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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정의는 킬러가 지킨다

2008.01.07 09:40

우중낭인 조회 수:883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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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일이다. 아까 아침 식탁 앞에서 봤던 엄마의 눈가에 멍이 오늘 따라 유난히 컸기 때문인지, 아님 매미 떼의 숫자가 늘어나 날 둘러싼 웃음소리가 더 시끄러워져서인지, 뚜렷한 이유는 잘 모른다. 하지만, 분명 오늘은 무언가 다른 것이다. 이제까지 내가 제대로 무언가를 알았던 적이 없던 것 같지만, 그래도 이것만은 확신이 간다.


 장마는 이제 끝났는데 그 품속에 몰래 숨겨 놓았다가 꺼내어 남긴 무더위는 여기, 서늘한 그늘 아래인 학교 뒷산 무덤가까지 찾아와 열 올린다. 주먹 맛이 제법 매서운 파리왕 베엘제붑은 내 짧은 머리채를 뽑을 듯이 그러쥐어 아래로 자꾸 숙여지는 내 고개를 지탱시켰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명치를 퍼억퍽 갈겨댄다. 주먹을 휘두르는 베엘제붑의 팔등과 손등에는 그의 작위에 걸맞게도, 짧지만 무수히 성긴 새까만 털들이 뒤덮혀 있었다. 베엘제붑의 일그러진 이마는 맺힌 땀으로 누렇게 반들거렸다. 조금 떨어진 곳에 쪼그려 앉아서 우릴 잠자코 지켜보던 대공작 아스타로쓰와 교활한 파괴자 메피스토펠레스도 하릴 없이 연신 손부채질을 하다가도 셔츠자락으로 얼굴의 땀기를 닦았다. 그런데 불쑥, 그런 그들을 향해 기묘한 감정이 고개를 쳐든다.


 정말로 이건 이상한 일이다. 고등학교에 올라온 지 1년이 넘는 동안 일과처럼 겪은 이 상황이, 이젠 평소처럼 무섭거나 아프지도 않는 것이다. 도리어 더운 날에 땀 뻘뻘 흘려가며 애써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파리왕이나 파리왕에게 불려 나와서 지겨운 재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지옥의 두 실력자의 모습이 처량하고 불쌍하게까지 느껴진다. 뭐가 그렇게 화가 났는지 잔뜩 흥분한 거대 파리가 무어라 욕설을 왱왱쩝쩝 씹어뱉었다. 그리곤 결정타를 내 복부에 찔러 넣었다.


 불현듯 의뭉스럽다. 과연 이런다고 땀이 증발하고 미간에 잡힌 주름이 펴지기라도 하나. 스치는 바람결에 더위가 부드럽게 쓸려 나가 버리기라도 하나. 아니라면 다시 천국에라도 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분명, 그런 것 같진 않은데. 더 안 좋아 보이는데. 근데, 왜, 그걸, 모르지?


 숨이 답답해지고 속에서 커다란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별안간 느껴진 그 위험스런 감각에 깜짝 놀라있을 쯤, 베엘제붑의 목소리가 귀를 쑤셨다.


 “더워.”


 난 어느 샌가 땅 위로 쓰러져 있었다. 베엘제붑은 버어 벌어진 내 입에다 가래침을 뱉으려 했지만, 조준이 빗나가서 다행히 코 아래에 맞았다. 그 가래침에서 역한 향이 풍기는 듯하다. 아, 지옥의 독향.


 “야, 빨랑 내려가자, 시바, 익겠다 익어.”


 “후딱 좀 끝내지 거 새끼 승질은… 야 내 팔뚝 봐봐. 노릇노릇 구워졌어.”


 마왕 패거리는 히히덕 거리며 금방 사라졌다. 누구도 돌보지 않아 잡초가 무성한 세 봉우리 무덤가 아래에 누워있는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안도했다. 다행이라고. 그들이 얼른 내 앞에서 사라지지 않았으면, 자제력을 잃은 내가 어떤 큰일을 터트렸을 지는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네 생각이 맞아. 큰일 날 뻔했다.”


