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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PANDEMONIUM

2008.05.22 10:56

Rei 조회 수:920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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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t. Bone


 


이지도르 식세어의 보고서 《롬 멜롬의 지옥》 41~84p 中 발췌.


 


롬 멜롬의 수기를 볼 때 유념해야 할 점은 그의 수기엔 과장된 묘사는 없지만 축소된 것은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독자에겐 무척이나 애석한 일일수 없다. 가령 예를 들면 롬 멜롬이 검게 불타는 사막을 지날 때의 감상을 보면 그가 지나치게 사람들의 고통 받는 모습을 피하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그의 편력에서 해석 할 수 있는데, 이름을 밝힐 수 없는 그의 절친 친우의 말에 의하면 그는 어릴 적 화상을 입어 불이나 뜨거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열사의 사막의 모습을 외면한 것은 고의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러하듯 롬 멜롬이 뼈의 산에 도착 했을 때의 모습에도 이와 유사한 점을 살펴볼 수 있다. 분명 롬 멜롬은 피의 호수에선 악마가 권하는 술 -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 음료가 술이라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분명 롬 멜롬의 수기엔 ‘증류하여 만든다.’ 라고 적혀있는데 이는 술 이외에 다른 음료를 만드는 것을 생각 할 수 없다. - 을 호기롭게 마시지만, 뼈의 산에선 악마가 권하는 수액을 마시지 않는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의견이 분분한데 첫째는 그가 수액을 마셨음에도 두 번이나 악마의 유혹에 넘어간 것에 대해 부끄러운 나머지 두 번째는 의도적으로 은폐, 축소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롬 멜롬은 수액을 마시지 않았으며, 애초에 이렇게 은폐할 작정이라면 언급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천장이 막혀있기에 낮과 밤을 구별할 수 없는 지옥에서는 당연하게도 시간관념이 애매모호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확인 할 방법은 딱 하나, 악마에게 물어보는 것인데 롬 멜롬은 자신이 악마에게 무언가 부탁한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표표한 걸음걸이로 호수를 반 바퀴정도 빙 둘러본 롬 멜롬과 악마는 괴물의 아가리처럼 생긴 동굴 앞에 멈춰 섰다.


한동안 멋드러진 자세로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흐음.’하는 소리와 함께 장고(長考)를 하던 악마는 막대사탕처럼 생긴 지팡이의 손잡이 부분을 빙글 돌려 지팡이의 끝이 롬 멜롬에게 향하도록 뻗었다.


 


“선생, 지팡이를 꼭 잡으시오. 이곳을 그냥 지나는건 위험하지만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을 때 까지 기다리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그냥 가야겠소. 그리고 당부하는데 이 동굴 안에선 눈을 뜨면 안 되오.”


 


롬 멜롬은 고개를 끄덕이며 악마가 내민 지팡이의 끝을 생명줄이나 되는 양 힘껏 쥐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동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악마가 눈을 뜨지 말라고 한 충고가 우스워졌다. 어차피 이 동굴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테니 눈을 감으나 뜨나 똑같을게 아닌가?


하지만 악마와 거래를 하는 것처럼 미련한 일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악마의 충고를 무시하는 것도 만만찮은 바보짓이다. 악마들은 사람을 골탕 먹이고 파멸시키는데 희열을 느끼긴 하지만 그들은 절대로 그릇된 충고는 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의 충고를 이겨낼 수 없을 만큼 탐욕을 자극시킬 따름이다.


롬 멜롬은 악마가 동굴로 한 발자국을 내딛는 순간 눈을 꼭 감았다. 악마와 그의 거리는 불과 서너 발자국. 따라서 악마가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면, 그는 세발자국 뒤에 동굴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밖에서 볼 때는 빛이라도 삼켜버릴 것처럼 입을 쩍 벌리고 있던 동굴은 안으로 들어가자 강렬한 빛이 눈꺼풀을 뚫고 들어와 망막을 찔렀다. 그와 동시에 귓가로 흘러오는 감미로운 음악은 이곳이 지옥이라는 것을 잠깐이나마 잊게 만들만큼 고혹적이었다.


