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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여름이야기

2007.07.15 09:05

소엽 조회 수:632 추천: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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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애는 마치 우리는 없는 사람인 양, 시선 한번 주지 않고 잘도 먹어댔다. 나는 그 애가 먹는 모습을 곁눈으로 지켜보다가 위화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이유를 깨닫는 데는 5초도 걸리지 않았다. 다름이 아니라 밥과 반찬의 양이 나나 석진이 그리고 운효와 별 다를 것이 없었던 것이다. 장태는 우리들 사이에서도 많이 먹는 녀석이니 빼더라도, 여자애 치고 우리랑 양이 비슷한 경우를 보지 못한 나는 그만 질려버리고 말았다.


 딱히 남녀차별을 거론하고자 함은 아니지만, 여자애는 좀 더 내숭을 떨 필요가 있다는 것을 그 애를 보고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어제 본 귀신처럼 하늘하늘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마치 훈련 끝나고 식사하는 운동선수처럼 그 정도의 양을 먹어대는 것은 너무하지 않은가.


 나는 한숨을 쉬며 녀석들을 살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녀석들도 나와 같은 심정인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내 시선을 감지한 석진이 녀석이 곤란한 듯 웃어보였다. 어째 속으로 내 취향이 독특하다느니 하는 생각을 할 것 만 같아서 나는 같이 웃어줄 수 없었다.


 이래저래 눈치를 보다가 숟가락을 들었다. 그러나 떨어진 밥맛을 되돌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어서 깨작깨작 거리던 중 운효 녀석이 입을 열었다.


 “니들 그거 아냐?”


 우리는 ‘뭐냐’는 시선을 녀석에게 보내며, 잠시 수저를 멈추었다. 물론, 옆의 여자애는 계속해서 밥을 먹고 있었지만 말이다.


 “우리가 실은 도시락을 싸다닐 뻔 했다는 거 말이야.”


 “아아~ 나 그거 알아.”


 운효 녀석의 말에 장태가 끼어들었다.


 “우리 학년만 보충 수업하니까 식당 측에서 급식 안하겠다고 했었다며?”


 장태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짜증스럽다는 듯이 운효의 동의를 구했고, 나는 그 말을 듣고 ‘더워 죽겠는데 도시락을 싸다니라고 했단 말인가’하는 생각에 절로 인상이 써졌다.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지만, 식당 측에서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장사’지, ‘자선사업’ 따위가 아니니까…….


 “응.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식당 밥을 먹게 된 게 누구덕인지도 아냐?”


 운효는 장태를 힐끔 보며, ‘이건 모르겠지?’라는 듯이 씨익 웃어보였다. 그러자, 장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걸 본 운효 녀석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게 다 민기 덕이라고.”


 운효 녀석의 말에 나는 무슨 소린가 싶어서 눈을 치켜뜨다가, 그 순간 깨달았다. 녀석이 말한 민기는 나랑 이름이 같은 2학년의 학생회장인 이민기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 이민기란 녀석의 어머니가 부녀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데, 좋게 말하면 수완이 좋은 분이고 나쁘게 말하면 속된 표현으로 치맛바람이 센 분이다. 뭐, 어쨌거나 그 덕분에 우리는 무거운 짐 하나를 덜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이 더운 여름에 방학을 고스란히 반납하고 학교에 나와야 하는 것도 서러운데, 도시락까지 싸다녀야 했다면 우울해진다. 어머니라면 흔쾌히 맛있게 싸주시겠지만, 요는 도시락의 질 문제가 아니다.


 “감사해야겠네.”


 석진이 녀석이 피식 웃으며 나를 보자, 다른 녀석들도 실실 거리며 웃었다.


 “고맙다. 민기야~”


 녀석들이라고 내가 아는 사실을 모르진 않았다. 단지, 날 놀리려고 해대는 것이다. 녀석들의 능글대는 웃음에 쓰게 웃고 있는데, 옆 자리의 의자가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뒤로 빠졌다. 고개를 돌리니 그 애가 언제 다 먹은 것인지 밥이고 반찬이고 싹싹 비워 깨끗해진 식판을 들고 일어서서 막 가려고 하고 있었다.


 대체 그 많은 양을 언제 다 먹은 것인지 황당하기 짝이 없어서, 나는 망연자실하고 그 애가 돌아서 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석진이 녀석이 그 애를 불러 세웠다.


 “야, 하진영!”


 나는 지금에서야 그 애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하진영이라는 이름이었구나.’하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이름을 녀석들에게서 듣지 못했다는 것이 은근히 화가 났다. 아무튼, 하진영은 석진이가 부르는 소리에 우리 쪽을 돌아다보았다. 역시나 무표정…….


 게다가 돌아봤으면 으레 나왔을 ‘왜?’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역시 쟤는 어딘가 독특한 구석이 있다. 석진이 녀석도 예상하지 못한 반응인지 약간 당황한 듯 보였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을 이었다.


 “아. 실은 민기 녀석이 너한테 할 말이 있단다.”


 나는 녀석의 말에 놀라서 튀어나올 것처럼 커진 눈을 하고 녀석을 보았다. 그러자 녀석은 턱으로 ‘빨리’라는 듯이 하진영을 가리키며 눈치를 주었다.


 물론, 어제의 일에 대해서 묻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런 곳에서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도 않았거니와 뭘 어떻게 이야기해야할지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나는 녀석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장승마냥 앉아서 녀석을 원망스럽게 쳐다볼 따름이었다.


 그것을 본 운효 녀석이, 딴에는 나를 돕겠다는 뜻이었겠지만, 대뜸 한다는 소리가…….


 “민기가 너 좋아한단다.”


 라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 놀라, 얼굴이 벌개져서 녀석에게 작은 소리로 외쳤다.


 “야 인마, 너 미쳤어?!”


 나는 그렇게 녀석에게 소리친 뒤에 하진영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하진영이 약간 어이가 없다는 듯, 엷게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두말할 것도 없고, 녀석들까지 하진영의 반응에 얼어버렸다. 언제나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하진영이 웃다니, 완전히 세상에 이런 일이였다!


 얼빠진 우리를 뒤로하고 하진영은 그대로 돌아서서 가버렸다. 하진영의 뒷모습을 보는 것이 이번이 세 번째인데, 하나같이 내가 어안이 벙벙해지는 것은 왜일까를 자문하면서 나는 뭔가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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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내용이 하나같이 짤막합니다...ㄱ- (먼산)
'아무도 안 보면 어쩌지'하고 있습니다. lllorz
팬픽도 써야하건만 '파박'하고 써내지 못하는 제 자신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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