 어디선가 귀에 익은 기타 연주 소리가 들려왔다. 난 겨우 고개를 꺾어 내 얼굴 가까이에 있던 봉우리 위에 앉은 한 남자를 발견했고, 그 즉시 난 ‘억’소리 나게 놀라고 말았다. 그가 이 무더운 날 베이지색 롱코트를, 그 안으로는 흰 긴팔 티와 멜빵바지를 입었음에도 전혀 덥거나 답답한 기색이 없단 사실만이 날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었다. 내가 놀란 건 그가 바로 ‘레옹’이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서야 지금 내 귓가를 흐르는 멜로디가 레옹의 테마곡이란 것을 상기해냈다.


 “넌 방금 어떤 경계를 넘어서기 일보 직전이었어. 운이 좋았다. 그 애들도, 너도. 만약 그렇게 됐으면 그 애들도 무사하진 못했을 거고, 나도 마냥 두고만 보진 않았을 테니까.”


 봉우리 위에서 내려온 레옹은 내 바로 앞까지 천천히 걸어오면서 그렇게 말했다. 동그랗고 까만 선그라스를 쓴 레옹의 턱에 돋아난 털은 여전히 거칠어서 그 특유의 고독함이 진하게 묻어나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감미롭고 서글픈 기타선율은 충격에 아직도 떨고 있는 내 폐부를 휘젓고 있었다. 난 잘 움직이질 않는 몸을 억지로라도 일으켜 상체를 세워 앉았다. 입술로 흘러 내려오는 진득한 가래침을 훔쳐내고 레옹을 올려다봤다. 그리고는 물었다. 당신이 정말 레옹이 맞냐고.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데, 짐짓 물어 본 것이다. 눈 앞에 서 있는데도 현실감이 지극히 아득해서.


 레옹은 선글라스를 벗고 특유의 졸려 보이는 눈매를 몇 번 끔뻑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음, 맞긴 한데. 날 알고 있니?”


 그의 입에서 확답이 떨어지자마자, 방금부터 흉부 근처에서 머물던 흥분이 단숨에 목 위까지 넘어왔다. 당신을 안다고, 당신이 최고의 킬러인 것을 안다고, 그리고 나는 당신을 정말 존경하고 있다고, 우리 집에는 당신이 나오는 비디오가 있고 그걸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몇 번이나 돌려봤는지 셀 수 없을 정도라고, 그런데 마틸다는 어디에 있냐고, 아 정말 꿈만 같다고, 그렇다고, 그런 거라고- 하는 말들을 잇달아 토해냈다.


 “음, 그거 참 고맙구나. 그리고 마틸다는,”


 레옹은 뚱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몇 번 긁적였다.


 “우유 마시다 체해서 지금은 집에 누워 있어”


 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푸념조 비슷하게 답하는 레옹을 보며 난 그렇군요 하고 옅게 수긍했다.


 “그거야 어쨌든, 난 널 도우러 왔다.”


 아직도 묻고 싶은 게 한 아름이었는데, 선글라스를 다시 착용한 레옹의 진지하고 무거운 기세에 눌려 입을 다물었다. 레옹은 까칠한 턱을 잠시 쓰다듬다가 이야기를 꺼냈다.






 학교가 소재해있는 번화가에서부터 인적 드문 교외에 위치한 우리 집까지 가려면 버스를 세 번 갈아타야한다. 그리고 방금 마지막 버스를 탔다. 이제 십분만 더 가면 된다. 집 근처에도 분명 다른 학교가 있는데도, 어쩐 이유에선지 아버지는 날 이렇게 멀리 보내신다.


 언제나처럼 승객이 몇 없었다. 난 뒤쪽에서 세 번째 오른편 창가에 앉길 좋아한다. 이 자리에서 보는 창밖 풍경이 제일 익숙하게 느껴진다. 실은 풍경이라곤 성기게 난 잡초 같이 드문드문 난 헌집들과 나무와 논밭, 그것들 위에 턱을 괴고 누워 하루하루 새로운 표정을 짓고 이쪽을 내려다보는 하늘뿐이지만, 어쨌건 좋았다. 하지만 오늘은 별로 좋을 것도 없다. 심장이 콩닥-거리고 그날 모든 방송이 다 끝나서 멍하니 헤 침흘리고 있는 텔레비전 같이 멍해진 내 머리에 주위의 어떤 정경도 담기질 않아서 그렇다. 그저 3배속으로 카세트를 틀어놓은 듯한 템포로 아까 그 믿을 수 없는 대화가 반복해서 들려온다.


