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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여름이야기

2007.07.23 11:05

소엽 조회 수:652 추천: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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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은 서로 간에 눈치를 보다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결국 수저를 들고 열심히 입으로 밥과 반찬을 날랐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야 매한가지겠지만, 딱히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를 몰라서 열심히 단순노동에 힘을 썼다. 그러다 장태 녀석이 먼저 입을 떼었다.


 “웃으니까 예쁜 것 같지 않냐?”


 나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녀석의 말에 입안에 들었던 것을 죄다 뿜어낼 뻔 했다. 때문에 그 헛소리를 한 장본인을 불쾌한 것을 보는 듯이 눈을 흘겼다. 속으로야 온갖 욕이 난무했지만, 입 안 가득 들어있는 내용물로 인해 녀석은 험한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었다. 대신, 운효 녀석이 재빨리 입안의 것을 씹어 넘기고는 한마디 했다.


 “예쁘긴,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 이것 봐라, 소름 돋은 거!”


 녀석은 도끼눈을 하고, 망언을 한 녀석에게 자신의 팔뚝을 들이밀었다. 나는 그제야 한 명의 동지가 생긴 듯 안정을 찾고 국을 한 술 떴다. 그런 반면, 석진이 녀석은 우리 세 명의 다양한 반응을 재밌다는 듯이 혼자 히죽거리며 방관하고 있었다. 그런 녀석이 괜스레 얄미워서 한 마디 해주려는 데, 운효 녀석이 대뜸 화살을 내게로 돌렸다.


 “넌, 어쩌다가 저런 애가 좋아진 거냐?”


 “아니라고 몇 번을 말했냐? 사람이 말하면 좀 들어라.”


 쏘아대는 녀석을 향해 불쾌감을 내비치며 반박했지만, 이번엔 방관만 하던 녀석이 합세를 해왔다.


 “그럼, 왜 그렇게 신경 쓰는 건데?”


 어딘가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질문이다. 질문을 받은 나는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왜 신경 쓰는 거지?’ 그러고 보니, 나오는 답은 하나였다. 어제의 기묘한 경험 때문이었다. 다른 이유 따윈 없다. 단지, 그것 하나로 나는 그 독특한 아이에게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쩐지 녀석들에게 설명을 하자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망막하고 답답해진다. 그래서 뚱한 표정으로 입을 닫고 있기를 2~3분. 결국 흥미를 잃은 관객은 극장을 등지고 떠나버린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를 그 오묘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주인공은 관객의 뒤통수를 뚫어지게 바라볼 따름이었다.


 수업이 끝나서까지도 나는 모범답안을 찾아내지 못해, 결국 설명이고 해명이고 불가능했다. 정신이 다른 곳으로 가버린 나를 석진이 녀석이 어깨에 무게를 실어 현실로 데려왔다.


 “중간까지밖엔 못가지만 같이 가자.”


 “어? 어어…….”


 얼이 빠진 멍청한 대답에 나머지 녀석들은 하찮은 것을 보듯 눈을 내리깔며 한숨을 쉬고는 ‘내일보자.’는 말을 남기고 퇴장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타박해 보지만 이미 늦은 후회일 뿐이다.


 교실을 나서면서 계속 옆을 묵묵히 걷는 녀석이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내심 두려웠지만, 어째서인지 교정을 벗어날 때까지 일언반구도 없었다. 그것이 나에게는 마치 무죄판결만을 기다리는 피고의 심정이라 입이 바짝바짝 말라서 애꿎은 침만 연신 삼켜댔다.


 “저기 말이야.”


 “응?”


 드디어 판사의 입이 떨어졌고, 판결을 듣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사건과는 영 관련이 없는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혜미 말인데…….”


 “응?!”


 느닷없이 튀어나온 이름에, 어두운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혜미라면 분명, 녀석의 소꿉친구였다. 게다가 제대로 된 기억은 아니지만, 우리보다 한살 많은 연상인데 석진이 녀석은 ‘누나’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 때문에 그 누님에게 매번 구타를 당하면서도 말이다. 아무튼, 그 소꿉친구가 어쨌다는 건가싶어 녀석을 보았다.


