동안 펜으로 쓴 것을 타이핑했던 것을


창작문학존이 다 n가 안 뜬 것에 슬퍼하면서


올리고 갑니다ㅠㅠ


 


아, 소설 좀 써야하는데.


 


위 소설은 내용이건 뭐건, 고양이 앞에 '검은' 안 빼놓느라 너무 힘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