 레옹은 내게 말했다. 너는- 그러니까 나는 레옹을 뒤이을 정의의 킬러가 될 운명을 타고났다고. 난 너무 놀라서 헉 소리를 내며 크게 몸을 휘청거렸다. 레옹은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런 나를 바보 같은 세상이 가만히 놔두지 않고 있다 했다. 애초에 세상은 변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게으름뱅이라, 착하고 올바른 것은 원하지도 않고 무척 싫어한다는 이야기다. 그러한 것들이 있으면 지금 몹시 더럽고 비뚤어져 있는 세상은 스스로를 바꿔야하므로, 그게 번거로웠던 것이다. 그런 바보 같은 세상이 날 자극시켜서 망치려 하고 있다. 그리고 아까 내 상태는 킬러로서의 능력이 잘못된 방향으로 발현되기 직전이었던 것. 그렇게 되면 날 괴롭히던 악마들은 무사하지 못했을 뿐 더러 나는 이성이 배제된 무차별 살인마가 되어버린다고 했다. 살인마라는 명찰을 달게 되면 세상은 날 정당해 보이고 손쉬운 방법으로 없애버릴 거다. 그 얘기를 듣고 난 무서웠다. 아, 세상은 날 둘러싼 악의 세력이었어. 난 복받치는 서럽고 쓰린 울음을 안으로 밀어 넣으며 레옹에게 물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되나요. 레옹이 그랬다.


 - 인내해라. 올바른 힘이 네게 주워질 때까지. 너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난 꼭 그러겠다고 다짐했다. 회상을 끝마친 난 그래서, 거대한 사명감에 가슴이 뛰어 어깨마저 들썩일 지경이고 자꾸 자꾸 입에서 웃음이 새어나갈 것만 같다. 지금 저 앞에 앉아 있는 성질 나빠 보이는 할머니랑 뽀글머리 아줌마는, 내가 레옹의 후계자인 차기 ‘정의의 킬러’라는 것을 알까? 아마 평범한 사람들은 모르겠지, 이런 기분. 그렇겠지. 자랑스럽게 콩닥 거리는 왼쪽 가슴께에 손을 얹었다. 과연 내 심장은 이렇게나 맥동하고 있구나. 새삼 깨닫는다.


 그렇게 들떠있다가 하마터면 버스에서 내릴 정류장을 놓칠 뻔했다. 이내 인도에 내려서는 정류장 바로 옆에 난 비포장 길로 들어섰다. 논밭을 양쪽에 두고 펼쳐진 길을 따라 쭈욱쭈우욱 가다 보면 집 두 채가 나오고, 그것을 지나면 이제 곧 목공소가 보인다. 전기 톱날 갈리면서 돌아가는 소리가 한창이었다. 아버지가 아직 일하시는 중인 모양이었다. 오늘은 괜히 기분이 좋아서, 어디 한 번 아버지에게 돌아왔다며 인사를 건네 볼까 하다가, 그런데 아버지가 대답 대신 전기톱으로 내 머리나 목덜미를 통나무 자르듯이 갈라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렇더라도 텁텁한 톱밥은 공중에 흩날릴까.


 별로 궁금할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괜한 일 그만두고 집으로 직행하기로 했다. 우리집은 이 목공소 뒷채에 딸린 작은 건물이다. 회색 칠이 벗겨진 가벼운 철제 문을 열며 현관으로 들어섰다.


 "네, 다녀와흡니다."


 신발을 벗기 전에 인사부터 했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조금 먼 곳에서부터 돌아 들어오는 듯한 전기톱 소리만이 대답 없는 공간을 틈 없이 메꾸었다. 마치 우리 집을 둘러 싼 어떤 괴물의 거친 호흡인 양, 예전부터 나를 불안하게 만들곤 했다. 그러나 이미 일상화 된 그 소리에 어떤 저항을 할 생각은 더는 들지 않는다. 아니, 실은 차라리 이 소리가 끊기질 않았으면 한다. 소리가 끊기고 나면, 어김 없이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시니까.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섰다. 일상화 된 괴물의 호흡 사이로, 부엌에서 수돗물 쏟아지는 소리와 식기 부딪는 달그락거림이 들려왔다. 거실을 지나쳐 부엌으로 들어서자 설거지 하고 있는 엄마의 뒷모습이 시야에 잡혔다.