 “그게…….”


 녀석은 어쩐지 말을 꺼내지 못하고 더듬으며, 가려울리 없는 머리를 긁어댄다. 어째 입장이 뒤바뀌어 버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치 없는 입 꼬리가 허락 없이 올라가려해서 슬그머니 오른손으로 가려버렸다.


 “너희 옆집에 대학생 형이 있다고 했지?”


 “어? 어어…….”


 뜬금없이 누님의 이야기를 하다말고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일단은 질문에 친절히 답해주었다.


 “그 형도 그렇게 바쁘냐?”


 연이어 계속되는 질문에 뭔가 싶던 중, ‘그 형도’라는 말에 감을 잡은 나는 의지와 한통속이 된 입 꼬리를 최대한 올리고, 눈웃음을 치며 되물었다.


 “누님이 바쁜 모양이지?”


 녀석은 질문이, 질문이 되어 돌아온 것보다도 즐거워 죽겠다는 듯 이죽거리는 내 표정을 보고 일순간 돌변해 버렸지만, 이내 포기하고 긍정한다.


 “그래, 자기는 고3도 아니면서 나보다 더 바쁘더라. 얼마 전에는 MT간다고 설쳐대더니 이번에는 또 뭘 하는지 코빼기도 안보여.”


 “흠... 옆집 형은 공관지 뭔지 라면서 연구를 해야 된다느니, 논문을 써야 한다느니 하면서 거의 폐인이야. 동네에선 거지꼴로 다닌다고 수군대는 아주머니들도 있고. 음... 뭐랄까, 일본 만화에 보면 나오는 오타쿠를 흡사 베껴 놓은 것 같더라, 야.”


 “졸업반인가?”


 “그럴걸?”


 원하던 답안지가 아니었는지, 녀석은 시든 잡초마냥 풀이 죽었다. 혜미 누님이야 신입생이니 여기저기 놀러 다닐 데도 많을 거고, 부르는 사람도 많을 거다. 그런 생각을 하니 잡초가 측은해진다. 지가 지금 날 신경 쓸 군번인가 싶기도 하고…….


 “야, 소꿉친구 좋다는 게 뭐냐. 그냥 밀어붙여! 아, 그래!”


 순간 스스로 생각해봐도 좋은 생각인 듯싶어 주먹을 쥐어 보이며 감탄사를 내질렀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녀석이 관심을 보인다.


 “뭔데?”


 “여름이니까, 수영장이나 바닷가로 같이 놀러가는 거야! 어때?”


 “수영장?”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냐는 듯이 미간을 좁히며 나를 보는 녀석에게 나는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는 듯이 싱글거리며 말했다.


 “너네는 부모님도 꽤 친하잖냐, 단체로 가는 거 어때? 그 누나 가족행사에는 안 빠진다고 전에 그랬잖아?”


 그런데 어째서인지 녀석은 이전 보다 더 시들시들해진다. 게다가 한숨까지……. 내가 ‘왜’냐고 묻기 전에 녀석이 입을 떼었다.


 “그거야, 어릴 때 말이지. 정말 갑갑하다.”


 “그런가?”


 기대했던 반응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라 결국 같이 시들시들 말라가는 우리였다.


 그렇게 묵묵히 걸어가다 보니, 어느덧 갈림길에 도달했다. 녀석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를 홱 돌아보며 씨익 웃어보이고는 가벼운 헤드록을 걸어온다.


 “걱정마라. 나는 몰라도 넌 팍팍 밀어주마. 흐흐흐흐…….”


 그렇게 귓가에 소름 돋는 웃음을 흘리고는 내 말은 듣지도 않고 뛰어가 버렸다.


 나는 사라져 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며 ‘그게 아니라니까.’라고 중얼거리면서도 오해가 반복이 되자 왠지 스스로도 뭐가 뭔지 모르게 되어 버린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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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님의 강의를 보고 나름 '용'을 써봤는데, 인칭.. ㄱ- 거 되게 어렵네요;;


[녀석]←요거말고 바꿀만한 게 적절히 떠오르지 않는 부분이 많군요; 안습...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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