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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푸른 여름에

2007.07.20 00:03

에테넬 조회 수:535 추천:4

extra_vars1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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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여름에 어느 날이었다. 그 날은 다른 날보다 태양의 작렬하는 힘이 강렬한 것 같았다. 하지만 찌는 듯한 더위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처럼 상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햇빛을 피해 그늘로 들어가는 순간, 사람들은 천상의 세계가 따로 없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어이,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는 거야?"


 


  맑은 목소리, 이상하지만 마음에 와닿는 희한한 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갸날픈 여인이었다. 아니 갸날프다고 보기는 뭐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외형의 소녀였다. 남자 같으면서도 여자 같은, 소녀 같으면서도 성숙한 여인네 같은 분위기를 풍기면서, 그녀는 그늘 밑 의자에 앉아 있는 한 청년에게 다가갔다. 그 청년, 아니 소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동안의 사람은 눈을 들어 여인을 바라 보았다.


 


  "무슨 불만 있어?"


 


  그 둘은 잘 아는 사이었는지, 퉁명스레 이야기를 꺼내는 남자였다. 여자 역시 늘 겪던 일이었는지 일말의 표정 변화도 없이 남자 옆에 털썩 앉았다.


 


  "숙녀가 그게 뭐야? 좀 천천히 앉으면 어디가 덧나? 하여튼 이 내숭 덩어리 같으니. 어제 선 볼 때는 그렇게 내숭을 다 떨더니만."


  "불만 있냐? 본래 여자란 내숭을 적당히 떨어줘야 하는 거야."


  "누가 그래?"


  "내가!"


 


  여자의 말에 남자는 항복의 표시로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면서 그는 한숨을 길게 내쉬면서 턱을 괴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어이, 너 무슨 생각이 오늘따라 그렇게 많은 거야? 혹시 걱정거리라도 있어?"


  "당연히 있지."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강하게 위 아래로 끄덕였다. 여자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서 그것이 무엇인지 눈으로 물었다. 남자는 여인의 눈동자에서 그 호기심을 읽고는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당연히 네 녀석이 언제 시집 가냐 하는 거지 뭐. 하여튼 너란 녀석을 내 곁에서 빨리 떼어 내어야 내 짝을 찾을 텐데 말이야."


  "쳇. 그깟 언약을 가지고 뭘 그렇게 걱정을 하는 거야? 어른들끼리의 언약 정도는 그냥 가볍게 무시하면 될 거 아니야? 그냥 너 먼저 찾아서 가면 되지 뭘."


 


  그 둘 사이의 언약, 아니 실제로는 그 두 사람의 부모를 넘어선 조부모 사이의 언약이었다. 할아버지 두 분이서 멋대로 혼사 자리를 정해버렸다는,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얼토당토 않은 일을 지금 그 둘은 겪고 있었다. 여자 쪽이 짝을 먼저 찾아서 가지 않을 경우, 남자는 평생 그 여자에게 묶여서 사는, 결국 결혼을 해야 하는 이상한 약속이었다.


 


  "하아, 이래저래 골치 아파 죽겠다."


  "뭐야,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거야?"


  "글쎄, 그런 것 같기도 하면서 아닌 것도 같아. 마음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 평범한 것 같기도 하고. 뭐가 뭔지 도대체 모르겠다니까."


 


  남자의 푸념에 여자는 폭소를 터뜨렸다.


 


  "푸하하, 뭐 그런게 다 있어?"


  "넌 몰라."


  "그렇게 단정 지을 만한 근거는 있는 거야?"


  "하아, 내가 뭘 더 말하겠냐?"


 


  더 이상 말하기가 싫었는지, 남자는 의자에 쫙 기댔다. 여자 역시 그런 남자처럼 등받이에 등을 다 기대고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 따라 구름 한 점 없는, 여름이지만 여름 같지 않고 마치 가을의 하늘을 보는 것 같았다. 새들은 아름답게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고, 구름 몇 점도 유유히 흘러가는, 아름답고 평온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 둘의 마음만큼은 그렇지 못했다.