 "네, 다녀와흡니다."


 "그래."


 힘 없고 희미한 목소리로 엄마는 뒤도 돌아보지 않으신 채로 답해주셨다.


 "네, 엉마, 네, 오느리요, 네……."


 "방에,"


 여전히 작게, 그러나 괴물의 목젖도 뚫어 버릴 만치 단호하고 확실한 어조로 엄마는, 여전히 뒤도 돌아보지 않으시고 말씀하셨다.


 "들어가."


 "…네, 알게흡니다, 네."


 난 눈을 빠르게 끔뻑끔뻑거리며 입술을 옴찔댔다.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레옹과의 만남과 내 정체에 대해서 엄마에게만은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엄마는 오늘도 바쁘신 거다. 그래서 하릴없이 부엌에서 나와 내 방으로 들어갔다.


 뒷뜰 쪽으로 난 내 방 창문은 북향인 데다가 울창한 감나무까지 앞에 서 있어서 햇빛이  얼굴을 들이밀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래서인지 대낮이어도 내 방 구석진 곳은 곰팡이처럼 어둔 기운이 슬어 있기 마련이고, 형광등을 켜도 별 소용이 없다. 도리어 명암이 더욱 진해져서 밝은 곳만 조금 밝아질 뿐 어두웠던 곳은 깊은 굴이라도 파놓은 것처럼, 무서울 만치 어두웠다. 공기도 탁했다. 숨을 쉬면 공기 중에 텁텁하고 답답한 어떤 뭉치들이 코와 입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게 자주 느껴지곤 한다.


 그래도 난 내 방이 좋다. 적어도 이 방 안까지 들어와 나를 괴롭히는 것은 이제까지 없었으니까. 매일 밤과 새벽에 아버지의 고함 소리와 엄마의 비명이 들려도, 뭔가 깨지고 부숴지는 것이 느껴져도, 방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 씌면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방 밖 세상과는 완전히 차단 된 것처럼 포근하고 편안하고 안심이 된다. 그래서 난 오늘도 일찍 불을 끄고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깨어 있어도 딱히 할 건 없으므로.






 간밤에 꿈을 꿨다. 꿈 속에서 난 풀밭 위에 모로 누워 자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꿈 속에서도 자고 있단 게 이상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땐 그게 꿈인 지 알 수 없었으니까. 어쨌든 얼마간 그렇게 있다가, 꿈 속의 나는 눈을 떴다. 갑자기 볼에 촉촉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눈을 뜬 나는 눈을 끔뻑끔뻑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던 내 눈에,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나무 뒤에 숨은 다이애나가 보였다. 다이애나는 친구 앤이 실수로 준 술을 마시고 취했던 때처럼, 만져보면 분명 보드랍고 기분 좋을 양볼을 붉히며 내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다이애나와 눈을 맞추고 있던 내 눈에 곧 다이애나의 발간 입술이 띄었다. 그 순간, 다이애나는 부끄러워하는 미소를 지으며 내게 윙크를 보내고는 뒤로 돌아 뛰어갔다. 그에 멍해져 버린 난 여전히 어떤 감촉이 남아 있는 내 왼쪽 볼을 쓰다듬다가 돌연 무언가를, 지금은 잘 생각 나질 않는 무언가를 깨닫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다이애나가 사라진 쪽으로 내달렸다. 역시 잘은 모르지만, 심장이 너무 벅차서 가슴 전체가 들썩거리는 듯 했다. 다이애나를 꼭 잡아야 할 것 같았다. 잡아서 뭘 하려 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내가 나에게 겁을 먹을 정도로 뜨거운 욕구였다. 그렇게 한참을 뛰다, 어느 커다란 아름드리나무가 펼친 그늘 앞에서 멈췄다. 왜냐면 그 앞에 파트라슈가 있었기 때문이다. 파트라슈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무언가를 물어뜯고 있었다. 앞발로 잡아 뜯기도 하고 짜증을 내는 듯이 땅바닥에 마구 팽개치기도 했다. 파트라슈의 눈은 다이애나의 입술보다도 더 빨갛게 변해 있었다. 내 가슴은 그때까지도 다이애나를 원했는데, 눈과 다리는 파트라슈의 분노 어린 몸짓에 완전히 빠져 있었다. 이상하다거나 무섭다거나, 거부감이 든다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후련했다. 신기했다. 순해 빠진 파트라슈가 그렇게나 날카롭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다니.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가 불현듯 깨달았다. 파트라슈가 이빨로 잔뜩 상처를 주고 있는 그것은 네로의 빵모자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것이 꿈이란 걸 예감했고 점점 잠 속에서 멀어져가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허무하고 아쉬웠다. 결국 이것도 나를 둘러싼 어떤 장난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현실과 꿈이 별로 다를 것도 없지 싶었다.