롬 멜롬은 눈을 뜨고 싶은 욕망을 참아내느라 오줌이 지릴 정도였다. 몇 번이나 실눈을 살짝 뜨려는 시늉을 하던 그가 마침내 점점 멀어지는 노랫소리에 치밀어오르는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떳을 때 악마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운이 좋구려 선생. 다행히 여긴 동굴 밖이라오.”


 


롬 멜롬은 대경하여 뒤를 돌아보니 자신의 왼발 뒤꿈치가 동굴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동굴은, 처음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켜켜이 쌓인 어둠만이 두터운 휘장을 드리우고 있었다.


잠시 넋을 놓고 있던 롬 멜롬은 자신이 아직까지 악마의 지팡이를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곤 얼른 손을 떼었다. 그리고 몇 번이고 주저하다가 악마에게 질문을 던졌다.


 


“도대체 저 동굴안엔 뭐가 있는거요?”


 


악마는 역시나 그 질문을 할 줄 알았다는 듯 낄낄거리며 대답했다.


 


“사람을 유혹하여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거짓된 뱀의 빛과 추악한 세이렌의 망령들이 있소. 선생이 만약 동굴 안에서 눈을 떴다면 아롱거리는 빛에 현혹당해 다시는 지상으로 나가지 못했을 거요.”


 


악마의 대답을 들은 롬 멜롬은 소름이 돋는 팔을 벅벅 긁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다시 길을 향해 빙글 돌아선 악마는 피의 호수에 있던 때와 마찬가지로 기묘한 속력으로 구물구물한 길을 따라 걸어갔다.


기분 나쁘게 꼬부라진 풀밭을 걷고 있던 롬 멜롬은 어느새 검회색의 모래가 좌우로 깔린 사막에 도착해 있었다.


짙은 검은색의 태양이 떠 있는 사막은 한편의 흑백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시계가 이상했다. 검게 깔린 사막의 바탕엔 부조화하게 채색된 사람들이 자신의 머리통만한 쇠구슬을 발목에 매달고 힘겹게 걷고 있었다. 간혹 지쳐 쓰러진 사람이 있을 때 마다 기다란 채찍을 들고 감시를 하던 악마가 사정없이 그 사람을 후려쳤다.


게다가 그냥 모래밭을 걷고 있는 사람들도 땀을 뻘뻘 흘리며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을 보아 열기가 무척이나 강한 듯 했는데, 롬 멜롬은 자신이 서 있는 사잇길엔 아무런 열기가 전해지지 않는 다는 사실이 굉장히 놀라웠다.


 


“가십시다. 선생. 이런곳에서 지체할 시간이 없소.”


 


악마는 롬 멜롬을 다그치며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한동안 사막을 걷는 동안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 풍경은 악마가 걸음을 멈췄을 땐 새하얀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선 숲의 초입으로 변해 있었다.


 


“뼈의 산에 오신 걸 환영하오. 선생.”


 


악마의 말을 들은 롬 멜롬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리도록 새야한 나무들은 어딘가 모르게 섬뜩한 느낌을 주고 있었는데, 악마의 말마따나 이곳은 뼈의 산이니 나무들이 뼈로 이루어진 모양이었다.


십여미터는 훌쩍 넘어서는 나무들은 잎사귀 없는 가지만이 앙상하게 삐쳐나와 있었다. 가지의 끝은 창처럼 날카로워 손끝만 대도 피가 날 것 같았다.


그리고 좀 더 자세히 나무를 살펴보니 나무의 표면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걸 발견했다. 롬 멜롬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매끈한 나무껍질을 주시했다.


 


‘Help me, please!'


 


표면에 끊임없이 나타났다 사리지는 그것은 바로 글이었다. 나무로 변한 사람들은 말을 하지 못하는 대신 자신의 몸에 글을 새겨 의사를 표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롬 멜롬은 문득 뼈의 산이 기분 나쁠 만큼 조용하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으레 산이라면 절대로 소음이 멈추는 일이 없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가지들이 부대끼는 소리, 풀잎이 스치는 소리, 하다못해 산짐승이나 벌레가 우는 소리 등.


하지만 이곳 뼈의 산은 마치 소리를 삼키고 있는 것처럼 무거운 적막만이 산비탈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좀 더 올라갑시다. 선생. 저 위에선 수액을 채취하고 있으니 좋은 구경거리가 있을 거요.”


