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관찰일기

2007.09.02 06:19

소엽 조회 수:623 추천:8

extra_vars1 거미 
extra_vars2 122149-1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khas 
extra_vars7  
extra_vars8  


 나는 곤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굳이 선을 긋자면 싫어한다. 혐오하고 무서워한다. 그들이 내게 해를 끼치든 아니든 그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단지 그들의 생김새만으로 나는 그들을 혐오한다.


 그놈의 쉴 새 없이 감지하느라 두리번대는 더듬이하며, 뭐든 갉아버릴 턱하며, 톱니처럼 터덜터덜한 다리며, 그들이 지닌 색채며…….


 어느 것 하나 정겨움과 거리가 멀다. 그러고 보면 외모가 중요하다는 말이 잘못된 것 만은 아닌 듯하다. 물론, 자연물 중 어떤 색채에도 뒤지지 않는 색감을 지니고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지니고 있음으로 해서 그것은 내게 하나의 두려움에 지나지 않는다. 두려울 만큼 선명하고 짙은 색채. 그것은 때론 지나치게 아름답기에 두렵다.


 그러나 곤충이라 해서 모두 싫은 것만은 아니다. 나비나 투구벌레 쪽은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나 세세히 살피다 보면 그들의 생김새 또한 내게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물론 그들에게도 배울 점은 있다. 그들은 나 같은 인간 보다 훨씬 규칙적이며 성실한 삶을 살아간다.


 거미라는 놈만 보아도 그렇다.


 녀석은 꽤나 긴 시간을 들여 집을 짓는다. 나는 그것을 시작점부터 끝까지 지켜본 일이 있다. 물론 그들은 인간이 집짓는 일을 지켜보는 일 따위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은 인간뿐이리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거미는 자신의 몸체의 몇 백배는 될 법한 집을 짓느라 오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그렇게 집을 짓는 동안 한 번도 쉬지 않는다. 정말 놀라웠다. 그리고는 집을 다 지으면 구석에 숨어 자신의 주린 배를 채워줄 어느 불쌍한 녀석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녀석이 집을 짓느라 쏟아 부은 노고 따위 관심도 없는 것이다. 그저 자신의 주변에 거미가 집을 지어 놓았다는 사실을 불쾌해 하며 그 공들인 탑을 무너트리고 만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석이 들인 시간을 무참히 무시하는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 놀라운 생명체는 인간의 그림자가 사라졌다고 느껴진 순간 다시 집을 짓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그 녀석은 내가 지켜본 바로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인간처럼 끼니를 꼬박 챙겨먹어야 일을 할 수 있는 몸이 아니라는 것 즘은 알지만 그리 쉬지 않고 일하는 녀석을 보노라면 어쩐지 내가 허기가 지는 것이다.


 어느 날 녀석의 그물에 가녀린 나비 한마리가 걸려 하늘거리는 날개를 퍼덕이며 생의 자락을 놓지 않으려 애를 쓴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다들 나비가 불쌍하다며 거미의 그물을 끊어 녀석을 날려 보내 주곤 한다.


 그러나 그 거미는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시간을 굶어가며 그 나비를 기다렸을 지도 모른다. 어째서 나비만이 불쌍하단 말인가. 물론 그 나비 녀석도 간신이 번데기에서 벗어나 막 날개를 펼치며 하늘을 날던 도중이었을 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거미의 생존을 위협해도 되는 이유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거미 또한 살기위해 애쓰지 않았던가. 나비에게 살아갈 가치가 있다면, 거미에게도 그것이 주어져야 한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거미줄에 걸린 나비를 가엽게 여기지 않게 되었다. 누군가 나비를 가엽게 여기며 놓아줄 것을 내게 동의를 구하면 거미도 먹고 살아야 함을 일깨워주었다. 거미 또한 누구보다 치열히 살아가고 있음을…….


 


---------------------------------------


그냥 심심해서 써봤습니다. -ㅇ-);;; 어쩌지! 여름이야기에 손이 안가!!! 으악!!! llllorz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38 여름이야기 [16] 소엽 2007.07.23 652
837 저격수 - 4화 34.6 2008.02.03 652
836 [단편]이별이란것은!! [2] 매력붓다 2009.04.12 649
835 [단편]어떤 이야기 [1] 악마성루갈백작 2008.12.29 646
834 X-tra episode - 내일 [4] file X-tra 2008.01.15 644
833 [단편] A4 용지 [1] 마일 2007.11.02 642
832 싸이코키네시스 [4화] 얀슨 2009.03.08 640
831 XXX-XYY Bolp. 2008.02.26 639
830 고속도로를 걷는 남자 1장 [1] JyoMOnk 2009.11.20 639
829 책 공간 그리고 손님 [6] idtptkd 2009.04.24 634
828 여름이야기 [18] 소엽 2007.07.15 632
827 [단편]크레센도 [1] 34.6 2008.01.06 628
» 관찰일기 [19] 소엽 2007.09.02 623
825 맑은 하늘은 그저 푸르기만 할 뿐 [3] file 드레곤짱가 2009.04.09 622
824 [TC] 손님 [3] Mr. J 2007.09.23 620
823 싸이코키네시스 [3화] [1] 얀슨 2009.03.05 619
822 [단편] …01…10… Liberty 2009.01.27 618
821 미친 여자 [1] 재티s 2009.03.06 618
820 저격수 - 2화 [1] 34.6 2008.01.24 617
819 [단편]MonoDrama - 여름거미 2008.01.30 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