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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기타 하늘을 나는 물고기

2009.09.11 23:21

다크조커 조회 수:370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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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밤 학원에서 나오니 하늘에서 무언가가 날고 있었다. 그 흰 것들은 어지럽게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문득, 가로등에 비치는 그것들을 보았다.

"치어 떼?"


 치어 떼였다. 바람을 타고 흰색의 치어 떼가 열심히 날고 있었다. 한동안 그 풍경에 매료 되어있었다. 그러나 곧 버스가 와서 시선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집안에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책을 핀 것 까지는 기억하는데 그 후에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가 눈을 뜬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연신 속으로 욕하며 나왔다.


“하...”


하얀 한숨이 하늘로 퍼졌다. 치어 떼는 사라지고 그들의 흔적이 거리를 감쌌다.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지겹도록 그리운 학교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하루하루 평범한 생활이 계속되어 어느덧 나도 원서를 쓸 때가 왔다. 그 동안의 노력은 오늘로써 마무리를 짓는 것이다. 내 꿈은 연구원이었다. 시와 글을 좋아했지만 말이다. 내가 가고 싶었던 학과는 생명공학과. 괜찮은 학교의 생명공학과 말이다. 1학년 때부터 실컷 놀고 공부도 설렁설렁해서 내 점수는 그닥 좋지 못했다. 원서를 작성하고 집으로 가던 중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을 만났다.


“와, 이게 얼마만이냐. 그동안 멋있어 졌네?”


“별로.”


반가웠지만 말을 길게 잊진 못했다. 성격 탓이었다.


“수능도 끝났겠다, 내가 오늘 쏠게. 아, 다른 얘들도 온데.”


“그래? 그럼 가자.”


그녀와 나는 길을 걸었다. 시끄러운 거리의 고요함에 눈을 감고 걸었다.


“아?”


얼굴에 차가운 무언가가 앉았다가 서서히 사라졌다. 눈을 뜨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그리운 그것이 다시 돌아와 있었다.


“오랜만이야.”


 조그맣게 속삭이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치어들은 각자의 꿈을 안고 이 지상에 내려왔다. 그리고 녹아 물이 되어 다시 돌아간다. 모든 것이 그러하다. 나라는 존재도 이 세상에서 잠시 머물 뿐이다. 지난 과거를 생각해보면 하루하루 헛되게 보낸 날이 없다. 그때 놀고, 공부하고, 싸우고, 울고, 웃고... 추억이 되어버린 그 때의 그 일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아직 나의 꿈은 저 하늘에 보름달이지만, 치어들처럼 자신의 소망을 그저 간직한 채 사라지더라도, 내가 만든 아니, 나를 만든 이 길을 나는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다 왔다.”


 그녀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저 앞에서 그리운 친구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빨리 와.”


“응”


 그녀를 따라가는 나의 입에는 아주 조금 미소가 맴돌았다.




 아직도 그 치어들은 자신의 꿈을 향해 하늘을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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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고등학생 때 쓴 소설과 시들을 모아논 가방이 있습니다. 초등학생 실내화 가방 2개 정도 분량인데,


오랫만에 뒤적이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쓴 하나의 글을 발견했습니다. 그때는 막 2학년이 되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가끔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병민이라는 친구에게 글을 보여 주곤 했습니다. 걔가 그림을


잘 그려서 가끔 삽화정도를 그려 달라고 할 때도 있었구요. 그때 그 친구에게 보여 줬던 기억이 납니다.


걔는 별로라고 했지만 말이죠.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어느 겨울 날 학원에서 나와 해가 저녁 무렵에 가로등 주변에 바람에 휘날리던 눈발들을


보고 였습니다. '학생'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살던 저는 '자유'를 원했습니다. 그저 자유로움이 아닌 무언가를


초월하고 싶은, 가끔은 인간스럽고 평범해지는 나 자신이 싫었습니다. 약간 미친거죠.(?)


 어쨌거나 이 글을 쓰던 그때의 저에게 그 '치어 떼'는 상당히 인상 깊은 풍경이었습니다. 눈들이 치어 떼처럼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로 움직이면서, 결국 땅에서 녹아버리는 그 광경을 말이죠.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고 말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제가 꽤나 기특(?)합니다. 꽤나 깊은(!) 생각을 하고 글을 쓰던 제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