 


  "진짜 우리 둘이 결혼해야하는 거야? 소꿉친구가? 하아, 그런 말도 안 되는."


  "쳇, 내가 싫다는 말처럼 들리는 데?"


  "당연하지! 너의 그 가면을 내가 얼마나 잘 알고 있는데!"


 


  그 말에 토를 달 수 없었다. 사실이었기 때문에 여자는 할 말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그래, 자신의 거짓된 모습 속에 속아간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그 가면을 소꿉친구인 저 사람은 알고 있었다. 단지 아는 것 이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말을 말자. 하하, 그냥 어떻게 하다보면 가겠지 뭐."


  "그런 속 편한 소리 좀 그만 해주었으면 정말 고맙겠다."


  "호, 그래? 그러면 나한테 뭘 해줄 건데?"


  "아서라 아서."


 


  손을 절레 절레 흔들면서 그만두자고 말했다. 여자도 별달리 더 말하고 싶지 않았는지 눈을 천천히 감은 채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또 길게 숨을 내쉬면서, 그녀는 자신의 마음에 맺힌 무언가가 서서히 밑으로 내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거 알아?"


 


  여자가 문득 입을 열었다. 남자는 불길한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눈을 크게 뜨면서 옆에 앉아 있는 여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입을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


  "글쎄, 그거를 내가 어떻게 알겠어?"


  "그러겠지."


 


  아쉬움과 한탄이 가득 섞인 말소리, 그것에 남자는 더욱 불길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왜 이제까지 선을 봤다 하면 채인 줄 알아?"


  "그야 네 내숭 때문이겠지."


  "아니야."


 


  아무 생각도 없는 말에 여자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바람이 불었다. 모든 사태는 더욱 불안해져만 갔다. 무엇이 어떻게 흘러갈 지 남자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만큼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진실이 무엇인지 '그'라는 존재는 몰랐지만, '그의 마음'이라는 존재는 알고 있었다.


 


  "뭐야, 그러면 다 나 때문이라는 거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모기가 날아다니는 소리보다 더 작은 음성으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여자는 그 질문에 말 없이 고개만을 끄덕였다.


 


  "......."


  "......."


 


  그 둘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푸른 여름, 아름답고도 시원한 푸른 여름에 남녀 둘이 그늘 밑 의자에 앉아 있었다. 세상 모든 걱정을 가진 것처럼 슬퍼 보였지만, 그런 아픔과 슬픔은 어둠이 걷히듯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들의 푸른 여름은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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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생각도 없이 손이 가는 대로 쓴 글, 무엇을 원해서도 아니며, 무엇을 바라고 있어서도 아니며, 그저 손이 가는 대로, 타자를 누르는 나의 손이 시키는 대로 쓴 글입니다.


 


  주제 푸른 여름, 청춘과는 좀 개념이 다릅니다. 청춘은 봄을 가리키죠. 하지만 여름이다 보니 여름으로 정했습니다. 아무런 의미 없습니다. 그냥 생각나서 '푸른 여름에'라고 지어 버린 겁니다. 푸른 여름에, 무슨 일을 하실 겁니까? 이제 장마가 서서히 걷히고 작렬하는 태양과 함께 가을로 치닷는 시간이 올 겁니다. 무덥겠죠. 찌는 듯한 더위에 짜증도 날 겁니다.


 


  그 때 저는 무엇을 할까요? 나라는 사람은 이 하루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요? 문득 생각해 보면 소중한 것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 있었다, 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손이 가는 대로 쓴 글에서 더 이상의 생각은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후우, 이상입니다!!!!!


 


 


 


추신 : 사실은 퀘스트 목적에서 썼다고 말 못해.... <- 어이어이~!


 


추신 2 : 한 편 더 써야 하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