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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단편]반인의 칼

2007.10.02 08:55

크리켓≪GURY≫ 조회 수:543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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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인 양달은 형산의 하죽골이라는 곳에서 살았다. 대대로 하죽골은 천한 자들만이 들끓는 곳이 었다. 그러던 중, 양달의 아비인 양감이 반인으로서 최고라 알려져 궁궐에 행하게 된다. 그 때문에 하죽골의 사람들은 양감이 자기 마을의 출신인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한다. 아들인 양달 또한 아비보다 잘났으면 잘났지 못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의 칼 솜씨는 아비인 양감의 것이 아니었다. 양감이 양달의 어릴 때부터 궁궐로 들어갔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 배워야 했다. 그의 칼 솜씨는 비록 난잡하였지만 발라낸 고기는 최고였다.
 
 양달은 몇 달 전에 아비인 양감의 죽음을 듣고 몹시 슬퍼하며 상을 지냈다. 상을 끝낸 후 몇일 뒤 사람들이 찾아와 아버지의 뒤를 이으라 요청하지만 양달은 부인하고 하죽골 반인촌에 계속해서 머물게 된다.
 
 형산 주위에 있던 마을 중에 종오현이라는 곳에 한 선비가 살았는데 그 선비의 아이가 생일이어서 직접 하죽골 반인촌에 찾아가 양달을 만나게 된다. 선비는 양달의 칼 솜씨를 보게 되었고, 궁중 반인과 같은 기술은 없었지만 난잡하게 휘둘러지는 칼 안에서 노련한 솜씨를 보게 되었고, 그가 내놓은 고기가 궁궐에서 볼 수 만 있는 최상의 고기임을 알게된다.
 
 선비의 아들의 생일잔치에 우연찮게 들린 좌참찬 대감이 놀라운 고기 맛에 반하게 되고 선비의 소개로 반인촌에 간 좌참찬은 투박하지만 노련한 양달의 솜씨에 감탄한다.
 
 좌참찬은 양달에게 다가가 말하였다.


 


 "네 솜씨가 매우 놀라우니 내가 너를 궁궐에 추천하겠다."


 


 양달은 무표정한 얼굴로 읍하고 계속 하던일을 하였다.



  한 달이 지나니 반인촌으로 포졸 여럿이 들어와 양달 앞에 서고, 누런 말 한 마리를 데려오며 말하였다.


 


 "전하의 하해와 같은 은혜로 반인 양달을 궁궐에 초대하노라."


 


 사나워 보이는 말을 들이 내밀었지만 양달은 너무 매우 쉽게 말을 다스렸다. 어릴적 하죽골을 지나는 한 노승이 어린 양달을 보고 그 관상을 읊니, 마치 범의 인상이라 하더라. 반인의 아이가 아니었다면 8도를 호령할 대장군아리 하였다. 양달은 말을 타고 곧장 도성으로 향하니, 그 길이 수백 리는 되었고 나타나는 곳 마다 첩첩산중 이었지만 말도, 사람도 지치질 않으니 하루만에 궁궐에 도착하게 되었다. 궁궐에 들어선 양달은 목욕을 하고 궁궐의 깨끗한 옷을 입고 주상을 기다렸다. 용포를 입은 주상이 나타나 양달 앞에 서니 양달은 저절로 허리를 숙였다. 주상이 흐뭇해 하며 말하였다.


 


 "좌참찬의 말로는 너의 솜씨가 전국 최고라 하니, 짐이 심입 생각하여 너의 솜씨를 보고자 하노라."


 


 즉시 소 한마리가 들어오자 양달은 소를 이끌고 관으로 향하였다. 단번에 소를 죽이고 뼈를 발라 고기를 내놓으니 그 손놀림이 전광석화의 빠르기였다. 그러나 그 모습을 대노 하며 보는 자가 있었으니 궁중 반인 고궁궈라는 자였다. 고궝궈는 투박한 칼 솜씨에 노하며 뭐라 말하려 하였지만 양달이 고기를 들고 밖으로 나가는 바람에 화를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바깥 반인이 잘해봤자 많이 하겠냐며 밖으로 나간 고궁궈는 주상의 대찬에 읍하는 양달을 보고 또 한번 대노한다. 양달에게 큰 상을 내리니, 양달은 그 상을 받고 하죽골로 돌아가더라. 고궁궈는 양달이 사는 하죽골로 찾아가니, 그곳은 양달의 소식에 기뻐하는 자들로 웅성거리기가 하늘을 찔렀다. 곧장 반인촌의 양달을 찾아간 고궁궈는 천천히 그의 솜씨를 보더니 평상을 탁하고 치며 말하였다.


 


 "어찌 그런 천한 솜씨를 보여 전하를 희롱하고, 반인의 일을 쉽게 보는 것이냐!"


