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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동화 - 악마

2008.01.23 08:02

재티s 조회 수:572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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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낮을 환하게 밝히던 해가 지고, 밤이 되어 달이 노랗게 떴습니다. 하늘이 어두워질수록 달은 노오란 달빛을 더욱 환하게 내뿜었습니다. 달은 노랗게 밝은 달빛을 어느 창문에 비췄습니다. 노오란 달빛이 치친 창문에는 침대에 앉아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어요. 침대위에 앉아있던 남자는 손목시계를 스윽 하고 보더니 잘 시간이 되었는지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잠이 듭니다. 깊게……. 깊게……. 남자는 잠이 들고, 꿈을 꿉니다. 깊게……. 깊게…….


꿈속에는, 남자가 나타나고, 산이 나타나고, 나무가 나타나고, 커다란 성이 나타나고, 새빨간 악마가 나타났습니다. 남자는 악마를 만났어요.


  "안녕? 난 악마 페티윌이야. 네 꿈속에 온 걸 환영해."


  새빨간 악마가 말했어요.


  "여기가 내 꿈속이라고?"


  “그래. 널 먹으려고 내가 이곳으로 데려왔지.”


  “이럴 수가! 날 먹겠다니! 여기서 날 내보내줘!”


  남자는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바라보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봐. 조용히 해. 아직은 아니야. 저기 성이 보이지?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떨어지기 전에 저 성까지 도착하지 못하면 그때, 널 먹어 치울 거야. 그게 내 일이거든."


  악마는 허리에 손까지 올리면서,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어요.


  "모래라고?"


  "네 위를 봐."


  남자의 머리 위에는, 모래시계가 하나 떠있었습니다. 남자가 쳐다보는 동안에도 모래시계에서는 모래가 스멀스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모래가 얼마 남지 않았잖아!"


  남자는 소리치고는, 성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어요.


  남자는 달렸습니다.


 


  성이 가까워지고 모래가 떨어지고 악마가 보이지 않게 되었어요. 그때, 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남자는 달리다가 구덩이에 빠진 아이와 눈이 마주쳤어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거기 있는 밧줄 좀 던져주세요."


  남자는 아이의 말을 듣고는, 자신의 머리 위를 쳐다봤어요. 모래시계에서는 모래가 스멀스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모래가 얼마 남지 않았거든."


남자는 대답하고는, 성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어요. 달리는 동안 남자의 피부는, 점점 빨갛게 변했어요.


 


  피부가 새빨간 남자는 달렸습니다.


  성이 가까워지고, 모래가 떨어지고, 아이가 보이지 않게 되었어요. 그때, 한 청년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남자는 달리다가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청년과 눈이 마주쳤어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거기 있는 사다리 좀 올려주세요."


  남자는 청년의 말을 듣고는, 자신의 머리 위를 쳐다봤어요. 모래시계에서는 모래가 스멀스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모래가 얼마 남지 않았거든."


  남자는 대답하고는, 성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어요. 달리는 동안 남자의 이마에는, 점점 뿔이 자라났어요.


 


  이마에 뿔이 난 남자는 달렸습니다.


  성이 가까워지고, 모래가 떨어지고, 청년이 보이지 않게 되었어요. 그때, 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살려주시오~! 살려주시오~!"


  남자는 달리다가 길가에 쓰러져있는 노인과 눈이 마주쳤어요.


  "살려주시오~! 살려주시오~! 거기 있는 지팡이 좀 주워주시오."


  남자는 노인의 말을 듣고는, 자신의 머리 위를 쳐다봤어요. 모래시계에서는 모래가 스멀스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도와주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모래가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남자는 대답하고는, 성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어요. 달리는 동안 남자의 엉덩이에는, 꼬리가 자라나기 시작했어요.


 


  엉덩이에 꼬리가 자라난 남자는 달렸습니다.


  성이 가까워지고, 모래가 떨어지고, 노인이 보이지 않게 되었어요. 남자는 성에 도착했습니다. 성에서 기다리고 있던 악마는 남자에게 말했어요.


  “내 성에 온 걸 환영해.”


  남자는 악마의 말을 듣고는, 자신의 머리 위를 쳐다봤어요.


