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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TC] 손님

2007.09.23 01:09

Mr. J 조회 수:620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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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 가을


 


 


 


 


집으로 돌아오다가 서늘한 바람을 만나 몸을 떨었다.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집에 돌아와 신발을 벗기 시작할 때에서야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깨달았다. 얼른 베란다의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으로 환기를 시켰다.


 


푹푹 찌는 더위가 가신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어쩐지 덥다라는 느낌이 안 덥다라는 느낌보다 강렬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올해 여름의 마지막 날들을 보내온 것 같았다.


사람마다 느끼는 점이야 다르겠지만, 나는 시원한 계절을 선호하는 편이다. 덕분에 여름은 나에게 있어 별로 반갑지 않은 손님이고, 겨울은 고맙고 반가운 손님이다.


 


겨울이 되면 지금의 기분 좋은, 서늘한 바람은 코와 귀를 에는 찬바람이 되겠지만 그건 그때 일이기도 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는 지금으로선 차라리 북극에서 속옷만 걸친 채 서 있는 편이 왠지 나을 것 같지도 않던가.


 


그때 가선 얼은 손을 뜨거운 입김으로 녹이려고 애를 쓸 테지만, 지금은 겨울이 그렇게 그립지 않을 수 없다.


 


흔히 하는 말 중에, 가는 손님은 뒤 꼭지도 이쁘다. 라는 말이 있다. 보통 집에 손님이 오면 이것저것 신경을 쓰느라 반가운 마음보단 불편한 마음이 더 많이 생기니, 손님이 집에 갈 때면 그 모습이 그리 예쁠 수가 없다는 말 같다. 그런데 지금 막 우리를 떠나려는 이 손님은 이상하게도 조금만 더 있어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조금은 드는 손님 같다.


 


잠시 기억을 돌이켜보면 일년에 한번뿐인 계절, 못 해본 것이 너무나도 많지 않은가. 일이다 뭐다 하여 해수욕도 가보지 못했고, 휴가와 방학을 틈타 여행 같은 것도 해보지 못했고, 또 불편하다고 아무 반바지 반팔이나 입고 다녀서 화사한 여름 패션을 제대로 뽐내지도 못하지 않았던가. 지금 와서 보니 후회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할 수 없다.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다음에 또 만나요!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곧 올 다른 손을 위해 준비를 해야지 않은가. 이번 만남만큼은 후회 없이 보내야 할 테니.


여름에서 놓친 것이 많다 해도 가을에는 또 그만큼 즐길 것이 많을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초인종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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