 꿈에서 깬 후, 이불 위에 누운 채로 눈도 뜨지 않고 생각했다. 세상 어떤 것도 마냥 좋을 수만은 없는 걸까. 어째서?






 레옹과 조우한 날 이후로, 얼마간 위험할 뻔 한 적이 있었지만 겨우겨우 참고 넘어갔다. 세 마왕이 날 때릴 때마다 오히려 그들을 가엾게 바라보기로 했다. 무지한 자들. 분명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린 채로 자신을 비난하는 군중들을 내려다 봤을 때도 이와 같았겠지. 그러나 아무리 불쌍히 여기려 해도, 고난은 고난이었다. 한 번은 몹시 참기가 힘들어 맞던 도중에 토한 적도 있었다. 그러자 메피스토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내가 방금 게워 낸 토사물 위에다 내 얼굴을 박고 발로 짓이겼다. 다른 마왕들은 욕설을 씹어 뱉으며 멀찌감치 떨어져 서 있었다. 그리곤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 날은, 정신이 희미해질 정도로 얻어 맞았다. 그래도 난 인내해야만 했다. 그것이 선택 받은 자의 운명이므로. 나는, 정의를 지킬 킬러가 될 사람이니까. 레옹도 언제나 날 그렇게 격려해 줬다.


 그리고 그런 내게, 운명의 날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찾아와 내 어깨를 두드려 줬다.


 까만 먹물을 잔뜩 머금은 듯한 구름들이 하늘을 그득 메우던 날 아침이었다. 얼굴에 점이 유난히 많아 애들 사이에선 '수박씨 아줌마'로 불리던 담임 선생님이 몹시 불편해 보이는 얼굴로, 같은 반이었던 아스타로쓰가 불미스러운 일로 자퇴를 하게 됐단 소식을 전했다. 처음엔,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아 단지 멍해 있을 뿐이었다. 선생님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도통 알아 듣질 못했다. 그러다 주위에서 반 아이들이 술렁거리며 소근대는 소리가 내 귀로 흘러들어왔다. 다른 반에 있는 메피스토펠레스와 베엘제붑도 함께 일을 저질러 학교에서 잘렸단 얘기였다. 그러한 이야기들이 내 귓바퀴를 간질거렸다.


 그렇게 움직임 없이 있다가 어느 순간,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 지를 깨달았다. 그러나 난, 여전히 멍하니 제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조금 혼란스러운 걸 지도 몰랐다. 아니, 분명 그렇다. 혼란스럽다. 이것이, 다이애나와 파트라슈가 나왔던 때처럼, 즐거운 장난 같은 꿈은 아닌가. 감히 기뻐해도 될 일인가, 감히 기뻐해도 될까, 정말 기뻐해볼까, 망설였다. 그런 와중에, 기타 소리가 들렸다.


 "축하한다."


 앗,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샌가 내 앞에 레옹이 서 있었다. 까만 가죽 트렌치 코트를 멋지게 걸쳐 입고서는 역시 까만 선글라스 너머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드문 일이었다. 레옹의 입가에 웃음기가 띄워져 있는 것이었다. 이내 레옹이 손을 내 쪽으로 내밀어 왔다. 그리곤 내 손을 따뜻하게 꽉 붙잡아 주었다.


 "장하다. 고난은 이제 끝났다. 넌 지금 이 순간부터, 정의의 킬러다. 정의는 이겼어!"


