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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세상속에, 핏빛이야기-신호등-

2007.07.22 08:46

재티s 조회 수:572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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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을남 혼자만의 생각 -


내게 있어 빨간불은 파란불이고, 파란불도, 파란불이다.


질서……?


질서 따위는, 내 삶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파란불이 켜지면, ‘횡단보도’를 건너면 되는 것이다.


나는, 횡단보도를 건넜다.


파란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빨간불 혼자만의 생각 -


오늘, 한, 소년을 발견했다.


소년은 내가 빨간빛을 내뿜는 모습을 훤히 보고도,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반갑다. 파란불아.”


나는, 그 소년이 마음에 들었다.


 



을남 혼자만의 생각 -


오늘도 횡단보도를 건넌다.


언제나 그랬듯이, 파란불은, 날, 반겨 주었다.


횡단보도를, 반 정도, 건넜을 때였다.


순간 강렬한 빛이, 내, 눈을 자극했다.


아…….


눈이 부시다.


나는, 빛이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 저것은…….


난 노란불을 발견했다.


한밤중에, 노란불.


노란불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노란불과, 금세,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늘, 나를 반기는, 파란불처럼.


 



노란불 혼자만의 생각 -


너무나도 평범해서 늘 일상 속에 묻혀있던, 날 의식한, 한, 소년을 발견했다.


소년이, 점점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소년이 나에게, 말을 걸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지?


소년의 옆모습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년은 나를 반기는 듯했다.


그렇게, 소년과 나는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소년이 나에게 다가왔다.


 



파란불 혼자만의 생각 -


불빛을 내뿜을 시간 이였다.


내가 밝게 빛나자.


소년이 나에게 다가온다.


소년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오늘도, 나에게 다가오는 것일까.


이런 밤중에, 소년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 이였다.


게다가 오늘은, 평소에 보이지 않았던, 노란불이, 밝게 빛나는 것이 보였다.


노란불은 소년을 부르는 듯했다.


그렇게 소년과 노란불은 만났다.


 



을녀 혼자만의 생각 -


그렇게 철없던 나였는데…….


그런 내가, 어느 세, 예닐곱 살이나 되어있다니…….


나이를 먹어 갈수록 느끼는 거지만, 세상은 언제나 공부만을 강요했다.


일어나고, 학교에 가고, 학원에 가고, 잠을 자고.


오늘도, 나의 하루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지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난, 아무 생각 없이 횡단보도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한, 소년을 발견했다.


오늘은, 뭔가…….


뭔가, ‘특별한 날’ 이였을까.


오늘따라 노란불이 밝게 빛남을 느꼈다.


그 지겹던 자동차의 경적 소리도, 오늘만은 시원스레, 내 가슴속을 울려 주었다.


 



을남 혼자만의 생각 -


노란불은 밝은 빛으로 나를 반겼다


나는 어느 세, 노란불 앞에 서 있었다.


“반갑다…”


 



노란불 혼자만의 생각 -


소년의, 눈이 나와 마주쳤다.


난 소년이, 나에게 말을 걸어주길 바랐다.


늘 일상 속에 묻혀있던 나였지만, 소년이 말을 걸어주길 바랐다.


소년이 입을 열었다.


“반갑다…”


나는데 없이 들려오는 굉음에, 나는, 정신을 잃었다.


언제나, 한 번쯤은 이랬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소년이 보이질 않았다.


무슨 일일까


소년마저, 날 버리는 것일까.


 



을녀 혼자만의 생각 -


난, 모든 것을, 보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소년, 유동 밝게 빛났던 노란불, 그리고, 시원스레 내 가슴속을 울리던 자동차의 경적소리…….


 



트럭 혼자만의 생각 -


오늘도, 평소와 같이 나의 주인을 태우고, ○○으로 철군을 이송 중이었다.


밤중에 달리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


밤이란 참 좋은 거구나…….


바람이 나를 스쳐 갈 때마다, 내 가슴속에서 뭔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시원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주인이 술을 먹었는지, 아까부터 운전하는 자세가 영 불안했다.