 


 그러며 자기가 가져온 고기를 꺼내어 눌러썰기를 하니, 그 나온 고기를 들이밀며 말하였다.


 


 "따라해 보아라."


 


 양달은 칼을 들어 그냥 무심히 썰었다. 그러나 나온 고기의 모양은 눌러썰기를 한 고궁궈의 고기와 같았다. 하지만 고궁궈는 대노하며 말하길


 


 "어찌 눌러썰기 조차 못 한단 말인가!"


 


 그러더니 칼을 비스듬히 세워 고기를 자르고 모양을 보이며 말하였다.


 


 "이 비껴썰기를 해보아라."


 


 그러나 양달은 여전히 똑같은 칼만 무심히 휘둘렀고 나온고기의 모양은 같았다.


 


 "이 비껴썰기 조차 못하며 무슨 반인일을 한다는 말인가!"


 


 고궁궈가 대노하며 외치자 양달은 범 같은 얼굴을 들며 말하였다.


 


 "고기를 써는 일에 무슨 뜻이 있다 말하는 것이오?"


 


 "무른 반인의 일은 사람이 먹는 고기를 베는 일이다. 정성이 들어간 솜씨로 잘라도 천한 망정 그런 투박한 솜씨로 마치 살생을 하듯 휘두른 칼에 무슨 뜻이 있단 말인가!"


 


 양달은 흉흉한 기세로 칼을 탁하고 꽂더니 말하였다.


 


 "같은 반인끼리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소."


 


 "눌러썰기와 비껴썰기도 못하는 자가 무슨 반인 일을 한다는 겐가!"


 


 "반인이란 그 저 개, 소, 돼지등을 잡는 백정이오. 반인이 휘두른 칼에 무슨 도덕군자의 양심을 담았단 말인가! 반인은 고기를 내놓기만 하면 되지 무슨 기술이 필요하단 말인가!"


 


 칼을 뽑아든 양달이 무서워 아무말 못하는 고궁궈를 보며 말하였다.


 


 "나오는 고기가 최고라면 기술을 보이 않아도 그 자의 솜씨는 최고인 것이고 기술을 쓰는 자와 비교해도 똑같을 것이오!"


 


 고궁궈는 양달이 무서워 참지 못하고 도망쳤다.


 


 집 밖에는 마침 좌참찬이 있었는데 그는 양달의 말에 감탄하여 들어가 말하였다.


 


 "나에게 자네의 도를 가르쳐달라."


 


 양달을 칼을 꽂고 좌참찬 앞에 서서 말하였다.


 


 "나무꾼이 번잡하게 부를 휘두른다 하여 나무가 쓰러지지 않지 아니하고, 칼을 쓰는 자가 난잡하게 휘두른다 하여 살생을 않는 것은 아니오. 그것은 선비 또한 마찬가지니 주위의 현자를 버리고 눈에 띄기를 바라는 얄팍한 자들을 찾는 것은 잘못 된 것이오. 초야의 선비가 초라하게 산다하여 그 지식 또한 초라한 것이 아니거늘 어찌 눈에 보이는 솜씨와 외향만으로 그자의 덕을 살필 수 있단 말인가!"


 


 좌참찬은 감읍하여 양달에게 절을 하고 돌아갔다.


 


 입궐한 좌참찬은 주상에게 이 말을 알리니 주상 또한 감읍하여 양달을 면천하고 오히려 관리로 등용하려 하더라. 수많은 포졸들이 양달이 앉은 가마를 들고 주상앞에 서니 양달의 기세는 마치 대장군의 기세와 맞먹는 듯 하였다. 양달이 내려와 주상앞에 무릎을 꿇으니 주상은 말하였다.


 


 "짐이 크게 감동하여 반인 양달을 천민의 신분을 면하고 관리로 등용하여 나라와 백성에 도움을 주려 하니, 양달은 일어나 명을 받들라."


 


 그러나 양달은 대노한 얼굴로 일어나 주상에게 손가락질 하며 말하였다.


 


 "어찌 나 같은 자에게 관리의 자리를 주려는 것이오! 주상이라는 자가 수천의 백성들이 가진 각각의 능력을 보지 못하고 눈앞에 또렷히 밝혀진 실수에 대해 덮으려고 만 하니, 아! 세상아, 내가 더이상 있어서 무엇하리."


 


 주위의 모든 관리들과 포졸들은 대노하여 양달을 잡으려 하였다. 그러나 양달은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아야지 어찌 장식품 보듯 한단 말인가! 내가 그 자리에 앉으면 좋을지 모르지만 나보다 위대한 현자들은 또 어디로 묻히게 된단 말인가!"


 


 갑자기 구름이 뭉실거리더니 양달을 뒤덮었다. 포졸들이 구름을 걷어내고 나가 양달을 잡으려 보니 어디 간듯 보이지 않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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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e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