 레옹의 그 말에, 난 비로소 금방이라도 눈물이 월컥 쏟아질 것만 같은 기쁨과 희열을 느꼈다. 정의가 승리했다! 평온한 시대의 도래다! 고난의 순간은 등 뒤로 스쳐지나갔고, 이젠 세상이 바뀌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바로 내 손으로!


 레옹은 선글라스를 벗고는 그 특유의 졸려 뵈는 눈매를 커다랗게 뜨며 나를 지긋이 응시했다. 레옹의 흐믓해 하는 미소에는 내 마음까지 감동하게 만드는 빛이 스며 있었다. 레옹은 선글라스를 벗느라 놓았던 내 손을 다시 잡아주었다. 그리곤 무언가 내 손에 꼬옥 쥐어주었다.


 "손을 펴 봐, 킬러. 내 선물이야. 선의가 있는 곳에만 사용해야 돼. 그럼, 안녕."


 그 말을 끝으로 레옹은 내 손을 놓고는 훽 하고 몸을 돌렸다. 몸을 돌리면서 코트 자락이 멋지게 휘돌려지는 품새가 몹시도 멋졌다. 과연 정의의 킬러라면 저런 멋스러움도 갖춰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나중에는 저렇게 옷을 맞추리라고 다짐하며, 레옹이 떠난 빈 자리에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는 꽉 다물린 보물상자 같은 내 두 손을 천천히 폈다. 내 손에 들린 것이 무언지, 확인하였다.


 그것은, 단검이었다. 꽉 찬 달에서 쏟아지는 빛을 얼려 만들었다 해도 믿을 수 있을 만치, 은은하고도 교교한 빛과 기품이 서려 있는 매끈한 은빛 날은 가냘프고도 예리했다. 검신 한 가운데에는 'Justice'라는 단어가 고급스러운 필기체로 음각되어 있었다.


 정의의 단검을 훑어보다가 불현듯 확신과도 같은 어떤 예감에 사로잡혔다. 이따 학교가 끝난 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 버스에는 나를 축하해 주는 승객들로 꽉 차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박수에 난 멋쩍게 웃으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뒤쪽에서 세 번째 오른편 창가에 앉는다. 그렇게 사람들은 내가 내릴 때까지 웃음을 보내주며 끊임 없이 박수를 쳐 준다. 집에 가는 동안 버스를 세 번 갈아 탔고, 세 번 똑같은 상황을 반복한다. 마지막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난 길을 어떤 동물보다도 빠르게, 바람을 가르듯이 신나게 내달린다. 곧 집이 보인다. 이제 전기 톱날 갈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니, 아예 목공소 자체가 흔적도 없다. 커다란 쥐색 실크 커버를 씐 현관문이 조용히 열리면, 엄마와 아버지가 나를 반기는 목소리가 곧장 들린다. 엄마의 왼쪽 눈가에 물들었던 도장 찍힌 듯 시퍼런 흔적 따윈 깨끗이 씻기고 없었고, 아버지의 손에는 톱이나 술병이 들려 있지도 않았다. 다만 엄마 아버지는… 부모님은 날 보며, 웃고 계신 것이다. 얼른 당신들의 품으로 안기라며 양팔을 벌린 채.


 난 기뻐하는 것도 잠시 잊고, 얼마간은 눈물을 떨어트렸다. 시야는 희뿌예졌지만, 그 어느때보다 세상은 아름다워 보였다.






 오늘의 모든 수업이 끝났다. 하지만 바로 밖으로 뛰어나가지는 않았다. 버스를 타면 사람들의 따스한 축하를 받을 거란 생각에 문득 부끄러워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내 나름의 여유였다. 행복이 가득 담겨 있을 게 분명한 자루를 열기 전에 올라오는 기대감과 조바심을 즐겨볼 요량이었던 것이다. 정식 킬러가 되기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랬다. 아까 조회시간 전만 해도 꿈도 꾸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난 또 다른 만족과 성취감을 느끼기 위하여, 뒷산으로 향했다. 고통스러운 기억들로만 채색 돼 있는 장소였지만, 그랬기에 지금의 내겐 더욱 의미가 값진 곳이었다. 내 삶의 골고다 언덕이자 십자가에 박힌 터이기도 했던 뒷산 무덤가로 올라가 예전의 나와 달라진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보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즐거웠다. 그래서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고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단지 그 뿐이었다.


