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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일반 R.U.N

2007.07.04 22:01

책벌레공상가 조회 수:892 추천:4

extra_vars1 급식비를 찾아 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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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볓이 내리쬐는 모래 벌판의 운동장,


 


체육 시간이다.
오늘은 1000m 달리기가 있다. 운동장을 무려 8바퀴나 돌아야 하는 장거리다. 한번에 4명씩 달리는데, 나는 마하철이 달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별로 빠른 편은 아니였다. 그도 그럴듯이, 그 녀석은 다른 녀석보다 더 빨리 달리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했으니 말이다. 그냥 달리고 있을 따름이였다. 다른 애들은 죽어라 인상까지 쓰면서 있는 힘을 다해 달리는데 하철이만 유독 여유있는 모습으로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저런 식으로 달려서는 체육 실기 점수 제대로 나오지 않을 텐데.


라고 생각할 즈음에 체육 선생님께서 외치셨다.
"자, 다음!"


 



1000m 달리기를 마치고, 복도를 통해서 교실로 들어왔다.


어휴, 덥다. 요즘 날씨는 정말 덥다.
체육복에서 교복으로 갈아 입고, 다음 수업 준비를 위해서 책상 서랍에서 교과서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다음 시간은 수학 시간이군. 달리기를 죽어라 달리고 나서 잠만 오는 수학 수업을 들으면 공부 잘도 되겠다.


 


그 때였다.
"어...없어! 급식비 봉투가 없어졌어!"
반장의 목소리다. 오늘 아침에 급식비를 거둔 것을 봉투에 모아 놓은 것을 선생님께 전해 드리려고 책상 서랍에 손을 넣었는데 급식비 봉투가 발견되지 않자 당황하고 있었다.


 


순간 교실 안에 심각한 공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나 할것 없이 서로를 의심하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급식비 봉투를 훔쳐간 범인은 바로 이 교실 안에 있다. 하지만 그 범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적막한 공기 속에서 누군가가 말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까, 아까 만수 녀석이 왠지 수상했었어. 체육 시간 중에 잠깐 화장실 간다면서 잠시 나갔었잖아. 아마 그 사이에...."
만수가 대답했다.
"뭐야? 지금 내가 범인이라는 거야?"
"달리 수상한 녀석이 없잖아?"
"잠깐만! 그렇게 따지면 저기 진애도 수상해! 쟨 평소에 [에잇 워크] 명품 가방을 갖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었어! 아마도 [에잇 워크] 가방을 사기 위해...."
"증거는 있어? 있냐구?"
"그렇게 마구 흥분하는걸로 봐서 아마도 니가 훔친 모양이지?"
"무슨 소리야! 생사람 잡고 있네!"
"어쩔시구!"
곧이어 말싸움으로 번졌고 심지어는 일부는 멱살까지 잡고 싸울 기세였다. 몇명이 달려들어 정신없이 말리고 있었고, 어느 새 다른 반에서 몇명 애들이 싸움 구경하러 나왔다.
"얌마! 당장 너네 교실로 돌아가! 구경났냐?"
하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진짜로 싸울 기세다.


 


 


"다들 제발 그만해!!!"
난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큰 소리로 외쳤다. 그 말에 모두들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난 그들을 향해 말했다.
"다들 너무 하는거 아냐? 아무런 증거도 없이, 이유도 없이, 같은 친구들을 의심하고, 원래부터 그랬던게 아니였잖아! 왜 다들 서로를 믿지 못하는 거야?"
모두들 나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나에게 돌아온 것은 적막한 침묵과 싸늘한 시선, 그리고 의심의 눈초리였다.
누군가가 말을 꺼냈다.
"꼭 급식비 훔친 녀석이 그런 소리를 하더라."
모두들 마치 내가 급식비를 훔쳤다고 말하는 듯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숨이 턱 막혀온다. 답답하다. 목구멍에서 무언가가 올라오는 느낌이다.


싫어. 이런건.