나중엔, 꾸벅꾸벅 졸면서 운전을 하는 바람에, 앞쪽에 달린 라이트까지 켜면서, 주인이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라이트를 켜자, 저만치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한, 소년이 보였다.


소년도, 나를 발견했는지, 횡단보도를 건너다 말고, 나를 쳐다보았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주인은, 방향을 틀 생각은 안 하고, 애꿎은 경적을 눌러 댔다.


그러는 사이에도, 나와 소년의 거리는 점점 좁혀왔다.


날 빤히 아니, 내 라이트를 빤히 보던 소년이 입을 열었다.


경적이 시끄럽게 울려댔지만, 난 소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반갑다. 트럭아.”


그게 다였다.


소년은 분명, 내가 트럭임을 알고 있었을 거다.


그런데도 날보고 트럭이라 말했다.


아니.


어쩌면 나의 라이트에게, 말을 걸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주인은 애초에 브레이크라는 것을 밟을 생각이 없었나보다.


끔찍한 광경을 보기 싫었던 나는, 라이트를 꺼버렸다.


 



그리고 그, 후에는…….


 



“빠앙~!”


 



파란불 혼자만의 생각 -


이젠, 소년은 없다.


날, 파란불이라고 불러주던 소년은 더 이상,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았다.


나는, 다시 빨간불이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말한다.


‘빨간불은 정지를 뜻한다. 파란불은 진행을 뜻한다.’


나는, 빨간불, 사람들은 나를 보면 멈춰 섰다.


그런데 가끔,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을 보면, 날, 파란불이라 불러주던 그, 소년이 생각났다.


아직도 귓가에는, 소년이 내게 해줬던 말이 맴돌고 있었다.


“반갑다. 파란불아.”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다.


“나도 역시 반가워.”


 



노란불 혼자만의 생각 -


짧은 시간 이였지만, 유일하게 믿고 있던, 소년마저 날 버리다니,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믿었다……?


난, 대체 소년에게 무엇을 바라고 또, 믿었던 걸까?


단순히 나에게 말을 걸어주길 바라고 또, 믿었던 것일까?


나는, 생각해 본다.


소년이 나에게 들려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그, 목소리를…….


아아…….


날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나는 또 정신을 잃었다.


늘, 있는 일이지만, 난 하루에도 몇 번씩, 정신을 잃는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세상은 언제나, 어둠에 싸여있었다.


그래, 파란 하늘이란 것을 보고 싶다.


소년이 말을 건 이후 나에 대한 질문은 더욱 심화하여왔다.


난, 대체, 어디로 이동 중인 걸까.


내가, 도착할 곳은, 과연 어디일까.


그리고 소년이, 나에게 하려던 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난, 노란불이다.


너무나도 평범해 일상 속에 묻혀버린, 그래서, 일상 일부가 되어버린.


그저, 평범한, 노란불일 뿐이다…….


 



을녀 혼자만의 생각 -


사람들은 말한다.


‘빨간불은 정지를 뜻한다. 파란불은 진행을 뜻한다. 노란불은 주의를 뜻한다.’


트럭은 주의 따윈 하지 않았다.


분명히, 노란불이 반짝이고 있었지만, 주의하지 않았다.


사람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빨간불에 서는 사람.


빨간불에 가는 사람.


소년은 어째서, 빨간불에 건넌 걸까.


왜…….


오늘도, 나의 하루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 지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난, 아무 생각 없이 횡단보도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내 옆에서 밝게 빛나는, 노란불을 발견했다.


한밤중에, 노란불.


노란불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노란불에게 다가갔다.


“반갑다. 노란불아.”


난, 노란불이 밝게 빛남을 느꼈다.


어쩌면.


어쩌면, 노란불은 나에게, 주의를 주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밝게 빛나는 노란불, 그리고, 시원스레 내 가슴속을 울리는 자동차의 경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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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평범하고,
너무나도, 일상적인……,
화려한 세상 속에,
붉게 물든, 핏빛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