 "뭐어야, 혀병신. 부르지도 않았는데 웬 일로 올라왔어?"


 "어? 이 새끼 뭐냐."


 무덤가에 도착하자마자 난 발걸음을 멈췄고, 곧 느릿하게 하늘을 올려다봤다. 비가 내릴 것 같았다.


 "와핫, 혀병신 새끼, 그거 아니냐? 메져키스트? 이젠 지가 패달라고 스스로 찾아오는 레벨까지 오른 거냐?"


 아스타로쓰가 묘한 웃음을 띄며 다 태워 버린 담배 꽁초를 버리고는 박쥐의 것과 같이 까만 가죽 날개를 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맨날 맞아버릇 하다 보니깐 형들 주먹이 막 알아서 그리워져써염? 형들 없어져서- 니 안 불러 줄까봐 겁났쪄염?"


 메피스토펠레스가 담배를 입에 꼬나문 채로 어깨를 빙빙 돌리며 마(魔)가 잔뜩 낀 동공을 빛내며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혀병신."


 제일 높은 무덤 봉우리 위에 쪼그려 앉아 있던 베엘제붑이 파리 날개를 흔들고 앞발을 쓱싹쓱싹 비벼댔다.


 "혀병신, 이 개새꺄, 대답해라."


 파리왕의 노란 눈동자가 무섭게 희번득거렸다.


 "대답 안 해? 좆도 필요도 없는 혀 잘라줄까?"


 "넌 오늘 잘못 걸렸다, 빙신 띨구 새꺄. 알아? 응? 응? 아냐고. 응?"


 메피스토펠레스가 빈정거리며 내 왼쪽 볼을 툭툭 건드렸다. 그렇게 둘, 셋, 넷, 회를 거듭할 수록 메피스토의 손매는 점점 더 매서워지고 힘이 더해졌다. 일곱 번째가 되자 결국 버티지 못한 내 고개가 훽 꺾이듯 돌아갔고, 바로 그 순간 메피스토는 기다렸다는 듯이 발로 내 귀와 관자놀이를 걷어찼다. 돌연 세상의 모든 소리들이 미쳐버린 것처럼 멍멍해졌고 회색빛이었던 하늘도 샛노랗게 보였다. 얼굴을 맞아보기는 처음이야. 그런 내용의 줄글만이 우유 같이 새하얀 액체로 가득 번진 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혀병신, 말 해봐."


 멀리서, 아득하게 베엘제붑의 왱왱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난 대꾸하지 못했고, 곧 누군가의 발이 내 코를 갈겼다. 생소하고도 잔인한 고통에 놀라 비명을 크게 지르고 말았다.


 "소리 쳐지르지 말고, 씨팔. 말 해봐, 말."


 "네, 네, 마마마마말, 네- 하께요, 네."


 "어이쿠, 우리 혀병신 말 잘하네에."


 내 머리를 누군가 쓰다듬었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은 곧 내 머리채를 거머쥐는 악의에 찬 갈퀴가 되었다. 난 손이 이끄는 대로 머리를 들었다. 아프기 보다는 감각이 무뎌졌다고 느껴질 만큼 코가 아려왔다. 코피가 흐르는지 인중과 입술이 따뜻한 물기로 흥건했다. 혀끝에 비릿한 맛이 닿았다.


 "좀 더 말 해봐. 우리 친구잖아, 치인구우. 커뮤니케이션 좀 해보자고."


 갈퀴의 주인은 베엘제붑이었다. 파리왕은 잘 웃지도 않는 얼굴을 차갑게 씰그러트리며 나와 시점을 맞췄다.  


 "네에, 네, 마하고이씨흡니다, 네-"


 "그 놈의 염병할,"


 베엘제붑의 주먹이 내 턱을 세게 후려갈겼다. 정신이 아찔해지고 눈물이 팽 도는 걸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네네 거리는 소리 좀 닥치고, 애자 새꺄."


 "워쩌겠냐, 그 새끼 그나마 할 줄 아는 한국어가 그건데. 눼~ 눼~"


 그들은, 킬킬킬, 킬킬, 킬, 웃어댔다. 악마들의 왕답게, 잔인하고도 음험하게, 웃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조롱과 빈정거림은 일절 없는 무자비하고 처참한 구타가, 언제나와 같이, 시작 됐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여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고난은, 끝났다고, 레옹, 당신이, 그랬잖아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레옹?