 



그 때,
지금까지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던 하철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의자가 드르륵 하는 소리에 다들 하철이 쪽을 쳐다봤다.
"쟤 왜 저래?"
자리에 일어선 하철이는 잠시 가만히 있더니 한마디를 했다.
"그럴 때는 달리는 거야."
그러더니 자리를 박차고 교실 문을 열고는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갑각스러운 하철이의 생뚱맞은 행동에 의아해 하던 반 애들은,
"뭐야, 혹시 저 녀석, 급식비를 훔쳐서 도망치는거 아냐?"
"쟤 좀 잡아!"
곧이어 우르르 하철이의 뒤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난 하철이가 급식비를 훔쳤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나도 하철이의 뒤를 쫓아 달려갔다.


그 녀석은 직각으로 꺾인 복도를 가로질려 달려갔다. 반 애들과 나는 하철이의 뒤를 쫓아 정신없이 달렸지만, 아무래도 그 녀석은 쫓기는 사람 치고는 걸음걸이라든지 행동 거지가 영 쫓기는 사람 답지가 않았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앞서 가는 자의 여유 라든가 그러한 모습이 보이는 것 같은 아무튼 그런 모습 이였다.


 


그렇게 하철이와 반 아이들과 내가 정신없이 1,2,3층을 오르내리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복도를 가로질러 달려간 끝에,복도의 직각 코너에서 달리던 하철이는 갑각스레 복도에서 튀어 나온 녀석과 정면으로 부딛쳤다.
콰앙!
하철이와 그 녀석은 부딛쳐서 복도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하철이는 여유 있게 낙법으로 착지를 하여 간신히 손바닥으로 바닥을 지탱하고 있었는데 반면에 머리에 약간 노리끼리한 물을 들인 왠지 불량해 보이는 반대편의 왠 녀석은 머리를 손으로 짚으면서 엄청 짜증나는 듯한 말투로 하철이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야, 넌 눈도 없냐? 잘 보고 다녀!"
그러던 즈음 복도 저 편에서 반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그런데 문득,선두에서 앞장서 달려오던 반장이 복도 바닥에 흩어져 있는 종이봉투와 지갑으로 보이는 것 들을 발견했다.


"앗! 저건 급식비 봉투!!!"


 


그러자 반 아이들의 시선이 아까 그 불량한 녀석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아닌게 아니라, 그 불량한 녀석의 안주머니에서 봉투 몇개가 삐져 나와 있었다.
"칫."
그 녀석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달아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놔 두지 않는다. 운동부의 실력을 발휘하여 나는 그 자리에서 잽싸게 달려가서 달아나려는 그 녀석을 향해 몸을 날렸다.
"박예리 킥!!!"
퍼억!
날라차기가 멋지게 그 녀석의 허리를 강타하였고, 급식비 봉투를 훔쳐간 현행범은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 녀석은 지금까지 상습적으로 체육 시간에 비어 있는 교실을 노려서 금품을 훔쳐서 달아났다고 한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하철이에게 물었다.
"야, 마하철."
"왜?"
"아까 전에는 왜 갑자기 교실에서 뛰쳐 나갔어?"
그 말에 하철이는 뭔가를 회상하는 듯이 눈을 감으면서 대답했다.
"박사님께서 그러셨지. 어떤 문제가 있을 때는 달리라고.  힘들 때도 달리고, 괴로울 때도 달리라고. 어떠한 문제도 달리다 보면 결국 해결 된다고 하셨어."
그러더니 나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급식비도 되찾았잖아?"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야, 그건 어디까지나 우연의 일치겠지."
그러나 하철이가 대답했다.
"그건 우연이 아니야. 난 믿고 있었거든. 달리다 보면 반드시 급식비를 되찾게 될 거라고. 그런 믿음을 가지고 달렸던 거야."
그러더니 그 녀석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말 저 녀석은....
만사가 달리기만 하면 다 해결되는 줄로 아는 모양인가?


 


정말 그렇게 달리기만 해서 만사가 해결될 것 같으면 난 지금쯤 세계 정복을 100번은 하고도 남겠다.


 


칫.



하지만 하철이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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