 


악마는 롬 멜롬의 어깨를 툭 치며 산비탈을 따라 올라갔다. 롬 멜롬은 울퉁불퉁한 길 때문에 걷는 것이 고됐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묵묵히 걷기만 했다.


산을 절반쯤 올랐을까? 왜 이리 산이 울퉁불퉁한지 궁금했던 롬 멜롬은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 순간 너무나 놀란 롬 멜롬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넘어지고 말았다.


 


“히, 히익! 이게다 뭐요!”


 


롬 멜롬은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사람의 얼굴을 가리키며 물었다. 지금껏 흙이나 돌덩이로 생각하고 있던 바닥은 사람의 사체 같은 것이 모여 이루어진 거대한 덩어리였던 것이다. 악마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보시다시피 사람이오. 이 사람들의 피와 뼈는 나무가되고 살은 자양분이 된다오. 몸을 뚫고 올라간 나무는 그것이 몸 밖으로 노출된 것만으로도 끔찍한 고통이 따른다오.”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궁금하시다면 직접 물어보시구려.”


 


침을 꿀꺽 삼킨 롬 멜롬은 자신의 옆에 있는 나무를 보며 말했다.


 


“무슨 죄를 지어서 이리 되었소?”


 


롬 멜롬의 말을 들은 나무의 표면이 거칠게 떨리더니 그가 받는 고통이 그대로 전해지듯 파격적으로 생긴 문자가 떠올랐다.


 


‘남편을 잃은 과부에게 사기를 쳤습니다. 제발 이 고통을 멈추게 해주십시요!’


 


롬 멜롬이 악마를 돌아보았다. 악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여기는 사기죄를 범한 자들이 고통을 받는 곳이라오. 타인의 마음을 난도질한 자들은 그에 걸맞게 자신의 살갗에 감춰진 뼈를 끄집어내 고통을 받는다오.”


 


롬 멜롬은 멍하니 늘어선 뼈의 나무들을 보았다. 파도치듯 일그러지는 표면을 바라보고 있자니 기분이 언짢았다. 글로서밖에 자신의 고통을 표현하지 못하는 그들의 속마음은 한 평짜리 감옥에 갇힌 것처럼 답답할 것 같았다.


묵묵히 나무들을 바라보던 롬 멜롬은 다시 악마를 돌아보며 눈짓으로 출발하자는 신호를 보냈다. 악마는 두말하지 않고 다시 산을 타고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정상에 다다랐을 때 롬 멜롬은 기괴한 소리를 들었다.


마치 쇠와 쇠가 마찰을 일으키듯 ‘끼긱, 끼긱’ 거리는 소리였는데 그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 보니 악마들이 하얀 톱을 들고 뼈 나무의 표면을 자르고 있었다. 모골이 송연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흠집이 난 나무들은 피처럼 빨간 수액을 내놓았다. 악마는 손 전체에 수액을 묻혀 낄낄거리며 웃다가 입 안으로 손을 쑥 집어넣어 수액을 빨아먹곤 했다.


좀 더 과감한 악마는 나무에 구멍을 뚫어 그곳에 입을 대고 석수(石水)를 마시듯 수액을 빨아먹고 있었다.


 


“선생도 마셔 보겠소? 새콤한 맛이 일품 이라오.”


 


롬 멜롬을 인도한 악마는 조그만 악마가 끼엑끼엑 소리를 지르며 접시에 담아온 수액을 가리키며 말했다.


롬 멜롬은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거절했다. 일전에 호수의 물로 만든 기괴한 음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먹었으니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눈앞에서 만드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는 바에야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악마는 후회할거라고 말하며 꿀꺽꿀꺽 수액을 들이켰다.


 


“적당히 목도 축였으니 이번엔 다른 곳으로 가봅시다.”


 


악마는 한결 가벼워진 걸음으로 나는 듯이 산비탈을 타고 내려갔다.


 


-------


 


진짜 얼마 안남았다 ㅡㅡ;


 


비정기 연재로 할려고 마음먹었는데, 더 매직 쓰는게 마땅찮아지니 이것만 쓰는것 같습니다.


 


계획상으론 최장 두달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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