 돌연, 내 품에 레옹이 준 정의의 단검이 있단 사실을 상기해냈다. 그래, 이것은 분명 마지막 시련인 거야. 내 손으로 직접 이겨내야 할, 정의의 길로 가는 두껍고 무거운 문. 그것을 열어야 해. 내 품에는 열쇠가 있어. 그리고 난 더 이상, 참을 수 없잖아? 이들을 용서할 수 없잖아? 정의의 힘으로, 악마들을 모조리 싹 없애버려야하지 않겠어? 이런 하찮고 더러운 것들은 말야!


 "정으으 히므로!"


 있는 힘을 다 짜내면서 소리쳤다. 그러자 악의 무리들은 순간 크게 주춤거렸다. 난 분노와 증오가 담긴 손으로 내 품 속을 급히 뒤졌다. 그리고는 찾아냈다. 악의 무리들을 처단할 정의의 단검을.


 "두거라!"


 난 보았다. 이미 잔뜩 부어버린 내 두 눈으로, 터져버린 눈물 때문에 상이 잘 잡히지도 않는 이 두 눈으로 똑똑하게, 희망의 빛을 온누리에 번뜩이며 그 자태를 뽐내고 있는 성물의 위용을 지금 이 순간 확인했다. 확신했다. 적들은 멸절할 것이다. 강대하고 정금 같은 정의의 신성한 빛에 사그라들지 않는 악은, 절대 없다. 환희의 웃음이 내 속 제일 밑바닥에서부터 뜨겁게 끓어올라 내 입술 밖까지 흐르는 것을, 뒤미처 이어서 승리의 흔연한 환호성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다음 순간,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놀라운 일이 벌어질 거란 걸 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코를 다시 한 번 더, 아까보다 더 세게 맞았다.


 "이 미친 새끼가, 장난 빠나."


 "이젠 액션을 가지가지 까네? 진짜 돌은 거 아니야?"


 그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리며 다시 날 발로 차고 짓이겼다. 그 와중에 내 손에 들려 있던 것이 땅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그러나 난 다시 그것을 주워 악의 무리를 소탕할 수 없었다. 내 의식은 온통 새빨간 의문 투성이로 뒤덮혀 있었던 까닭이다.


 도대체 왜? 왜? 왜? 왜? 왜? 왜?


 뭐가 잘 못 된 거지? 뭐가? 뭐가? 뭐가? 대체, 뭐가?


 "어, 비 내린다."


 "대충하고 가자."


 "혀병신, 너 내일도 나와라. 새끼가 지랄하는 게 업그레이드 되고 나니까 패는 맛이 더욱 감질나네?"


 "시팔, 아까 저 새끼 소리 질렀을 땐 솔직히 존내 쫄아서 오줌 지릴 뻔했다. 근데 뭐라고 지껄인 거야?"


 "쩔어, 완전. 난 품에서 칼이라도 꺼내는 줄 알았더니 웬 지우개를……."


 그들의 목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졌고 기어코는 빗물 떨어지는 소리에 묻혔다. 처음엔 속삭이듯 떨어지던 빗방울은 점점 거세게 내려와 아려오는 내 코를 두들겼다. 얼굴에 온통 범벅이 된 피와 콧물과 눈물을 비가 씻긴다.


 세상은 여전히 잘 못 돼 있었다. 그리고 잘 못 된 세상에, 어쩌면 난 이미 악에 넘어가 버린지도 모른다.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을 수록 악에 물들기 쉬운 것이다. 커다란 힘. 힘? 근데 내가 정말 힘을 갖고 있긴 했을까. 그러고보니 킬러가 대체 뭐하는 사람이었지. 정의를 지키는 거 맞던가. 레옹 아저씨, 어딨나요? 다이애나는? 파트라슈는?


 내가 알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모든 것이 희뿌옇고 흐린 것에 가려져 있다. 아니, 한 가지 알 수 있는 일이 있다. 날 감싸는 빗물이 참, 차갑단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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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어 오랜만에 창조도시에 들렀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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