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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여름이야기

2007.07.06 05:44

소엽 조회 수:924 추천:14

extra_vars1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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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에 걸치고 있는 옷가지가 아무리 얇고 짧아도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끈적대는 여름. 밤인데도 불구하고 지겨울 정도의 더위에 지친 나는 결국 아파트 옥상으로 갔다. 상층의 기류는 좀 더 차가울 거란 예상은 단번에 빗나갔지만, 살을 잡아당기는 장판 바닥에 몸을 누이고 있는 것 보다는 살만했다.


 성화에 못 이겨 좀 전 까지만 해도 책상머리에 앉아있느라 굳어버린 몸을 풀기위해 스트레칭을 했다. 어깨며 목 관절 부위가 덜그럭대는 소리를 내자, 괜스레 슬퍼졌다. 고3이라는 현 위치가 스스로를 비참한 기분에 빠지게 만든다. 결국 나는 허공에 대고 한숨을 내 쉬고는 기분전환을 위해 옥상 난간으로 다가갔다. 15층짜리 건물이라 그런지 아래쪽 사람들이 조그맣게 보이는 것이 재밌었다. 다들 더위 탓인지 툇마루나 돗자리에 앉아 부채질을 하고 있는 모습이 한결같아서 왠지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혼자 실실거리고 있는데 문득 목덜미에 한기 섞인 목소리가 전해졌다.


 "죽을 거야?"


 나는 순간 놀라서 뒤로 돌아보았다. 그러자 거기에는 뻗친 단발머리에 검은 테 안경이 인상적인 내 또래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나를 멍한 시선으로 응시하며 서 있는 게 보였다.


 어쩐지 스치듯 전해지는 한기에 머리칼이 쭈뼛거렸다. 머릿속에는 그 아이의 존재에 대해서 재빠르게 추리와 계산을 해나가고 있었지만, 남들이 봤을 때의 나는 그저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 아이는 같은 질문을 던져왔다.


 "죽을 거냐고?"


 두 번째로 같은 질문을 받자, 나는 조금 짜증스러웠다. 아니, 그 전에 내가 그 애에게 설령 '죽을 것이라 해도' 대답을 할 의무는 없었다. 질문 자체도 맘에 들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무시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애는 여전히 그 자리에 꼿꼿이 서서 약간 공허한 느낌으로 말했다.


 "...죽을 거 아니면, 아랠 보지 마. 보다보면 떨어지고 싶을 테니까."


 그 말을 들은 순간 묘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로 죽을 맘은 없지만, 왠지 저 아래의 한계선을 보고 있노라니 바닥에 닿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런 생각을 하며 무심코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던 중, 문득 내 오른팔에 한기와 함께 보드라운 감촉이 느껴졌다. 팔을 내려다보니, 핏기 없어 보이는 손이 나를 붙들고 있었다. 그 애였다.


"왜?"


나는 처음으로 입을 떼었지만, 오히려 이번에는 그 애가 입을 다물었다. 가까이서 보니 안경너머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그 애의 눈이 보였다. 꽤나 예쁘고 커다란 눈이어서 순간 안경으로 가리고 있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애는 내 질문에 대답은 않고, 그 예쁜 눈으로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한참동안 날 빤히 바라보다가 잠시, 아주 잠시, 스치듯 난간을 힐끔 보더니 내 팔에 한기만 남기고 사라졌다.


 "...뭐야?"


 남겨진 한기와 날 보던 눈동자를 떠올리니 뭔가 섬뜩해져왔다. 물론 그 애는 걸어서 옥상을 내려갔지만, 나는 내내 그 애가 혹여 성적을 비관해 옥상에서 자살한 수험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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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이긴 하지만 너무 짧은 것 같군요. ㄱ-


상황 봐서 더 올리던지 다음 편을 길게 하던지 조절하겠습니다. < 고로 테클 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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