  “내 모래를 봐라.”


  남자의 머리 위에 있던 모래시계에서는 모래가 스멀스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내 모래는 아직도 떨어지고 있다고. 난 모래가 다 떨어지기 전에 도착했어. 이제 날 여기서 내보내 줘.”


  모래는 바닥이 보일 정도로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남자의 말대로 아직도 스멀스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악마는 상관없다는 듯이 손을 올려 보이면서 말했어요.


  "이런 모래다 떨어지기 전에 도착했으니 널 먹진 못하겠구나. 하지만 내 일을 도와줄 악마가 하나 늘었으니 널 먹는 것쯤은 상관없어졌어."


  "악마가 하나 늘었다고?"


  남자가 물었습니다.


  “아직도 모르는 거야?”


  악마는 귀찮다는 듯이 남자에게 말했어요.


  "자, 잘 봐."


  악마가 허공에 손짓을 하자 시커먼 안개가 뭉게뭉게 피어나더니 안갯속에서 커다란 거울이 하나 생겨났습니다. 남자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쳐다보았습니다.


  거울에는, 피부는 새빨갛고, 이마엔 뿔이 나고, 엉덩이엔 꼬리가 자란, 악마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어요. 커다란 거울에는 남자가 달려온 길까지 비치고 있었습니다. 남자의 등 뒤에는. 땅에 쓰러져있는 노인과,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청년과, 구덩이에 빠진 아이가 보였어요. 그들을 모두 누군가 자신들을 구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구덩이에 빠진 아이와 지붕 위에 올라가 있던 청년과 길에 쓰러져있던 노인의 모습을 보게 된 남자는 그제 서야 자신이 달려오기만 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남자는 만일 자신이 꿈에서 깨어난다면, 이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으리란 다짐을 마음속으로 하고 또 했습니다.


 


* * *


 


  남자는 깨어났습니다. 창문에는 다시 환하게 햇빛이 비치고 있었습니다. 남자는 자신이 꿈에서 깨어난 것을 감사히 여기며 집 문을 나섰습니다. 꿈속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서……. 남자는 집을 나서면서 말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남을 도우며 살겠어.”


  남자는 손목시계를 스윽 하고 쳐다봅니다.


  “하지만, 시간은 금이지. 금은 곧 돈. 역시 돈이 우선이야. 남을 돕기에는 내 시간이 부족해. 내가 잘돼야 남이 잘돼는 법이지.”


  남자는 거리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리고 남자는 밤이 되어 달이 노랗게 뜰 때 까지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낮을 환하게 밝히던 해가 지고, 다시 밤이 되어 세상은 어둠에 잠겼습니다. 달빛도 새어 나오지 않는 캄캄한 밤. 달빛조차 새어 나오지 않는 밤중에, 한 남자가 침대에 누워있습니다. 남자는 눈을 감고 잠이 듭니다.


  깊게……. 깊게…….


  남자는 잠이 들고 꿈을 꿉니다.


  깊게……. 깊게…….


 


* * *


 


  꿈속에는, 남자가 나타나고, 산이 나타나고, 나무가 나타나고, 커다란 성이 나타나고, 새빨간 악마가 나타났습니다. 남자는 악마를 만났어요.


  "안녕? 난 악마 페티윌이야. 네 꿈속에 온 걸 환영해."


  새빨간 악마가 말했어요.


  "여기가 내 꿈속이라고?"


  “그래. 널 먹으려고 내가 이곳으로 데려왔지.”


  “이럴 수가! 날 먹겠다니! 여기서 날 내보내줘!”


  남자는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바라보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때, 악마의 옆에서 시커먼 안개가 생겨나더니, 안갯속에서 새빨간 악마 이외에 또 다른 악마가 나타났습니다.


  안갯속에서 나타난 악마는 남자에게 말했어요.


  "아직은 아니야. 네 모래시계에 모래가 줄기 전에, 저기 저 성에 도착하기만 하면 돼. 아주 간단한 일이지……."


 


  피부는 새빨갛고,


  이마엔 뿔이 나고,


  엉덩이엔 꼬리가 달린,


  악마가 말했습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